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개인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득에 비하여 단체적으로 얻는 피해가 너무 크단 거지요. <div><br></div> <div>몸도 마음도 넉넉하기 그지없는 시대가 아니라면 사회적 공감은 기본적으로 소모재에 가깝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회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데 있어 이것만큼 잘 먹히는 것도 없지만 많이 쓸 수록 점점 효과가 떨어지니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충격적인 메세지일수록 오히려 효과가 더 떨어지기에 더 자극적인 재료를 찾아가고, 그럴 수록 점점 더 일반적인 공감대와 멀어지다가, 결국 잊혀집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가령 유니세프 따위에서 벌이는 아프리카 지원 기금 캠페인이 좋은 예시입니다. 영양실조에 배가 튀어나오고, 앙상한 팔다리에 다 죽을 듯한 얼굴로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그런 이미지 요즘 많이 안 보이죠?</div> <div>너무 많이 써대기에 이젠 심드렁해지거든요. 가난 포르노 Poverty porn라고 이름까지 붙은 현상입니다.[1]</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런 의미에서 강간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최종병기입니다. 고대로부터 독점적으로 </span><span style="font-size:9pt;">여성에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span></div> <div>역사적으로 '침략자에 대한 방어'를 독려할 때 항상 나오는 레토릭이 "저 야만인들에게 우리의 애들과 여자들을 지키자"죠. 항상 통하거든요. 자극적이고, 본능적인 분노를 일으키잖습니까?</div> <div>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 없이 2015년 유럽의 난민 사태를 보면 극우파들이 저 레토릭을 들고 왔죠. 잘 먹히거든요.</div> <div><br></div> <div>이렇게 보고 보면 왜 강간범이라 신고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겁니다. 그만큼 본능적인 문제기 때문에 이성이 끼어들 일이 없어요.</div> <div>무죄추정의 원칙 이전에 감정부터 일어나거든요. 저 죽일 놈이 감히?</div> <div>특히나 SNS 따위로 좁은 사회에선 사회적으로 말살 당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특히 구글에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향후 몇년간은 (사실이건 아니건) 강간범이라 나온다면 인생 끝인거죠. 어떤 채용자가 미쳤다고 리스크를 껴안겠습니까?</div> <div>특히 인터넷 따위로 시끄러워지면 사회적으로 분노를 받는 거죠.</div> <div><br></div> <div>문제는 뜨겁게 끓어오를수록, 사안의 경중이 클 수록,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허탈감이 그만큼 더 크단 사실입니다.</div> <div>허탈감 이전에 <b>'다음번엔 안 속는다'가 더 심각하고요.</b></div> <div><br></div> <div>2007년에 듀크 대학에서 라크로스부 운동부가 학생 하나를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발칵 뒤집어졌어요. 퇴학도 당하고... 그거 허위로 판명났습니다.</div> <div>매트리스 걸이라고 강간당하고 그걸 광고하며 사람 하나 인생 끝장내버린 페미니스트가 있었죠. 그거도 허위로 판명났어요.</div> <div>레나 던햄 사건도 있죠.</div> <div>캐나다에선 지안 고메시라는 유명한 라디오 호스트가 있는데 2014-2015년 동부 캐나다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었죠. 그거도 허위로 판명났어요. 오히려, 고발자 셋이 함께 모여 작당했던 이메일이 공개됐던 게 물의를 일으켰던 게 더 컸죠.[2]</div> <div><br></div> <div>공통점이 뭐냐면 강간당했다고 <b>경찰에 신고를 안 하고 </b>공개적으로 사람 하나를 절딴내는 데 집중한다는 데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캐나다 뉴스만 말하지만, 저 지안 고메시 일을 기점으로 저런 스케일의 하이 프로필 강간 스캔들은 더 없습니다. 일년에 심심하면 한두번은 터져나오던데 말입니다.</div> <div>그냥 아주 조용해요. 2016년부터 남쪽 이웃이 너무 시끄러웠던 거도 있긴 하지만...</div> <div><br></div> <div>개인적으로, 2015년에 스캔들을 접하며 분노했던 입장에서, 이제는 누가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따위로 "강간당했다"고 하면 동정도 관심도 안 갑니다.</div> <div><b>안 속는다</b>가 아니라 그냥 관심이 없어요. 이 건으로 소모할 감정은 이미 다 소모했다. 문제가 있으면 경찰한테 가라.</div> <div><br></div> <div>강간 스캔들이야 일어나긴 하는데, 프라임 타임에 나올 정도로 스캔들이 키워지지가 않아요, 정말 놀랍게도.</div> <div><span style="font-size:9pt;">관심이 없어진건지, 아니면 강간 스토리는 워낙에 흔해서 자극이 없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스스로 또는 관찰한 걸) 보면 둘 다인거로 보입니다.</span></div> <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말했죠. <span style="font-size:9pt;">개인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득에 비하여 단체적으로 얻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요. 꽤 클래식한 공유지의 비극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애초에 이런 생판 남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b>믿기</b>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일로 설마 거짓말을 하겠느냐. 모두 모여서 이 불쌍한 사람을 도우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믿음이 없고 이젠 낼 분노도 다 소모됐으면, 가장 큰 희생자는 </span><b style="font-size:9pt;">진짜 강간 희생자들입니다.</b></div> <div><br></div> <div>말은 이렇게 해도, 강간당했다고 하는 말이 거짓말로 들리진 않을 겁니다. 본능적이거든요. 근데 그 정도 일은 이제 자극이 없어요.</div> <div>스크롤 한번, 손가락 한번 튕기면 없어질 이야기니까요. 남의 일이니까요. 그 남의 일에 굳이 공감을 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집니다.</div> <div><br></div> <div>심각한 일로 거짓말을 하다 결국 물려죽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들어야 정신을 차릴까요?</div> <div><br></div> <div>무고죄를 폐지하건 안 하건, 그건 법입니다. 미운 사람에게 내리치는 칼이죠.</div> <div>하지만 심적으로 피폐한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회적으로 믿어주는 신뢰가 있으니까요.</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법 이전에 무고하게 타인을 고발한 사람에겐 사회적으로 비슷하게 피해를 줘야 합니다. 본인의 평판 이전에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어야 해요.</span></div> <div>겨우 개인의 장난? 악감정? 따위로 망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div> <div>다시 말하지만 이런 무고 고발이 자주 여론거리가 될 수록 제일 큰 피해는 진짜 해를 당한 피해자가 받습니다.</div> <div>여자 남자 할 거리가 없는 일이지만 강간은 통념상 여자가 대부분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최소한 사회적 이미지가 그렇죠), 허위 강간이 자주 거론될수록 피해는 여성들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미필에 이민자가 끼어들 데가 아니란 건 알지만 이 허위 고발 문제는 지난 몇년간 캐나다/미국에서 쭉 보아온 일이라서 한 마디 거듭니다.</div></div> <div><br></div> <div>[1]</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s://en.wikipedia.org/wiki/Poverty_porn" target="_blank">https://en.wikipedia.org/wiki/Poverty_porn</a></div> <div><br></div> <div>이건 가디언 지가 2014년에 괜찮은 아티클을 썼죠.</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s://www.theguardian.com/voluntary-sector-network/2014/sep/29/poverty-porn-charity-adverts-emotional-fundraising" target="_blank">https://www.theguardian.com/voluntary-sector-network/2014/sep/29/poverty-porn-charity-adverts-emotional-fundraising</a></div> <div><br></div> <div>[2]</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s://www.theglobeandmail.com/news/national/jian-ghomeshi/article28476713/" target="_blank">https://www.theglobeandmail.com/news/national/jian-ghomeshi/article28476713/</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