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이 직접 그린 자신의 인생곡선은 어떤 형태일까? 그 모양새를 보면 효린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했던 인생이었다. 효린은 인생곡선을 그릴 때 스물세살인 현재에 대한 점을 먼저 찍으며 거꾸로 인생을 되돌아보며 선을 그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 1세 시절까지 더듬으며 촘촘히 곡선을 완성한 효린은 점을 찍은 곳마다 간단한 이유도 함께 적으며 인생곡선을 풍성하게 채웠다. 저조했던(?) 어린 시절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지금까지, 곡선을 신나게 그린 효린. 진지하면서도 솔직한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효린의 솔직 담백한 인생곡선을 들여다보자.
효린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 1위의 순간, 신인상 수상의 순간도 아니었다. 단독으로 찍었던 화장품 광고와 주류 광고의 모델로 발탁됐던 순간이었다.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곧 수긍이 갔다. 여자스타로서 CF모델로 나선다는 것. 전지현 이민정 이효리 등 톱스타들만의 전유물 아니던가. 2011년 화장품, 2012년 주류 광고에서 활약했던 효린은 “아이돌에게는 이런 광고들이 꿈 같다. 이효리 선배님같이 대스타들이 찍으시는 광고여서 영광이었다”며 “사실, 주류 광고에 정말 집중해서 잘하고 싶었는데 당시 스케줄이 많아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욕심만큼 잘하지 못해 짜증도 났었다”고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효린이 주류광고를 좋아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섹시스타로 인정받아서 좋았냐”는 질문에 효린은 웃으며 “그냥 술이 좋아서”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술을 마실 일이 있으면 무조건 자신이 광고했던 술만 마신다는 효린의 귀여운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효린은 “그때 광고하고 나서 다 완전 잘 됐잖아”라며 자부심까지 드러냈다.
효린이 가수로서 꼽은 전성기는 KBS2 ‘불후의 명곡2’에서 활약했던 시절이었다. 효린은 “이때가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원래 아이돌을 잘 알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으신데 ‘불후의 명곡2’를 하고 나서부터 어른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무대 경험도 많이 쌓아 실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됐던 시절이다”고 말했다. 효린은 “당시 불렀던 노래 중 ‘그때 그사람’을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나는 특히 ‘미니스커트’ ‘서울여자’ ‘오늘 같은 밤이면’이 좋더라. 편곡이 정말 잘 됐다”고 덧붙였다.
# “예술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 슬럼프 구덩이
탄탄대로 달려온 가수 인생이지만, 효린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19세 때 JYP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던 효린은 ‘힘듦의 시작’이라고 곡선에 썼듯이 곧 슬럼프를 맞이한다. 효린의 원래 꿈은 가수가 아니었다. 하루에 노래방을 세 번씩이나 갈 정도로 노래를 사랑했지만, 연예인에도 TV에도 인터넷에도 관심이 없었다. 효린은 그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기획사 연습생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디션을 봤다. 효린은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노래를 더 잘한다는 확신만 있었다”며 “집안 환경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학원 다닐 생각도 없었고, 기획사에 들어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JYP를 선택한 것도 연말에 갑자기 오디션을 보려니 다른 회사는 다 끝나있더라. 간신히 찾은 기회가 JYP였다”며 솔직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JYP에서 준비하던 걸그룹이 무산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진짜 슬럼프 구덩이는 따로 있었다. 효린은 “노래는 뭔가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답이 없을 때가 있다. 너무 잘하고 싶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공부는 예습이나 복습 등 정해진 대로 하면 되는데 음악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었는지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가수가 되는 길목에서 좌절했던 외부 상황보다 자신의 음악적 성장에 더 채찍질했던 효린의 노력하는 자세를 볼 수 있었다. 효린이 걸그룹 가창력의 대명사로 인정받으며 디바로 거듭나고 있는 현재의 실력이 그냥 타고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효린은 “데뷔 후에는 솔직히 슬럼프를 느낄 시간이 없다”며 “그냥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효린의 마음은 좋지 않은 듯하다. 인생곡선의 마지막, ‘꽃게춤으로 인한 하.락.세’라고 적은 효린은 이윽고 고민을 토로했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봐주시면 되는데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시니까 너무 답답하다”며 “욕을 정말 많이 먹어서 하락세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6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살아보니까 예쁜 게 다더라”고 말한 바 있던 효린은 인생곡선을 그리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성형을 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또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할지도 모른다”며 말하기도 했다.
건강미의 대명사 효린이 꼽은 가장 좋지 않았던 시절은 1~2세 때다. 태어날 때 간에서 쓸개즙이 나오지 않는 병인 담도폐쇄증이 걸려 10시간 넘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던 효린은 “두 살까지 아파서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며 병원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기억도 나지 않을 어린 시절이지만, 효린에게는 “지금 주사나 링거액을 맞을 때 바늘은 전혀 무섭지 않을 정도로 주사를 많이 맞았다”고 말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었다.
# “세상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 매력이 된 콤플렉스
사실 효린은 예견된 스타나 다름없었다. “연습생이 돼서야 자신이 노래에 자질이 있다는 것을 조금 알았다”고 겸손하게 말한 효린은 어린 시절 화려했던 예체능 경력을 자랑한다. 갓난아기 시절의 병을 완치하고, 효린은 초등학생 때 육상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건강함을 뽐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체육 시간에 활약하는(피구 1등!) 여학생이었으며 지휘상도 받으면서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현재 씨스타가 지닌 ‘체육돌’ 이미지와 ‘건강한 섹시미’ 이미지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보여 왔던 것.
그러나 인생 곡선 중 저조한 편에 해당하는 어린 시절은 효린이 자신의 콤플렉스로 괴로워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남자 아이들이 시커멓다고 놀려서 많이 싸웠다”는 효린은 “정말 스트레스였다. 하얘지고 싶어서 엄마가 얼굴에 바르는 비비크림을 온몸에 바를 정도였다”고 일화를 전했다. 별명도 ‘외계인’이었다. 효린은 “얼굴이 너무 작다고 외계인이라고 별명을 붙이더라”며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다. 머리통이 작다고 하면 되지. 왜 굳이 그렇게 외계인이라고 까지 해야 하냐”며 시원하게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구릿빛 피부와 작은 얼굴은 이제 씨스타 효린에게서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효린은 콤플렉스가 매력으로 변한 것에 대해 “세상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요즘 욕을 많이 먹는다”며 인생곡선의 마지막 부분을 아래로 그어버렸지만, 그만큼 효린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최근 발표한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이 음원차트 1위를 비롯해 각종 음악 방송에서도 1위를 거두면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언뜻 자신감이 사라진 듯한 효린의 인생곡선이었지만, 그의 인생에서 보여준 노력과 실력이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를 이겨낸 것처럼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하다.
글. 박수정 (텐아시아)
사진. 팽현준 (텐아시아)
사진제공. kbs, 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