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듯한 얘기가 있습니다만, 요즘 이런 생각을 고지식하게 밀다간 큰일 한 번 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 봅니다.
1. 옛날에는 90% 이상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몽고나 뭐 이런 소수의 나라(인구상) 말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짓고 살았습니다. 소수의 귀족, 특권층들만이 농사 짓지 않고 살았죠. 그 외에는 그냥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취급 당했습니다. 괜히 사농공상이 아니죠. 그냥 사람 취급 안 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농사에 종사하는 사람이 10% 정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국들조차 그리 높지 않죠. 이유는 생산성이 높아져서 입니다. 10명 중 1명만 농사지으면 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옛날 사회구조상으로 보면 90% 정도 되는 사람은 먹지도 말아야 되는 거죠.
2. 지금은 10%만 농사 지으면 됩니다. 그래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옛날 구조에서 지금의 사회로 변하는데 많은 시행착오와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습니다. 국가간, 종교간, 개인간 등등 수도 없는 싸움이 있었습니다. 농사 안 짓는 사람들이 굶어죽을 순 없잖아요.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름 합리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일하지 않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유럽의 식민지 정책, 독일의 산업화, 미국의 남북전쟁 등등. 일하지 않는 자들에게 일을 줘야 한다는 각박관념은 비극을 양산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멀리 갈거 없이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만 해도 다들 아실 겁니다. 미국은 태평양에 밀을 버렸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죠.
3. 나름 옛날 해결책
솔직히, 사람들이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거 좋은 거 아니잖아요. 그것도 소수가 다수를.. 소수가 생산적인 일(예를 들면 식민지 관리라든지)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잉여인 거죠.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급이 등장합니다. 자동차 같은 게 필수품이 되는 거죠.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가 늘어야 되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를 장려함으로써, 공산주의 사회는 일자리를 그냥 줌으로써 해결하려 했습니다. 나름 해결은 좀 했죠. 생산을 했으니(일) 소비를 늘려라. 또는 일자리를 그냥 늘려보자. 문제점은 당연히도, 과소비와 저효율이죠. 여기서 하나 더 붙이자면, 복지가 있습니다. 이건 정말 욕도 먹고 말도 많은 정책인데, 가장 크게 저항을 받는 정책인 거 같습니다. 이유는 일 안해도 뭔가 주자는게 복지잖아요, 인권이나 뭐 이런 이유를 들면서! 일하지 않는 자에게도 뭔가 공짜로 해 주는 것. 참신하긴 한데 잘 먹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앞으로 주목해야 될 거라 봅니다. - 기타 다른 것들(노동시간 줄이고 월급을 많이 준다든지)은 빼고 말하겠습니다. 너무 길어지고, 그렇게 깊이 들어갈 능력도 안 되고..
4. 요즘 기술 발전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왜 이런 글을 쓰냐면, 요즘 기술 발전 속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자동으로 운행되는 차죠. 운수에 관련된 노동자들은 할 일이 없는 거죠.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자동 운행되는 차의 경우 고통사고율이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에 비해 엄청 낮다고 합니다. 교통 사고가 거의 사라지는 거죠. 죽고 다치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다는데, 곧 도입 될 걸로 봅니다. 실제로 구글에서는 몇년 정도 시범 운행 중이고, 아마존도 도입한 거 같고, 피자 배달도 드론으로 하는 것 같고.. 아무튼, 이런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겁니다. 게다가, .. 이게 엄청 중요한 건데, 인공지능이 곧 현실화 될 것 같다는 군요. 몇 십년 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랍니다. 10년 안으로도 가능하다는 거죠. 다른 말로 하면 창조적인 작업을 제외한 모든 인간 활동이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고, 그게 더 효율적인 시대가 곧 온다는 겁니다. 여기서 더 무서운 건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게 마스터피스 정도를 의미한다는 거죠. 간단한 예로 프로그래머가 대체될 거랍니다. 10년 안에 인공지능이 나오면 20년 내로 그런 세상이 오겠죠.
5. 다시 한번 10명 중 1명만 일하면 되는 시대가 올 거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10명 중 1명만 일하면 되는 세상이 올 거 같습니다. 그것도 몇 십년 안에.. 다른 말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난다는 겁니다. 생산 가능량은 극적으로 늘어나는데, 소비는 그렇게 늘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만 봐도 몇 십년 내로 돈을 몇 배로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죠. 그런 건 문화 정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아야 하니까요. 적어도 기존의 직업은 계속 축소될 것이고, 앞으로 나올 일자리라는 게 창조 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라서, 고급 인력(다른 말로 특정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줄 수 있거든요. 지금은 프로그래머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에서요. 한국은 뭐..
6. 큰일 한 번 날 거 같습니다.
빠른 속도로 생산성이 좋아지고, 빠른 속도로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질 겁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굶어 죽거나.. 뭐 그런 거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니 소비를 늘리야 하고, 따라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기존 개념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더 이상 생길 수가 없는 거죠. 마치, 농사 짓는 사회에서는 고기 파는 분들과 노래하는 분들이 천민인 것처럼. 그나마 그렇게라도 굴러갈 수 있으면 현상유지라도 되는 건데, 그게 불가능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존 개념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가고 있잖아요. 생산력은 늘어나니 이건 노동의 문제나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념, 문화, 정치의 문제인 거죠. 바뀔까요? 별 시답잖은 일도 일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과도기를 버티기 위한 복지 개념은 받아들여 질까요? 심지어 이런 의문도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노동은 가치가 있을까요? 무인 자동차는 사람보다 사고율이 낮습니다. 무인 자동차가 더 좋은 결과를 내 놓는다는 거죠. 사람은 노동 가치가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부 뛰어난 사람들과 시대를 앞서는 교육 받은 사람들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노동 가치는 계속적으로 떨어질 거라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큰 일 한 번 날거 같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말이죠.
요약
1. 기술 발전이 너무 빠릅니다.
2. 사람의 노동 가치는 계속 떨어집니다.
3.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가 맞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 먹을 겁니다.
결론 : 큰일 한 번 날 거 같습니다.
p.s. 시사인 이유는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뭐 이런 것들의 복합적인 개념 전환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s. 잘만 해결되면 놀고 먹을 수도... ^^.. 일리가 없겠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