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직장을 떠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무리생각해도 직장생활 10년간 최고 사이코로 기억된 그분을 떠올리며 글을 시작합니다.
24살 대학교를 졸업한 막 따끈따끈한 신입직원이었던 저는
열정이 가득하고 일도 열심히해서 대표님의 총애을 많이받았습니다.
대표는 쉰이 넘은 노처녀에 사기업으로 따지면 고용된 CEO정도 라 같은 월급쟁이 였습니다.
친구도 애인도 없고 얼굴은 시간탐험대 압둘라 처럼 생겨서 직원들 끼리 별명이 압둘라 였습니다
생긴걸 비하하는게 아니라 그마만큼 못되게 생겼어요.
일중독에 분노 조절이 잘안되서 일이 자기맘에 안풀리면 거의 발광하듯 소리를 질렀는데
저러다 저거 쓰러지겟다 싶을 정도 였지요.
아무튼 그분이 저를 아주 예뻐했는데 그 방법이 아주 독특했습니다.
너무예뻐해서 다가르쳐주면, 제가 습자지처럼 쫙쫙 빨아드렸으면 했으나
주는 일을 처리하는거에도 버거웠던 저는 그게 정말 부담이라
일을 잘 못하면 남친에게 토라진 사람처럼 저에게 하대하고 작은 일에도 발광하듯..화를 냈습니다.
정말 하루하루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백미는 월요일 업무회의시간.
일단 대표가 직원 각자 뭘잘햇고 뭘잘못하고 인생 하나하나를 지적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20대 후반 여자직원들로만 구성되어있어 패기 있게 대들지는 못하고
다들 그냥 듣고 있어요 그냥 개가 짖는다 생각하고..
저는 그나마 환경이 번듯한 편이어서 엄청난 인신공격을 듣진 않았지만
시각장애 3급이었던 직원한테는 니가 일을 못하니까 니 장애가 눈에 보인다 고 얘기했고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난직원에게는 본데 없이 자랐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아 혼란인 직원한테는 프로라면 아빠가 암이라도 공과사를 구분해서 프로답게 일하라고도 했네요.
집에가서 일하려고 회사 노트북을 하룻밤 가지고갔던직원한테는 도둑년이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명언들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건 이정도입니다.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 '저'에 대한 집착이 다른직원에 비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연애하듯 굴엇지만 저는 신입직원이 당하는수밖에없는데두요.
어느 금요일 저는 홍대에 약속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있었습니다.
그간 살얼음판을 걷느라 술도 맘편히 못마셨는데 그날따라 술이 죽죽 잘들어가더라구요.
11시쯤 약간 맛이 갈정도로 취해있었습니다.
11시 반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두갠가 와있더라구요
대표님이었습니다.
전 취한 와중에 전화를 받을수 없었고 너무 늦은시간이라 낼 연락드려야겟다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니 할머니가 누가 집으로 전화햇더라? 하시더라구요
-누가요?
-몰라 무슨 나이든 여자목소린데 00이 집에 있어요? 하길래 없어요 누구세요? 햇더니 아니에요 하고 그냥 끊더라.
-몇시쯤이요?
-한 열시 반쯤?
그때 한시가 다된 시간이었는데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급한일이 있으면 있다고 문자라도 남기던가 집에 전화해서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전화를 하는게 너무 소름끼쳤습니다.
(할머니가 잘기억을 못해서그렇지 그런식으로 집에 전화한게 한두번이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퇴근하고 바로집에갔나 전화한적도 있었어요. 제가 퇴근하다 어디로 새진않았는지, 그거떄문에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있지 않을지 그거 점검하려고..)
그래도 이미 한시라 전화를 할수 없어서 일단 잤는데
새벽 5시에 문자가오더라구요
-난 너의 행동을 이해할수가 없다. 어떻게 내가 전화했는데 답을 안할수가 있니?
뭐 이런내용이었습니다.
마치 헤어질때가 다된 연인에게서 느낀 소외감을 느낀 여자같았달까요?
참고로 저도 여자에요 ㅠㅠ
그리고 월요일 출근해서 정말 된서리를...
직장을 다니는 사람으로써의 태도라던가.. 신입직원주제에 건방지다던가...
대표인내가 친히 신입직원에게 밤에 전화를 햇으면 이유가 있지않겟냐 라던가..
지금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할정도로 무서웠습니다.
그이후로 그녀는 저에게 엄청 냉대를 하더군요.
작은 실수로 사무실이 깨지듯 소리를 지르고
하루는 제가 그녀에게 파일을 잘못보냈다고 방방뛰고 난리를 치다가 그냥 집에 가라고해서
쫒겨났습니다...
그리고 왔더니 감봉을 당하던가 시말서를 쓰라고해서
저는 또 순진하게 감봉을 선택했습니다.
시말서 몇번쓰게 해서 짤리게 한다고 얘기햇는데
첫직장인데 부모님을 실망시키고싶지 않아서 그냥 당하고만 있었죠..
그걸 또 묵묵히 당하고있으니 한 5개월지나서 다시 혼자 풀려서 남다른 총애를 보이시더군요
하지만 이미 저는 거의 매맞는 여자처럼 다내가 잘못한거다, 내가 잘했으면 대표님이 저러지 않으실텐데
하면서 참고 또참으니 정말 출근길마다 죽고싶다는 생각 뿐이더라구요.
그이후 저는 너무 지쳐서 이러다 진짜 정신병걸리겟다싶어서 일년 반만에 그만뒀습니다.
그이후 저는 아주 운좋게 그만둔지 2주만에 다른 회사로 들어가게되었습니다.
아..그회사도 할말이 정말 많은데 시리즈로 써야하기때문에 일단 참고..
몸이 너무안좋아서 고향으로 내려간다고했는데 2주만에 다른데 취직해서 고용보험좀 해지해달라고 전화했더니
대표가 방방 뛰고 난리가 났다더라구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그리고 6개월 후...
9시에 출근햇는데 총무부 대리님이 저한테 찾는전화가 왔다고 하더라구요
8시반쯤..
아니 출근할시간도안됐는데 누가 전화를했지 ? 햇는데
전화내용이 좀 이상했대요.
-거기 김00라는 직원 다니나요?
-네 아직 출근전인데 실례지만 어디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아니 괜찮아요
그녀였습니다.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다시 가다듬고 일하는데 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군요
정말 받고싶지않았지만 안받으면 또 회사로 전화할것같아서 일단 받았습니다.
자기가 저에게 독하게 굴었던건 저를 정말 사랑해서 그런거고
너만한 직원이 없고, 니가 다시 일로왔으면 좋겠다고..
정말 미친거아닌가 싶었습니다.
정말....
자기가 한건 생각안하고 제가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는지 의구심이들더군요.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제가 두번째 직장에서 8년을 일했는데
8년동안 3~4번을 전화하더군요
나머지는 또 다른직원을 시켜서 전화를 햇어요..
다른직원도 제가 뻔히안올걸 알지만 뒤에서 전화하는걸 다 지켜보고 듣고있으니 어쩔수없이 전화햇다는거
저도 잘 알아서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1년 반동안 10명이 넘게 그만두고 교체됐는데
제가 나가고 더 엄청난 일이 많아서 그녀는 '상처'를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핳...
저는 아직도 꿈을꿉니다.
다시돌아오라는 전화에 속아서 거기서 다시일하는꿈...
일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하고싶었던 일이었고 그냥 거기 일로써는 재밌고 배울것고 많았거든요.
한 3개월 더일햇으면 정말 딱 정신병 걸릴것같았던 그때 추억..
두번째직장은 8년 다녔는데 거긴 정말 다양한 추억이 많지만..
첫번째직장 1년반을 잊을수가 없네요
쓰고보니 별거아니네요 그땐진짜 지옥같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