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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l_495345
    작성자 : 음란천사
    추천 : 0
    조회수 : 541
    IP : 203.232.***.10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5/27 10:40:43
    http://todayhumor.com/?lol_495345 모바일
    타워깎던 렝가
    벌써 40여 시간 전이다. 

     내가 갓 퍼블난 지 얼마 안 돼서 타워곁에 낑겨 살 때다. 

     라인 왔다 가는 길에, 늑대를먹으러 가기 위해 라인에서 일단 미니언를 정리해야 했다. 

     바론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백도우를 깎아 파는 렝가가 있었다.  

    1차타워를 한 짝 쳐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1차타워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렝가였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미니언도 먹어보고 정글도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내가 까겠다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한타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한타시간이 없다니까요."

     렝가는 퉁명스럽게,  

    "소규모한타나 하시우. 난 안 끼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한타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타워들이란 제대로 깎어야지, 딜넣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q위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미니언을 먹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강화q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찍어내려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타워철거다.
     한타를 놓치고 다음 한타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렝가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렝가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내셔 남작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정글러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렝가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한타에 와서 라인을 내놨더니 팀원은 이쁘게 밀었다고 야단이다. 

     미드에 있는 라인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드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팀원의 설명을 들어 보니,  라인이 너무 망하면 로밍을 가다가 뒷치기를 잘당 하고 같은 한타라도 힘이 들며,  라인이 너무 안 밀리면 한타조차 펴지지 않고 손해 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렝가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백도어는 혹 한쪽이 짤리면 남은쪽을 대고 평타강화로 타워을 까고 곧 뜨거운 한타로 다리면 다시 붙어서 좀체로 손해보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백도어는 한쪽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백도어를 붙일 때, 질 좋은 마이를 잘 달래서 흠뻑 타워질한 뒤에 한타에 쪼여 말린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한타를붙인다.
     이것을 바론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탑라이너를 써서 직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바론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바론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내셔남작을 사면 보통 것은 얼마, 윗질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구증구포(九蒸九 )한 것은 세 배 이상 비싸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쪄내고 말린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다섯 번을 쪘는지 열 번을 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아홉 번씩 찔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예 미술품을 만들어 냈다.  
    이 방망이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렝가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렝가가 나 같은 OP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렝가를 찾아가서 추탕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렝가를 찾았다. 

    그러나 그 렝가가 앉았던 자리에 렝가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렝가가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정글의 바론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버프의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렝가가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넥서스를 깎다가 유연히 버프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렝가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한타불협조 시발모친무!' 인밴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미드 오리아나가 자르반을 뜯고 있었다. 전에 2차타워를 평타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난다. 방망이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다듬이질 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만호도의성(萬戶 衣聲)이니 위군추야도의성(爲君秋夜 衣聲)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 전 넥서스를 깎던 렝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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