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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테슬라고환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7-30
    방문 : 26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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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20167
    작성자 : 테슬라고환
    추천 : 1
    조회수 : 483
    IP : 211.176.***.21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6/10 01:07:14
    http://todayhumor.com/?readers_20167 모바일
    예전에 썼던 소설 도입부인데 한번 봐주세요...
    마저 찾아서 긁어 올려봅니다. 음...뭐였더라 몇년전에 기욤뮈소꺼 구해줘 보고 삘받아서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사람 소설 항상 똑같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게 에러네요...

    제목:너희 집 옷장속의 해골

    오리건 1995년. 겨울. 그 해는 눈보라가 유난스럽게 몰아치던 해였다.
    테일러 윌리엄스는 할아버지 잭슨 윌리엄스와 함께 오리건의 산속 오두막집에서 사는 소녀였다. 
    그녀가 사는 곳은 여름에는 숲이 수근대고 겨울이면 눈꽃이 가득 피어나는 파인즈 앤드라는 이름의 작은 임업 마을이었다.
    태일러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그녀는 3학년 까지는 학교에 다녔었지만 그 후로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적응하지 못했냐면, 아이들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비밀이냐면, 그녀는 사실 사생아였다.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귀한 남자와 천한 여자의 신분을 넘어서는 염분의 결과 같은 들어줄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잔인한 사연을 가진 사생아였다. 
    태일러의 어머니 도리스 윌리엄스는 21살 때 강간당해 테일러를 임신했다. 도리스는 차마 그녀를 낙태할 수 없어 테일러를 낳았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녀의 한계였다. 도리스는 테일러를 고아원에 맡기려 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런 도리스를 말렸다. 그는 테일러를 보살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얼마 안 돼서 테일러의 어머니는 고향을 떠나 버린다. 아무도 그녀를 더럽거나 불쌍한 여자 취급하지 않을 곳을 찾아서. 
    테일러에게 어머니나 아버지는 없었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녀를 친 딸처럼 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을사람들은 태일러가 태어나게 된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끔찍한 범죄의 부산물 취급했다. 이 자그마한 깡촌마을에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오직 할아버지 한 사람 뿐 이었다. 
    태일러는 자신이 학교에서 겉돈다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다. 태일러가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걸 그녀의 외할아버지 잭슨이 알게 된 건 3년 전 그녀가 3학년 이었을 때 무렵이었다. 태일러가 아이들한테 붙들려서 2시간동안 나무에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사실을 알고는 진절머리가 나서 이사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20년 넘는 군 생활을 끝내고 연금으로 살아가는 할아버지에게 이사란 어려운 일 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태일러를 학교에서 빼 내기로 했다. 그렇게 2년전부터 태일러는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하루는 속담을 공부하다 태일러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Skeleton in the closet.
    “이게 무슨 뜻이에요 할아버지?”
    “말 할 수 없는 비밀이란 뜻 이지.”
    점심으로 먹을 베이컨을 굽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저 같은 거네요.”
    태일러는 이해했다는 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그는 그가 방금 무심결에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손에 든 프라이팬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테일러 윌리엄스, 똑똑히 말하지만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넌 그딴 게 아니야.”
    그리고 테일러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잭슨은 점심을 마저 준비하고 점심 식사를 했다. 그렇게 불편한 질문은 넘어간 듯 했다. 하지만 그 날부터 밤마다 그녀의 옷장에서 삐그덕 대는 소리가 들렸다. 태일러는 며칠이고 그소리를  애써 무시했지만. 어느날 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옷장에서는 커다란 해골이 튀어나와 그녀를 덮쳤다. 테일러는 비명을 질렀고, 할아버지가 벌컬 문을 열고 들어와 손에든 야구 방망이로 망설임 없이 해골을 후려쳤다. 우지끈 소리가 나고, 다시 한번 날아든 방망이에 해골은 방안의 가구들에 부딪쳐 부서지며 누워버렸다. 

    집 뒤뜰에 해골 조각들을 묻으며 태일러는 물었다.
    “뭐에요? 이거...” 그녀는 불안해했다.
    “글세. 하지만 앞으로 뭐가 나오던. 언제든지 내가 부숴 버릴 거다. 넌 걱정 말거라.”할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해골을 날려버린 그날 이후로 옷장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리스는 시내에 있는 식당의 웨이트리스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세들어 사는 아파트에 돌아왔다. 그녀는 가난했다. 팁 이라도 잘 받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남자들에게 아무리 잘 쳐줘도 퉁명스럽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녀는 언제나 손님들이 예의상 놔두고 가는 팁 만을 챙길 뿐 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녀는 항상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식당 주인인 찰리가 좀 사근사근 해 질 순 없냐고 불평해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아버렸다. 그녀는 이제 곧 서른셋이다. 어렸을 때만 해도 좀더, 활기차고 매력적 이었던 것 같았는데. 그것도 이제는 어렴풋한 옛 기억일 뿐 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녀는 열쇠를 꺼내 닳아빠진 열쇠 구멍에 끼워 넣었다. 찰칵 하고 열쇠가 맞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야 했지만, 열쇠는 걸려 돌아가지 않았다. 문이 이미 열려 있었다. 문 틈으로 라디오 소리와 늙은이의 쾌활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도리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플라이즈. 하하.”
    오랜만에 그녀의 좁은 아파트에 음식같은 음식 냄새가 났다. 잭슨은 앞치마를 두르고 파스타를 데치고 있던 중 이었다.
    “아버지? 또 문 따고 들어오신거죠? 몇 번이나 제가 말했어요?”
    도리스는 예의상 투덜거렸다.
    “30년 동안의 군 생활이 내게 준 거라곤 온갖 자물쇠들에 대한 압도적인 지배력 밖에 없더구나. 늙으면 사람들은 자기한테 남아있는 재능에 몰두할 수밖에 없지. 이 나이 되서까지 잘되면 그게 진짜 베기란다. 좀더 젊었을 때 깨닳았으면 프라하에서 융프라우까지 온갖 나라의 온갖 중요한 곳들의 자물쇠들을 따고 다녔을텐데...”
    “아쉽네요.”
    그녀는 구워진 돼지갈비를 집어 들어보며 건성건성 말했다. 
    “그래 아쉽지. 아쉬우니까 아쉬운 데로 키마스터, 슈프림이라고 불러다오.”
    “예... 키마스터.”
    “콤마, 슈프림. 어서!”
    “키마스터..., 슈프림”
    “그래, 슈프-림!”

    같이 식사를 하다 잭슨 윌리엄스는 딸 도리스 에게 말했다.
    “앞으로 3개월 있다 나는 죽는단다.”
    3개월 있다가 이사간다는 듯이 별 것 아니란 투였다.
    “뭐라고요?”
    그래서 그녀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이윽고 또 장난을 친다는 생각이 들자 이번에는 화가 났다.
    “아버지, 그런 장난 치시는 거 아니에요.”
    “ 나 장난치는 거 아니다. 췌장암 이라더구나. 이미 전이까지 시작 되서 의사 말로는 손쓸 방법이 없다더구나. 입원하겠냐고 묻더구나.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나왔지.”
    "진짜에요?"
    "네 엄마 루이스의 이름을 걸고. 사실이란다."
    “맙소사... 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안되... 안된다고요.”

    “사람은 언젠가 다 죽는단다. 오히려 감사하지. 언제 죽을지를 신께서 알려주신 게야. 그분도 테일러가 불쌍하신 게지. 덕분에 이렇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단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고, 도리스는 흐니끼고 있었다.

    “안돼, 안돼요. 다시 한 번 검사 해봐요. 다시요.”
    “두번이나 더 해봤단다.”

    “도리스, 내가 온건 부탁이 있어서란다. 내가 죽으면 테일러가 갈데가 없어져. 네게는 미안하지만 오늘 나는 죽기 직전의 노인에게 신께서 부여해 주시는 권능을 땡겨 쓸 작정으로 왔단다.” 말해도 되겠니? 그런 투로 손가락을 세모지게 포개고  노인은 그녀를 바라봤다.
    “...말씀하세요.”
    “내 마지막 소원이란다. 테일러를 거둬다오.”

    며칠 후 파인즈 앤드의 자그마한 오두막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잭슨은 테일러와 통나무를 쪼개고 있었다.
    도리스가 산골 오두막을 찾아왔다. 그녀는 나이 들었고 피곤해 보이는 여자였지만 아직은 예쁜 금발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도리스는 12년 만에 고향집에 찾아왔다.
    “아, 도리스.”
    “아버지 몸도 안 좋은데 뭐하는 거에요. 어서 들어가요.”
    “저기... 안녕하세요?”
    그녀는, 창백한 피부에 나이치곤 키가 큰 여자애였다. 해진 청바지에 붉은색 체크 셔츠를 입고 머리에는 목수들이 흔히 쓰는 꼬리달린 털모자를 썼다.
    “애가... 테일러 인가요?”
    그녀는 테일러에게 다가가 손을 대보려 했지만 손끝을 바들거리며 떨더니 끝내 그녀를 만지지 못했다.
    “테일러. 네 엄마란다.”
    보다 못한 잭슨이 테일러에게 말했다. 
    “아버지?”
    “왜 그러니 도리스. 넌 얘 엄마다. 이건, 너희는 이런 건 사는 게 아니다. 오 도리스 제발.”
    늙은이는 울먹였다.
    도리스는 그날 하룻 밤을 고향집에서 묵고 갔다. 하지만 테일러에게 말을 붙이지는 못했고, 테일러 역시 그런 그녀를 불편해했다.
    그리고 2개월 후 세 사람은 병원에서 만난다.
    잭슨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나요?”
    “지금으로 봤을 땐 어렵습니다. 준비 하셔야 할 겁니다.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사실 지금까지 버티신 것도 대단한 거에요.”
    차트를 든 흑인 여의사가 도리스에게 딱하단 듯 말했다. 테일러는 옆에 앉아 할아버지의 손을 하염없이 잡고 있었다. 테일러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도리스는 자신이 싫어져 버렸다. 여전히 테일러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도리스는 밖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슬픔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 것 만 같았다.

    잭슨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이상한 생물을 만났다. 순무 비슷한 생물 이었다. 순무같은 몸통에 입사귀와 줄기가 사지처럼 뻗어있고, 몸통에는 귀염성 있는 얼굴이 나 있었다.
    어디서 이걸 봤더라...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기억해 냈다. 언젠가 학교에서 테일러가 그려왔던 친구 그림 이었다. 흔히 있는 상상 친구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그것 이었다.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 거구나 그렇지 않느냐? 무 대가리야.”
    무 대가리는 이야기했다. 당신 손녀가 당신을 살리고 싶어 한다고. 그녀는 한사람을 살려낼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온건 당신의 의사를 물으러 온 거라고. 싸구려 봉제 인형처럼 생겨가지고 한나라의 사절이나 된 투로 이야기를 했다.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꿈속에서 한참을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말했다.
    “안돼. 결국 난 언젠가 죽을 태고, 그럼 도리스랑 테일러는 평생 제대로 된 어른도 못 되고 끝날 게 아니냐? 늙은이는 이제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된 걸 알아야해. 결국 더 늦기 전에 나는 물러나야 한단다. 이제부터라도 둘이서 해 봐야지. 잘되던 안 되던 어쨌던 스스로 해봐야 한단다. 기회조차 없었는데, 내가 마지막 선물로 그걸 주게 됐단다. 그걸 빼앗지 말아라.”

    잭슨의 심장이 멈췄다. 
    도리스와 테일러는 서글프게 울었다. 
    장례식을 치렀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대부분이 잭슨이 군대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이었다. 모두 그 둘을 위로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사회복지사도 있었다. 도리스에게 그는 물었다. 테일러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도리스는 자신 없이 말했다. 자신이 키울 거라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이 살게 되었다. 테일러는 그렇게 파인즈 엔드를 벗어나게 되었고 도리스는 다시 엄마가 되었다.


    지켜보는 찰리.

    포틀랜드 동부 은행가에 있는 레진 레스토랑은 꽤나 붐비는 식당이었다. 
    폭풍같이 몰아친 점심시간이 지나고 찰리 아트레이는 잠시 한숨을 돌리는 중 이었다. 
    "찰리 미안해요 며칠 못나갈 거 같아요."
    렛스토랑의 웨이트리스인 도리스가 며칠 전 급하게 그에게 한 말이었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데, 붙잡을 수 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리스 대신 급한 대로 데려온 동생 밥은 식당 테이블에 눌러앉아 철지난 히피 손님들과 노닥거리고 있었다. 아마 버섯이나 풀 쪼가리 몇 그램 싸게 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양이었다.
    '도리스가 퉁명스럽긴 해도 일은 제대로 했었지.'
    밥이 엎어먹은 음식 값이 판 음식 값보다 더 나올 것 같은 지경이었다. 그는 도리스가 보고 싶었다. 딱히 음식 값이 아까워서는 아니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보다 사적인 이유 때문 이었다. 찰리는 도리스를 좋아해다. 그는 도리스와 자신 사이에 괴상한 운명 같은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첫눈에 반한다던가 오래 같이 일해 서로 정이 들던가 하는 익숙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오래되고 일방적인 이야기였다. 벌써 십여년 전 이야기니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그가 20대 때 그는 거듭되는 실패로 힘들어 했다. 요리를 좋아해서 전문대 까지 나왔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그것으로 먹고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30대 초반의 나이,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시 체육관의 잡부로 일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여기서 나는 평생 머물게 되겠지.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도리스 윌리엄스를 보게 된다. 옅은 금발의 눈에 띄게 예쁜 여자애였다. 15살의 그녀는 텅 빈 체육관에 마루 체조 연습을 하러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왔다. 늦깎이로 시작했는지 체조 같은 건 잘 모르는 그가 봤을 때도 서툴기 그지없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시 체육관에서 도리스를 지켜보는 건 오직 그 뿐 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무던히도 넘어지고 구르고 다친 끝에 그녀는 잘하게 됐다. 도리스는 북풍처럼 달려가 몇 번이고 공중에서 몸을 틀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그도 마침내 다시 한 번 해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돈을 끌어 모아 은행가 변두리에 작은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그는 정신없이 일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어느덧 40대에 들어서 있었다. 열심히 달려왔고 소소하지만 바라던 성공도 했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건 같이 놀자고 조르는 고양이 쵸코 트윙키 2세와 역시 같이 놀자고 조르는 내놨지만 미워할 수 없는 늦둥이 동생 밥뿐이었다. 외롭진 않지만 역시 조금 씁쓸한 40대였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살던 몇 년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도리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본 도리스는 삶에 찌든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도리스는 볼품없고 의기소침해져서 그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그녀를 어렵사리 알아봤지만 도리스는 애초에 그가 누구인지 조차 몰랐다. 게다가 일자리를 얻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이게 일종의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채용했다. 아무 말 없이. 자존심 상하지 않게. 예전에 그랬듯이 그는 그녀를 말없이 지켜볼 생각이었다. 언젠가 한번 그를 구해줬던 천사를 곁에 둘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차례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도리스가 날아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상에 찌든 도리스의 속에 숨겨진 빛나는 모습을 그는 언젠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새 심장 토마스.

    토마스 하크네스. 통칭 새 심장 톰은 커다란 골든리트리버 잡종견인 사뮤엘을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사뮤엘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자그마한 새끼 강아지였다. 
    그걸 톰이 주워서 몇 년 새 커다랗고 순해빠지게 키워냈다. 사실 톰의 부모님은 집에 동물을 키우는 건 질색 하는 편 이었다. 몇 번인가 톰이 주워온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들을 유기견 보호소에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톰의 부모님은 당분간은 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는 못 당하게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톰이 죽었다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톰은 11살 때 심한 심장 판막증을 앓았었다. 어려운 수술이었고 수술을 안 하면 죽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그 나이또래의 기증자가 그 시기에 나타났고 또한 운이 좋게도 수술은 성공해서 톰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톰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쉽다라는 생각이었다. 아직 다 해보지도 못한 아케이드센터의 게임들도 아쉽고 동물을 좋아하는데 한 번도 직접 키워본 적은 없었다. 
    여자친구도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외국은 커녕 평생 살도록 동네에서 그다지 벗어나 보지도 못했다. 별반 재미없게 일생을 살아오다 죽게 생기다니... 삶은 크리스마스 전날의 트리 밑 마냥 열어본 적 없는 보물더미인데 자신이 죽게 되면 그걸 영영 열어보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톰은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인생과 잃어버릴 가능성들 때문에 말도 못하게 슬퍼져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다시 건강해 진다면 일단 저지르고 보겠다고. 톰은 지금은 고양이 2마리와 개 한 마리를 키운다. 더 키우고 싶었지만 그 이상은 부모님이 안 된다고 진저리를 치셨기 때문이었다. 아케이드센터의 게임들은 작년에 모조리 마스터했다. 마을을 온통 들쑤시고 다녀서 온몸은 생체기 투성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는 친구들하고 장난을 친다. 
    밥에게 받은 이상한 버섯을 딜러만 선생님 커피에 넣은 적도 있었다. 선생님의 소싯적 꿈이 발레리노 였었다는 건 그날 처음 알았었다. 뭐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버섯의 효능에 놀라워하며 톰은 앞섶을 풀어 헤치고 아라베스크 기울기 동작을 하며 뛰어오르려 하는 딜러만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춤을 추면 어떤 기분이에요?"
    "모르겠다. 토마스 하크네스. 하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 조금 어색하지만 모든 걸 잊게 되고! 한 마리 나는 새가 되는 거지! 전기처럼! 그래 아하하하 일레트로닉! 마치 전기처럼!"
    휴지를 왕창 사서 비오기 전날 밤에 체육관 지붕에 온통 풀어놓은 적도 있었다.
    "죽어라 관리인 머튼. 항상 네 아이리쉬 사투리가 짜증났어."
    "머튼은 착한 아이리쉬 관리인이었지. 하지만 녀석은 새 심장 톰을 만났어. 그걸로 그가 잘못한 건 충분했지." 옆에서 그의 친구 딜런이 서부극 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리고 20분에 걸친 광란의 투척이 벌어졌다. 머튼은 다음날 아이리쉬답게 죽을듯이 울상을 지었다.
    대충 이런 식의 14살 사춘기 초입을 보내고 있던 톰이었다.

    톰은 오늘 변두리에서 처음 보는 여자애를 발견했다. 키가 크고 촌스러운 얼룩덜룩한 체크 셔츠에 다 해진 청바지를 입고 거기에 이상한 너구리 꼬리 같은 게 달린 털모자를 쓴 여자애가 척 봐도 덜그럭 거릴 것 같은 낡아빠진 캐딜락에서 내리고 있었다.
    "누구레? 야 사뮤엘 너 쟤 아냐?"
    사뮤엘이 알 리가 없다. 사뮤엘은 마냥 길바닥에 앉아 꼬리만 흔들어재끼고 있었다.
    "이사왔나보네."
    그렇게 스쳐지나가듯 말하고는 톰은 사뮤엘을 끌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그렇게 톰은 세상이 그를 위해 준비한 자신의 가장 큰 선물과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일단은 지나쳐 가게 된다.

    이사야 살로의 경우.

    이사야 살로는 녹색 눈의 아주 예쁜 여자애다. 집은 부자에 아버지는 지역에 명망 있는 인사였다. 
    어머니는 아름답고 활동적인 여성이었고 아버지는 그녀가 원하는 걸 뭐든지 들어줬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사야가 기억하는 한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녀의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직 이사야만이 가족들을 사랑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는 물론 이사야마저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얼굴 같은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부모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완벽한 이미지로 서로를 택했다. 
    그게 어머니 아버지에게 있어서 가족이었다. 아버지는 정부가 있었고, 어머니도 정부가 있었다. 
    셋 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그만두라고 애원하지 않았다. 불화는 안 될 말 이었다. 
    하지만 그런 집에서 이사야는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집 안에서는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녀의 유년 시절에 유일한 친구는 옆집에 사는 톰 이었다. 톰은 항상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그 행복을 좀 나눠받고 싶었다. 
    어릴 때를 기억해 보면 항상 톰과 톰의 친구들 하고 같이 있었던 것 같다. 나름 괜찮았었다. 톰이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 까지. 그녀는 다시 외로워 졌다. 처음에는 그저 톰이 필요했다. 평범하고 제대로 된 사람들에게 그녀를 대려가 줄 톰이.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어머니를 닮아 아름다웠고 아버지 덕에 돈이 많았다. 사람들은 이사야에게 끌렸다. 하지만 그것 뿐 이었다. 
    애정결핍인 이사야는 사랑받는 법은 잘 몰랐고 돈과 미소로 그것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이사야를 식상해 하고 질려했다. 이사야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녀는 부모님을 닮아 머리가 좋았다. 그래서 어린 나이였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알게 되었다.
    '사랑받고 싶다. 사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 사람이 원하는 걸 가지고 있어야해. 
    하지만 단순히 그것 만 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원하는 걸 얻으면 곧 질려서 널 버려 버릴걸? 
    우선 니가 가진 그걸로 그 사람을 유혹해야해. 그래서 그 사람이 너를 정복하려 들게 만들어야해. 
    그리고 그가 네게서 원하던 모든 걸 얻기 직전에 가차 없이 밀어내 좌절시키는 거야! 그렇다고 너무 좌절시키지는 말고. 
    좌절하기 직전에 조금 희망을 주는 거지. 약간의 호의나 애매한 말들 같은 걸로. 그렇게 매번 밀어내고 희망을 주면서, 간간히 작거나 큰 보상을 건네면서 그 사람이 너에게 집착하게 만들어. 조금씩 조금씩. 그럼 그럴수록 그는 너를 점점 손에 넣을 가치가 있는 월계관으로 보게 될 거야. 
    사람들은 어렵게 얻을 수 있는 것만을 소중하게 여겨. 그 단계까지 가면 니가 진짜 뭐 였는지, 처음에 그 사람이 뭘 원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져. 사람들은 오직 이길 수 없는 게임에 집착하게 되고 그걸 너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게 되고 사소한 네 몸짓이나 미묘한 표정마저도 계시나 신성한 징표로 받아들이게 돼. 여기서 중요한 거 한 가지. 니가 누군가 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지 마. 절대로.'
    그녀의 별명은 여왕벌이다.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가 그녀를 원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트로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녀는 가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9살 이었고, 뒤뜰에서, 호숫가에서 톰과 같이 놀고 있었다. 정말 즐겁게. 아무런 계산도 함정도 없이 마음가는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침이 와서 잠에서 깨어나면, 뭐라 할 수 없는 허탈함이 덮쳐왔다.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아직 모자랐다.


    테일러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녀는 볼품없는 옷차림에 회색에 가깝게 보일 정도로 창백한 인상이었고, 거기에다 학기 중에 전학 왔기 때문에 이미 친해진 아이들 사이에 파고들 수 없었다. 
    이제 40에 가까워 8자 주름이 완연한 여선생 프란시스의 역사시간 이었다.
    "태일러 한번 말해보렴"
    "저, 그게... 메테르니히 공이...나폴레옹을..."
    태일러는 주뼜거리며 일어났지만 그다지 잘 말하진 못했다.
    '멍청이 버니' '버벅이 버니' 그녀가 더듬거릴 때마다 애들은 소근거렸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주눅 들었다.
    "도로 앉으렴 테일러 윌리암스."
    보다못한 프란시스가 태일러에게 말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었다.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선생들은 그녀가 곤란한 상황인걸 알았지만, 귀찮을 일을 나서 떠맡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테일러는 점심시간이 가장 싫었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었고 어디에 끼어 앉을 배짱도 없었다.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점심을 때웠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이사야는 지저분한 벅스버니를 목욕시켜 주자며 애들을 부추겨 그녀가 있는 칸에 물을 끼얹었다. 이사야는 태일러가 전학 온 지 체 며칠 도 안 돼서부터 태일러를 괴롭히려 들었다. 그녀는 딱히 테일러에게 감정은 없었지만 그저 자기가 눈 밖에 난 사람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른 애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사야의 입장에서는 마침 적당한 희생양이 온 것이었다. 벅스버니라는 별명도 이사야가 붙인 것 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이사야에게 호되게 당한 다음부터 태일러는 점심이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멀리 걸어가 사람이 없는 학교 담벼락에 기대 혼자 점심을 때웠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마다 울먹였다.
    그녀의 학교 생활은 대충 이런 식 이었다. 그렇다면 집은 어땠을까?
    집에서 두 모녀 태일러와 도리스는 서로에게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리스는 먹을 걸 사들고 돌아와 식탁에 올려놓고 우연히 라도 태일러와 눈이 마주치게 되면 겁먹은 듯 고개를 돌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수였다. 하루는 매일 무언가 사 먹는 게 진저리가 나 태일러가 직접 저녁을 차려놓은 날에도 엉망으로 취해 돌아와 음식은 거들떠도 안보고 곯아떨어졌다. 
    태일러는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너는 자신이 마치 타르웅덩이에 빠진 불쌍한 동물처럼 몸부림 칠 힘도 없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태일러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그리고, 다시 몇 해 만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소는 학교였고 시간은 저녁이었다. 
    머튼은 샤워실에서 혼자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일랜드 이민자였고 학교 관리인 이었다. 입이 조금 튀어나오긴 했지만 근육질에 남자답게 생긴 편 이었다. 그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자기 주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괴팍했다. 동물에 환장해서 학교에 개나 고양이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잡아서 실컷 귀여워해주다가 학교 밖으로 내 쫒는다던가, 공연히 애들한테 시비를 걸다가도 가끔 신이 나면 형편없는 노래를 시끄럽게 부른다던가 하는 한마디로 자기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는 사람 이었다.
    머튼은 학교관리인 이라 학교 관리인 실에서 숙직을 해결했다. 그날 밤 머튼은 밖에서 프란시스와 가볍게 한잔 걸치고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 이었다.
    그가 막 팬티를 입었을때, 누군가가 거칠게 탈의실 문을 두들겨댔다.
    "뭐여, 안에 사람 있어라!"
    머튼이 소리쳤지만 두들김은 멎지 않았다.
    "허..."
    머튼은 팬티바람으로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5마리의 자그마한 것들이 탈의실로 밀려들어왔다.
    머튼은 맹렬히 저항했지만, 곧 제압당했다.
    그것들은 3피트도 체 안 되 보이는 작고 새빨간 몸에 가느다란 팔다리를 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흉측하게 찢어진 눈과 매부리코가 신경질적으로 갸름한 얼굴에 달려 있었고, 머리카락 없는 머리엔 뾰족한 뿔이 두개 나 있었다. 그것들은 프릴달린 셔츠에 보타이를 매고 바스트까지 걸쳤으면서 하의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낄낄대며 악마들은 머틀을 끌고 나왔다.
    그는 어떻게 힘으로 해보려고 몸부림 치다 잔뜩 얻어맞고 팬티바람으로 끌려나와 목욕탕 복판에 꿇려 앉혀 있었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되던 안 되던 그딴 걸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머튼은 그저 엄청나게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녀석들을 살필 뿐 이었다. 
    작은 악마중 하나가 한손엔 식칼을 들고 나머지 한 손은 등 뒤로 한 체 그에게 다가왔다.
    "뭐,뭐여부러 그 칼로 뭘 어쩔라고 시방?"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악마에게 소리쳤다.
    그것은 씨익 웃더니 등 뒤에서 파인애플과 접착재를 꺼냈다. 그리고는 혀를 빼물고 솜씨 좋게 파인애플의 안을 파내고 칼집을 내어 모자를 만들어 냈다. 깎아낸 껍질로 칵테일 우산까지 단 파인애플 모자였다. 
    설마? 하는 표정의 머튼에게 작은 악마는 성큼성큼 다가와 접착재 바른 파인애플 모자를 머리에 씌웠다.
    그리고 식칼로 머튼을 위협해서 캉캉을 추게 한 다음 포복전진으로 전방에 파낸 속으로 만든 파인애플 수류탄을 투척하게 했다. 악마들은 깔깔거리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이!"
    머튼은 수치심에 달아올랐다. 
    "몬티 파이슨이라니! 몬티파이슨이라니! 악마같은 것들!"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공포에 굴복해 악마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에 머튼은 괴성을 지르며 악마들을 밀치고 샤워실을 뛰쳐나갔다. 
    파인애플을 머리에 쓴 맨발의 머튼은 숨이 헐떡일 때 까지 뛰었다. 뒤에는 악마들이 끽끽거리며 그를 뒤 쫒고 있었다. 
    "오 마리아님, 오 마리아님 제발!"
    봄이라고 해도 아직 밤 공기가 쌀쌀했지만, 머튼은 그딴 건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어떻게 던 가까운 구교사까지 달려가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 이었다. 그리고 구교사 앞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그를 거대한 무언가가 덮쳤다. 시큼한 짐승냄새가 역겹게 끼쳐왔다. 그것은 사자의 몸을 가지고 얼굴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한 기괴한 생물 이었다. 구교사의 백열등에 비친 그 괴물은 이사야의 얼굴을 한 만티코어였다.
    "으아아아아악!"
    큼직한 앞발에 등이 눌린 체 머튼은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쳤고, 그 와중에 작은 악마들이 다가와 주위를 둘러쌓다. 머튼 생애 가장 긴 밤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선생들과 아이들이 발견한 것은 학교 한켠에 발가벗고 웅크려 앉아 벌벌 떨며 횡설수설하는 멍투성이 머튼이었다.
    "머튼은 봤당께, 머튼은 봤어부러. 머튼은 악마를 봤어 흐미 봤어부러..."
    "머튼 정신차려요 머튼!"
    득달같이 달려와 머튼에게 코트를 덮어씌워준 노처녀 프란시스는 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머튼을 어미 새 마냥 감싸 안았다. 그리곤 옆에 있던 톰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토마스 하츠네스! 또 네 녀석 짓이지?! 또 버섯이냐?!"
    톰은 당황스럽고 억울한 얼굴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사야가 머튼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머튼은 발작했다.
    "으아! 으아아아! 마녀! 마녀랑께! 마녀가 저기 있어라! 오 하나님 제발..."
    그는 이사야를 가르키며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머튼! 이러지 말아요! 머튼! 이사야! 너 무슨 짓을 한거야?!"
    "아무것도요!" 이사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외쳤다.

    톰은 곁에 있는 딜런에게 눈으로 도움을 청했다.
    난 무고해 딜런. 그렇지? 넌 알잖아. 어? 딜런? 딜런-?
    "딜런 뭐 할말이라도 있니?" 톰의 시선을 따라가던 프란시스가 다친 새끼를 지키려는 암사자마냥 딜런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없어요."
    딜런은 쫄았다.
    '어? 딜런?' 톰은 딜런을 멍하니 바라봤다.
    "톰. 딜런 그만보렴. 딜런 뭐 할말 없니?진짜?"
    "...없어요."
    "진짜?"
    "없어요."

    "야! 딜런! 이 배드로 같은 새끼야! 사람 낚는 초콜릿 어부새끼! 니가 나를 모른척해? 세 번이나?!" 톰은 성난 프란시스에게 교무실로 끌려가며 딜런에게 고래고래 악을 썼다. 딜런은 침통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난장판을 보며 태일러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오직 태일러 혼자 만이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의 소름끼치는 악몽이 다시 옷장 문을 열고 기어 나온 것 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딜런은 베드로가 무덤에 몰래 숨어들듯 톰의 집 뒷마당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자그만 돌조각을 들어 2층에 난 톰의 방 창문을 두드렸고, 이윽고 엮은 침대시트를 타고 톰이 내려왔다. 
    "후... 그래 딜런. 준비한건 가지고 왔어?"
    "캠코더. 무전기. 먹을 거 약간. 넌?"
    "무전기. 캠코더 대신에 먹을 거 많이. 마실 거 약간. 보고 싶었다. 초콜릿."
    "마찬가지야, 버섯왕."
    둘은 과장되게 악수를 주고받은 다음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어떻게 됐냐?"
    학교로 향하며 딜런은 톰에게 물었다.
    "근신이레. 일단 일주일동안 외출금지 당했다."
    "뭐, 미뤄놨던 플스라도 마무리 짓지 그래?"
    "노 플스. 노 티비. 노 음악."
    "허... 알카트라즈냐?"
    딜런이 끔찍하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거기도 티비는 보게 해줘."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암. 더군다나 아무 죄도 없이 그렇게 살 수는 없지."
    톰은 맹세코 버섯을 머튼에게 먹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단 전과가 있는 톰을 의심했고 머튼의 오줌을 병원에 보내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톰을 근신시킨 것 이었다. 
    "사뮤엘의 머리를 걸고 맹세하지만 난 머튼한테 아무것도 먹인 게 없어. 그런데 머튼은 뭔가를 봤다고 저 난리를 피우고 있지. 분명 머튼은 짜증나는 아이리쉬긴 하지만 적어도 미친놈은 아니야. 고로 어제 학교에서는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캠코더를 준비했고 말이지."
    딜런이 손에 든 캠코더를 가볍게 들어보였다.
    "무죄를 증명하고 그걸로 프란시스한테 생색내야지. 암."

    태일러는 방을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옷장 안에 든 풀지 않은 이사 짐 박스를 뜯었다. 거기에는 몇 해 전 그녀의 할아버지 잭슨이 옷장에서 기어 나온 해골을 박살내는데 쓰였던 야구 방망이가 들어 있었다.
    몸통에는 매직으로 쓱쓱 BONE BREAKER라고 적혀있었다. 이것도 할아버지의 유품이라면 유품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일을 해결해줄 도구는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도리스가 깨지않게 조심하며 집을 나서 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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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0 16:45:13  222.98.***.90  홀로부대  17843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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