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8/1409049759unE53obeBfR5iodcd1OIpy1o.jpg" width="672" height="1200" alt="vxfo9g5h3 (1).jpg" style="border:none;"></div><br><div>얼마전 이 뉴스 다 보셨을 겁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은 태백산맥에서 발췌했습니다.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생략....</div> <div><br></div> <div> <div><font size="3">방위군 총인원을 오십만 명으로 추산하여, 하루 식량을 일이당 네 홉, 취사용 연료대 사십</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원, 잡비를 십 원씩으로 계산하여  일월부터 삼 개월 간의 총액  이백구억 원이 책정되었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것이다. 예산내역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도 당연히 있어야 할 부식비, 난방연료비, 의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비, 피복비, 훈련비, 부대운영비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반찬은 아무것도  없이 밥만 씹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불기라곤 없는 천막에서 얼어 죽든 말든 알 바 아니고, 병든 자들은 죽으면 될 거 아니냐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식이었다. 그러니 피복비며 훈련비며 부대운영비 같은 것은 더  따질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하루 일인당 네 홉이라는 급식량이었다. 전쟁포로들에게도 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루 급식량은 다섯 홉이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장정들이 단체행동으로 들고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그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세부적인 내용은 모른 채로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무리 기다려도 개선되는 것이 없자 결국 행동으로 나선 것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심재모는 부관의 연락을 기다리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연병장에는 장정들이 줄을 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고 있었다. 그 몰골들이 천상  거지때만 다름없는 웅성거림을 심재모는  죄스러운 마음으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바라보고 있었다. 법이라는 강제행위로 저런 참상을  빚어내고 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font></div> <div><font size="3">군인도 아니면서 군인들의 통제 아래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은 어떻게 보상될  것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가. 보상은 차치하고 그 죽음의 명목은 도대체 무엇인가. 전사인가, 자연사인가. 아직 군인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니니 전사로 취급할 리가 없다. 그럼 자연사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들이 얼어 죽고, 굶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죽고, 병들어 죽은 것은 아무 대책이 없이 행해진 강압행위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여러 종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로 타살당한 것이고, 정부는 공공연한 살인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중공군의 개입이 국민방</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위군을 창설한 이유는 될 수 있어도, 그런 무책임한 살인행위까지 합리화시킬 수 있는 근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는 아니었다. 소문으로는 각 교육대에 도착할때까지 죽어간 사람들이 엄청나다는데,  도대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 수가 얼마나 될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대장님, 벌써 나와계셨습니까? 집합완료했습니다." 부관이 경례를 붙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갑시다." 심재모는 모자를 고쳐쓰고 앞장섰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심재모는 천천히 구령대로 올라섰다. 또다시 자신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을 깊이 들이켰다. 그런 요구조건들을 내걸고 데모를 벌였던  사람들답지 않게 조용한 것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고맙고도 미안했다. 그들의 그런 질서유지가 자신에 대한 신뢰의  표현인 것을 그는 느끼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장정 여러분, 여러분의 요구사항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곧 내가 상부에 대고 계속 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결을 요구해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도  충분히</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해합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말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참으로 오래참고 견뎌왔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 고통에 대해서 나는 잘 알고 있고, 그것을 하루빨리  해결하려고 내나름으로 최선을  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해왔습니다. 그러나 나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고 상부를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노력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비해 별다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자꾸 여러분들한테 거짓말만 한 결과가 된 것을 미안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게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 교육대 장교들이 몇 푼  안</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되는 월급을 털어가며 여러분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천만분의 일이라도 덜어드리려고  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력한 진정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참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예산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통과되었으니 이제 집행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 막바지에서  며칠만 더 참아내서 우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교육대가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나를 비롯한 장교들과 사병 모두는 다 여러분들의 편입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우리 교육대에서 일체의 구타가 없는 것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여러분, 집</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단행동을 하지 마십시오, 그건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끼리 반목을 조장하는 행</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위일 뿐입니다. 나는 또 상부를 찾아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나의 진심을 믿고 며칠만 더 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려주십시오. 나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이상입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심재모는 구령대를 내려갔다. 장정들은 말없이 소대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즈음에 교육대마다 새로운 문제가 야기되고 있었다. 여러 지방에서 뒤늦게 도착한 장정</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들을 수용할 수가 없어서 거부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 또한  무계획적인 과잉징집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빚어낸 심각한 문제점이었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은 오십만 명으로 추산되었는데 정작 서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남의 각 지방에서 강제집집된 사람들은 그 두배인 백만  명을 헤아렸던 것이다. 교육대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수용을 거부당한 사람들은 아무런 후속조처도 받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빈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터리인 그들은 갈데없는 거지꼴이 되어 고향을  찾아가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 난데없이 수십만 명의 거지때가 생겨난 샘이었다. 그들은 끼니와 잠자리를 구걸하지  않</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고서는 몇백 리씩이 넘는 고향을 찾아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러나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작 예산집행을 하면서 부정은 본격적으로 시작</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되었다. 방위군사령부에서는 각 교육대에  예산을 영달하면서 허위영수증  작성을 요구했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것이다. 그 허위영수증은 다름이 아니라, 일, 이, 삼월까지 삼 개월 동안의 예산 중에서 이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날짜가 지나버린 일월 한 달분과 이월 분 중에서 수령직전까지의 금액을 착복하기 위한 것</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었다. 그 액수는 어마어마한 거금이 아닐 수 없었다. 부관으로부터 그 보고를 받은 심재모</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쳐댔다.</font></div> <div><font size="3">  "뭐라고, 이런 개애새끼들! 어떤 새끼가 그런 개소리를 쳐, 개소릴 치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얼굴이 하얗도록 흥분된 심재모는 의자고 책상이고 닥치는 대로 걷어차고 있었다. 그리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무섭게 화를 내는 상관을 처음 대하는 부관은 심재모의 긴 다리가 쭉쭉 뻗칠때마다 주춤주</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심재모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벌교에서 지주들이 입산한 좌익</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의 집에는 소작을 주지 않기로 결의한 사실을 알고 나서 그랬던 이후 처음이었고, 책상이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의자를 닥치는 대로 걷어차고 있는 모습도 그때와 똑같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대, 대장님, 진정, 진정하십시오." 상관을 붙들 수가 없는 부관은 두 팔을 엉거주춤 든 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우리 교육댄 그따위 짓 절대로 못한다고 거부하시오!"  심재모가 숨을 몰아쉬며 내린 명</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령이었다. "대장님, 저어..." 손을 맞잡은 부관이 어물거렸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뭐요!" 담배를 빼든 심재모가 부관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저어... 제가 먼저 안 된다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말했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저보다 계급이 높아놔서..." "알았소. 내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사령부로 직접 가겠소." 심재모는 성냥을 득 그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깊게 들이마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담배연기를 한숨으로 길게 토해냈다. 또 하나의 벽에 부딪쳐 있었다. 그는 암담하고도  착잡</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한 기분이었다. 이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또 튕겨질 것인지 알 수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없었다. 비록 또 튕겨져나간다 하더러도 자신의 이름으로 허위영수증을  써줄 수는 없는 일</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 장정들을 생각해서도  그렇고,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런 부정에 동조할 수도 없었다. 아, 이 나라 군대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그는 군대에 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담게 된 것 또 후회하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자 보십시오, 부식비, 난방비, 의료비, 피복비, 훈련비, 부대운영비  같은 것들이 책정되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않은 건 전시상황이라 불가피했다는 걸로 좋습니다. 그럼, 이미 경과분의 예산은 마땅히  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런 명목들로 체되어야 옳지, 어째서 수령하지도 않은 공급을  놓고 무조건 영수증을 만들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라는 겁니까. 내 이름으로 영수증을 쓰는 것은 내가 바로  그만한  액수의 공금을 횡령했</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는 결과가 됩니다. 나는 그런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습니다." 심재모는 맞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편의 소령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아 참 심소령님,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만 나오지 마시고  협조하는 쪽으로 마음을 좀 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리십시다. 내가 확실하게 말하지만, 심 소령님한테 공금횡령죄가 돌라갈까 걱정하는 건 하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심 소령님만 협조해주시면 일은 감쪽같이 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심 소령님이 협조를 잘해주시면 군대생활에 이익이  갔으</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면 갔지 손해야 있겠습니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령은 뒷말을 은근한 어조로  하며, 군복에도 몸집에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눈웃음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간사스럽게 쳐 보였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역겨움을 느낀  심재모의 얼굴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찌푸려졌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심 소령님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인데, 어쨌거나 심 소령님이 우리 방위군 교육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장이 된 건 운수대통한 겁니다. 우리 이 분이 말입니다." 소령은 엄지손가락을  빳빳이 세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보이고는, "저어 위에, 그리고 더 그  위에 직통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라 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말입니다." 검지손가락을 세워 하늘을 향해 팔을 뻗치고, 엉덩이를 들먹해서  또 뻗어올리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하며 자뭇 거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글쎄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내 뜻은 전했으니 우리 부대 돈은 곧 지급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주기 바랍니다." 심재모는 몸을 일으켰다. "아니 심 소령, 정말 이러기요!" 소령이 몸을 벌떡</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일으키며 내쏘았다. 그 얼굴이 험악하게 변해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내 할말은 다 했소." 심재모는 소령을 짧게 쏘아보고 몸을 돌렸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건방지게!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 소령이 외친 소리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다음날 저녁 심재모는 대구시내 어는 요정에 앉아 있었다. 그와 마주 앉은 사람은 방위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부사령관 윤익헌 대령이었다. 심재모는 윤  대령의 전화를 직접 받고 어쩔  수 없이 나오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된 것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자아, 심 소령! 심 소령의 젊은 혈기와 정의감, 아주 믿음직스럽고 든든하오. 뭐 긴 말 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것 없이 이번 일에 깨끗하게 협조해주시오.  그럼 나도 심 소령한테 섭섭잖게 하리다.  다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사람들은 다 협조가 됐는데 심 소령만 안 돼서야 말이 되겠소? 이 일이 다 우리 단독으로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 알아두고,  자아, 협조하는 뜻으로 한잔  쭈욱 듭시다." 윤 대령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호걸스럽게 헛웃음을 쳐대며 잔을 들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저어... 저는..." "자아, 자아, 말이 많으면 빨갱이고 공산당이야. 어서 잔 들어요." 윤 대령</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이 밀어붙였고, "그래요, 어서 잔 드세요." 옆에 앉은 화장 짙은 여자가 냉큼 술잔을 들어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렸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술상이 내려앉을 정도로 가득 찬 가지가지 안주며, 야하게 몸치장을 한 여자며, 전쟁은 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나라의 이야기 같았다. 돈은 전쟁통에 진기한 안주들을 얼마든지  술상에 오른게 하는 마력</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 대령이 치를 술값이며 화대라는 것은 어디서 나온 돈일  것</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인가. 바로 가짜영수증에서 나오는 돈이었다. 그것은 또 수없이 많은 장정들을 굶기고, 얼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고, 병들게 해서 모아진 돈이었다.  심재모는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가, 이런 생각까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하고 있으니 술맛이 날 리가 없었다. 이튿날 일과가  시작되자마자 소령한테서 전화가 걸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왔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심 소령님, 어젯밤 재미가 좋으셨다구요? 빨리 영수증 좀 부탁합니다." 소령은 턱없이 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근하게 굴었다. "영수증이라니요? 내  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니, 뭐라구요! 그럼 대령</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님한테 거짓말한 거요?" "내가 영수증을 쓸 거라는  건 대령님의 일방적인 생각이고, 난 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지면서 분명히, 생각해보겠다고 했었소." 고함과 함께  전화가 끊겨버렸다. 심재모는 손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들린 야전용 송수화기를 어처구니 없이 쳐다보며 흥!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송수화기를 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자리에 놓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래, 예편도 맘대로 안 되는 판에 군복이나  벗겨줬으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좋겠구나. 심재모는 끝없이 가라앉아가는 고단함을 느끼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이틀 뒤에 심재모는 명령서 한 장을 받아들였다.  그건 예편명령서가 아니라  전출명령서</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였다. 전출지는 싸움하기에 가장 어렵기로 소문난 동부전선이었다.  신고날짜가 촉박해서 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로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이건 너무 심한 처삽니다. 대장님께서 협조를 하실 걸, 괜히 잘못하신 것 같습니다. 동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전선이 지금 얼마나 위험합니까." 부관의 애태우는 말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괜찮소. 이미 각오했던 일이고, 이런 진창 속에서 사느니 차라리 전선에서 지내는  게 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할거요." 심재모는 짐을 들고 일어났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각 부대마다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그렇</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게 되니까 영수증을 써준  부대장들이 맘놓고 돈들을  챙겨넣느라고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 부관은 자기네들끼리 오가는 말을 털어놓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다 그럴 줄 알았소. 어쨌거나 죽어가는 건 장정들뿐이오." 심재모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고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때 이미 국민방위군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들은 사회여론으로  들끓어오르면서 '하나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큰 사건'으로 뭉쳐져 부산의 피난정부를 위협하고 있었다.</font></div></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것은 오랜 전통...군대가 탄생하면서 부터왔다고 하는 소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