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야근을 하던 동료들과
잠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던 시간
"요즘 아내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다니까"
누군가 먼저 꺼내던 아내의 뒷담화
아무래도 늘 같이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라고 해봐야
얼마전에 있었던 좋은일&나쁜일
아니면 뒷담화가 도마위에 오르는건
너무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 같다.
"요즘들어 늦게 들어간다고 엄청 잔소리야 누구때문에 돈을 버는데"
다들 공감하고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한명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이야기가 끝나면 마지막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이 험담은 계속 된다.
"나도 뭐 똑같지 얼마나 귀찮은데"
내 차례가 찾아오고
딱히 아내를 흉볼생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를 안타면 조금 이상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평소의 아내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여자가 남자처럼 매일 티셔츠나 입고 화장도 안해"
동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권태기냐? 너한테 더 이상 매력을 못 느끼는거 아니냐?"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
그래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이야기
"자!자! 갑시다"
더 이상 이야기 거리가 나오지 않아
다시 사무실로 향하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회사원들
늦은새벽 겨우 끝난 일
조용한 동네를 지나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간다.
현관문에 불빛이 들어오고
깜짝 놀란 아내가 쇼파위에서 일어난다.
"다녀오셨어요..."
목이 늘어난 티셔츠 그리고 츄리닝 하의 그리고 짝짝이 양말
정말 형편없는 패션이다.
아니 최악이다
아무래도 TV를 보다가 잠이든 것 같다.
나는 늦게까지 돈을 벌어오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짜증과 허탈함의 화살이
아내한테 박힌다
"여자가 무슨... 옷 꼬라지 봐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이야기 했지만
조용했던 집안에서 그 소리는 결코 작은 목소리가 아니였나보다
난처해 하는 아내의 모습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방으로 들어간다.
대충 옷을 벗고 침대위에 누웠을때
머리속에서 맴돌던 단어
『권태기』
아무래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아내=
xxxx년xx월xx일
요즘들어 야근을 자주하는 남편
행여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마음같아서는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자존심 강한 남편
그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남편이 힘들게 벌어다주는 생활비,용돈
이 돈이 어떻게 벌어오는 돈인지 알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해 신혼초기에 이자률이 높은 적금을 들었었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고 싶어
남편이 입었던 옷도 구멍나서 짝이없는 양말도
무더운 여름에도 부채 바람으로 보내며
의,식,주에서 최대한 아낄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낀다.
물론 남편한테 들어가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행동이 나도 모르게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