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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심해로의여행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8-06
    방문 : 24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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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54974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4
    조회수 : 537
    IP : 121.184.***.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06 14:54:04
    http://todayhumor.com/?panic_54974 모바일
    [펌] 안개4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뭔 개소리야?"

    그 두목같은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내 앞에 그 놈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
    뒷 모습만 봐도 분명히 그 놈이 맞다. 내 차를 견인해 간 놈.
    그 놈은 나를 등진 채 두목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뿌연 연막처럼 그가 반투명하게 보였다.
    그 놈이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목 녀석의 형상이 투시되어 보였다.
    사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그냥 이 안개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게 뽕맞은 기분인가?

    "우히히히히히......"

    나도 모르게 요사스러운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 놈을 몰아 붙였다.

    "니가 경찰에 신고했지? 신발 놈....내 차 니가 찾아와... 신발 놈아....죽일 놈...히히히"

    나의 횡설수설에 그 두목 녀석이 입을 열었다.

    "저 새끼 진짜 왜 저래? 약을 너무 탄 것 아냐?
    완전히 미친 새끼군.
    야!! 더 이상 볼 것 없어. 처리 해!!"

    그는 불호령을 내리며 들고 있던 담배를 너무나도 깔끔해 보이는 바닥에 그냥 집어 던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거친 욕설과 간교한 웃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야~~~ 신발놈아!! 내 차 내놔...강아지야!! .....히히히...."

    나를 등지고 있는 그 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조금 전에 나에게 약을 주사했던 건장한 청년이 옆의 탁자에서 뭔가를 집어들더니
    발걸음을 나에게로 옮겼다.
    끈 이었다.
    빳빳한 가죽 끈 같은 것을 몇 번 양쪽으로 소리내어 잡아채더니, 이내 그것을 내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그 동작 후에 정작 그가 힘을 주어 조른 것의 자신의 목이었다.

    "우에엑!! 켁!! 켁!!"

    그 놈은 자신의 목을 조른 채 눈깔을 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자식이 청년의 뒤에서 힘을 주어 목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저 자식!! 혼자 뭐하는거야!!!"

    주변의 사내들이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죽어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연신 몇 번을 켁켁대던 그가 갑자기 가죽끈을 목에서 풀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몇 번 좌우로 꺽었다.
    달려들던 사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수차례 목을 꺽던 청년이 갑자기 검은 양복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조명등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것은 족히 30센티는 돼 보이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이었다.
    그리고 곧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
    망나니의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그는 자신에게 바라보던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연신 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고성이 난무하면서 사방에 핏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칼침을 수 차례나 맞은 듯한 한 놈이 내 무릎 위에 떨어졌다.
    그의 마지막으로 남은 몇 번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빨갛게 그어진 멱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물총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처럼 따끈한 핏줄기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즐겼다.

    "오 예!!!....히히히히.....푸우!!"

    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는 분무기처럼 그것을 공중에 뿌려댔다.
    몇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채 피의 제전은 계속 되었다.
    여기 저기서 날아드는 여러 개의 회칼이 마치 무당들의 칼춤처럼 화려함을 더 했다.
    두목 녀석의 정수리에 회칼이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피의 제전이 끝났다.

    광기어린 축제가 끝났음에도 회칼을 든 사내는 한 동안 피바다 속에서 홀로 망나니 춤을 계속 이어갔다.
    그 붉은 바다에 물을 채우 듯 그의 몸 서너군데에서 물줄기가 용솟음쳤다.
    그리고 또 한 놈이 망나니 춤을 추고 있었다.
    칼을 든 사내와 겹쳐진 형상으로 똑같이 춤을 추고 있는 놈은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신발놈이었다.
    한참동안 망나니 춤을 선보이던 그 신발놈이 갑자기 춤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칼을 든 사내는 무너지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옆 모습을 나에게 보인 채 잠시 서 있던 그 녀석이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안개도 사라졌다.......

    서서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밀려왔다.
    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구의 몸에서 떨어지는 지 모르는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젠 즐겁지가 않다.
    약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즐거움도 같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서야 처참한 도륙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악!!"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뿌려진 미지근하고 끈적한 액체의 촉감이 내 뺨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 형사의 경험담처럼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한 사내의 부릅 뜬 눈과 마주쳤다..
    그 형사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신발.

    "후........"

    긴 한숨과 함께 조금 전에 미처 뿜어내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입 속에서 새어 나왔다.
    아...졸립다.
    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한 하루다. 집에 가고 싶다.
    나는 실신하 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성태야...성태야....."

    어떤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
    아버지였다.

    "이제 정신이 드냐?"

    아버지가 왠 일로 이렇게 친절하시지?

    "김성태...괜찮아?"

    사건현장에 동행했던 그 형사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

    "여...여기가 어디죠?"

    "병원이다. 이 놈아..아예 여기서 살림 차릴래?"

    늘 같은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속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울먹임이 느껴졌다.

    "아버님.. 잠깐 나가 계시죠."

    형사의 부탁에 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병실을 나섰다.
    아버지가 병실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형사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못한 것 같네. 나 ㅇㅇ경찰서 강력계 1팀장 박정우 경사다."
    "제 친구는요? 제 친구 준호는요?"
    "니 친구는 괜찮아. 조금 전까지 병실 지키다가 집에 돌아갔다."

    나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너 어떻게 거길 간거냐?"

    "......."

    "니 의지로 간거냐? 아니면 납치 된거냐?"

    갑자기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흑......"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넘어 침대속으로 젖어들었다.

    "김성태..."

    나의 흐느낌에 박형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

    "무서워...신발...이제 그만 내버려둬.....흑흑"

    쥐어짜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연신 쏟아냈다.
    나의 흐느낌이 멈출 때까지 박형사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10여분이 지났을 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박형사는 입을 열었다.

    "듣기 싫어도 들어라. 너 거기 니가 알고 간 것 아니지?"

    "....."

    "이 거 누가 적어준거지?"

    박형사는 그 쪽지를 나에게 들어보였다.

    "누가 적어준 게 아니지? 이 거 니 글씨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일런트 엔젤이 뭐야?"

    "몰라요..."

    나의 성의없는 대답에 박형사는 무언가를 고백하듯 긴 얘기를 꺼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
    몇 개월 전에 우리 수사팀은 대규모의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어.
    그 때 수사망에 포착된 조직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너와 같이 있었던 놈들이야.
    그 조직은 몇 개의 나이트클럽과 고급 스탠드바를 운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조직들이 주요 근거지로 삼는 스탠드바가 하나 있었는데, 주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었지.
    철저한 회원제와 신분 보장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어.
    거기엔 얼굴 마담격의 여자가 있었는데, 미모가 얼마나 출중하고 요염했는지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군.
    그 여자가 바로 니가 찾아 낸 김나연이라는 여자야."

    박형사의 놀라운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직의 중간보스급으로 보이는 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야.
    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마두'라고 소개하더군.
    물론 그 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었겠지.
    그 녀석은 자신과 김나연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
    무슨 장부를 하나 넘기겠다고 했는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
    장부를 손에 넣기가 힘들었는지, 아니면 조직의 철저한 내부 단속 때문이었지 모르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어.
    그런데 보름 만에 마두한테 전화가 온 거야.
    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였는데 뜻 밖의 얘기를 하더라구.
    김나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는거야.
    그런데...."

    박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요?"

    나는 이미 박형사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마두가 횡설수설을 하는거야.
    나연이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 온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매일 밤마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다는 거야.
    수면 중에 인기척에 놀라 깨어보면 어둠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운 상태로 노려보며 있기도 하고,
    어느 날 밤은 깨어보면 나연이가 그 소름끼치는 차림으로 화장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다는 거야.
    깨어보면 꿈이고, 깨어보면 꿈이고...매일 밤마다 악몽같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그럴 때마다 실내에서도 사방이 안개로 뒤덮인다고 하더군."

    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간신히 내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

    "마두라는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

    "........."

    나의 물음에 박형사가 답을 거부했다.
    분위기를 눈치 챈 나는 간략하게 다시 물었다.

    "주...죽었죠?"

    "그래"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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