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던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한기를 느끼는 것을 보면 어느새 겨울은 문턱을 넘어 우리 가까히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 빗속을 뚫고 마치 성전의 시작을 알리 듯, 사방팔방에서 서울광장을 향해 모여든 분들의 우산 속에는 저마다의 희망을 담은 촛불이 팽팽한 긴장감을 해소라도 시키려는 듯 오히려 한가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누구는 주인으로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또는 권위주의 시대로 역주행하여 철권통치를 재현하려는 반민주적 행위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먼 길을 걸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한데 그 흥분이 채가시기도 전에 이 천부의 울화를 돋우는 기사 하나가 눈에 띄는군요. "이정희 대표가 대중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지칭해 도마 위에 올랐다" 글쎄요. 아마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친절하게도 "최고 존엄에 대한 도전" 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론도 가능하겠지요? 국민을 섬기는 대상이 아니라 군림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정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갈등과 불신, 반목과 혼란을 조장한 정권, 가장 기본적인 이념이자 반드시 지켜야할 가치 조차 묵살하는 정권이 "존엄" 을 요구한다면 과한 것 아닐까요?...
"민중은 사회주의적 개념" 이라는 개념없는 총리. “민주주의가 과잉이다” 라고 째려 보는 집권당 대표,, “국민이 종북이념에 오염되었다” 는 국방부장관,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해주겠다” 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으름장 놓는 공안검사 출신의 집권당 국회의원, 하물며 국정수행에서도 능력은 커녕, 자질 역시 함량미달인 정부, 포용과 배려, 소통은 실체도 불분명한 박근혜식 원칙에 묻히기 일쑤이니, 21세기 대명천지에 파시즘의 부활이 왠말이고 이를 속절없이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두려움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백번 양보해서 이정희 대표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지나쳤다고 칩시다. 한데 인지상정으로 보면 수긍가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반민주적 칼날이 자신들을 난도질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니까요. 권력에 의해 자유와 기본권이 유린되고,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정당해산을 해외순방 중 서둘러 결재하는 작태를 인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거죠. 더더욱 여론조사를 믿고 정당해산을 청구한 법무부나 이를 결재한 청와대나 치졸한 정치보복으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이정희 대표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화된 지 햇수로 26년째인데 원내 127개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100일 넘게 장외투쟁을 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이건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 것 아닙니까?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 중추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하고 그들을 총동원한 부정선거로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여 있는 이 시점에도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박근혜씨에게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까? 북한의 2중대라는 국민들의 비아냥을 받고 있는 새누리가 "종북몰이"를 만병통치약인양 여기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겁니까? 뇌구조가 화석화 되어버린 수구꼴통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존재하며 선택에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릅니다. 행동하든 행동하지 않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그에 다른 책임을 자신이 지면 됩니다. 소수가 모인 집단 조차 모든 의견이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물며 다층다면 다양다색한 국민들의 의견 또한 같을 수는 없겠죠. 다만 잘못한 일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편이라 할 망정, 참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잘못한 점에 대해 확실하고도 냉정하게 질타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헌법의 가치를 무시하는 현정부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묻게 하는 것, 그 권리는 국민에게 있으며 그에 다른 책임 역시 국민에게 있다고 단언합니다...
"보장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결코 보호하지 않는다"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예링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국민입니다.
매정한 빗속에서도 서울광장을 찾아주신 민주시민님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