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쾅!!!!"</div> <div><br />뭔가에 부딪혔다. 아니 내가 뭔가를 들이받았다.</div> <div>운전대에 얼굴을 묻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div> <div>내 술냄새를 내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과음을 했다.</div> <div><br />"아....신발..."</div> <div><br />이마에 따끈따끈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div> <div>아마도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div> <div>에어백이 터졌음에도 밸트를 매지 않아 창에 머리를 받은 모양이었다.</div> <div>조수석을 돌아보니 오늘 나이트클럽에서 꼬셨던 여자애가 없었다.</div> <div><br />"신발년....날 두고 도망쳐?"</div> <div><br />나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왔다.</div> <div>주변에 안개가 엷게 끼어있음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div> <div>그리고 차의 보닛(bonnet)부분에서 불이 난 것처럼 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div> <div>가로등을 끼고 있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이다.</div> <div>어른거리는 와중에서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div> <div>서 있을 힘도 없었다.</div> <div>나는 가드레일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 몸을 쉬었다.</div> <div>음주로 경찰에 걸리고 안 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은 쉬고 싶었다.</div> <div>사고 후 3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div> <div>거슴츠레 뜬 눈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였다.</div> <div>멀리서 경광등을 반짝이며 달려오는 차량이 보였다.</div> <div><br />"짭새 새끼들...졸라 빨리오네...."</div> <div><br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들이 나를 데려가기만을 바랬다.</div> <div>내 옆에 차량이 멈춰서고, 차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br />"아저씨 괜찮아요?"</div> <div><br />"....."</div> <div></div> <div>나의 불규칙한 숨소리와 냄새를 느꼈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div> <div><br />"아저씨 술마셨구만?"</div> <div><br />나의 대답이 없자 그는 나의 어깨를 툭툭치며, 뭔가를 내 밀었다.</div> <div><br />"아저씨 내 명함이니까, 아침에 차 찾아가쇼..."</div> <div><br />"뭐여?"</div> <div><br />나는 그의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div> <div>경광등을 밝힌 그 정체는 견인차였다. 경찰이 아니었다.</div> <div>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려 앉아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div> <div><br />"아저씨...이마 찢어졌네...병원에 빨리 가보슈. 그리고 곧 경찰 올텐데 빨리 이 명함 챙기쇼...."</div> <div><br />그는 내 오른쪽 상의 호주머니에 명함을 끼워넣더니 내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div> <div>차가 견인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견인차가 멀어지는 소리로서 그가 이곳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div> <div><br />"푸우....신발놈들..돈이 되면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거군."</div> <div><br />나는 몸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었는지 그 남자의 무성의함에 넋두리을 했다.</div> <div>늦은 가을이라 그런지 반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무지 쌀쌀했다.</div> <div>나는 반코트를 꽉 움켜쥐고 품 속으로 더 밀어넣으며,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div> <div><br />"아저씨....추워요...."</div> <div><br />"나도 추워...."</div> <div><br />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다.</div> <div><br />"아저씨....추워요...."</div> <div><br />나는 갑자기 확 짜증이 밀려왔다.</div> <div>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div> <div><br />"아 신발!! 나도 춥다니까!!"</div> <div><br />엷은 안개속에서 가드레일을 따라 10여미터 앞에 웬 낯선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div> <div>그 여자의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div> <div>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 모습은 나를 더욱 스름끼치는 전율로 빠져들게 만들었다.</div> <div>원피스를 입은 온 몸이 물에 젖어있고 청백색의 피부에 소름끼칠 정도로 검은 눈과 긴 생머리.... 짙는 눈썹</div> <div>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그 여자가 나를 향해 두 발을 질질 끌듯이 걸어오고 있었다.</div> <div><br />"아저씨....추워요...."</div> <div><br />"헉!!!!! 신발 당신 뭐야?"</div> <div><br />나는 갑자기 순식간에 체내의 알코올 모두 분해된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div> <div><br />"아저씨....여기...너무...추워요...."</div> <div><br />점점 더 다가올 때마다 선명해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div> <div>피부가 심하게 뜯겨있었고, 피부밖으로 노출된 뼈가 여기저기 보였다.</div> <div>특히 왼쪽 뺨은 피부가 거의 다 벗겨져, 속의 어금니까지 보였다.</div> <div>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등골이 송두리 채 얼어붙는 느낌이었다.</div> <div>나는 등 뒤의 가드레일을 지지대로 삼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div> <div><br />"뭐야..신발!!! 가..가까이 오지마...."</div> <div><br />나의 요구에도 그녀는 두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내 앞 2미터까지 다가왔다.</div> <div><br />"따다닥...따다닥...따다닥"</div> <div><br />오한을 느까는지 그녀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터진 왼쪽 뺨 사이로 새어 나왔다.</div> <div><br />"아~악!!!!!! 이...신발 오지마!!!"</div> <div><br />나는 내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는 와중에서도 춤을 추 듯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다.</div> <div><br />바로 그 때</div> <div><br />"이봐요, 아저씨!!!!!!!"</div> <div><br />낯선 남자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div> <div>택시였다. 택시기사가 창을 열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div> <div>나는 대답도 없이 미친듯이 택시의 뒷자석에 올라탔다.</div> <div>나는 타자마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사고 그에게 부탁했다.</div> <div><br />"아저씨!! 아무 병원이나 가요. 빨리요!!"</div> <div><br />"알았소이다."</div> <div><br />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터기를 누르고 잽싸게 출발했다.</div> <div>나는 천천히 고개를 뒷창을 통해 그녀를 확인했다.</div> <div>멀어지는 시야속에서 우두커니 나를 지켜보는 그녀가 보였다.</div> <div><br />"헉...신발!!"</div> <div><br />나는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div> <div><br />"뭘 그렇게 놀라슈?"</div> <div><br />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나의 안절부절하는 행동이 기이한 듯 물었다.</div> <div><br />"아저씨, 그 여자 봤어요? 무섭게 생긴 여자.."</div> <div><br />"무슨 여자요?"</div> <div><br />"방금 전 내 앞에 있던 여자 말예요!!"</div> <div><br />"아이고...냄새야....오늘 과음하셨구나. 이마도 다치시고..."</div> <div><br />기사는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룸미러를 통해 내 상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br />"아저씨!!!!!!! 그 여자 봤냐구요?"</div> <div><br />"못 봤는데요."</div> <div><br />택시기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유난스런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div> <div>나는 몸을 일으켜 앞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다시 소리쳤다.</div> <div><br />"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왜 못봐요!!!!"</div> <div><br />"아이고 깜짝이야!!! 못 봤다니까요...이 양반 많이 취하셨네...시트에 피묻히지 말고 앉아 있어요!!</div> <div>거 참 젊은 양반이 이 새벽에 뭔 짓이래?"</div> <div><br />택시기사의 꾸지람에 나는 앞 좌석 사이에 들이 밀었던 머리를 뒷좌석에 던지듯이 눕혔다.</div> <div>나는 길게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 조금 전의 기억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div> <div></div> <div>"이봐!! 젊은 양반!! 일어나!!"</div> <div><br />얼마되지 않은 사이에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div> <div>기사의 부름에 나는 천근만근같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div> <div>거슴츠레 뜬 두 눈에 응급실과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그 병원은 사고지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이었다.</div> <div><br />"뭐야? 누가 여기까지 데려 오래?"</div> <div><br />순간 미터기에 찍힌 27,000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br />"이런 신발...사기꾼같으니라고..."</div> <div><br />나는 얼른 택시 밖으로 기어나왔다. </div> <div>따뜻한 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다시 견딜 수 없는 취기가 몰려왔다.</div> <div><br />나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div> <div>운전석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div> <div><br />"아무 병원이나 가자며?"</div> <div><br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멱살을 잡기 위해 달려 들었다.</div> <div><br />"이..신발....누굴 등처먹으려고.."</div> <div><br />기사는 내 두 손을 움켜쥔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div> <div><br />"야 임마!! 내 택시안에 니 피 묻힌 값은 내놓아야지..."</div> <div><br />"이...신발놈..."</div> <div><br />그 순간 택시기사는 들것을 밀고 병원 직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나를 밀치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div> <div><br />"야 임마!! 이따가 정신차리면 돈 받으러 올테니까 치료나 잘 받고 있어."</div> <div><br />열린 창문 틈으로 이렇게 한 마디 내뱉더니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차를 몰고 달아났다.</div> <div>내게 다가 온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div> <div><br />"싸워서 다친겁니까?"</div> <div><br />직원의 친절한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말은 여전히 거칠었다.</div> <div><br />"몰라..신발 새끼들아!!!"</div> <div><br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나를 제압하고 들것 위에 눕혔다.</div> <div>나는 누워서 실려가는 와중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br />"그 기사 신발놈...죽여버리겠어....강아지...."</div> <div><br />응급실 내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나는 내 두 손과 두 발이 골절환자의 부목처럼 들것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았다.</div> <div><br />"야...신발 니들 뭐하는거야?"</div> <div><br />직원들은 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없이 수술실로 나를 이동시켰다.</div> <div><br />"야... 신발놈들아!! 나를 왜 묶어? 내가 정신병자야?"</div> <div><br />나의 괴성에 그제서야 들것을 밀던 직원 한 명이 내려다보며 답을 했다.</div> <div><br />"이봐요, 수술하다가 움직이면 당신 얼굴 찢어지는 수가 있어."</div> <div><br />수술실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났다.</div> <div>담당 의사에게 나를 맡긴건지 그들은 모두 수술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div> <div><br />"야!! 이것 좀 풀어줘!!!"</div> <div><br />나는 소리를 지르며, 바동거렸지만 도저히 내 힘으로는 벨트의 장력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div> <div><br />"야!! 이 신발 놈들아!!"</div> <div><br />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div> <div>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안개가 낀 것처럼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div> <div><br />'안개...뭐야? 병원에 웬 안개?'</div> <div><br />잠시 후, 내가 잠시 잠잠해지자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div> <div>그 사람 배경에 비치는 조명등 때문에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실루엣으로 보아 여자 간호사임이 분명했다.</div> <div><br />"뭘 쳐다봐?"</div> <div><br />나는 아직도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div> <div><br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나구?"</div> <div><br />내 말에 그 검은 실루엣은 아무 말없이 주사기에 약을 채워 바늘을 통해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div> <div><br />"헤이....이 봐...지금 뭐하는거야?"</div> <div><br />그녀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주사기 안의 공기를 다 밀어내었는지 조용히 머리를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div> <div>그 검은 실루엣의 얼굴이 나에게 충분히 가까워지자 나는 비로소 그 실루엣 속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div> <div>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만일 놀라서 죽는다면 이렇게 죽을 것이다.</div> <div>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시뻘건 피가 새하얀 얼굴에 수많은 세로선을 긋고 있었다. </div> <div>귀밑까지 찢어진 입속으로 하얀 치아가 드러나 보였고, 그 하얀 치아 틈 사이로 흘러내린 핏물이 채워지고 있었다.</div> <div><br />"후..신발..."</div> <div><br />숨소리같은 나의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근육세포들이 멈춰버렸다.</div> <div>그리고 난 의식을 잃었다.</div> <div></div> <div><br />-계속-</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