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1. 모든 스포츠 종목에는 해당 종목 강팀과 약팀, 강국과 약소국이 있다.
fact2. 때로 그 팀별(나라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종목에서는 몇몇 강국이 나머지 나라를 압살해버린다.
fact3. 그런식의 한방향 게임이 매번 이어지면 팬들이 경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fact4. 너무 경쟁이 안되거나 팀별 격차가 쉽게 극복되지 않는 종목의 경우 영구적/한시적으로 올림픽과 같은 종합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4번 항목의 경우, 히말라야 산맥 옆 어느 소수부족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으로 돼지 오줌보를 주고받는 민속 운동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세계인들이 모두 함께 즐기기 힘들다거나 하는 종목이라면 아예 채택이 안되거나 시험삼아 몇번 해보고 퇴출 시키겠죠. 반대로 지금 당장은 팀 간 격차가 너무 심하여 제외를 시키더라도, 해당 스포츠가 점차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추세라면 천천히 추이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한시적 제외'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되었다는 것을 아주 신나서 이슬람교도들 코란 경전 모시듯 뭔 논리 펼때마다 고이고이 모셔와 사용하시는 일부 분들 계시는데요, 야구 정도 종목이면 자꾸 소수소수 운운하지만 꽤나 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물론 축구 인프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것은 축구의 인프라가 그만큼 막대하게 넓은 것일 뿐 야구 인프라를 축구에 비교해가며 애써 작다고 표현할 수준 정도는 아니란 거죠. 게다가 인프라도 느리긴 하지만 꾸준하게 조금씩 넓혀가고 있습니다. 메이져리그의 팜이 발전할수록 여러 나라에서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그 덕에 중남미의 여러 나라가 야구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죠. 한국과 일본도 세계 야구 인프라를 넓히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구요. 따라서 지금은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되었다고는 하나, 10년 20년 뒤에는 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라는 겁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 퇴출론이 나오고는 있죠. 하지만 야구는 퇴출된다고 끝이 아닌 종목입니다. 지금의 팀간 격차는 너무 크지만, 그건 지금 이야기일 뿐이고 중국야구가 무섭게 성장해 오고 있으며 몽골/파키스탄 등은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나라입니다. 그들이 10년 20년 뒤에 얼마나 성장할지 모른다는 것은 월드컵에서 0:9로 박살났던 역사를 뒤로한 채 수많은 피와 땀과 노력을 쏟아부어 어느새 4강신화, 원정 16강 신화를 쓰고 있는 한국 축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지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팀간 실력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나, 그래서 경기가 재미가 없다는 것, 그런 이유로 야구가 퇴출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지금 현 시점에서 야구 인프라에 대한 문제일 뿐입니다. 재미가 없고, 잘하는 팀 못하는 팀 사이에 간격이 너무 크고, 이것들은 모두 정확한 사실이라고는 하나 그 원인은 아시아 야구 인프라가 좁다는 문제란 얘깁니다.
이런 것에 대한 지적만 하면 됩니다. 아직은 야구가 이런 국제대회에서 포함되기에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이정도 지적이면 타당합니다. 야구 팬이든 아니든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고, 야구 팬이라면 그 해결책을 위해 고민할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화를 내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그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꾸 야구 금메달의 가치가 없다는 둥, 혹은 그 논리가 반박을 당하자 그에 대한 근거랍시고 들이미는 것이 한국 빼고 나머지 팀들은 다들 불성실하게 대회를 준비했다는 둥 이런 궤변을 늘어놓기 때문이죠.
금메달 가치가 없다는 말에 대해서는 길게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뭐 이제는 저런 논리(?) 펼치는 사람도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요. 어떤 종목이 각 나라별 실력차가 너무 심하게 나서 특정 한 두 국가가 압도적 힘으로 매번 우승을 가져간다고 하면 그건 그 종목 자체가 가진 인프라 문제라거나 뭐 그런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선수 개개인이 노력해서 얻은 금메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생이랑 대학생이랑 둘이 붙여놓고 대학생이 이겼는데 그걸 그리 기뻐해야 하냐구요? 그게 무슨 동네 이장님배 논두렁 달리기 대회라면 대학생 형님이 열심히 뛰기 민망한 상황일지 모르지만 내 나라 대표로 선출되어 그자리에 국제대회 금메달을 걸고 서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뛰어야죠. 상대가 초등학생이든 뭐든 그게 뭔 상관이랍니까? 그래서 압도적 차이로 이겼든 말든 그게 뭔 상관입니까? 나는 내 나라의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것만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운 일이지, 상대가 초딩 수준이든 중딩 수준이든 그런거 신경쓰면서 내가 딴 메달 부끄러워 해야하는 겁니까?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한국 빼고 나머지 팀들이 불성실하게 준비했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한가지 물어볼께요. 자꾸 축구랑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선출에서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넣었죠? 박주영도 매우 훌륭한 선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중원의 지휘자인 박지성은 왜 안 넣었나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박지성을 넣지 않았다고 이번 축구 대표팀이 불성실하게 임하는 겁니까? 아니죠,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안게임의 축구 국대 나이제한은 각 나라들에게 불성실하게 최고가 아닌 팀을 꾸려나오라는 규정이 아니고, 그렇게 선수를 선출하고 팀을 꾸려 나온 팀들 역시 불성실하거나 나태하게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프로 1군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성실했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겁니까? 사회인 야구팀이라고 해서 뭔 야구 동호회 사람들 대충 데려 나온게 아니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설명해주셨고, 아마 대회에 프로 1군 안 데려나왔다고 불성실한게 됩니까?? 이게 무슨 프로야구 올스타전도 아니고 말이죠. 오히려 관련 규정이 없다고 해서 아마대회에 프로 1군 올스타들 다 끌고 나온 한국/대만이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양국은 리그 핵심선수들의 병역특례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요. 나름 아마 선수들 중에 최고 선수들로 꾸려 나온 일본이 불성실했다는 근거는 어디 있나요? 단순히 한국/대만은 프로 데려 나오는데 일본은 프로 안 데려나왔다?
대만 얘기로 넘어가면.. 더 슬퍼집니다. 대만 이번에 해외파까지 동원한 자기들 나름의 드림팀입니다. 우리랑 같이 주력선수들 군문제가 걸려있다더군요.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하고 WBC때의 수모를 갚겠다고 이를 박박 갈고 나온 팀을... 그냥 전력차가 좀 나다보니 우리가 이겼다고 해서 순식간에 '2군 끌고 나온 불성실한 팀' 취급이라니오. 대만 능욕입니까 이건??
중국도 자기네 리그가 없어 그렇지 국대 야구팀 꾸려서 꾸준히 국제대회 참가를 해왔습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구요(대만도 잡아본적 있음)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단지 한일+대만 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 뿐인데, 그게 중국이 불성실한 탓인건가요?
파키스탄, 태국, 몽골 등은 야구를 이제 막 시작한 나라들입니다. 실력은 형편없을지 몰라도 야구에 대한 꿈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노력해 대회에 나왔습니다. 장비도 없고 사람수도 부족하지만, 그게 그들이 불성실해서 그런 것일까요? 이들더러 불성실하다 말하는 분들은 그럼, 썰매하나 없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도전도 불성실한게 되나요?
얼토당토 않은 소리들 하지 마세요. 실력차가 좀 크게 난다고 해서 실력 없는 팀들이 불성실한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거란 말입니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한 그들의 열정을 이렇게까지 무시하시나요? 도대체 스포츠 정신 같은건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오셨습니까?
축구가 됐든, 야구가 됐든, 스포츠 종목에 뭐가 더 낫고 뭐가 더 못하고 이런건 없습니다. 각 종목 팀들이나 선수들은 나름대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최고의 준비와 노력을 거쳐 올라옵니다. 하지만 실력차는 존재할테고, 종목에 따라 그 격차가 너무 크게 나서 보는 사람들이 재미가 없을지는 몰라도, 그래서 아시안 게임 종목에서 퇴출을 고려하는게 사실일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태했다거나 불성실했다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실력이 없다고, 실력차가 난다고 불성실했다 매도하는 것은 해당 종목의 팬들과 스포츠인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아시안게임 야구가 팀별 수준차이가 심해서 재미 없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근데 그 말만 하면 누가 뭐라 합니까? 왜 굳이 거기다 메달의 가치 운운한다거나 우리 빼고 나머지 팀들이 불성실했다는 엄한 사족을 붙이나요? 그렇게 가져다 붙인 말이 전세계 야구팬에 대한 모욕이자 스포츠 정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란 걸 모르시나요? 아무래도 저런 발언들을 하시는 분들은 그게 야구팬을 모욕하는 말인줄 모르시나 봅니다.
그러니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어 놓구선 야구팬들이 발끈하니까 왜 야빠 축빠 나눠서 싸움을 거느냐는 적반하장식의 발언들을 하시겠죠..
야구고 축구고 다 재미있고 즐거운 스포츠입니다.
아시안게임 야구가 팀간 실력차가 너무 심해 재미없는건 사실입니다.
근데 그 얘기에 은근슬쩍 묻어가면서 다른나라 야구팀들이 불성실했다는둥, 너무 쉬워서 메달 가치가 없다는 둥 이런 얘길 섞는 것은 그냥 야구에 악감정 가진 사람들이 야구 까고 싶어서 억지 쓰는걸로 밖에 안보입니다. 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구요? 베스트랑 스포츠 게시판 조금만 뒤져보면 금방 나옵니다. 아시안 게임 야구 재미없다는 글 중에 그냥 그 얘기로만 끝낸 글이 거의 없습니다. 전부 다 자기 논리에 억지로라도 근거 붙이겠답시고 저런 억지를 가져다 붙여놨지.
스포츠란 뭡니까? 최선을 다해 자신의 한계와 맞서 싸우는 이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그걸 보고 힘을 얻고 응원해주는 팬들의 마음이 합쳐진 어떠한 존재입니다. 어느 종목이 다른 종목보다 우월하고 자시고 가릴 수도 없고, 어느 종목 어느 팀 선수이든 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부디 억지로 남들이 좋아하는 종목 까내려가며 쓸데없는 싸움 벌이려는 분들은 자기 좋아하는 종목 만큼, 남들의 기호도 소중하다는 것을 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겟돈사기연합(게임 돈내고 사기 연합)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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