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수요일을 떠올려 본다. <div>울리는 진동에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바로 미팅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div> <div><br /></div> <div>여섯시가 다 되서야 겨우 한숨 돌리며 근처 식당을 찾았고,</div> <div>방송중인 세월호의 소식에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단원고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div> <div>단원고등학교가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학교에 오고 가며 그네들을 마주쳤을테니.</div> <div><br /></div> <div>밥을 절반이나 먹었을까? 숟가락을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div> <div><br /></div> <div>그 후로 3일이 지난 오늘.</div> <div>어렴풋이 다가오던 충격은 깊은 슬픔이 되었고, 무능한 정부와 비상식적 소시오패스들의 행위에 분노했다.</div> <div><br /></div> <div>지난 밤 새벽 4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던 나는</div> <div>열시가 지나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div> <div><br /></div> <div>아침을 단촐히 먹고, 단정하게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div> <div>일단 공모전 팀모임을 위해 학교로 향했다. </div> <div>무슨 일 있느냐며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친구들의 말에</div> <div>별 일 없다 답하고 회의, 그리고 피티작업을 했다.</div> <div>끝마치고 일어나며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여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바로 시동을 걸고 인하대 병원으로 향했다.</div> <div>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장례식장까지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div> <div>나는 그녀를 떠올렸다.</div> <div>나보다도 다섯살이나 어린 그녀가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생각하니</div> <div>나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div> <div>미안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 전할 말이 없었다.</div> <div>풀어낼 길 없는 답답함에 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div> <div><br /></div> <div>미리 문의해 알아두었던 번호를 찾아 지하1층으로 향했다.</div> <div>복도에는 근조화환들이 늘어서 있었다.</div> <div>준비해 간 조의금을 함에 넣고 방명록을 썼다.</div> <div>정성을 다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br /></div> <div>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앞서 오신 조문객분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자니</div> <div>참아왔던 눈물이 다시 터질 것만 같았다.</div> <div>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천천히 두 번 절을 하고 상주분들과 인사를 했다.</div> <div><br /></div> <div>혹시 지영이 친구분이냐며 묻는 목소리가 너무 슬퍼 무슨 말을 건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div> <div>그저 아니라고..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전했다.</div> <div>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으며, 당연한 일이라고, 감사해야 할거 유가족분들이 아닌 국민들이라 말씀드리고 싶었지만</div> <div>입이 떨어지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div> <div>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지만, 속상한 마음은 가라앉을줄을 몰랐다.</div> <div>운전석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 울음이 터졌다.</div> <div>그렇게 한참을 울고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마음이 생기더라.</div> <div><br /></div> <div>돌아오는길에 故김광석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반복해서 들었다.</div> <div>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div> <div>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div> <div><br /></div> <div><br /></div> <div>이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합니다.</div> <div>더욱 바르게,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div> <div>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꼭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본받아 살겠습니다.</div> <div><br /></div> <div>*아직 발견되지 못한 학생들의 전원 무사기원을 바랍니다. 기적을 기다립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