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여자애가 있었어
그 여자애는 항상 내가 장난을 치고 있으면
귀찮게 찾아와서 방해했거든
복도에서 뛰지 마라
여자애들 치마 들추지 마라
숙제는 왜 안 했냐?
등등...
우리 부모님은 근처 교회를 다니셨는데
그 여자애 부모님도 그 교회를 다니셨어
그래서 부모님들끼리 조금 많이 친하신 사이였지만
나는 그 여자애가 매우 싫었어...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 녀석한테 싸움에서 진 전적이 있거든...
여자애 주제...
그 당시 힘도 쎄고 키도 크고 성격은 왜 그렇게 사나운 건지
그래서 그 녀석 별명이 "선머슴"이였어
하여튼 지독한 악연으로 같은 초등학교,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이 나는 항상 장난을 치기 좋아했고
그 녀석은 나를 혼내는게 일상이였지
그러다가 우연히 그 녀석의 비밀을 알게되었어
그 녀석도 여자였는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꽤나 얌전해지더라고
그래서 알게 됐어
그 녀석이 우리반 남자애를 좋아하는걸 말이야.
"내가 도와줄까? 고백하는거?"
처음에는 그 녀석의 비밀을 다 까발리고 다닌다고 장난치고 그 녀석을 놀렸는데
어느 날 공부할때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꼭 이런 잔 머리 사용할때는 잘 작동하더라.
그 녀석의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장난치지 말라면서 내 말을 안믿길래
정말로 도와준다고 그 녀석을 설득했어
그 말을 듣고 몇 일 고민했는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도와달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약속날을 잡고 내가 그 남자애를 학교 매점 뒤로 불러줄테니
그 녀석한테 알아서 고백 잘하라고 말해줬어
11월 11일 곧 빼빼로 데이였으니까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받아드리는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내가 이래서 사람 놀리는걸 포기 못하나? 싶더라
솔직히 말해서 그 녀석이 그 남자애랑 사귀게 되면 내가 도와줬다고 생색 내면서 그 녀석을 놀리려고 생각했고
만약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그 녀석을 비웃으면서 놀려주려고 했거든
어느 쪽도 나한테 손해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꽤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
약속했던 11월 11일 그 녀석한테 약속했던 것처럼
같은반 남자애한테 매점 뒤로 데려가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어
그리고 그 녀석한테 신호를 주고 자리를 피했어
다른 여자애들이 도와준 건지 평소에는 화장도 안 하는 녀석이
화장을 하고 머리도 고대기?하고 한손에는 빼빼로를 들고 그 남자애가 있는 쪽으로 향했어
조심히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지
조심스럽게 고백한 그 녀석...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고백을 거절하는 남자애...
보기좋게 차였지 뭐...
하긴 나 같아도 선머슴으로 유명한 녀석이랑 사귀는건 조금 싫었을거야
남자애가 자리를 떠나고
그 녀석을 놀려주려고 그 녀석 앞으로 걸어갔는데...
빼빼로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더라고
그리고 몸을 들썩이면서 울더라...
솔직히 조금 놀랐어 항상 쿨하고 성격이 씩씩해서
이런건 아무렇지 않게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알았거든
"야 ? 어이? 여보세요?"
그 녀석이 울면서 고개를 들어올리는데...
눈물 때문에 화장은 번지고
얼굴을 일그러져서 참 가관이였는데...
어째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차마 그 녀석을 비웃지 못했어
분명 나한테 손해될게 없었는데
그냥 기분이 좀 그렇더라...
그 녀석이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 처음 봤거든...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어...
"오늘 또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장난쳤다면서? 아들?"
"응! 그래서 엄마한테 혼났어..."
나는 결혼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가장이 되었어
물론 애 엄마는...
"거참 부전자전이라고 어쩜 지 아빠를 꼭 닮았을까?"
그 녀석이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잡혀살고있어...
결혼은 신중하게 생각해 여자의 눈물을 믿지말고
p.s 잡담글은 잡담글일뿐
진지하게 받아드리지 맙시다.
오유인들도 저런 경험있잖수?
본인은...(주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