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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로의여행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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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8-06
    방문 : 24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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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54972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7
    조회수 : 616
    IP : 121.184.***.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06 14:52:48
    http://todayhumor.com/?panic_54972 모바일
    [펌] 안개2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이 놈아..정신 차렸냐?"

    흐려진 초점이 윤곽을 잡아가자 나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다.

    "개놈의 자식..나이 처먹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네."

    아버지의 푸념에는 이제 이골이 났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놈이 술처먹고 쌈질이나 하고 다니니.. 이거 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순간 오른쪽 이마가 욱신거려 손을 가져다 대었다.
    두툼한 반창고가 만져지는 것으로 보아, 어제 다쳐서 꿰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싸움 한거 아니거든요.."

    "이런 미친 놈. 그럼 어디 전봇대라도 들이받았냐?"

    "에이..좀 그만하세요."

    그 때 침대 커튼을 열어 젖히고 누군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간호사였다.

    "으헉!!!"

    나의 비명소리에 간호사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잠시 긴 한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분 나가실 때 싸인하시고, 원무과에 치료비 납부하시면 됩니다."

    간호사는 사무적인 말투로 아버지에게 말을 건넨 후 뒤돌아 걸었다.

    "아버지...나가기 전에 여기에 만날 사람이 있어요."

    "뭐? 누구?"

    "간호사요. 꼭 봐야 될 간호사가 있어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버지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한 대답을 날리셨다.

    "이런 미친 놈. 너같은 양아치 새끼가 간호사를 어떻게 알어? 어디 또 하나 후려서 어떻게 해보려고?"

    "아버지 그게 아니고.."

    "그만 닥치고 나갈 준비나 해."

    난 아버지에게 저항할 수가 없다.
    잘 생긴 외모와 부잣집 아들이라는 이유로 나에겐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
    많이 따른만큼 내 생활은 난잡해져 갔다.
    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임신 중절만도 몇 번은 되는 것 같았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몇 개월 실형을 살아본 적도 있고, 조폭 여자를 건드려 살해 위협을 받아본 적도 있다.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가 엄청난 돈을 썼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금액만도 1억 5천이 넘었다.

    그런 엄청난 빽이 되어 준 아버지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철창 속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외투를 걸치고 아버지를 뒤따라 나섰다.
    그런데 그 때 우리 앞에 경찰 복장을 한 두 사람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성태씨?"

    "네?"

    경찰의 물음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역시나 옆에 있던 아버지의 호통이 시작되었다.

    "이런 미친 놈..너 또 사고쳤냐?"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명이 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ㅇㅇ경찰서 교통계 최정수 경장입니다. 어제 새벽 ㅇㅇ동, ㅇㅇ대로에서 차로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를 하셨더군요."

    "뭐요? 제가요? 전 차를 몰지 않았는데요"

    이럴 수가....분명히 견인차가 내 차를 끌고 갔는데....이런 혹시 그 견인차 운전자가 불어버린 건가?
    아니면 어제 나이트에서 꼬셨던 그 년이 불어버린 것인가?

    "그럼 이마에 난 그 상처는 뭡니까?"

    "이..이거요? 술 먹다가 옆 테이블 애들하고 싸움이 붙어서..."

    "조사하면 나올테니까 일단 서로 같이 갑시다."

    "아니..내가 운전을 안 했다는데 무슨 증거로 가자는 겁니까?"

    내 말에 그 경장은 허탈한 웃음을 한 번 짓더니 말을 이었다.

    "지금 장난하는거요? 당신 차의 앞유리하고 에어백에 난 핏자국 당신 거 아니면 뭐요? 국과수에 넘겨 볼까요?"

    "에이...신발.."

    나는 머리를 털 듯이 긁적이며 욕설을 내뱉았다.
    옆에 서 있던 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한 마디를 내뱉고 병실을 나섰다.

    "난 싸인하고 간다."

    경찰차에 실려서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서른도 안된 젊은 양반이 경력이 화려하대."

    뒷자석의 금속봉에 채워진 수갑이 어제 나를 묶었던 들것의 밸트보다 더 단단히 나를 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때 나는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다.

    "아저씨..뭐 하나 물어봅시다."

    "뭐요?"

    "내가 사고난 것 누가 불었소?"

    "누가 불다니?"

    "아니... 견인된 차 어디서 찾았냐구요?"

    "뭔 소리야? 당신 차.. 사고 현장에 그대로 있었구만."

    "뭐요?"

    나는 순간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

    "아이...신발...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 때 문득 나는 머리 깊은 곳에 묻혀져 있는 작은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명함!!"

    견인차 운전사가 주고 간 명함.....
    나는 이곳 저곳 내 호주머니를 뒤졌다.
    이윽고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명함 대신 작은 쪽지가 손에 걸렸다.

    -사일런트 엔젤 010-9453-xxxx -

    "뭐야 이거...."

    쪽지에 적힌 엉뚱한 메세지는 그 내용만으로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적힌 글씨체는 내 것이었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쳐들고 푸념섞인 말을 내뱉았다.

    "헐..신발...미치겠네."

    이 말에 앞 좌석의 두 경찰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봐 친구, 왜 그래?"

    교통계 조사를 받는 내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경찰들이 내 말을 믿어줄 것인가만 생각했다.

    "야...그러니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레커차가 니 차를 끌고 간 다음 너는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고, 그리고 치료받고 아침에 일어났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서 왜 차 두고 도망쳤냐고 하더라 이거야?"

    "아이씨..진짜 미치겠네..."

    "너, 술 어지간히도 취했나 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가중처벌을 받을 게 뻔했다.
    상습 운전으로 실형을 살았는데 이번엔 좀 세게 맞을 수도 있다.

    "야 임마...대한민국에서 가장 효과만빵의 정상참작이 뭔지 알아?"

    "...."

    "초범이라는거야. 대한민국 그 어느 판사도 초범에 대해서는 관대해.
    그런데 너 같은 놈은 일말의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어."

    나는 교통계 경찰을 응시한 채로 조용히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나는 그의 불친절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억지로 평안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한 번만 봐 줘요..제가 누굴 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운전을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피 묻은 것도 다른 사람이 운전해서 다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저 이번에 들어가면 인생 종칠지도 몰라요."

    그러자 경찰은 몸을 뒤로 눕혀 의자에 기댄 채 팔짱을 끼며 답을 했다.

    "거참.....내가 할 말이 없다."

    눈을 뜨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동안, 나는 순간 그와 겹쳐서 뒷배경에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저씨...."

    "뭐?"

    "아저씨...머리 좀 치워봐요.."

    "뭐 새꺄?"

    "빨리 머리 좀 치워봐요!!!"

    내 눈동자의 초점이 자신의 등 뒤로 향해 있음을 안 그는 몸을 돌려 나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었다.
    얼굴만 확대되어 덩그렇게 붙어있는 벽보.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 xxx
    나이 :....
    벽보 속의 여자.
    어디선가 본 낯익은 얼굴...긴 생머리...짙은 눈썹...

    "으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작은 철제 의자와 함께 튕기 듯 뒤로 나동그라졌다.

    "야 임먀!! 왜 그래?"

    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나는 손가락으로 벽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저..여자 어제..봐..봤어요!!!"

    "뭐?"

    내 말 한마디에 나는 교통계에서 형사계로 넘어갔다.
    형사계로 넘어가자 조금 전의 교통계 조사가 얼마나 친절한 대우였는지를 바로 알게 되었다.
    강력계 형사들은 눈빛부터가 달랐다.

    "너, 이 여자 본 곳 어디야?"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한 형사가 벽보에 붙어있던 같은 전단지를 내 앞에 밀어 보이며 물었다.
    무섭게 치켜 뜬 눈과 까칠하게 돋아난 수염이 그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

    "어제....제가 사고 난데서요..."

    내 목소리는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다.

    "지금 거기로 안내해."

    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듯 싶었다.

    20여명의 의경들과 강력계 형사팀이 사고현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형사들과 같이 차를 탄 나는 몸둘 바를 몰랐다.

    "너, 그 여자 어떻게 봤어?"

    앞좌석에 탄 중저음의 그 형사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에게 물었다.

    "그게..저...."

    "확실히 그 여자 맞지?"

    "예. 맞아요.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뭐가?"

    "물에 빠져 한 참 뒤에 발견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에 여기저기 살이 뜯겨 있구요..."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그 여자가 머리에 떠오르자 소름이 밀려왔다.
    나의 머뭇거림에 형사가 말을 재촉했다.

    "계속 말해봐."

    "물에 젖은 원피스 차림으로 저한테 춥다면서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거예요."

    "그래서?"

    "그래서라뇨? 전 너무 무서워서 택시타고 도망쳤죠."

    내 말이 끝나자 그 형사는 한 숨을 길게 내쉬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 때 운전을 하고 있던 다른 형사가 그에게 물었다.

    "마두, 그 자식이 한 말과 똑같네요."

    '마두?'

    생소한 이름에 나는 귀가 쫑긋해졌다.

    "너 귀신 볼 줄 알아?"

    중저음의 그 형사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예?"

    "사람같지가 않았다면서?"

    "그렇긴 한데..."

    그러고 보니 어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내 부족한 아이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물에 불은 시체같은 여자. 병원에서 봤던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끔찍한 형상의 그 간호사.
    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리고 내 차가 왜 거기 그대로 있는거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그냥 가위에 눌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나?
    그런데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고, 현실적이었다.
    그들이 다 죽은 여자라면......그렇다면 내가 정말로?

    그리고 앞 좌석에 앉아 있는 형사들은 뭔 가?
    나의 허무맹랑한 꿈같은 얘기에 뭔 개소리냐며 호통 한 번 치지 않는가?
    그리고 귀신 볼 줄 아냐는 질문은 또 뭔가?
    거대한 음모가 서려있는 무서운 사건에 떠밀려지는 듯한 이 기분은 또 뭔가?
    당분간 술을 끊어야겠다.
    사고현장에 도착한 형사들과 의경들은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특히 도로와 인접한 개천의 풀숲은 경찰들의 주 수색 대상이었다.
    10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깁니다!!!!!"

    한 의경의 외침에 모두들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 떼처럼 풀숲 사이에 긴 선을 그으며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가드레일에서 지켜보던 나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하천 정화조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발견한 의경이 시뻘겋게 녹슨 정화조의 뚜껑을 열어놓은 채 코를 움켜쥐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거기에 있는 모든 이가 본 것은 부패되어 썩어가는 한 여자의 시체였다.
    더욱 나를 경악케 만든 것은 지금 내 눈앞의 썩어가는 이 시체가 어제 나에게 살아서 걸어왔던 그 여자라는 것이다.
    갑자기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졌다.
    시각적인 자극은 견딜 수 있었지만, 후각적인 자극이 내 위장을 파도치게 만들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있는 의경 다섯 명 정도가 고개를 돌리고 연신 구역질을 해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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