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4/986b17552fe67b7d84c2c3e2f280c2d7.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br></p><p><br></p><p><br></p><p><span style="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장미접기</span><br style="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상병때쯤인가,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 후임의 부탁에 휴가 복귀할때 장미접기를 몇 개 사다줬다. <br>문제는 이 후임놈은 장미를 접기에는 종이접기에 천부적으로 재능이 모자랐다는 점과 내게 장미접기가 생각보다 재미난 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br>고장 문의를 받고 처리해주는 우리 처부의 특성상 바쁠때는 창자뽑히게 바쁘지만 문의가 없을 경우에는 근무 시간 내내 허공만 응시하는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학접기의 단조로움에 지친 나와 몇몇은 장미접기에 빠져들게 되었다.<br>우리는 장미를 접고 접고 또 접었다. <br>손 끝이 빨갛게 물들고 물든 손으로 전화를 받다보니 수화기 마저 붉게 물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접었다.<br>옆 분대 후임이 휴가를 복귀하면서 사온 노란색 장미접기를 보며 우리는 빛나는 황금빛 자태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또 접었다.<br>처부 캐비닛은 만개한 장미들로 채워지고 손에 살이 붙어 정작 본인은 장미를 접지 못하는 후임놈은 주기적으로 봉투를 들고 와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장미를 수거해 가 결국엔 여자친구에게 성공적으로 장미 선물을 전했다고 전해진다.<br>그리고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br>엠병.<br><br><br>미니화분<br>일병때로 기억한다.<br>항시 나와 죽일듯이 싸우는 동생은 그 당시만 해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나에게 편지를 썼었다. 편지의 내용은 나와 같이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지나친 악필이라 다른 사람들은 알아볼 수도 없고 알아도 별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 대다수였지만 핵심은 편지에 동봉된 물건들이었다.<br>동생은 편지를 쓸 때마다 자신의 책상에 보이는 잡동사니 혹은 다이소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봉투에 넣어(이 덕에 봉투는 자체 제작한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기형적인 물건을 썼다.)보내줬는데 그 중에는 크레파스, 당시 내 짬에는 쓸 수도 없던 빗, 포장지는 버리고 압축하여 보낸 보드게임,</span><span style="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 font-size: 10pt;"> </span></p><p><span style="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 font-size: 10pt;">심지어는 제모 스트립(.....이건 어떻게 써보려고 해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까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라벤더 미니화분이었다.</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압축된 배양토와 작은 씨앗들이 들어있는 심플한 구성이었는데 동생이 부피를 줄이기 위해 설명서를 제거한 채로 보내서 우리는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그 물건이 무엇인지를 한참 고민했었어야 했다.<br>압축 배양토를 초콜릿으로 오인해 한입 깨무려던 고참을 저지하며 다시 살펴본 결과 그제서야 이게 식물을 재배해내는 세트라는걸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알아채게 되었다.<br>과연 이게 자라날까 하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의 걱정을 뚫고 싹은 자라났다. <br>성장 환경을 고려해 볕이 잘 드는 창가로 화분을 옮겨 주었고 녀석은 날이 다르게 성장하여 자신이 원래 담겨온 미니 화분에서는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더이상 뿌리를 내리기 힘든 지경에 도달했다.<br>결국 분갈이를 하기에 이르렀고 선임들이 주먹만한 화분을 구해주고, 옆 산에서 질 좋은 흙을 골라 퍼와주고, 청소시간만 되면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너 화분 물줬냐고 물어봐 주는 덕에 라벤더는 그 자태를 뽐내며 더욱 성장하고 나 또한 고마운 선임들에 대한 존경심이 성장하고 있었다.<br>물론 존경심은 몇일동안 여러 이유로 털리고 갈굼받으며 깔끔하게 사라졌다.<br>그와 대조적으로 녀석은 더더욱 울창하게 성장했고 창가 근처로 가면 은은한 라벤더 향을 맡을수도 있었다.<br>땀냄새와 짬냄새 걸레냄새로 얼룩지던 군생활에 한줄기 라벤더 향은 적잖은 활력소가 되어주었으며 심지어는 다음 휴가때는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식물용 영양제를 사서 화분에 꽂아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br>그로부터 수 일이 지나고 중대원 모두가 작업에 동원되어 중대를 비웠을 즈음 행보관님이 이놈새끼들 내무실 청소는 잘 하나 하고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내무실 순시를 실행했고 창가에 떡하니 놓여있던 화분은 곧 그의 눈에 들게 되었다.<br>식물 애호가였던 그의 눈과 코에 라벤더는 깊은 인상을 주어 그 자리에서 징집되었고<br>우리의 작은 화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행보관실 거대 화분 한켠에 옮겨심어졌다.<br>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화분이 사라진걸 알고 분노하였으나 행정병을 통해 녀석이 그의 명을 통해 징집됐음을 알고 깊은 절망에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건빵만 씹을밖에 도리가 없었다.<br>그 이후로 미니 화분을 몇개 더 받아 길러보았지만 유격 훈련으로 인해 2주동안 내무실을 비운 사이에 기껏 피어난 싹은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마른 콩나물 대가리 두 쪽으로 변해 더 이상 키우는 것을 그만두었다.<br><br><br>초코파이와 초코바<br>사진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나에게는 장미접기와 미니화분만큼 커다란 추억으로 남아있는 물건이다.<br>때는 훈련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br>몹시도 추운 날씨였지만 나와 동기들은 순조롭게 훈련을 하나 하나 받아나가고 있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우리에게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일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종교행사의 간식은 엄청난 힘이 되어 주었다.<br>주차가 진행됨에 따라 나는 여기 저기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야간 행군에 대한 공포심을 늘려가고 있었다.<br>존나 힘들다는데... 버틸 수 있을까<br>25kg을 메고 걸어본 적도, 40km를 걸어본 적도 없는데 그 두개를 동시에 할수 있을까<br>뭐 하여튼 이런 고민들을 하며 나는 야간 행군에 대해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곧 실행에 옮겼다.<br>그 대비란 즉슨 간식거리를 비축하여 고단한 행군에 약간이나마 활력소를 부여하자는 것이었다.<br>2주간의 종교행사를 통해 받은 간식들을 무너져 내리는 욕망을 참고 모아본 결과<br>초코파이 두개와 초코바 반쪽(맛을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반쪽은 먹어치웠다.)을 비축해 내는 데 성공했다.<br>야외 숙영일은 이내 다가왔고 나는 방독면 주머니 틈새에 초코파이와 초코바를 꾸겨넣은 채 주간 행군에 임했다.<br>악몽같은 숙영의 마지막 날 복귀 야간 행군을 앞둔 시기였다.<br>수통 물도 가득 채우는 등 나름의 준비를 마친 나는 다른 준비보다도 방독면 주머니에 들어있는 주전부리를 떠올리며 미소짓고 있었다.<br>복귀를 위해 텐트를 철거하는 등의 철수 준비가 거의 끝나 있었고 나는 문득 느껴지는 복부의 싸르르함에 화장실로 향했다.<br>훈련소. 특히 야외 숙영에서 변비는 누구나 겪는 일인데 난 행군 전에 이 묵은 변을 세상으로 배출시켰다는 거대한 쾌감과 행복감을 </span></p><p><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color: rgb(55, 64, 78); font-family: 'lucida grande', tahoma, verdana, arial, sans-serif; line-height: 18px;">품고 다시 집결지로 향했다.<br>집결지에는 수백개의 방독면 주머니가 쌓여있었다.<br>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중대장의 명령으로 개인 군장과 방독면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해 둔 것이었다. 앞이 캄캄했다.<br>필사적으로 눈에 보이는 방독면 주머니들을 들춰가며 내 주머니를 찾아보았지만<br>주기도 되어 있지 않은 삼백개의 방독면 무리에서 내 것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br>결국 나는 조국을 잃은 열사의 마음으로 행군에 임했고 군생활 가장 힘든 행군을 그렇게 마쳤다.<br>그 초코파이와 초코바의 맛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아니었을까</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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