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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ewol_6092
    작성자 : 꿈송
    추천 : 7
    조회수 : 431
    IP : 115.137.***.10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4/19 19:47:22
    http://todayhumor.com/?sewol_6092 모바일
    빈소에서 나오며.
    가만히 수요일을 떠올려 본다.
    울리는 진동에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바로 미팅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여섯시가 다 되서야 겨우 한숨 돌리며 근처 식당을 찾았고,
    방송중인 세월호의 소식에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단원고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학교에 오고 가며 그네들을 마주쳤을테니.

    밥을 절반이나 먹었을까? 숟가락을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후로 3일이 지난 오늘.
    어렴풋이 다가오던 충격은 깊은 슬픔이 되었고, 무능한 정부와 비상식적 소시오패스들의 행위에 분노했다.

    지난 밤 새벽 4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던 나는
    열시가 지나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을 단촐히 먹고, 단정하게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일단 공모전 팀모임을 위해 학교로 향했다. 
    무슨 일 있느냐며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친구들의 말에
    별 일 없다 답하고 회의, 그리고 피티작업을 했다.
    끝마치고 일어나며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여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바로 시동을 걸고 인하대 병원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장례식장까지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녀를 떠올렸다.
    나보다도 다섯살이나 어린 그녀가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미안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 전할 말이 없었다.
    풀어낼 길 없는 답답함에 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미리 문의해 알아두었던 번호를 찾아 지하1층으로 향했다.
    복도에는 근조화환들이 늘어서 있었다.
    준비해 간 조의금을 함에 넣고 방명록을 썼다.
    정성을 다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앞서 오신 조문객분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참아왔던 눈물이 다시 터질 것만 같았다.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천천히 두 번 절을 하고 상주분들과 인사를 했다.

    혹시 지영이 친구분이냐며 묻는 목소리가 너무 슬퍼 무슨 말을 건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아니라고..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전했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으며, 당연한 일이라고, 감사해야 할거 유가족분들이 아닌 국민들이라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지만, 속상한 마음은 가라앉을줄을 몰랐다.
    운전석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마음이 생기더라.

    돌아오는길에 故김광석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반복해서 들었다.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이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합니다.
    더욱 바르게,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꼭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본받아 살겠습니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학생들의 전원 무사기원을 바랍니다. 기적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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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9 19:49:31  218.50.***.76  미르가온  53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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