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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야사랑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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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l_45986
    작성자 : 7번방의기절
    추천 : 11
    조회수 : 704
    IP : 121.149.***.11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5/20 13:20:03
    http://todayhumor.com/?animal_45986 모바일
    사랑하는 나비에게
    오늘 아침 차갑게 굳어버린 네 몸을 만지니까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이게 무슨 일인지 왜 여기 누워서 이러고 있는지.. 나 보고 지금 당장 배를 긁어 달라고 시위라도 하는 지 왜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누워만 있니...

    네 얼굴을 쓰다듬으며 느껴지는 뻣뻣한 네 털들이 왜 이리 야속한지 아무리 참아보려 애써도 울컥 넘어오는 눈물 때문에 네 모습 제대로 지켜볼 수도 없어서 미안해.

    널 찾아 울고 있는 네 새끼들을 보자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널 처음 만난 2011년 여름.

    내가 다니던 교회 앞 전봇대 아래 버려져 있던 널 처음 만난 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널 집에 데려왔지.

    아직 젖을 못 뗐던 탓에 우유를 줘도 먹지 못하는 네가 안쓰러워 손에 우유를 담아 너에게 먹여줬단다. 기억나니? 어찌나 허겁지겁 내 손을 빨던지 지켜보던 사람들이 사람같다며 다 웃으셨었지.

    널 집에 데려오고 키울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옥상에서 키우던 중 화분도 많이 깨트려먹고 틈만나면 이웃집을 통해 옥상에서 내려와 놀아달라며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던 그때가 정말 어제 같은데...

    이렇게 눈만 감으면 그때처럼 생생하게 너와 뛰놀던 그때가 생각 나는데.. 몰래 카메라라면 좋겠다. 이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좋아하던 내 이불 베개 다 너 줄게.

    사람처럼 내 잠자리가 아니면 잠들지 않던 네가 이렇게 떠나버리다니...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게 누구보다 나를 잘 따르던 네가.. 우리 가족의 일부였던 네가 내 허락도 없이 떠나버려서 너무 서운하고 서럽다.

    언젠간 나이가 들어 먼저 내 곁을 떠나겠지라고 생각 하던 그때... 정말 수십년은 나와 함께 할 줄 알았던 네가 2년 반이라는 짧은 세월만 함께하고 떠나버리다니...

    왜니? 내가 사료를 적게 줘서 그랬니? 캔이 비싸다고 안 사줘서 그랬어?  더럽다고 억지로 목욕 시켜서 화가나서 이러는 거니?

    내가 다 잘 못 했어. 앞으로는 밥도 많이주고 네가 좋아하는 캔도 많이 사주고 아무리 더러워도 목욕 안 시킬게.

    그러니까 제발.. 이렇게 가지마. 나랑 네 새끼들만 두고 가는건 비겁하잖아

    방 안 가득. 사무실 가득 했던 네 털들이 보일 때마다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시간이 약이라는데 나 약먹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지금 네 새끼들이 너 빨리 오라고 찾고 있는데 거기서 뭐해. 빨리 일어나서 새끼들 밥 줘야지.

    그리고 내일이 내 생일인데 내 선물은 주고 가야지. 치사하게 선물도 안 주고 가냐? 넌 네 첫 번째 생일 날 목도리도 짜줬는데.. 

    우리 이러지 말자 진짜 이러지 말자. 이렇게 일방적으로 떠나버리는 게 어디 있어. 제발 일어나라 응?

    빨리 일어나자. 여기서 잠들면 감기 걸려. 너 춥지 말라고 보일러도 틀어줬도 히터도 틀어줬는데 정말 이러기야?

    틈만나면 내 손 빨려고 귀찮게 굴었잖아 이제부터 네가 원할때 마다 손 줄게 제발 일어나라...

    나비야.

    네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버렸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보다 믿기 싫어.

    정말 눈만 감으면 내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널 느낄 수 있는데 왜 너를 이렇게 보내야하니.

    우리 가족 막내 자리까지 너한테 양보해주고 내가 먹고 싶은 거 꾹 참아가며 모은 돈으로 너 맛있는 것도 사주고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많이 만들어줬잖아.

    내가 널 누구보다 사랑했던 이유는 내가 사람에게 실망받고 사랑 받을 곳을 찾던 중 널 만났었어. 사람과 다르게 아무리 내가 가진 것이 없고 더러워져도 넌 내게 먼저 다가와 네 머리로 내 다리를 비벼줬고

    내가 혼자라고 느낄 때마다 내 곁에 먼저 다가와 내 우울증도 치료해줬어. 내가 친구들 만날 때마다 네 자랑도 많이 했는데. 네 사진 보여주면서 내 여자친구다, 내 동생이다, 우리 가족이다 얼마나 자랑을 했는데...

    네가 새끼를 낳을 때마다 너와 가장 닮은 아이는 분양 보내지 않고 항상 내곁에 남겨뒀어. 혹시라도 네가 먼저 날 떠나면 내 곁에 두려고. 그래서 첫번째 배 새끼인 똥띵이 두번째 배 새끼인 인형이 그리고 마지막 네 새끼인 꼬물이까지..

    우리 아빠가 이러시더라. 부모는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고. 자신의 분신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고. 

    넌 내게 너의 흔적들을 남겨두고 떠났지만 절대 죽은 게 아니야.

    내 가슴 속에 묻혀 이제 나와 평생 함께할 거야.

    네 새끼들은 걱정하지 마. 네 젖 대신 먹일 분유도 샀고 젖병도 샀어. 아직은 서툴지만 곧 익숙해 질 거야.

    부디 걱정말고 편히 떠나. 무지개 다리 건너편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너무 좋다고 연락 안 하면 안 된다?

    그럼 잘 지내..

    2013년 5월 20일

    사랑하는 나비에게..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는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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