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몆달전에 알은건데 <div>아부지께서 먼저 시비를 걸으셔서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공력을 싣어 박통을 깠습니다.</div> <div>그런데 말미에 이러시더라구요? </div> <div><br /></div> <div><br /></div> <div>"우리집안은 박통에게 은혜를 입은 집안이야. 대대로 은혜를 갚아야 해"</div> <div>"...............?????"</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러니까 아버지 말인즉슨,</div> <div>저희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관청에서 세무를 보던 공무원이었고 6.25때는 통신장교를 하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부상,</div> <div>전쟁 후에는 부상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XX시청에서 공무원을 하셨다고 합니다.</div> <div>1972년 10월 유신때 투표관리인을 하면서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외진곳에 있는 투표소를 지키셨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6시까지인가가 투표시간이었는데 저 멀리 내다봐도 오는 사람도 더이상 없고 해서 마감 5분전에 투표소를 철거하기 시작했대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런데 그걸 숨어서 지켜보던 OO일보 기자가 몰래 사진을 찍고, 그만 신문메인지면에 부정선거 운운하면서 기사가 났더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시청은 뒤집어졌고, 당시 담당자들이 모두 두려움에 벌벌떨며 사표를 썼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하지만 자애롭고 너그러우신 각하께옵서 굽어살피사, 사표를 모두 반려했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덕분에 할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었고 가족들 모두가 무사히 먹고살수 있었다고....-_-</span></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네이버 아카이브에 가서 그 당시 신문사들의 기사를 샅샅이 뒤졌습니다.</div> <div>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투표소 조기철거에 대한 기사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div> <div>다만, 대략 이런 내용의 기사는 찾았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XX시청 공무원, 대거 동원되어 투표방해"</div> <div><br /></div> <div><br /></div> <div>할아버지가 근무하셨던 XX시청의 공무원들이 선거인 명부를 조작, 혹은 야당후보 지지자들에게는 갖은 트집을 잡아 투표용지를 배부하지 않았다...</div> <div>고 합니다. 투표소 5분 10분 조기철거기사는 없습니다.</div> <div>이게 과연 어찌된 일일까요?</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저희 할아버지도 뭔가 부끄러운건 아셔서 가족들에게 그렇게 둘러대며 이야기 했던 걸까요?</span></div> <div>아니면 저희 아버지의 기억 왜곡의 산물일까요?</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 당시, 저희 할아버지 같은 범부와는 달리 박정희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사람이 있습니다.</div> <div>바로 청년독립군이자 김구선생님의 비서였던 <b>장준하 선생님</b> 입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저는 딴지일보에 장준하 선생님의 자서전인 <돌베개>를 연재하고 있었습니다.</div> <div>1편이 어쩌다 오유에서 베오베에 가는등 반응이 좋아서 제가 먼저 딴지에 연락해서 연재기획을 제안했습니다.</div> <div>1, 2부 연재를 끝내고 갑자기 바빠져서 3부연재가 무-기한 늘어지고 있었는데 딴지에서 3부 원고가 언제쯤 나오는지 전화가 왔습니다.</div> <div>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해서 주말중으로 꼭 송부하겠다고 하고 저녁마다 원고를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div> <div>그 찢어지는 어려운 살림에도 원고료를 주고싶다며 한사코 청하더군요....</div> <div><br /></div> <div><br /></div> <div>집앞에 있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꺼내 원고를 쓰던 도중, 부모님이 들리셨습니다.</div> <div>제 책상에 있던 장선생님의 자서전과 김준엽 선생님(고려대 전 총장/장준하 선생님과 함께 독립군생활)의 자서전을 보더니 </div> <div>뭐하고 있냐고 합니다. 이러저러한걸 하고 있다, 말릴 생각 마시라. 음료 뭐하실 거냐, 내가 사드리겠다...고 말한후 자리를 잠시 떴죠.</div> <div>돌아와 보니까 어? 화면이 하얗습니다. </div> <div>아버지가 모든 내용을 지운후, 덮어쓰기로 저장버튼을 눌른거였습니다.. 혹시나 삭제하면 제가 복구라도 할까봐.</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XX야, 아빠가 말했잖아. 우리집안은 박통에게 입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이런거 하는거 아니야."</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피는 못속이는 걸까요.</div> <div>소름이 끼쳤습니다. </div> <div><br /></div> <div><br /></div> <div>아, 갑자기 지금 이 글도 쓰기가 싫어졌네요.</div> <div>기약없이 제 원고를 기다리던 딴지측은 지쳤는지 메인에서 연재 링크를 걷었습니다.</div> <div>전화해서 언제까지 드리겠다 다시 연락하거나 해야하는게 도리인데</div> <div>전화기를 들 용기가 안나더군요. 결국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 지나다가 이지경에 왔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냥 싫고... 다 싫습니다.</div> <div>어쩌면 민주주의는 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div> <div>그서 잠시 가져본 환상이나 신기루같은게 아니었을까....</div> <div><br /></div> <div>아버지는 지금도 저를 만나면 백성, 노비의 목줄을 걸라고 건네주십니다.</div> <div>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을 유산은 어쩌면 그게 맞는것일련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그냥 오늘 하루만 우울해져 있을게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