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서양화를 전공하는 4학년 학생입니다. <div>졸업할 때가 다가오니까 여러가지로 걱정도 되고 회의감도 드네요..</div> <div>그냥 제가 지금까지 대학 다니며 느꼈던 고민을 어딘가에 털어놓고싶고, 조언도 듣고싶어서 왔습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학교 다니며 여러 교수님들을 겪어보니 모두 예술은 어떠해야 한다는 본인의 신념이 확고하시고, 그것이 평가와 조언의 기준이 되는데, 그 기준들이 교수님마다 너무나 달라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span></div> <div><br></div> <div>제가 저학년 때 만난 어떤 선생님은 "철학, 미학책을 많이 읽어라. 사회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고 니가 느낀 문제의식을 작품에 넣어야 이 시대에 유의미한 작품이 되지 않겠느냐. 작품의 겉모습은 나중 얘기다."라고 독서와 공부를 강조하셨고, 전 한동안 그 말씀에 빠져서 그림의 형식적인 면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책읽고 작업 의도 생각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한 작품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기호와 상징성에 많이 의존하게 되더군요.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림이 외적으로 멋지고 예쁘지 않았어요.</div> <div>그렇게 3학년 2학기때까지 해왔는데, 또 다른 교수님께는 그점을 엄청 지적받았습니다.. 일단 보기 좋아야 하지 않겠냐고. 구도, 색감이 재미가 없고 일단 안이쁘다고. 이래서는 니 그림의 속뜻이 무엇이든 사람들은 일단 시각적으로 안 끌리니까 관심도 안 갖고,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으려 할 거라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죠.</div> <div>근데 그림에 이렇게 뜻부터 많이 담으려 하는 게 너무 유치하다고, 사실 아무 뜻 없이 똑같은 사물만 계속 그려도 그게 느낌있기만 하면 뜰 수 있고, 뜻은 그 다음에 네가 대충 생각해서 갖다 붙여도 되고, 아니면 미학 전공한 사람들이 알아서 잘 써줄거라고까지 하시더군요... </div> <div><br></div> <div>이것도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아요. 한국 중견 작가분들 작품 볼때도 그냥 그리고 싶은 거 많이 그리시다 보니 외적으로 멋있는 작품을 만들었고, 뜻은 그 후에 생각해서 붙였거나 평론가가 지어서 써준 것 같다고 느낀 적이 꽤 있거든요. 그리고 루시안 프로이드나 제니 사빌처럼 성공한 현대 작가들도 찾아보면 뜻이야 있겠지만 그게 주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일단 그냥 인물환데 느낌있고 색감 좋게 워낙 잘 그리니까 인기를 끈 거 아닌가요?</div> <div><br></div> <div>지금껏 계속 작품의 의도, 뜻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왔는데 4학년 되어서 갑자기 뜻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까지 들으니까 정말 혼란스럽네요.</div> <div>어렴풋이 알고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뜻을 나중에 갖다 붙이는 건 사기라고, 마음 속에서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배신감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div>게다가 이 교수님 말씀대로 인물이라던가 풍경, 사물을 가지고 그저 형식요소만 연습하고 있으면 또 그건 그것대로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고 다른 교수님한테 또 까이고요. 뜻 대충 그럴듯하게 지어서 발표하는 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지고 민망해서 못하겠어요..</div></div> <div><br></div> <div>물론 색채, 구도 다 좋고 상징도 많이 없고 간결하면서도 속뜻까지 좋으면, 게다가 신선하면 가장 좋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인 제 능력으론 그 모든걸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에서 까이기만 하는 게 너무 피곤합니다. 모든 교수님 말이 진리는 아니니까 제가 저학년 때 하던 대로 뚝심 있게 밀고가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제 그림에 상징이 너무 많고 이야기가 많아서 직설적이고 유치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은 와닿았거든요. 단지 그 해결책이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져서 그렇게 하기는 싫은거지.. 중간지점을 찾기가 너무 힘드네요. 그 상태에서 계속 까이고 까이고 까이다보니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도 희미해지고 내 그림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내가 4년간 공부를 했는데 무엇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화가 하겠답시고 자격증도 뭣도 따놓은 게 없는데 이제와서 자신감 떨어지고 화가 하기 싫어지니까 막막하네요.. 화가 한다고 교수님들께서 애정 있게 끌어주실 것 같지도 않고..ㅋㅋ 이제와서 포토샵이나 그래픽 자격증 따서 취직할 생각 하니 제 4년이 아깝고 화도 납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div> <div><br></div> <div>휴.. ㅠㅠ 답이 없죠? 그냥 푸념하고 싶었어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하나.. 당장 다음 학기랑 졸업작품도 너무 걱정돼요.</div> <div>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작업이나 앞날에 대해서 조언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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