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어느날 출근하려고
현관문 앞에서 대기중인 나한테
아내가 잠시 머뭇거리며 말한다.
"오늘 혹시 일찍들어오실거죠?
오랜만에 같이 저녁먹어요"
딱히 오늘은 별로 특별한 일도 없고
얼마전까지 있었던 산더미 같았던
일거리를 야근을 하면서 까지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널널했었다.
"알겠어 일찍 들어올게"
일찍 들어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회사로 출근하던 그 날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요즘들어 내가 퇴근이 늦었기때문에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않았다.
일거리가 없는 회사는 정말로 조용했다
다들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내며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장님이 던진 한마디
"지금까지 야근하느라 다들 고생했으니 오늘은 회식이나 합시다!"
나도 모르게 회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좋아했다
물론 아침에 아내 했던 약속을 뒤로한 채
회사 전화로 아내한테 전화해서 들뜬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오늘 회식이라 늦게 들어갈테니 나 기다리지마"
아내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이해해준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마음것 놀고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나머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다
=아내=
xxxx년xx월xx일
요즘들어 남편이 야근때문에 많이 피곤해보인다
내 욕심 때문에 남편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같이 저녁을 먹자고 이야기 했더니
남편은 오늘은 괜찮다면서 일찍 들어온다고 이야기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였으니까
남편이 출근하고 시장에 들려서 미역국을 끓일 재료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미역국을 끓여놓고 집안일을 하면서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도 모르게
혹시 남편이 내 생일인것을 알고있는건 아닌지 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사실 남편은 자신의 생일도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자주 까먹는 편이다.
그 만큼 바쁘게 일을 하는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남편한테 부담을 주기 싫었다
이제 곧 남편의 퇴근시간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한테 한통에 전화가 걸려온다
회식 때문에 늦게 들어온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수화기 사이로 조금은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가 작은 소리로 들려온다
남편도 꽤나 들뜬 목소리였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동안 고생해 온 회사사람들끼리 술 한잔 마시는걸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미역국이 담긴 냄비를 세탁실 구석으로 숨겨놓고
아무래도 늦게까지 술자리가 있을 것 같아서
새롭게 두부를 넣은 북어국을 준비한다.
남편은 항상 숙취를 풀고 싶어할때
두부 넣은 북어국을 끓여주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