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연히 들린 전남대학교 로스쿨 게시판에 붙어있던 글입니다.
사진이 흐려 잘 보이지가 않는 관계로 직접 기술하겠습니다.
제법 솔직하고 인간적인 자기 고백 입니다.
- 원문 -
"안녕들 하시냐" 는 질문에 응답합니다.
멀리 광주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도 이 자보를 빌어 답 합니다.
안녕한 `척' 하면서 살고 있다고,
안녕하지 못한 티를 내면 공부에 방해될까봐 쿨한 척 하면서 살고 있다고,
나라꼴 가관인 것은 알겠는데, 우선 변호사시험을 합격해야 하니까 일단 참고 있다고,
저는 그러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시험성적이 많은 것을 지배합니다. 성적이 높으면 사람이 모이고,
성적이 낮으면 사람이 떠나갑니다. 변호사시험을 합격하지 못하면 외면당합니다.
수군거림의 대상이 됩니다. 당사자는 죄인처럼 잠적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동상동몽(同床同夢)입니다. `나는 꼭 한 번에 붙어야지'
그래서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합니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기업 서비스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것은
알겠는데, 일단 내가 여기서 죽게 생겼습니다. 변호사가 되면
좋은 일 많이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가서 열심히 사회에
관심을 갖고, 약자 보호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여기서는 최대한
입 닫고 안녕한 척 하며 공부에 집중해야 합니다. 변호사부터
되어야 겠습니다.
오해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선하고 뜨거운 다짐들을 가슴에 안고 들어왔습니다.
광주, 민주주의, 법치, 공익과 인권, 사회정의 등
많은 이들이 그랬듯, 저도 자기소개서에 이러한 가치들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며 입학했습니다. 면접에서는 변호사가 되면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꼭 보탬이 되리라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혹시 나는 그 다짐들을 `배신'
하고 있지는 않은지. 기꺼이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것은 아닌지.
철도노조의 총파업 선언문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탈선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를 잠시 멈추고 선로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멈춥니다."
"일단 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잠시만이라도 멈추고,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송전탑하나 건설하겠다는데
왜 누구는 목숨까지 내놓으며 반대하는지, 비정규직 월급쟁이가
처자식을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아주 잠깐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예비 법조인이라고 불리우는 우리들에게, 저 사람들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끄러운 자기고백이 너무 길었네요. "안녕하신지" 물어봐 준
학생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고 유한숙 어르신,
고 최종범씨의 명복을 빕니다.
원우님들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