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오늘은 특별한 주말 저녁이다.
오랜만에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죽마고우들 하고 저녁을 먹는 모임이 있는 날이다.
자주 뭉치는 그런 모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뭉치는 그런 모임이였다.
그리고 다들 일찍히 결혼했기 때문에 모두 부부동반이였다.
"건배~"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한잔 두잔 입속으로 술이 들어간다.
아내는 술을 못마시기 때문에 음료수로 대신 건배를 한다.
한참을 마시다 보니 어느정도 다들 취기가 올라
술주정을 시작하는 녀석이 발생한다.
"나 안취했어 임마! 2차 가자!"
왜 항상 술도 약한녀석이 제일 많이 마시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래도 친구들 앞에서는 약한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객기를 부리는것 같은데
매번 이 녀석 때문에 모임은 2차도 못해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너 제수씨한테 너무 아끼는거 아니냐?"
그 녀석이 아내한테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이야기한다.
"항상 옷이 똑같냐 지는 좋은거 많이 입고 다니면서"
다른 녀석들이 그 취한녀석을 말리면서 그렇게 모임이 끝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안에서 왠지 내 눈치를 보는 아내
그러고 보니 아내가 입고있는 옷은 아내가 항상 모임이나
아니면 특별한 외출이 있을때 마다 입던 옷 같았다.
어디서 저런 옷을 샀는지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도 이상한것 같다.
취해서 그런지 낡아보이는 그 옷 때문에 신경거슬린다.
"이걸로 옷 사입어 괜히 친구들 앞에서 창피좀 주지말고"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지갑에서 신용카드 한장을 아내한테 건내준다.
아까부터 내 눈치를 보는 아내가 신경쓰이고
친구의 한마디 때문에 괜히 아내한테 짜증을 내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으며 화장대 위에 있는 액자속 아내와 찍은 사진이 보인다.
역시 그 사진속 아내는 똑같은 옷을 입고있다.
생활비를 주면서 용돈도 같이 주는 편인데
왜 저런 낡은 원피스를 계속해서 입는지 이유를 알수가없다.
친구녀석들 배우자들은 잔뜩 치장을 하면서 모임에 오는 편인데
아내는 화장대 위에 화장품도 정말 기초적인것 말고는 없는것 같다.
아내와 친구의 여자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아내가 방으로 들어온다.
괜히 아내한테 화가난다 그래서 아내를 없는 사람 취급하듯
그대로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아내=
xxxx년xx월xx일
결혼전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을때
지금의 남편이 사줬던 하늘색 원피스
남들 눈에는 어디서나 볼수있는 그런 흔한 원피스였지만
나한테 있어서 그 원피스는 소중한 보물이였다.
남편도 그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아름답다고 칭찬해줬었다.
나도 그 원피스를 좋아해서 특별한 날 자주 입고 나가는 편이였는데
아무래도 너무 자주 입은 모양이다.
색상도 옛날에 비해 많이 흐려졌고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디자인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세탁을 하고 상자속으로 넣어야 될 것 같다.
결혼후 한번도 그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칭찬받은적이 없어
남편이 건내준 신용카드를 보고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한컨이 아려와 시야가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