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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8544
    작성자 : 나폴리탄
    추천 : 21
    조회수 : 4009
    IP : 61.84.***.6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10/07 19:20:23
    http://todayhumor.com/?panic_58544 모바일
    (번역 괴담) 악마의 감정

    출처 : http://kowaihanashi.com/sousakunokowaihanashi24.html

    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악마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야 악마니까.

    그래서 악마는 관심을 가졌다.

    인간이 갖는 희노애락의 감정에.

    이 이야기는 그런 악마와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나는 모 기업에 근무하면서 독신 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다.

    이 날, 한 마리의 악마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내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있을 때,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웃는 모습을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이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외모와 갑작스런 출현에 뒤로 넘어갈 정도로 놀랐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말도 통했다.


    "너, 너 대체 뭐야?! 왜 그렇게 기분 나쁜 모습인거야?!"

    "나는 악마야. 뭐,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 때우기로 온 것 뿐야.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웃고 있어?"

    "왜냐니, 보…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재밌으니까잖아! 뭐야, 심심풀이란 건?!"

    "그렇군… 재밌으니까, 재밌다, 재밌다, 그렇군. 재밌으니까 웃는 건가.

    심심풀이라고 할까, 인간이 왜 웃고, 울고, 화내고 하는가에 대해 흥미가 있거든."


    악마는 무표정인 채, 입을 움직여 내 질문에 답했다.


    "뭘 할 생각이야? 너는?"

    "난 네가 울거나, 화낼 때를 보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도 할 수 있어.

    그 이유를 나한테 좀 알려 줘. 꼭 당장이 아니라도 괜찮으니까.

    실제로 네가 지금처럼 웃거나 하고 있는 때에 그 이유를 알려 줘."


    분명 악마라고 해도, 내가 상상하던 것처럼 무서운 악마는 아닌 것 같다.


    "별로 상관 없어. 화낼 때는 말투가 나빠질지도 모르지만 말야."

    "그런가, 그런가, 그거 재밌겠다."


    눈치채니 악마는 내 곁에서 TV를 보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것이 웃음이라는 거구나." 악마는 중얼거렸다.


    이 날부터, 내 생활에는 악마가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악마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게만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보통 인간은 악마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한 친구와 싸움을 했다.

    "왜 그랬던거야!!"

    "어쩔 수 없잖아! 잘 될 줄 알았는데!"

    "사람을 뒤통수치곤 뭘 잘했단 듯이 말하는거야! 적당히 해! 이제 나도 모르겠다!"


    내 친구는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 중에 일부는 정말로 위험한 사람들한테서 대출한 것 같아서, 메꾸기 위한 돈을 내가 빌려주었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 돈을 전부 도박에 써 버렸던 것이다.


    "너, 왜 화가 난 거야?"

    "…………………………."


    나는 잠시 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악마는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이게 화내는 거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불쾌했지?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자기가 기대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면, 불쾌하다고 느끼고 화를 내는 거야.

    내가 화가 난 건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을 한 방금 전의 친구 때문이야."


    "그렇군. 너의 설명은 알기 쉽구나.

    이것이 화낸다는 거구나.

    그렇군, 그렇군. 불쾌해지면 인간은 화를 내는 건가."


    그리고 점점 악마는 TV를 보고 웃거나 내가 하는 말에 화를 내거나 하게 되어갔다.

    악마의 표정이 인간의 것에 가까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악마도 감정을 가질 수 있구나, 나는 감탄했다.

    무엇보다 이 악마는, 인간보다 훨씬 감정에 솔직했다.


    그렇게 악마와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의 죽음이 찾아왔다.

    교통사고에 휘말린 것이다.

    어제의 통화에서는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나는 서둘러 본가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곳에 악마가 나타났다.


    "왜 너는, 울고 있어?"

    "…………………………."


    솔직히 말해, 그런 걸 악마에게 가르쳐 줄 기분이 들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나 화낸다."

    "그렇네.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 줘."


    나는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여기 공원은,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데려와 주시던 곳이야.

    나는 이 공원을 정말 좋아해서, 쉬는 날에 공원에 가고 싶다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떼를 썼었지.

    나에게 있어선 어머니는 정말로 소중한 존재야. 인간은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우는 거야."


    "그렇군.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우는 건가.

    하지만 네 어머니는 나한테 소중한 존재가 아니니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

    지금, 내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는 너다."


    그 날, 한 마리의 악마가 눈물을 흘리며 만족스러운 듯이 날아갔다.

    "그렇군. 이것이 운다고 하는 거구나."


    악마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야 악마니까.

    그래서 악마는 관심을 가졌다.

    인간이 갖는 희노애락의 감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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