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냥 개인적인 넋두리를 할까 합니다.</div> <div> </div> <div>동물 구조, 그거 쉬운 일이 아니죠.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가장 큽니다.</div> <div>집에 있는 동물들도 지켜야 하니 넙죽넙죽 들일수가 없어 병원 검사나 치료는 확실하게 해야하다보니<br>한마리를 구조하면 기본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들어가는건 예사구요.</div> <div><br>그렇다고 일부러 납치를 하는건 아니에요. 저는 납치와 구조의 선을 정확하게 지키는 편이에요.<br>아무래도 이쁜 아이들 사진을 올리다보니 멀쩡한 애들만 데려와서 보내는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지만<br>그렇게 멀쩡해졌기 때문에 사진을 올리는거지 보기 흉할 정도로 아픈 모습은 잘 올리지 않아요.<br>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전에 치료에 실패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도 있으니깐요.</div> <div> </div> <div>적극적으로 나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조를 하는건 아니에요.<br>다만 내 앞에 나타나 살려주세요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녀석들을 못 본척 안할뿐...</div> <div> </div> <div>몇몇분들은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세요.<br>자비를 털어가며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div> <div>저는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순수한 사람은 아니에요.<br>구조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죄책감 때문이거든요.</div> <div> </div> <div>저는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갈때 집이 망했어요.<br>아빠 엄마의 재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라고 부른다면서요.<br>우리집은 사탕수저였어요. 입에 넣으면 달지만 먹다보니 녹아버렸더라구요.</div> <div>인내가 나의 특기였기 때문에 월 15만원짜리 방에 혼자 살면서 <br>방학때는 아르바이트 3개씩 뛰고 하루 2시간씩 자면서 7년만에 대학을 졸업했어요.</div> <div> </div> <div>장윤정씨가 어려웠던 시절을 방송에서 이야기하는걸 봤는데 아마 제가 더했을거에요.<br>7년동안 단 한번도 겨울에 난방을 해본적이 없었고 라면 1개로 삼일동안 버티는 기술도 이때 터득했죠.</div> <div> </div> <div>이 시즌에 아픈 아기고를 만났어요.<br></div> <div>비가 많이 오는 날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기고가 우는 소리를 들었죠.<br>가까이 갈수록 더 크게 우는게 도와달라는 신호였어요.<br>평소에 동물을 좋아하던 전 스스럼없이 그 녀석을 안고 돌아왔는데 썩은내 같은 악취가 심하더군요.<br>집에 돌아와서 불을 켜보고 전 그 녀석을 보고 생전 첨보는 모습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div> <div><br>외계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그녀석 상체 피부가 꾸물꾸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거든요.<br>자세히 들여다보니 앞발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고 그 안으로 하얀 구더기들이 버글거리고 있었죠.<br>너무 놀라 그 녀석을 다시 현관문 앞에 내려다놨어요.</div> <div>비가 엄청 오던 그날, 그 녀석은 그리 될줄 알았다는 듯이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고 비틀비틀 기어서 가버리더라구요.<br>방에 들어와앉아 5분동안 아무 생각도 못하다가 다시 뛰어나갔지만 그 사이에 그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어요.</div> <div> </div> <div>병원에 데려갈 돈이 없어서, 그 녀석의 모습이 징그러워서 살려달라고 손 내민 생명을 내쳐버렸다는게 내 평생의 죄책감이 되어버렸어요.</div> <div><br>그때 결심한게 내가 돈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오면 다시는 내미는 손을 내치지 말자였어요.</div> <div>그래서 지금의 난 사비를 털어서라도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녀석들을 구조하고 있어요.</div> <div> </div> <div>하지만 아무리 구조활동을 해도 그때 그 녀석이 잊혀지지가 않아요.<br>내 품에 안겼을때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던 모습, <br>다시 길에 버려졌을때 예상했다는 듯이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던 모습<br>아마 내 머리속에서 평생 안 지워질거 같아요.</div> <div><br>'그때 그랬었으면'이라는 후회가 가장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데요...<br>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온다면 그 녀석을 만났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div> <div> </div> <div>로또도 탐나고 주식투자도 탐나지만 그때 그 녀석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치료가 안되는 상태였으면 <br>안락사라도 시켜줬으면 이런 평생의 죄책감은 없었을테니깐요...</div> <div><br>에고, 몸살로 내 몸이 아프니까 맘도 약해지네요.<br>어제부터 그 녀석 생각이 자꾸 나는거보니.<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