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네.. 저는 지금 자격증 시험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입니다.</div> <div><br /></div> <div>5년전 이맘 때도 저는 수험생이었습니다.</div> <div><br /></div> <div>공부하러 와서 멍하니 PPT 만 보고 있다가 공부하기 싫어서 메모장을 투닥거려 봅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약 4년 10개월 전, 준비하던 시험을 끝낸 첫 주말에</div> <div><br /></div> <div>전 멀고 먼 지역까지 가서 놀고 있었드랬습니다.</div> <div><br /></div> <div>그러다가 저녁에 아버지 전화가 왔드라구요.</div> <div><br /></div> <div>잘 놀고 있느냐 뭐 그런 안부겠거니 무심결에 받았는데</div> <div><br /></div> <div>빨리 집으로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겁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  "엄마 검진 결과가 좀 안좋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도대체 뭐기에..?</div> <div><br /></div> <div>마음 졸이며 집으로 갔더니, 내시경 결과지가 있더라구요.</div> <div><br /></div> <div>벌써 조직검사까지 끝냈더랬습니다.</div> <div><br /></div> <div>5년 전의 기억이라 토씨가 틀릴 수는 있는데,</div> <div><br /></div> <div>여튼 내시경 결과는 아래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 There are some hyperemic lesions with minimal ulceration --> R/O EGC, ]</div> <div> (조기 위암이 의심되는 병변들이 있다)</div> <div><br /></div> <div> </div> <div><br /></div> <div>이것도 사람 심장 쿵덕거리게 하는데,</div> <div><br /></div> <div>밑에 조직검사 결과지가 더 신경쓰이게 했더랍니다.</div> <div><br /></div> <div> [ EGC, poorly differentiated (signet ring cell type)]</div> <div>  (조기 위암은 맞고, 분화는 안좋다.)</div> <div>  </div> <div> (형태는 기억 안나네요.. 있었는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지 없었는지.. 전자겠죠?)</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되려 어머니는 담담하셨고 (나중에 말씀하시길, 이게 내 일이란 게 실감이 안나셨대요)</div> <div><br /></div> <div>아버지가 너무 불안해하셔서 일단 그 자리에서는</div> <div><br /></div> <div> - 조기 위암 맞으면 5년 생존율이 98%고 잘라내면 깨끗하니 걱정마시라.</div> <div><br /></div> <div> - 확실한 건 수술 다 끝내보아야 안다</div> <div><br /></div> <div>라고 안심시켜 드렸지만,</div> <div><br /></div> <div> 저도 잘은 몰라도 주워 들은 게 있는지라 </div> <div><br /></div> <div>'분화가 안좋다' 'signet ring cell' 같은 단어들이</div> <div><br /></div> <div>엄청 엄청 엄청 사람을 불안하게 하더라고요.</div> <div><br /></div> <div>저런 유형의 암들이 대체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요.</div> <div><br /></div> <div>책에선 2%라도 저한테 닥치면 100% 아니겠습니까.</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제 입장에서는 그것말고도 화가 나고 속상했던게</div> <div><br /></div> <div>검진을 12월 말에 받으셨고 결과도 1월 초에 나왔다는데,</div> <div><br /></div> <div>딸 시험 그게 뭐라고 혼자서 거의 열흘? 2주를 꼭 쥐고 계시다가 저 시험 끝나고 말씀하신거더라구요.</div> <div><br /></div> <div>중간에 부모님 결혼기념일도 있어서 막 축하도 하고 그랬는데 그 속이 어땠을까..</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 뒤로는 같이 모시고 가서 </div> <div><br /></div> <div>대학 병원 가서.. 검사 다시 받고.. 수술하고.. 회복하고..</div> <div><br /></div> <div>뭐 그런 과정들을 거쳤습니다. </div> <div><br /></div> <div><br /></div> <div>시험치고 할 일 없는 제가 간병을 했었는데</div> <div><br /></div> <div>그 때 병원이 보호자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실감했네요 ㅠㅠ</div> <div><br /></div> <div>새벽 4시 반에 방에 불켜고 막 ㅠㅠ</div> <div><br /></div> <div>당연히 꼭 필요한 건 아는데 한시간마다 소변량 체크 기록을 왜 내가 해야해 ㅠㅠ 싶기도 하고.</div> <div><br /></div> <div><br /></div> <div>근데 울 어무니는, 그 동안 공부한다고 힘들었는데</div> <div><br /></div> <div>실컷 놀고 싶은 시점에 못 놀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셔서 또 제 눈물 한번 쏙 빼시고.</div> <div><br /></div> <div>뭐 . 저는 맨날 정장입고 점잔빼면서 있어야 했던 병원에서 </div> <div><br /></div> <div>츄리닝입고 슬리퍼 신고 있어도 되어서 너무 재밌고 좋다고 해서 철없다고 등짝 한번 맞고요.</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다행히 검사 결과도, 수술 경과도 좋았습니다.</div> <div><br /></div> <div>조기 위암 맞았구요 (점막 하 침범도 없이 점막에만 국한된 악성종양), 림프절 전이 없었고요,</div> <div><br /></div> <div>저희 엄마 암보험 넣던거 있었는데, 지급을 위해 불입해야 하는 최소기한을 살짝 넘긴 시점에 진단 받아서</div> <div><br /></div> <div>보험회사에서 따로 서류 달라고 해서 왔다갔다 하던 기억도 있네요.</div> <div><br /></div> <div>그래서 병원비도 큰 타격 없이 끝났고요.</div> <div><br /></div> <div>어렵게 투병하시고 있는 분들에 비하면 참으로 별 거 없이 끝났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이런 싱거운 얘기를 풀어놓으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div> <div><br /></div> <div>나중에 여쭤봤지요. 어떻게 검진을 다 받을 생각을 했냐고.</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생애 전환기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아 연말에 경고장이 날라왔더래요.</div> <div><br /></div> <div>올해까지 검사를 안 받으면 이후에 암이 발견되어도 혜택이 어쩌고 어쩌고..</div> <div><br /></div> <div>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걸 마지못해 12월 26일인가, 27일에 검사 받으셨답니다.</div> <div><br /></div> <div>전 지금도 생각하다보면 아찔합니다. </div> <div><br /></div> <div>그걸 못 받고 몇개월 지나서 발견했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 어땠을까.</div> <div><br /></div> <div>행여나 손쓸 수 없이 퍼진 채로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러니까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div> <div><br /></div> <div>부모님이, 혹은 본인이 해당되시면 꼭 검진 받으세요.</div> <div><br /></div> <div>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건 호미로 막으셨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 /></div> <div>이 글을 보는 분이 한 분이든 두 분이든 이것만 말씀드릴 수 있음 되어요.</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얼마전에 엄마랑 통화하다가 5년 얘기가 나와서 </div> <div><br /></div> <div>5년 채우면 파티하자고 그랬지요.</div> <div><br /></div> <div>그런데 그러려면 제가 시험에 붙어야 맘이 편하겠지요.</div> <div><br /></div> <div>이것만 쓰고 공부하러 가야 되는데.. 어머 점심시간이네요. ^^; 허허.</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아마 이 글을 조합하고 제 리플들을 행여나 보시게 되면</div> <div><br /></div> <div>이 쪽 계통에 계시는 분은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충분히 추측 가능하시겠지만..</div> <div><br /></div> <div>댓글 대신 추측으로 끝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아 :-)</div> <div><br /></div> <div>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div> <div><br /></div> <div><br /></div> <div>전 밥만 먹고 공부하러 갈게요. ㅎㅎ</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