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리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1.
얼마전 퇴근하기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한대가 왔고, 집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 타지 않았습니다.
그 버스는 대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창가에 앉은 여학생 몇이 저를 보며 웃더군요.
얼핏 보니 제가 아는 친구와 좀 닮았길래 눈인사를 살짝 하고 자세히 보니 제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들 중 하나가 '니하오'라고 말하는 입모양이 보이고는 이윽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더군요.
기분이 꽤 언짢았습니다.
마치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 제 반응을 보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광경이 제법 화가났습니다.
그래도 멋대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함꼐 버스를 기다리던 아내에게 그 여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냥 우리를 놀리면서 자기들끼리 노는거라고 하더군요.
주로 연구실에서 가까운 동료들과 지내는 저와는 달리,
일을 하지 않고 제가 출근할 때 같이 학교에 와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공부를 하던 아내는 종종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2.
이번엔 얼마전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릴 때 있었던 일입니다.
아내가 몸이 좀 좋지 않아 평소와는 달리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혼자인지라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음악을 들으며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느냐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는데, 앞에 누군가가 멈춰서는게 느껴졌습니다.
간혹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난생 처음보는 동양인에 신기함에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적당히 인사좀 해주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미소지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웬 중년의 남자가 제 앞에 서있었습니다.
전 웃으며 그리스어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마치 중국어 말투를 흉내내듯 '왱왱왱왱왱왱' 이라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나온다는 얘기를 비로소 알겠더군요.
황당해서 대꾸도 못하고 굳은 얼굴로 계속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당황한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더욱 크게 소리를 내며 제 앞에 몇 초 더 서있다가는
계속 같은 소리를 내며 가던 길을 계속 가더군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그리스어로 욕이라도 해줬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죠.
버스를 타서 생각해보니, 정작 중국인이 아닌 저도 이렇게 기분이 나쁜데
진짜 중국인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
장난으로라도 누군가를 따돌리면 안되고
장난으로라도 누군가를 때려서도 안되고
장난으로라도 누군가를 모욕해서도 안되고
장난으로라도 누군가를 추행해도 안되듯
인종차별은 장난으로라도 하지 맙시다.
웃자고 누군가를 따돌리는 것
웃자고 누군가를 때리는 것
웃자고 누군가를 모욕하는 것
웃자고 누군가를 추행하는 것이 범죄라고 생각한다면
웃자고 하는 것이라도 인종차별은 하지 맙시다.
직접 당해보니 비로소 알겠더군요.
인종차별은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모욕하거나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거나, 자신들과 '구별'짓는 모든 것이 인종차별입니다.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