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4년...
일하다 쉴겸 부트캠프로 GSL경기를 보는 도중 갑자기 아이맥의 전원이 꺼지는 대참사가 발생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커널패닉으로 꺼졌나보다 싶었는데 전원을 키니
'삐, 삐, 삐; 하는 비프음이 울리며 전원이 켜지지 않더군요.
그렇습니다... 비프음이 들린다는 것은 하드웨어가 맛이 갔다는 거지요. 순간 심각한 멘붕에 빠졌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비프음이 몇 번 울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세번 울리는 것은 메모리 관련 문제더군요.
구형 맥에는 하단에 총 4개의 램 슬롯이 있는데, 거기서 오른쪽 두개의 메모리를 빼니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렇게 4기가의 메모리로 1년을 버텼습니다... 정말 미련한 짓이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얼마전... 외장하드가 뻑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건 사실 아이맥의 문제가 아니라 외장 하드의 문제였지만
엄청난 멘붕과 함께 분노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래, 더 이상은 안되겠다. 수리를 받자!!!!'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연식이 5년이 지난 맥이라, 애플에서 수리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사설 수리업체를 알아보았습니다.
몇 군데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 그냥 다시 사라더군요(...)
이럴거면 사설 수리업체는 왜 있는 건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로직보드 교체에 80만원 부르는 업체도 있었습니다.
'그 돈 들이느니 그냥 하나 사세요' 여기서 2차 멘붕이 왔습니다. 이 양반들아... 살 돈이 있으면 왜 수리를 하려고 하겠어요...
그렇게 이런 저런 업체들을 알아보던 도중 합정동에 수리점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업체명은 안 적습니다... 홍보글이 될까봐...)
가격이 훨씬 저렴하더군요. 반값이더라고요. 게다가 집에서도 가깝고...
그리고 하는 김에 업그레이드까지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사용하던 맥이 Core i3, 원래는 8기가 였지만 로직보드 불량으로 4기가로 쓰고 있었고, 하드는 1테라바이트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사양이 후달립니다... 오픈오피스로 글만 써도 버벅이고, 클립스튜디오는 자주 버벅였습니다.
XCode는 가벼운 작업은 괜찮았지만,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엄청 느려지고, 시뮬레이터는 쓰지도 못했습니다(디바이스 빌드는 괜찮았습니다)
단순히 수리만 해서는 의미가 없겠다 싶어, 상담을 받고 업그레이드도 같이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사설수리업체에서 수리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로직보드를 제외하고 다른 부품을 자기가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체측에서 부품이 있다면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수리업체와 전화 통화를 해봐야 합니다)
우선 CPU를 i7으로 업글하기 위해, 제 맥과 호환되는 중고 CPU를 구매하였습니다.
Core i7 린필드를 구매하는데 대략 14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중고나라에서 살까 했는데, 물건을 구하기도 어렵고, 행여 잘못된 물건을 살까봐 그냥 옥션에서 샀네요... 가격차이는 3,4만원 정도 나더군요.
메모리는 예전에 빼놓은 4기가를 고이 모셔둔게 있어서, 그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고...
다음은 SSD 업글이었습니다. 삼성 SSD EVO 시리즈? 그걸 많이 추천하던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뭔가 문제가 많더군요.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른 제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샌디스크 사의 256GB SSD를 선택했습니다. 보통 호환성 때문에 삼성 제품을 추천하는 것 같은데, 전 2개월동안 이 제품 쓰고 문제 없었습니다.
수리업체 사장님도 말씀하시더라고요. 특별히 써야 하는 제품은 없다고요. 그래서 좀 고민했지만 가격과 평가가 좋은 이녀석으로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CPU와 메모리, SSD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수리업체를 방문해서,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결례가 될까 사진 촬영을 못했네요. 하지만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게... 금손이 아니면 자가로 하긴 힘들겠더라고요.
어차피 저같은 경우는 로직보드를 교체해야 했기 때문에 자가수리가 불가능했습니다만...
다른 건 그냥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온도 센서 케이블이나 선 연결, 이게 엄청 어려워 보였습니다.
까딱 한순간 실수하면 맥 날리기 쉽겠더라고요. 디스플레이 조립도 그렇고...
로직보드를 교체하고, CPU를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 테스트... 8GB가 정상 인식되더군요.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HDD와 SSD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SSD업글을 안 하려고 했거든요. 하드와 SSD를 바꾸는 작업인줄 알았습니다.
고용량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기에...
그런데 사장님이 두개 같이 쓰는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SSD 업글도 같이 했습니다.
로직보드 뒤 광드라이브 쪽에 빈 공간이 있더군요. 거기에 SSD를 고정시키켜 부팅 드라이브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프로그램은 SSD에, 라이브러리나 다른 자료들은 하드에 보관중입니다.
에어 컴프레셔로 쌓인 먼지도 제거해주시고(윽.. 먼지가 상당하더군요), 디스플레이 유리도 닦아주시고,
그렇게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자, 이제 계산을 해봐야겠죠. 수리비 40만원(공임비, 로직보드 가격 포함), CPU, SSD 합쳐 30만원 정도.
총 70만원 정도 들었네요. 저같은 경우는 출장수리가 아니라 직접 가져갔고, 수리할때 업그레이드도 싸게 해주셔서
여러가지로 디스카운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 업체에서 보드 교체에만 80만원(그마저도 될지 안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이었는데
업글과 수리, 청소까지 다 해서 70만원으로 해결을 보았습니다.
(물론 메모리는 예전에 있던 걸 다시 끼워서 제외하였습니다. 메모리는 1333은 비싸더군요. 한 15만원 정도 더 들었을지도...)
부품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중고로 부품을 구매하신다면 저보다 더 싸게 사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수리를 마친 후... 사용중인데 대만족입니다. 진작 할걸 이란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SSD가 대박이네요. 속도가 정말 엄청 빨리 올라갔어요. 원래는 컴퓨터 키고 담배한대 태우러(...)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리고 CPU와 램 덕분에 XCode를 매우 수월하게 돌리고 있습니다.
클립스튜디오 그림작업도 마찬가지고... 정말 여러모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VMWare 사용과 작업에는 엄청나게 만족인데,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와 툼레이더로 테스트해본 결과 스팀 게임은 예전이랑 큰 차이없네요 ㅠㅠ 해상도를 올릴 수가 없어요. 그래픽카드는 그대로인지라...
사실 맥을 사설업체에서 수리하기 꺼리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딱 하나입니다.
'중고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지거나 아예 팔 수가 없다'
맥은 중고 시장이 잘 형성되어있죠. 심지어 렌트해서 쓴다는 생각도 들 정도에요. 저도 맥 거래 몇번 했었지만
맥은 정말 중고가격이 안 떨어져요. 맥이 비싸다고 하지만 잘 쓰면 나중에 중고로 판매할 때 생각하면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닙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잘 쓴 중고 제품이 낫기도 하고요. 제가 쓰는 맥도 중고로 산 맥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로직보드 나갔던 이상 중고로는 팔 수 없죠. 그냥 죽을 때까지(...) 이 녀석은 저와 함께 가는 겁니다 ㅠㅠ
사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애착이 생기기도 했고...
제가 사설 수리업체를 알아본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새 맥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다음은 구형 맥의 두가지 커다란 관리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구형 맥의 고장 원인 1순위는 발열이다.
신형 맥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라 하더군요. 구형 맥은 발열이 참 문제인데, 특히 부트캠프 사용시에는 훨씬 리스크가 커집니다.
맥을 만져보면 부트캠프 사용시와 OS X사용시 온도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이륙도 부트캠프 사용시에 더 많이 합니다.
사실 맥을 쓴다면 OS X을 써야합니다(...) 요새 요세미티 때문에 말이 많긴 합니다만, 그래도 맥에 최적화된 OS는 OS X뿐입니다.
그리고 공인인증서 요구 사이트와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다면 OS X으로 될 거 다 됩니다.
사장님이 주신 팁 하나는 맥 오른쪽에 작은 선풍기 하나 놓으면 발열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측에 선풍기 하나 놓으면 발열이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USB 선풍기 말고 코드로 연결되는 선풍기 쓰시는 게 좋습니다. 이유는 하단에 후술.
더불어 iStat 이나 Mac Fan Controller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시간 CPU온도와 팬 속도를 체크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2. 업그레이드 이후 발생되는 전압 문제
구형 맥의 또다른 문제점 하나는 전력 문제입니다.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면 i7, 그리고 SSD가 추가로 전력을 더 먹게 됩니다. 따라서 맥이 심각한 전력부족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아이패드, 아이폰 2대, 마스터건반 두대, 오디오 인터페이스, 타블렛, 외장하드, 프린터... 9개인가를 쓰고 있네요 ㅠㅠ
그래서 유전원 허브가 필요합니다. 특히 USB전원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전력을 많이 소비합니다.
근데 유전원 허브는 진짜 싼 거 쓰지 마세요 ㅠㅠ 전 많이 날려먹었습니다.
제가 고르고 고른 끝에 구매한 녀석은 ipTime UH308이었습니다.
다른 거 다 필요없고 전 전압만 안정적이면 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구매했는데, 정말 잘 샀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포트 8개 다 쓰고 항상 켜놓는데도 안정적입니다.
위에 써놓은 맥 우측에 놓을 선풍기를 USB로 안 쓰시는게 좋다는 이유가 이겁니다... 전력 부족.
덕분에 전압 걱정없이 아직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사설 수리업체에서 업그레이드를 받을 시에는 꼭 물어보세요!!! 전압이 문제없는지. 전압이 부족하면 팬 속도가 느려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팬 속도가 느려지면 CPU발열이 올라가고 시스템 활성 상태에서 체크해보면 유튜브만 봐도 CPU가 풀로드(...)되는 사태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게다기 CPU 수명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줍니다.
여기까지 읽어보시면... 이렇게까지 해서 생명연장을 해야 하나 하시는 분도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새 맥을 살 여유가 안되거나, 맥의 로직보드가 고장났는데 애플에서 수리가 불가하다거나 하시는 분들께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구형 맥을 팔 여건이 안되는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일 수 있구요.
지금 제 맥으로도 요세미티가 문제없이 잘 구동되는 걸 보면 앞으로 3년(...)은 더 굴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돈이 있다면 바로 바꾸겠지만... ㅠㅠ
이상 맥의 생명연장 프로젝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