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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배낭을 짊어지니 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 하다. 단양에서 원주까지 80km가
넘는 길. 왼 발바닥은 물집이 생겨 찢어지고 오른 발등은 부어 통증이 이만저만 한 것이 아
니었다. 물집이야 쓰라림만 견디면 되지만, 오른 발등의 통증은 뼈속을 쑤셨다. 걷는 시간이
얹혀 질수록 통증은 더해갔는데, 신을 벗고 마사지를 하려 할 때마저 신경이 눌려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길위의 삶은 멈춤 없는 움직임이기에, 다시 몸무게 반절무게의 세 간
살이를 짊어져야 함의 고통은 한 발 한 발의 신음이었다. 피를 안통하게 신발을 꼭 조이면
좀 낫다. 그나마 절룩이면 걸어진다.
배낭에 놀란 어깨는 저리기 시작하는데, 연 3일 짊어지고 걷다보니 땅거미가 질 무렵에는
어깨에 쥐가 나려 한다. 2년 만의 강행군으로 몸이 놀라 잠을 못자고 새벽 두시까지 뒤척거
려야 했다.ㅠㅡ
비까지 쏟아져 내린 터다. 물을 빨아들일 수 있게 특수 제작?된 신발은 웅덩이 몇 번을 지나
쳐 오자 어느새 세탁기가 되었다. 4일을 길바닥에서 묵은 때 찌든 양말이 그 안에서 ‘찰박
찰박’ 빨래가 된다. 방수도 안 되는 싸구려 장비에 가을비를 뚫고 원주에 도착하고 나니 배
낭 안쪽까지 빗물에 젖어 있다. 며칠 간의 강행군으로 몸에는 때가 밀리고 갈아입을 옷을
비롯한 모든 장비는 젖었다. 허기 진 배를 움켜 잡으며 텐트 칠 한 평의 공간을 찾아 빗속
을 하염없이 절룩인다.
...
나의 이런 모습에 어떤 이들은 ‘시국이 이런데 왜 한가하게 그러고 다니냐?’ 혹은 ‘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다니지 않고 극기훈련 하고 있느냐?’는 안타까움을 표시할 것이다. 하
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홀로 고통과 고독을 감수하는 이러한 경험이 없이는 제대로 된 사회활
동을 할 수 없다고 여긴다. 많이 비우고 낮추는 만큼에 비례해서 높이고 채울 수 있는 것이
다. 유랑은 그러한 비움과 낮춤의 훈련이다.
자립적 인간, 홀로서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익숙한 삶, 적응된 기득권, 어울리는 무리집
단으로부터의 탈피'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
다. 인간군상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과 시기, 질투는 '다른 이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서 이뤄진다. 뭔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일이
나에게 어떤 관계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인지’를 우선 염두에 두게 된다. 이렇다보니 개개인
은 자신의 주체적 사고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 기반 해서, 자신과의 적응된 집단 관
계에 기반해서, 대중적 감성에 휘둘려서, 자신이 안주한 개념의 한계에서 늘상 '그 수준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관계의 끈을 끊어버리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하향평준화된
인간으로밖에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일상에 매이지 않는 홀로 떠남의 경험 - 유랑이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그 홀로됨의 끝이 처절한 고독은 아니다. 그 종국에서 우리는 더 살갑게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또는 더 치열하게 사회투쟁을 해야 한다.)
물론 위대한 경험을 하고서도 전혀 바뀌지 않는 인간이 있고, 자잘한 자극을 통해서도 큰
깨달음을 얻는 이들이 있듯이 굳이 떠나지 않고서도 우리는 특별한 성찰에 다다를 수 있기
는 하다. 하지만 나태한 몸과 늘어진 정신으로부터 난데없이 그렇게 빛나는 성찰이 발할 것
이라는 기대하지는 말자. 예수도 석가도 그렇게 거저먹으려 하지 않았다.
우선 억지로라도 그 몸을 얽혀진 관계의 수렁에서 끄집어 내, 저 황야에 집어 던져야 한다.
천근 만근 처럼 무겁더라도 자신이 안주한 공간에서 한 발을 끄집어내어 저 바깥 세상으로
내디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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