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Zealously
번역: 우리나린
로열 로드는 양 날의 검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리그를 첫 번째 시도에 우승하는 것은 곧바로 굉장한 기대감이 그 어깨를 짓누르게 된다. 하지만 로열 로더는 프로게이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현재의 굉장한 실력과 미래의 더 높은 곳의 가능성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그 기대를 만족시켰다. 이제동은 로열 로더의 길을 걸어 왕은 아니지만 폭군이 되어서 브루드워 역사상 그 어떤 저그와도 비견될 수 없는 공포의 재위를 했다. 천재 이승현은 그의 첫 번째 Code S 승리 후 그 누구도 스2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칠 개월 동안의 파괴의 순간을 보여주었다. 박성준, 김택용 그리고 최연성도 모두 로열 로더의 길을 걸어 이제는 브루드워 신전의 전설로 남았다.
로열 로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축복인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저주이기도 하다. 모든 로열 로더가 기대의 중압감을 견딜 수 있지 않아서 어떤 이들은 그 압박에 무너지곤 했다. 지고 나서도 지탄을 받지 않는 시대는 더 이상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로열 로드는 하룻밤 사이에 스타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계속 되는 승리만을 요구하며, 만약 그를 실패한다면 축복이 저주로 바뀌고 만다.
오영종은 2005년에 로열 로드를 걸은 프로토스였다. 그는 So1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홀연히 나타나 전설적인 테란 사제 듀오 최연성과 임요환을 꺾으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첫번째 우승 후 오영종은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는 더 이상 개인리그의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로열 로드는 그를 스타로 만들었지만 그 자리는“그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질문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혔다.
이제는 세번째 곰티비 스타리그 로열 로더인 백동준이 있다. 그는 신한 은행 프로리그에서 첫번째로 우리의 시선을 끌었지만, 그의 STX Soul 팀 동료들 처럼 거인 이신형에게 많이 가려져 있었다. 백동준은 다승 2위로서 STX Soul의 우승컵을 들여 올리는 데 한 몫 했지만, 더 재밌고 위험한 플레이를 보여준 프로토스 팀동료들인 김도우와 조성주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로토스 게이머로서 스스로를 프로리그 내에서의 다른 프로토스와 구별시키기도 어려웠고, 더군다나 백동준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보편적이기도 했다.
STX의 기업 자금 문제와 Soul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백동준은 계속해서 발전했고 이승현과 김원기만이 해낸 첫 번째 진출에서의 우승을 차지했다. 불운하게도, 대부분의 스타급 게이머들이 리그 초기에 대거 탈락하면서 그의 로열 로드는 전승자들의 길과 많이 달랐다. 이로 인해 백동준은 비교적 쉬운 우승을 거둔 것처럼 보였고, 여러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이신형을 만났더라면? 만약 조성주가 치즈 러쉬로 한 판을 헛되이 내주지 않았더라면? 어윤수로 상대로 졌던 두 번의 경기가 그의 약함을 보여줬던 것인가?
너무나 높은 기대감에 짓눌렸던 다른 로열 로더들과는 달리, 백동준은 그가 더 높은 기대감을 받을 만 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WCS 시즌 3 파이널으로 향했다. 다른 종류의 압박이지만은, 어깨에 짓눌리는 그 무게만큼은 같았다.
백동준은 Code S에서 받은 탄력으로 도전하여 계속되는 로열 로더의 길을 시즌 파이널에서 보여주었다. 비교적 단조로웠던 Code S 경기들 후, 두 번째 우승 타이틀을 거두기 위해 누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모두 갈가리 찢어 버렸다. 그는 프프전에서 장민철을 3:0으로 자신이 한 수 위임을 가르쳤고, 역사상 제일 짜릿했다고도 불리워진 조성주와의 프테전에서 그를 (한 번 더) 무너뜨렸으며, 저그 1위의 김민철를 상대로 4:0으로 완승했다. 백동준의 첫 번째 로열 로드는 팬들이 그저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지만, 로열 로더 II: WCS 시즌 3 파이널은 팬들이 열광적으로 그의 경기를 더 보고 싶게 만들었다.
한숨을 돌릴 잠깐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우리는 블리즈콘이라 불리는 세 번째 장으로 넘어왔다. 블리즈콘에서 맞붙을 상대들은 더 이상 더 어렵기도 힘든 상대들이지만, 이런 어려움은 더 이상 백동준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하다. 브루드워에서 이영호의 14연승을 끊은 선수에서 스2의 로열로드까지, 사람들의 기대와 무관하게 백동준은 언제나 최고를 꺾은 선수였다. 현재 그는 일생에서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실수 없이 보여주고 있고, 마침 그가 경기했던 대회 중 제일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백동준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다. 대개 조성주의 끈질긴 공격은 어떤 프로토스이든지 간에 부서뜨리기에 충분하고, 프로토스의 약간의 실수가 끔찍한 패배로 이어지게 할 정도이다. 백동준은 조성주의 공격을 필적할 수 없는 정확함으로 막아내며, 정확히 재어진 듯한 고위기사 드랍과 광전사 견제로 반격할 수 있는 여유까지 만들어 낸다. 첫 번째 시도에서 모든 것을 이기지만, 전생에서 리허설을 한 것마냥 그의 경기는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