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참배하면 뭣하나. 아버님의 누명을 벗겨드려야지"
"딸이 나서서 아버지를 변호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말도 듣고 있지만, 제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버님의 은혜를 입었던 분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朴의 의중을 낌새라도 차렸다는 듯이 어제 하루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무리들이 독재의 정당성을 뇌까리며 "新유신" 의 도래를 합리화 하는 용납못할 광대극을 보여주더군요. 종교인을 빙자한 그들은 신앙심 (애당초 무관하지만) 을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상징인 십자가 대신 박정희의 걸개 사진을 내걸으며 신의 탄생(?)을 알리는 아멘을 연발하니 하나님, 예수님 하루종일 얼마나 속이 메스꺼웠겠습니까? 십계명에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는 말씀이 무색해졌으니 말입니다...
북한의 김일성과 무엇이 다른가?...
박정희를 아버지라 부르고 각하라 칭하는 것 까지야 그들의 노예 근성 탓이라 치부한다 해도,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 는 손병두에 망언은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유신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겁니다. 오늘은 그들을 비난하는 것 조차 무의미 한 것 같고 이런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어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유신의 나라를 대필합니다...
이명박 시대가 끝나고 박근혜 시대가 온다는 것은 그래도 외형상 헌정의 테두리를 유지하던 제3공화국 대신 유신의 "겨울공화국" 이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시절 박정희 치하의 남쪽은 "겨울공화국"이라 종종 불렸고, 김일성 치하의 북쪽은 "동토의 왕국" 이라 불렸다.그리고 40년이 지난 이 겨울의 초입에서, 북쪽은 김일성의 손자가, 남쪽은 박정희의 딸이 다스리는 나라로 변모했다...
어디 남,북한뿐이랴. 일본의 총리 아베 신조는 전 수상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 역시 8대 원로인 부총리 시중쉰의 아들인 태자당 출신의 2세 정치인이다. 혹자는 기시 노부스케가 만주국을 사실상 설계했고, 박정희는 다카키 마사오란 이름으로 만주군에서 복무했으며, 김일성은 일본 제국주의와 만주국 괴뢰정권을 상대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점을 들어 동아시아에 만주국 시절의 대립구도가 부활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도루와 전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이끄는 일본의 극우세력은 일본유신회를 만들어 지난 16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했는데, 한국에서 유신공주 박근혜가 집권하자 한일간에 "유신 연대" 가 이뤄지게 되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북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것도 머쓱해졌다. 하긴 교회도 언론도 기업도 학교도 학벌도 그리고 가난도 대물림되는 나라에서 대통령 자리를 가업으로 승계한 게 무엇이 새삼스러우랴...
리영희 선생 장준하 선생 송건호 선생
# 매년 사단 규모 병력이 죽어나가던 암흑의 시대...
먼저 유신시대는 죽음의 시대였다... 최종길., 장준하와 인혁당 관련자들만 희생된 게 아니었다. 유신시대는 군대에서 1년에 근 1500명이 죽던 시대였다. 유신시대 전체가 아니라 1년에 1500명의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죽어갔다. 유신 전체로 치면 1개 사단이 전쟁도 치르지 않았는데 전멸한 것이다. 아니 전쟁 없이 죽었다기 보다는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상대로 치른 전쟁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민주화가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는 것보다도 그 죽음의 행렬을 멈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년에 1500명의 젊은이가 소리 소문 없이 죽어 나가도 입 한번 뻥끗할 수 없는 것이 유신시대였다...
둘째, 유신시대는 박정희 한사람이 자유롭기 위해 만인의 자유가 희생된 시대였다...
박근혜가 죽어라 하고 토론을 기피했던 것은 박정희를 닮아서다, 박정희는 유세다니고, 토론하는 것 하기 싫어서 대통령 직선제를 없애버렸다. 그 시절 박정희는 천황과도 같은 절대적인 지위를 꿈꿨다...
셋째,
유신시대는 표현의 자유가 끔찍하게 유린당한 시대였다... 유신시대는 표현의 자유가 끔찍하게 유린당한 시대였다... ‘유신독재 타도하자’나 ‘유신헌법 철폐하라’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헌법을 ‘고쳐주세요’ 하고 부탁(청원)해도 영장 없이 체포해서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때려버리는 것이 유신체제였다. 오죽했으면 구속된 민주인사의 가족들이 입에 십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침묵시위를 했을까...
넷째, 유신시대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인간 내면의 양심의 자유까지 침해된 시대였다... 친일파에서 광복군으로, 광복군에서 좌익이 군부에 침투시킨 최고 프락치로, 좌익 프락치에서 다시 우익으로 숨 가쁘게 변신한 박정희는 전향하지 않는 좌익수들의 꼴을 봐주지 못했다. 1975년 제정된 사회안전법은 형기를 다 살았어도 전향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형기를 마치고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전향서를 쓰지 않으면 다시 잡아들여 보호감호란 이름으로 기약 없는 옥살이를 시켰다...
박정희의 심기까지 경호 대상이 되었던 그 시대에 익숙해진 박근혜는 과연 귀에 거슬리는 비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유신체제의 퍼스트레이디 이후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에 박근혜가 공직을 맡았던 것은 영남학원의 이사와 육영재단의 이사장이었다. 불행히도 두 경우 모두 측근들의 심각한 부정부패가 문제가 되어 박근혜는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영남학원이나 육영재단 정도 규모를 운영할 때에도 측근들이 어마어마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몰랐다면-알고도 방치했다면 더 큰 문제다. 과연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서 측근들의 부정부패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유신시대가 부활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2013년에 대학교수와 언론인을 비롯한 지식인의 수는 유신시대에 비해 수십배 늘어났다. 그러나 유신의 부활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지식인은 불행히도 그리 많지 않았다. 민주당은 거리의 운동정치에서도, 제도 속의 대의정치에서도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이 저토록 무기력해진 데에는 정치혐오증을 덮어씌운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의 역할도 상당하겠지만, 민주당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너무나 크다...
장준하, 리영희,송건호 같은 거룩한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