행보관은 각이진돌 즉 각돌을 아주 사랑하셨습니다. 각돌의 용도는 아주 다양했었죠 화단 만들때, 진지공사때, 바닥공사할때, 냇가 공사할때 등등 여기저기 많이 쓰였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행보관이 김병장을 부릅니다. 그리고 포대밑 냇가쪽으로 데리고가서 아주 큼지막한 돌하나를 지목 합니다. 위가 아주 평평한 좋은 각돌입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두세명으로는 어림도 없을 만할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돌을 가르키며 행보관이 말합니다.
"야 김병장아~ 이거하고 저거하고(가르키는 쪽을 보니 또 그만한 돌이 하나 있습니다.) 합쳐서 각맞춰서 세워 놓고 그위에 화분 놔두면 멋있지 않겠나?"
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까라면 까는거지 어쩌겠습니까. 그러겠다고 했죠. 그리고 그날부터 밥먹고 올라오면서든지 어디갔다 오면서든지 4명이상이 포대로 올라올 일이 있을경우 그돌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냇가쪽에서 포대로 올라오는 길까지 옮기는데만 3일이 걸렸죠. 그리고 행보관이 간간히 작업으로 인원빼서 옮기다보니 또 3일정도에 연병장에 도착 하게 되었습니다. 그거옮기면서 그 포대자루에 각목 두개 집어넣어서 만든 단가 라는거 있잖아요? 그거 여러개 해먹었습니다. 포대자루 3~4겹씩 겹쳐서 해도 돌이 하도 무거워서 조금만 들고가면 다 찢어지고..... 또 단가로 옮겨 실으면서 손가락도 다치고 팔목도 삐끗하고 하면서 다친애들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해서 10여일에 걸쳐 내무실 앞까지 가져오게 되었죠. 그리고 이리저리세워가면서 각을 맞추고 모양도 맞추고 하면서 위에 평평한면을 맞춰서 세웁니다. 그런데 바닥이 콘크리트인지라 이게 영~ 잘 세워지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리저리 옮기면서 세워가다보니 윗면이 평평하게 세워지긴 했습니다. 행보관이 그걸 보고
" 어찌~ 영~생각했던데로 멋있게 각이 안나오네~~ 이거~"
이럽니다. 그리고 혼자 이리저리 둘러보고 하더니
"에이~ 이거 별로 멋이 없네~ 그냥 연병장 밑에 화단에 쓰자~"
이럽니다...... 이거옮기느라 피똥을 쌌는데 행보관의 말한마디로 그냥 이렇게허무하게 끝이나고 또다시 연병장밑 화단으로 옮겨야 합니다. 김병장은 그런행보관에게
"시키믄 시키는대로 하지 뭔말이 그렇게 많나~ 니요즘에 짬좀 됐다고 내말에 토 많이 단다? 마이 컸네 김병장~ 알았다~ 두고보자~~"
이렇게 또 삐짐을 선사 받게 되었습니다ㅎㅎ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해야할건 다알고 있었죠~~어쩌겠습니까...군댄데....또 까라면 까야지...괜히 말 잘못꺼내서 삐돌이 행보관만 또삐지게 만든거죠뭐ㅎ 그렇게 또 며칠에 걸려 조금씩 옮겨서 다시 연병장밑 화단으로 옮겨 화단에 쓰였습니다. 군대에서는 이런일이 허다 합니다. 무슨 작업하다가 다시 원위치시키고 또 며칠있다가 다시 작업하고....ㅋㅋ 그리고 작업도 잘모르는 간부들 뭐뭐 하라고 시킵니다. 그럼 짬좀되는 상병이나 병장들이 그건 아닌거 같다고 말하면 수긍하고 말을 듣는 간부가 있는반면 끝끝내 지고집대로 밀고 나가서 결국은 다시 작업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러면또 가만히 있으면 몰라.... 지땜에 다시하는건데 빨리안한다고 지가 되려 꼬라지 내고ㅋㅋ 군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