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color="#0000ff">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때 만들어진 글이라고 합니다. 인간사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에 대해 훌륭하게 표현한 원 저자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원 저자에게 부끄럽게도, 현재 대한민국 상황은 저자가 우려했던 내용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듯 합니다. 어렵고 고매한 정치철학의 결여는 사회에 어려움을 가져오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본적인 상식과 당연한 도리의 총체적 부실입니다. 이것은 어려움 정도가 아니라 재앙을 가져옵니다. 상식이 진리가 되는 세상이 되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물론 포기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복잡한것 그만두고 상식부터 굳건히 세우는 일" 그것이 사회와 국가의 건전성을 위해 노력하는 행동일 것입니다. </font></div> <div>---------------------------------------------------</div> <div> </div> <div>점심내기 오락을 한 판 했습니다. 이겼습니다. 아니 그런데 진 놈이 그럽니다. '오늘 점심이라고 우리가 언제 얘기했냐. 점심 사는 시기는 내가 정한다.' </div> <div> </div> <div>열 받아서 '오늘 점심'이라고 정하고 다시 내기를 했습죠. 이번에도 이겼습니다. 진 녀석이 다시 한마디 하네요. '밤12시에 우리 집에 와라. 거기서 사겠다.' 항의하니까 한마디 더 하더군요. '점심은 낮12시에 먹으라는 법 있냐?' </div> <div> </div> <div>점심 내기 할 때마다 이 샤끼는 꼭 이런 식으로 이상한 조건을 붙입니다. 죽빵을 한 대 날릴려고 하니까 이 자식 한다는 말이 '그래 그럼 점심 값 중 100원씩만 자기가 내준다'는 거에요. '점심 내기가 점심값 전체라고 우리가 언제 얘기했냐는거죠.' 요 녀석 혼내주는 좋은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div> <div> </div> <div>아, 당연히 오전 11시에 점심 내기 하면 잠시 후 12시 경에 회사 근처에서 내기한 사람들끼리 평소에 사먹던 그 정도 메뉴를 진 사람이 점심값 전체를 내는 걸로 생각하고 합니다. '점심내기'라는 그 한마디에 이 모든 내용이 포함되는거죠. </div> <div> </div> <div>모든 거래에는 우리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에 바탕해서 그 내용을 미주알 고주알 계약서에 쓰지 않고 일을 진행합니다. '점심내기'라는 말에 포함된 묵시적인 합의가 없다면, '점심내기'의 의미를 규정하는데 한시간 정도 보내야하고, 상거래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없다면 모든 회사간의 계약서는 두꺼운 책 한권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약서를 두꺼운 책 한 권으로 만들려는 시장행위자는 어떤 방법이든 시장에서 퇴출시키는게 제일 남는 장사입니다. </div> <div> </div> <div>이런 놈들 퇴출시키는게 남는 장사라는 이론. 거창하게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접근법'이라고 칭해지는 제도경제학파의 이론입니다. 경제사회학에서도 많이 받아들이고 있죠. </div> <div> </div> <div>정치에서도 비슷합니다. 발전한 민주주의란 절차과정을 제대로 지키는 형식적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묵시적 합의의 정도를 크게 하고 그 내용을 지키는 내용상의 민주주의도 포함합니다.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상식'이란 이러한 묵시적 합의의 내용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div> <div> </div> <div>폭발하는 국민의 분노는 요상한 조건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을 깨려는 이상한 토달기에 대한 분노입니다. 적어도 대통령 탄핵은 그 사유가 중대해야 한다는 것은, 설사 '중대'라는 말이 법조문에 없어도 모두가 이해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적어도 다음 달이면 선거를 치를 국회에서 극히 시급한 이슈가 아닌 한 중대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그것이 정치적 결정일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은 정치행위자 모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입니다. </div> <div> </div> <div>이 묵시적 동의의 내용을 깨기 시작하면 '점심내기'도, 기업간의 상거래도, 안정된 정치공방도 불가능해집니다. 세상 모든 일은 이러한 묵시적 동의를 그 근저로 깔고 있습니다. 이 동의를 깨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행위자들은 어떤 방법이든 그런 식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와 조직을 바꿔 나갑니다. 필요할 경우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을 깨는 일부 행위자와는 거래를 안합니다. </div> <div> </div> <div>우리나라는 절차상의 형식 민주주의가 잘 완성된 나라입니다. 쿠데타도 의회 내에서만 가능할 정도로 형식 민주주의가 안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상식, 정치의 '묵시적 합의'의 범위는 매우 협소합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비용'이 들어갑니다. 적어도 정치지도자들은 이 범위를 넓히고 정치적 행위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정치적 행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나갈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란 그런 것입니다. </div> <div> </div> <div>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씩 조금씩 비용을 줄이고 합의의 범위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한-민 도당의 이 번 탄핵안 가결은 그러한 역사적 과정에 대한 반동입니다. 안그래도 그 범위가 좁아서 거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나라에서 아예 지네들 맘에 안들면 정치라는 거래를 망쳐버리겠다는 깽판선언입니다. 이 깽판과 이 반동에 대한 분노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이유입니다. 이래가지고는 장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번 탄핵사태를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형식 민주주의의 위기라서가 아니라 정치행위와 거래의 근저를 이루는 묵시적 합의(=상식)를 깨기 때문입니다. </div> <div> </div> <div>아무리 생각해봐도 '점심내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그 자식을 아예 빼고 내기를 하는게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이 자식 퇴출시켜 버려야 겠습니다. 이 자식 없애고 내기하면 이겨도 즐겁고 져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올 4월15일에 그래야 겠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