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오유에도 한번 사진을 올려서 베스트까지 갔었던 우리 아파트 길냥이
태생부터 길고양이였지만 내가 만났던 어떤 고양이보다 붙임성이 좋아 길목에서 동네사람 다 홀려놓던 너.
혹여나 정들까봐 이름도 없이 야옹아 야옹아 불러도 너는 언제나 내가 부르면 냥냥송을 부르며 뛰쳐나왔지
(그리고 항상 저만치서 나를 째려보던 너의 엄마냥이.....)
곧이어 엄마는 떠났지만 너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바로 옆이 도서관이라 도서관냥이라는 이름도 얻고 간간히 사료나 물도 얻어먹으며 길고양이치고는 살이 통통히 올랐던 너.
두살까지 두번의 출산을 겪고 시끄럽다는 동네사람들 항의로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을때도 이게 어디 애를 두번 낳은 아줌마인가 싶을정도로 자그마했다
중성화를 했다는 표식으로 귀를 너무 많이 잘라놓아서 화가 났지만 내가 주인도 아닌데 화를 내서 무엇하겠나 맥이 빠졌다
절대 동물은 키울수 없다는 부모님, 실제로 십년이 넘게 비염과 축농증을 달고 사는 엄마를 생각하면 여느 집처럼 눈 딱감고 데려왔더니 모두 좋아하더라 같은 꿈같은 이야기는 불가능했다
내가 고민하는 사이 너의 거처는 많이 변해있었다
처음 아파트 후문쪽 작은 징검다리에 살던 너는 사료를 주는 사람을 따라 점차 아파트 안까지 들어왔고 종국에는 아파트 안쪽 바로 우리동 앞까지 와버렸다
그리고 그즘부터 너와 붙어다니던 턱시도 냥이.
털색은 다르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첫해에 낳았던 너의 자식이구나! 배가 볼록 불러서 엄마를 찾아왔구나..!!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것이 너랑 꼭 닮았구나..
그러나 턱시도냥이는 전형적인 길냥이라 사람이 오면 부리나케 도망가기 바빴다. 그 아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들도 제 어미를 닮아 절대 사람손을 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금씩 마을사람들의 불만이 터졌다
아닌게 아니라 야옹이의 손자들은 너무 시끄러웠다
새벽녘에 지들끼리 치고박기라도하는지 몇십분 동안 애기울음소리 비슷한 것이 아파트에 울려펴졌다. 이 부근은 밤에는 차도 안다니는 조용한 곳이라 더 시끄러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라도 괴로운데...아닌사람은 얼마나 싫겠는가
슬슬 아파트 주민들은 먹이를 챙기지 않기 시작했다. 야옹이에게 좋지않은 시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야옹이는 테니스 코트나 아파트 입구에 팔자좋게 늘어져있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야옹이는 자취를 감췄다.
전에도 이주 정도 자리를 비울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안보인지 두달 정도 되자 나는 야옹이 너를 맘에서 놓기 시작했다. 길고양이 3년이면 오래 산 편이라고 생각했다.
먹이도 제대로 준적이 없고, 가끔가다 물이나 소시지를 나눠주기만 했다. 사료같은건 살생각도 하지않았고 추운날 아파트 자동문이 열린사이 건물 안으로 뛰쳐들어온 너를 쫓아내기도 했었다
모두 나처럼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까...들어와있다 무슨욕이라도 들을까봐 라는 변명에...
그런데 이미 너는 내 고양이였나보다. 새벽 세시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밖에 나가 혹시 너일까 찾아다녔다.
매일 밤 집에 들어가기 전 네가 자주 가던 장소들을 둘러보고 가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너는 콧잔등에 귀여운 흰얼룩이 있어서 너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음에도 인터넷에서 고등어태비만 봐도 가슴이 쿵닥쿵닥했다
그리고 거진 두달 반만에 너를 만났다
너는 오늘 처음으로 나를 피해 도망갔다.
어쩔땐 내가 부르기도 전에 달려오던 네가 도망을 갔다.
네가 도망친 중학교 운동장으로 건너갔다
가로등 하나 켜져있지 않은 어두운 교정 구석 벤치에 오두커니 앉아있는 네옆에 혹여나 겁을 먹을까 숨을 죽이고 다가갔다.
야옹아, 언니왔어
괜찮은지 얼굴만 보고 가자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 말이라도 알아들은걸까
너는 다시 냥냥송을 부르면서 내 무릎에 앉았다
혹시라도 쓰다듬는 손이 멈추면 제 머리를 움직여 손길을 느끼고 머리를 비벼대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네 상태를 확인했다
엉덩이 부근에 조그마한 딱쟁이와 홀쭉 꺼진 배, 처음으로 사람을 보고 도망치던 너의 모습, 안좋은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언니 물이랑 소시지만 사올께. 여기에 있어야해 알겠지? 금방 다녀올께
너는 대답이라도 하는듯 야옹 울더니 여유롭게 그루밍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왔을때는 너는 그곳에 없었다
학교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아파트 단지 곳곳을 살폈지만 너는 없었다
소시지는 가끔 너랑 놀러다니던 치즈냥이가 보이길래 걔한테 주고왔다. 내가 있어서 잘 못먹길래 던져놓고 왔는데 아마 잘 먹었을 거다..
그 몇달간 너는 무엇을 했니? 어떤 사람을 만났길래 사람이 무서워졌니? 딱지는 왜 생긴거니?
네가 사람말을 할수 있다면....
아니, 아니다 못하는것이 낫겠다. 왜 저를 데려가지 않느냐고 원망의 소리를 들을까 무섭다
우리 내일은 또 볼수 있을까?
소시지 사서 기다릴테니까 또 내앞에 나타나주겠니?
이런것 밖에 해주지못하는 언니라 너무 미안해 야옹아
그래도 또 나타나주라. 네가 많이 보고싶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