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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심해로의여행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8-06
    방문 : 24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54970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4
    조회수 : 1041
    IP : 121.184.***.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8/06 14:52:10
    http://todayhumor.com/?panic_54970 모바일
    [펌] 안개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쾅!!!!"

    뭔가에 부딪혔다. 아니 내가 뭔가를 들이받았다.
    운전대에 얼굴을 묻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
    내 술냄새를 내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과음을 했다.

    "아....신발..."

    이마에 따끈따끈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아마도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에어백이 터졌음에도 밸트를 매지 않아 창에 머리를 받은 모양이었다.
    조수석을 돌아보니 오늘 나이트클럽에서 꼬셨던 여자애가 없었다.

    "신발년....날 두고 도망쳐?"

    나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왔다.
    주변에 안개가 엷게 끼어있음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차의 보닛(bonnet)부분에서 불이 난 것처럼 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가로등을 끼고 있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이다.
    어른거리는 와중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나는 가드레일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 몸을 쉬었다.
    음주로 경찰에 걸리고 안 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은 쉬고 싶었다.
    사고 후 3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
    거슴츠레 뜬 눈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였다.
    멀리서 경광등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

    "짭새 새끼들...졸라 빨리오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들이 나를 데려가기만을 바랬다.
    내 옆에 차량이 멈춰서고, 차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괜찮아요?"

    "....."
    나의 불규칙한 숨소리와 냄새를 느꼈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

    "아저씨 술마셨구만?"

    나의 대답이 없자 그는 나의 어깨를 툭툭치며, 뭔가를 내 밀었다.

    "아저씨 내 명함이니까, 아침에 차 찾아가쇼..."

    "뭐여?"

    나는 그의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경광등을 밝힌 그 정체는 견인차였다. 경찰이 아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려 앉아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이마 찢어졌네...병원에 빨리 가보슈. 그리고 곧 경찰 올텐데 빨리 이 명함 챙기쇼...."

    그는 내 오른쪽 상의 호주머니에 명함을 끼워넣더니 내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가 견인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견인차가 멀어지는 소리로서 그가 이곳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

    "푸우....신발놈들..돈이 되면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거군."

    나는 몸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었는지 그 남자의 무성의함에 넋두리을 했다.
    늦은 가을이라 그런지 반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무지 쌀쌀했다.
    나는 반코트를 꽉 움켜쥐고 품 속으로 더 밀어넣으며,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아저씨....추워요...."

    "나도 추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다.

    "아저씨....추워요...."

    나는 갑자기 확 짜증이 밀려왔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아 신발!! 나도 춥다니까!!"

    엷은 안개속에서 가드레일을 따라 10여미터 앞에 웬 낯선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 여자의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 모습은 나를 더욱 스름끼치는 전율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원피스를 입은 온 몸이 물에 젖어있고 청백색의 피부에 소름끼칠 정도로 검은 눈과 긴 생머리.... 짙는 눈썹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그 여자가 나를 향해 두 발을 질질 끌듯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저씨....추워요...."

    "헉!!!!! 신발 당신 뭐야?"

    나는 갑자기 순식간에 체내의 알코올 모두 분해된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

    "아저씨....여기...너무...추워요...."

    점점 더 다가올 때마다 선명해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피부가 심하게 뜯겨있었고, 피부밖으로 노출된 뼈가 여기저기 보였다.
    특히 왼쪽 뺨은 피부가 거의 다 벗겨져, 속의 어금니까지 보였다.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등골이 송두리 채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나는 등 뒤의 가드레일을 지지대로 삼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뭐야..신발!!! 가..가까이 오지마...."

    나의 요구에도 그녀는 두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내 앞 2미터까지 다가왔다.

    "따다닥...따다닥...따다닥"

    오한을 느까는지 그녀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터진 왼쪽 뺨 사이로 새어 나왔다.

    "아~악!!!!!! 이...신발 오지마!!!"

    나는 내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는 와중에서도 춤을 추 듯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다.

    바로 그 때

    "이봐요, 아저씨!!!!!!!"

    낯선 남자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
    택시였다. 택시기사가 창을 열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대답도 없이 미친듯이 택시의 뒷자석에 올라탔다.
    나는 타자마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사고 그에게 부탁했다.

    "아저씨!! 아무 병원이나 가요. 빨리요!!"

    "알았소이다."

    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터기를 누르고 잽싸게 출발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뒷창을 통해 그녀를 확인했다.
    멀어지는 시야속에서 우두커니 나를 지켜보는 그녀가 보였다.

    "헉...신발!!"

    나는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뭘 그렇게 놀라슈?"

    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나의 안절부절하는 행동이 기이한 듯 물었다.

    "아저씨, 그 여자 봤어요? 무섭게 생긴 여자.."

    "무슨 여자요?"

    "방금 전 내 앞에 있던 여자 말예요!!"

    "아이고...냄새야....오늘 과음하셨구나. 이마도 다치시고..."

    기사는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룸미러를 통해 내 상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저씨!!!!!!! 그 여자 봤냐구요?"

    "못 봤는데요."

    택시기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유난스런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몸을 일으켜 앞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다시 소리쳤다.

    "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왜 못봐요!!!!"

    "아이고 깜짝이야!!! 못 봤다니까요...이 양반 많이 취하셨네...시트에 피묻히지 말고 앉아 있어요!!
    거 참 젊은 양반이 이 새벽에 뭔 짓이래?"

    택시기사의 꾸지람에 나는 앞 좌석 사이에 들이 밀었던 머리를 뒷좌석에 던지듯이 눕혔다.
    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 조금 전의 기억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봐!! 젊은 양반!! 일어나!!"

    얼마되지 않은 사이에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기사의 부름에 나는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거슴츠레 뜬 두 눈에 응급실과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병원은 사고지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이었다.

    "뭐야? 누가 여기까지 데려 오래?"

    순간 미터기에 찍힌 27,000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신발...사기꾼같으니라고..."

    나는 얼른 택시 밖으로 기어나왔다.
    따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다시 견딜 수 없는 취기가 몰려왔다.

    나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운전석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

    "아무 병원이나 가자며?"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멱살을 잡기 위해 달려 들었다.

    "이..신발....누굴 등처먹으려고.."

    기사는 내 두 손을 움켜쥔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야 임마!! 내 택시안에 니 피 묻힌 값은 내놓아야지..."

    "이...신발놈..."

    그 순간 택시기사는 들것을 밀고 병원 직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나를 밀치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야 임마!! 이따가 정신차리면 돈 받으러 올테니까 치료나 잘 받고 있어."

    열린 창문 틈으로 이렇게 한 마디 내뱉더니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차를 몰고 달아났다.
    내게 다가 온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

    "싸워서 다친겁니까?"

    직원의 친절한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말은 여전히 거칠었다.

    "몰라..신발 새끼들아!!!"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나를 제압하고 들것 위에 눕혔다.
    나는 누워서 실려가는 와중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그 기사 신발놈...죽여버리겠어....강아지...."

    응급실 내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나는 내 두 손과 두 발이 골절환자의 부목처럼 들것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았다.

    "야...신발 니들 뭐하는거야?"

    직원들은 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없이 수술실로 나를 이동시켰다.

    "야... 신발놈들아!! 나를 왜 묶어? 내가 정신병자야?"

    나의 괴성에 그제서야 들것을 밀던 직원 한 명이 내려다보며 답을 했다.

    "이봐요, 수술하다가 움직이면 당신 얼굴 찢어지는 수가 있어."

    수술실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났다.
    담당 의사에게 나를 맡긴건지 그들은 모두 수술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야!! 이것 좀 풀어줘!!!"

    나는 소리를 지르며, 바동거렸지만 도저히 내 힘으로는 벨트의 장력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야!! 이 신발 놈들아!!"

    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안개가 낀 것처럼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

    '안개...뭐야? 병원에 웬 안개?'

    잠시 후, 내가 잠시 잠잠해지자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 사람 배경에 비치는 조명등 때문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실루엣으로 보아 여자 간호사임이 분명했다.

    "뭘 쳐다봐?"

    나는 아직도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나구?"

    내 말에 그 검은 실루엣은 아무 말없이 주사기에 약을 채워 바늘을 통해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헤이....이 봐...지금 뭐하는거야?"

    그녀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주사기 안의 공기를 다 밀어내었는지 조용히 머리를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
    그 검은 실루엣의 얼굴이 나에게 충분히 가까워지자 나는 비로소 그 실루엣 속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만일 놀라서 죽는다면 이렇게 죽을 것이다.
    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시뻘건 피가 새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었다.
    귀밑까지 찢어진 입속으로 하얀 치아가 드러나 보였고, 그 하얀 치아 틈 사이로 흘러내린 핏물이 채워지고 있었다.

    "후..신발..."

    숨소리같은 나의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근육세포들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난 의식을 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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