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br /><br />"뭔 개소리야?" <div><br />그 두목같은 녀석은 내 말을 부정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div> <div>내 앞에 그 놈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div> <div>뒷 모습만 봐도 분명히 그 놈이 맞다. 내 차를 견인해 간 놈.</div> <div>그 놈은 나를 등진 채 두목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div> <div>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뿌연 연막처럼 그가 반투명하게 보였다.</div> <div>그 놈이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목 녀석의 형상이 투시되어 보였다.</div> <div>사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div> <div>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div> <div>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그냥 이 안개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div> <div>이런 게 뽕맞은 기분인가?</div> <div><br />"우히히히히히......"</div> <div><br />나도 모르게 요사스러운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는 그 놈을 몰아 붙였다.</div> <div><br />"니가 경찰에 신고했지? 신발 놈....내 차 니가 찾아와... 신발 놈아....죽일 놈...히히히"</div> <div><br />나의 횡설수설에 그 두목 녀석이 입을 열었다.</div> <div><br />"저 새끼 진짜 왜 저래? 약을 너무 탄 것 아냐? </div> <div>완전히 미친 새끼군. </div> <div>야!! 더 이상 볼 것 없어. 처리 해!!"</div> <div><br />그는 불호령을 내리며 들고 있던 담배를 너무나도 깔끔해 보이는 바닥에 그냥 집어 던져버렸다.</div> <div>그 와중에도 나는 거친 욕설과 간교한 웃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div> <div><br />"야~~~ 신발놈아!! 내 차 내놔...강아지야!! .....히히히...."</div> <div><br />나를 등지고 있는 그 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조금 전에 나에게 약을 주사했던 건장한 청년이 옆의 탁자에서 뭔가를 집어들더니</div> <div>발걸음을 나에게로 옮겼다.</div> <div>끈 이었다.</div> <div>빳빳한 가죽 끈 같은 것을 몇 번 양쪽으로 소리내어 잡아채더니, 이내 그것을 내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div> <div>그러나 그 동작 후에 정작 그가 힘을 주어 조른 것의 자신의 목이었다.</div> <div><br />"우에엑!! 켁!! 켁!!"</div> <div><br />그 놈은 자신의 목을 조른 채 눈깔을 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div> <div>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풀려고 하는 것 같았다.</div> <div>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자식이 청년의 뒤에서 힘을 주어 목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div> <div><br />"뭐야? 저 자식!! 혼자 뭐하는거야!!!"</div> <div><br />주변의 사내들이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죽어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div> <div>그런데 연신 몇 번을 켁켁대던 그가 갑자기 가죽끈을 목에서 풀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몇 번 좌우로 꺽었다.</div> <div>달려들던 사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뒤이어 수차례 목을 꺽던 청년이 갑자기 검은 양복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div> <div>조명등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것은 족히 30센티는 돼 보이는 시퍼렇게 날이 선 회칼이었다.</div> <div>그리고 곧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div> <div>망나니의 칼춤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그는 자신에게 바라보던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연신 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div> <div>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고성이 난무하면서 사방에 핏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div> <div>칼침을 수 차례나 맞은 듯한 한 놈이 내 무릎 위에 떨어졌다.</div> <div>그의 마지막으로 남은 몇 번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빨갛게 그어진 멱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div> <div>물총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처럼 따끈한 핏줄기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div> <div>그리고 나는 그것을 즐겼다.</div> <div><br />"오 예!!!....히히히히.....푸우!!"</div> <div><br />그것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는 분무기처럼 그것을 공중에 뿌려댔다.</div> <div>몇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채 피의 제전은 계속 되었다.</div> <div>여기 저기서 날아드는 여러 개의 회칼이 마치 무당들의 칼춤처럼 화려함을 더 했다.</div> <div>두목 녀석의 정수리에 회칼이 꽂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피의 제전이 끝났다.</div> <div><br />광기어린 축제가 끝났음에도 회칼을 든 사내는 한 동안 피바다 속에서 홀로 망나니 춤을 계속 이어갔다.</div> <div>그 붉은 바다에 물을 채우 듯 그의 몸 서너군데에서 물줄기가 용솟음쳤다. </div> <div>그리고 또 한 놈이 망나니 춤을 추고 있었다. </div> <div>칼을 든 사내와 겹쳐진 형상으로 똑같이 춤을 추고 있는 놈은 내 차를 견인해 간 그 신발놈이었다.</div> <div>한참동안 망나니 춤을 선보이던 그 신발놈이 갑자기 춤을 멈췄다.</div> <div>그와 동시에 칼을 든 사내는 무너지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div> <div><br />옆 모습을 나에게 보인 채 잠시 서 있던 그 녀석이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div> <div>그리고 안개도 사라졌다.......</div> <div><br />서서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밀려왔다.</div> <div>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구의 몸에서 떨어지는 지 모르는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였다.</div> <div>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 액체 방울의 낙하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div> <div>이젠 즐겁지가 않다.</div> <div>약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즐거움도 같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div> <div>그제서야 처참한 도륙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br />"아~~~~~~~~~~악!!"</div> <div><br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div> <div>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div> <div><br />"쿵!!!"</div> <div><br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뿌려진 미지근하고 끈적한 액체의 촉감이 내 뺨에 느껴졌다.</div> <div>그리고 그 형사의 경험담처럼 바닥에 엎어져 죽어있는 한 사내의 부릅 뜬 눈과 마주쳤다.. </div> <div>그 형사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신발.</div> <div><br />"후........"</div> <div><br />긴 한숨과 함께 조금 전에 미처 뿜어내지 못한 끈적한 액체가 입 속에서 새어 나왔다.</div> <div>아...졸립다.</div> <div>오늘은 너무나도 피곤한 하루다. 집에 가고 싶다.</div> <div>나는 실신하 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div> <div></div> <div><br />"성태야...성태야....."</div> <div><br />어떤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div> <div>아버지였다.</div> <div><br />"이제 정신이 드냐?"</div> <div><br />아버지가 왠 일로 이렇게 친절하시지?</div> <div><br />"김성태...괜찮아?"</div> <div><br />사건현장에 동행했던 그 형사가 아버지 뒤에 서 있었다.</div> <div><br />"여...여기가 어디죠?"</div> <div><br />"병원이다. 이 놈아..아예 여기서 살림 차릴래?"</div> <div><br />늘 같은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속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울먹임이 느껴졌다.</div> <div><br />"아버님.. 잠깐 나가 계시죠."</div> <div><br />형사의 부탁에 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병실을 나섰다.</div> <div>아버지가 병실을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형사는 말을 이었다.</div> <div><br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못한 것 같네. 나 ㅇㅇ경찰서 강력계 1팀장 박정우 경사다."</div> <div></div> <div>"제 친구는요? 제 친구 준호는요?"</div> <div></div> <div>"니 친구는 괜찮아. 조금 전까지 병실 지키다가 집에 돌아갔다."</div> <div><br />나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div> <div><br />"너 어떻게 거길 간거냐?"</div> <div><br />"......."</div> <div><br />"니 의지로 간거냐? 아니면 납치 된거냐?"</div> <div><br />갑자기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div> <div><br />"흑......"</div> <div><br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넘어 침대속으로 젖어들었다.</div> <div><br />"김성태..."</div> <div><br />나의 흐느낌에 박형사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div> <div><br />"무서워...신발...이제 그만 내버려둬.....흑흑"</div> <div><br />쥐어짜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는 뜨거운 눈물을 연신 쏟아냈다.</div> <div>나의 흐느낌이 멈출 때까지 박형사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div> <div>10여분이 지났을 쯤,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박형사는 입을 열었다.</div> <div><br />"듣기 싫어도 들어라. 너 거기 니가 알고 간 것 아니지?"</div> <div><br />"....."</div> <div><br />"이 거 누가 적어준거지?"</div> <div><br />박형사는 그 쪽지를 나에게 들어보였다.</div> <div><br />"누가 적어준 게 아니지? 이 거 니 글씨지?"</div> <div><br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 />"사일런트 엔젤이 뭐야?"</div> <div><br />"몰라요..."</div> <div><br />나의 성의없는 대답에 박형사는 무언가를 고백하듯 긴 얘기를 꺼냈다. </div> <div><br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div> <div>몇 개월 전에 우리 수사팀은 대규모의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어.</div> <div>그 때 수사망에 포착된 조직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너와 같이 있었던 놈들이야.</div> <div>그 조직은 몇 개의 나이트클럽과 고급 스탠드바를 운영하고 있었어.</div> <div>그런데 그 조직들이 주요 근거지로 삼는 스탠드바가 하나 있었는데, 주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었지.</div> <div>철저한 회원제와 신분 보장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어.</div> <div>거기엔 얼굴 마담격의 여자가 있었는데, 미모가 얼마나 출중하고 요염했는지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군.</div> <div>그 여자가 바로 니가 찾아 낸 김나연이라는 여자야."</div> <div><br />박형사의 놀라운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div> <div><br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수사에 착수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직의 중간보스급으로 보이는 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야.</div> <div>누구냐고 물으니까 자신을 '마두'라고 소개하더군.</div> <div>물론 그 쪽 세계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었겠지.</div> <div>그 녀석은 자신과 김나연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겠다고 했어. </div> <div>무슨 장부를 하나 넘기겠다고 했는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div> <div>장부를 손에 넣기가 힘들었는지, 아니면 조직의 철저한 내부 단속 때문이었지 모르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어.</div> <div>그런데 보름 만에 마두한테 전화가 온 거야.</div> <div>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였는데 뜻 밖의 얘기를 하더라구.</div> <div>김나연이 보이지 않는다고.</div> <div>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는거야.</div> <div>그런데...."</div> <div><br />박형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div> <div><br />"그런데요?"</div> <div><br />나는 이미 박형사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div> <div><br />"그런데 마두가 횡설수설을 하는거야. </div> <div>나연이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 온대.</div> <div>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매일 밤마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다는 거야.</div> <div>수면 중에 인기척에 놀라 깨어보면 어둠 속에서 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운 상태로 노려보며 있기도 하고, </div> <div>어느 날 밤은 깨어보면 나연이가 그 소름끼치는 차림으로 화장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다는 거야.</div> <div>깨어보면 꿈이고, 깨어보면 꿈이고...매일 밤마다 악몽같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div> <div>그럴 때마다 실내에서도 사방이 안개로 뒤덮인다고 하더군."</div> <div><br />나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 했다.</div> <div>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div> <div>간신히 내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나는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br />"마두라는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div> <div><br />"........."</div> <div><br />나의 물음에 박형사가 답을 거부했다.</div> <div>분위기를 눈치 챈 나는 간략하게 다시 물었다.</div> <div><br />"주...죽었죠?"</div> <div><br />"그래"</div> <div><br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div> <div></div> <div></div> <div></div> <div>-계속-</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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