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양대 축이었던 태평양 전쟁은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연구되는 대상이다. 특히 30년 가까운 일제강점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갈등으로 인해 태평양 전쟁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고 본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역사나 군사를 다루는 블로그 및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태평양전쟁에 대한 수많은 글들을 볼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들의 상당수는 구 일본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비난, 구 일본군에 대한 희화화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며, 좀 더 심도 있게 들어간 가치 있는 글에서도 태평양 전쟁 기간동안 수행된 일본군의 전술, 작전, 전략과 그에 관련된 분석을 넘어서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은 왜 패전했는가?'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해답에 도달하는 글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참모본부와 육군대학교』의 저자인 쿠로노 타에루(黑野耐)는 방위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육상자위대에 입대한 것을 시작으로 육상막료감부 조사원, 제2특과군장을 거쳐 육장보를 역임하는 등 긴 자위대 복무를 비롯, 퇴임 이후에도 방위청 방위연구소에서 전사부 주임연구관을 역임하는 등 긴 자위대 경험과 연구기간을 가진 학자이다. 그는 일본 패전의 근본적인 원인을 '군정과 군령이 분리됨으로써 발생한 정략과 전략의 불일치', '정세에 적응하지 못한 군사교육'이라고 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패전의 근본 문제를 찾기 위해 일본 육군의 탄생기인 18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와 사이고 스구미치(西郷從道)의 주도로 어친병이 편제되고 세이난전쟁(西南戰爭)을 거쳐 일본 육군이 확립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것에서 시작해, 참모본부의 독립과 그 성립 과정에서 야마가타가 끼친 영향, 근대적 군령체계인 통합참모본부의 무산과 그로 인한 육해군의 갈등관계의 성립, 육군대학교의 성립과 그 교육과정, 참모본부 초기 청일전쟁에서의 성과와 문제의 심화, 러일전쟁 과정에서의 육군대학교 졸업생의 대두와 대본영의 구성과정 및 갈등, 1차 세계대전과 중일전쟁 과정에서 육군대학교의 패착, 2차 세계대전에서의 갈등과 문제점을 순서대로 짚어간다.

일본군(특히 육군)의 성립과정과 발전과 문제점, 일본이라는 국가의 전시체제 자체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최종적으로 저자 쿠로노 타에루가 제시하는 '군정과 군령이 분리됨으로써 발생한 정략과 전략의 불일치', '정세에 적응하지 못한 군사교육'이 일본 패전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증명한다.


일본 육군의 성립과 참모본부의 구성과정 및 1, 2차 세계대전에서 영향을 끼친 인물들과 그 역할 및 갈등에 대한 간결하고도 핵심을 짚는 서술은 여태까지 단순히 희화화되어 웃음거리로 받아들여지거나, 간단히 무능으로만 치부되던 구 일본군의 여러가지 문제점. 예를 들어, 구 일본 육군과 해군간의 갈등, 일본 국내 정치문제, 보급문제, 도죠 히데키의 전시정부 등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분석을 제시한다.


전직 자위대원이 작성한 서적이라는 면에서 다소 생소한 군사용어나, 일본 특유의 조어나 용어는 어느정도 독자의 기반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으나, 태평양 전쟁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큰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이며, 현직 변호사인 최종호씨의 깔끔한 번역이 독자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 최종호씨의 번역과 개인적인 노력으로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경직되고, 국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구 일본제국과 구 일본군에 대해 새로우면서도 좀 더 깊은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국내의 군사서적 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좋은 책이 관심을 받지 못하여 묻히고 마는 것이 매우 아쉽다. 군사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책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출처: http://m.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26195433&articleid=9860&page=1&boardty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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