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이대로 방치해도 옳은 것인가?
청천벽력이 이와 같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어이없는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과욕이 채 영글지도 않은 아이들의 운명을 거두어 가고 말았습니다. 졸지에 날아든 비보로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그 부모들의 원통함은 가히 짐작 하고도 남습니다. 또한 아직 생사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세 아이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자식을 키우는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감히 어울릴만한 위로의 말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슬프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밖에요...
언론에서는 예견된 인재라고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이 사고는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여름캠프, 국토대종단. 해병대체험, 병영체험, 어느 것 하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공동체의 첫 발인 동지애를 심어준다는 취지만 요란할 뿐, 정작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 과연 체험캠프가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니까요. 악조건을 이겨내고,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찾고, 성취감을 느껴본다는 것, 이 또한 억지 춘향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말입니다...
입소는 반갑게 받아들이고, 관리는 소홀한 체험캠프의 상업적 논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캠프에 참가했다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한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면 우리는 체험캠프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을 피할순 없을 겁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방치한다면 다른 참사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사설 캠프 업체의 속성상 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피해 신고를 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정부 허가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데다 관리, 감독 기관이 없어 안전관리나 프로그램 운영이 허술할 수밖에 없으니 사업자 등록이야 유명무실한 휴지에 불과하다 이 말입니다. 시급히 캠프를 등록제에서 인허가제로 바꾸고, 정부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단체를 선별하지 않는 한, 다음 사고 역시 예견되어 있다는 것이죠...
또한 사설 캠프 업체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지가 있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미숙한 사후처리를 보면 오히려 아이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해도 무리는 아닐겁니다. 어제 졸지에 친구 5명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증언입니다. "학생 90명이 교관의 지시로 물에 들어가던 중 앞서 가던 20명가량이 물에 빠져 허우적댔어요. 구명 조끼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교관은 앞, 뒤 단 2명뿐이었어요" 제 아무리 신출귀몰한 교관(?)이라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겠죠. 하지만 갈매기의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급류가 몰아치는 바다로 아이들을 몰아 넣은 교관(?)의 만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절대절명의 순간을 목격한 아이들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학생들이 점점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키 1m80㎝인 학생 가슴까지 물이 찰랑거렸다. 갑자기 바닥이 푹 파인 듯, 순간적으로 허우적대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도 보트에 탄 교관은 "괜찮다"며 더 들어가라고 했다. 순간 파도가 몰아닥쳤다. 나중에 보니 학생들을 이끌던 교관의 보트에도 구명조끼는 실려 있지 않았다."...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 넣은 교관(?)의 몰지각함을 논하기에 앞서, 아이들을 방치한 학교와 인솔교사를 꾸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궤변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도 충분히 위험을 감지 할 수 있었고, 교관(?) 들의 만용 또한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무자격 교관을 채용하여 크고 작은 사고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특히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방학철에는 아르바이트 교관을 고용하는가 하면, 위기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무자격 교관들에게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라 맡기고 있는 셈이니, 이번 사고를 "예고된 참사"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 천부에게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1999년 이맘 때 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 씨렌드 화재 사건 말입니다. 당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치원생들이 열아홉명이고, 인솔교사도 네명이나 화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우리 사회는 요란법석을 떨며 안전불감증에 대해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그 이후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은 비일비재 일어나곤 했으니까요...
미처 꽃망울을 터트려보기도 전에 운명을 달리한 두 아이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아직 생사불명인 세 아이들의 무사함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