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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461931
    작성자 : 바삭
    추천 : 16
    조회수 : 964
    IP : 175.223.***.44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3/12/14 14:16:00
    http://todayhumor.com/?sisa_461931 모바일
    오늘 목포대학교에 붙은 대자보 입니다.
    <세상이 흉흉한 때에, 목포대학교는 안녕하십니까?>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며칠 전, 저 멀리 고려대학교 학우 분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자보를 썼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한 사람이 이러한 글을 먼저 올릴 거라 생각해,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저에겐 대자보를 붙일 용기가 없었고 저는 여전히 안녕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에 숨기만 하는 제 자신이 비겁자처럼 느껴졌고, 행동하지 못 한 양심으로서 부끄럽게 느껴져 이 글을 씁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지금, 여러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녕 안녕하십니까?

    저에게도 안녕하지 못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채 물이 빠지지 않은 교복을 입고 광장으로 나가 시위를 할 때, 저는 안녕하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각박하고도 빠르게 지나가는 대학생활의 쳇바퀴를 바쁘게 굴려 가느라 여느 대학생들과 다름없이 저는 정치면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안녕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제가 끔찍히도 싫어했던 그 틀에, 저도 똑같이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시간 1분 1분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게 된 스물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학업과 스펙이라는,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틀에 스스로 맞춰지면서 안녕하다고 믿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각박한 소식들을 접하며, 우리 사회는 전혀 안녕하지 못 함을 깨달았고, 그 동안 현실에 안주했던 제 자신에게 뼈저리도록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고려대학교 현우 학우님! 저는 전혀 안녕하지 못 합니다. 18대 대통령 체제로 흘러간 지 벌써 1년, 우리의 생활은 변함없이 빠듯하고, 각박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철도, 의료 민영화가 실현된다느니, 말이 많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실현될 리가 없다며, 괜한 걱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벌써부터 걱정이 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부디 이러한 마음이 저만 갖고 있는 마음은 아니길 바랍니다.

    저는 아직 세상 물정에 눈이 어두운, 눈 뜬 장님입니다. 하지만, 저의 온전치 못한 시각으로 보기에도 작금의 현실은 아니라고 생각해 어줍잖은 글 솜씨로 휘갈깁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 서술해 이 글이 어떻게 보일 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학우 분들 중 일부는 저를 관심종자로, 혹은 이런 걸 써봤자 바뀌는 건 없다며 비판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흉흉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저는 한 줌의 불씨가 들불로 변화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의 어줍잖은 글이 저와 같이 혼자서만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줌의 불씨가 되기를, 저의 어줍잖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강한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마치기 전에,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목포대학교 8000 학우 여러분, 정녕 안녕하십니까?

    목대를 사랑하는 사람 올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는 목대 후문 바삭과도, 본 대자보의 글쓴이와도 전혀 관련 없는 일반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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