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분들 눈에는 이 모든게 다 싸우는 걸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이게 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입니다.
양보와 'give and take'식의 타협이 능사가 아닙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이런 식의 타협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적이기도 합니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이 다르고, 그 차이가 평행선을 그리듯 크다면
어떻게 웃으면서 점잖게 '허허 그래요' 하면서 대화할 수 있습니까.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서 대화를 중단하기도 하고 그런거죠.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이 다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겁니다.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것 처럼 보이다가도, 상대와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한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이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대화를 마무리 한다 하더라도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대상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자체로도 이미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토양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40대가 10년뒤 박근혜에게 표를 던진 이유 중 하나가
'뭔가 달라 보여서 뽑아놨더니 사회가 더 혼란해지기만 하더라"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던 40대들이 느꼈던 사회의 혼란은, 다시 20대였던 저에겐 비로소 만끽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생중계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록 중간중간 더디게 가는 것 같고, 잡음이 들리는 듯 하지만
이런게 보다 많은 목소리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이고, 더 건강한 사회라고 믿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관련하여 제가 불만인 점은 오히려,
쟁점의 주변에 단원고 학생 유가족과 여당뿐인 상황입니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모든 희생자의 유가족이 여러 각도에서 대화에 참여했으면 좋겠고,
각 당의 원내대표나 당대표끼리 만나서 대화할게 아니라,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제각기 자기 할말을 하면서
더 많은 가치와 더 많은 의견과 더 많은 이익이 충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합의는 요원해질테고, 더 언론에 보도될 꺼리는 늘어나겠지만
이런게 바로 민주적 의사결정의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지겨우니까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초등학교에 돌아가 사회공부부터 다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전 초등학교때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배웠는데,
그걸 까먹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엔 참 많은 것 같아, 답답해서 몇자 끄적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