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한 포니 번역)사랑의 트와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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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ny_82416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7

IP : 110.9.***.23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6/21 2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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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사랑의 트와이앵글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6/1434889382mIvanOZ8MmNFzWt6hSjxXX66p.jpg" width="720" height="447" alt="905822__safe_twilight+sparkle_shipping_blushing_equestria+girls_lesbian_sunset+shimmer_kissing_fanfic+art_shocked.jpeg" style="border:none;"></div> 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www.fimfiction.net/story/266034/love-twiangles">http://www.fimfiction.net/story/266034/love-twiangles</a> 작가 코멘트 : 내 이름은 선셋 쉬머... 최근 트와일라잇이 날 미친 듯이 좋아하는 눈치다........ 그것도 두명이 동시에.... .....살려줘요....... 인간 세계의 트와일라잇과 포니 트와일라잇이 선셋 쉬머를 둘러싸고 벌이는 진흙탕 치정싸움을 다루는 팬픽입니다. ================================================================= "저... 선셋. 그..그게... 음... 나 너한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괜찮다면 혹시... 나중에 둘이서 어디 안 갈래?" 앞에 있는 수줍은 모습의 안경잡이 소녀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선셋 쉬머는 숨이 순간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안경잡이 소녀의 이름은 바로 트와일라잇 스파클. 하지만 여러분이 익히 잘 알고 계시는 이퀘스트리아의 포니 공주님 트와일라잇이 아닌, 인간들만 사는 거울 너머 평행세계의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고 있던 트와일라잇이었습니다. 이 인간 트와일라잇은 얼마 전에 캔털롯 학교로 전학 왔습니다. 물론 학교를 두 번이나 구한 영웅이랑 아주 똑같다 못해 빼다 박은 것처럼 생긴 소녀가 학교에 찾아왔으니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죠. 학교를 갈 때마다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아는 채를 하는데다가 자칭 친한 친구들이라고 주장하는 여섯 명의 친구들이 계속 달라붙으니, 트와일라잇의 캔털롯 고교에서의 첫 학교생활은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소동과 오해, 그리고 수백 가지의 질문들이 트와일라잇에게 쏟아졌지만, 선셋과 그 친구들의 도움으로 트와일라잇은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트와일라잇은 선셋과 (지금 포니 공주 트와일라잇과 선셋이 그러하듯) 절친한 친구관계를 맺게 되었죠. 물론 어려움도 약간 있었습니다. 이 트와일라잇은 거울 저편의 트와일라잇 공주에 비해선 매우 까칠한 사회 부적응아였던 거죠. 하지만 이런 난관 속에서도 우정은 피어났고, 곧 이 트와일라잇도 선셋 포함 여섯 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과거 이야기는 이 정도로 충분할 테니 그만 하도록 하고... 근 1주일간 선셋은 트와일라잇이 어쩐지 이상하게 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유가 있었군요. 오늘 이렇게 학교 뒤쪽으로 불러내더니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어...그게...." 도무지 뭐라고 대답을 할지를 몰라 선셋은 말문이 꽉 막혀버렸습니다. 사실 트와일라잇의 말이 진담인지조차도 확실치 않아 얼떨떨한 상태였죠. 날 좋아한다고? 그것도 연애감정으로? 물론 트와일라잇은 똑똑하고, 재미있고, 보고 있다 보면 막 챙겨주고픈 좋은 친구이긴 했습니다만.... 연애라..... 매우 어색하군요. 이거. 특히 평행세계의 또 다른 트와일라잇과 일종의 교환일기 비스무레한 것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그랬지요. 교환일기에 '야. 트와일라잇. 나 평행세계의 또 다른 너랑 사귀고 있다? 부럽지?' 라고 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어색하겠어요? 선셋이 이렇게 돌덩이처럼 굳어있을 때, 트와일라잇의 표정은 점점 더 시무룩해져갔습니다. "저...." 트와일라잇은 안경을 손으로 쓱 올리며 선셋 앞에서 한 발짝 물러났지요. "미..미안.. 좀... 괴이쩍었지?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일게... 신경 쓰지 마... 그냥.. 낮은 가능성을 막론하고서라도 시도 정도는 해 봤다는데 의의를 둘 테니까.. 가..갈게." 이런.. 물론 아주 의외의 상황이었다지만, 선셋은 이런 식으로 트와일라잇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었습니다. 왜냐면 트와일라잇은 여전히 선셋의 친구인걸요. 선셋이 트와일라잇과 똑같이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치더라도, 제대로 된 대답이나 설명도 안 하고 그냥 보내서는 안 됐었습니다. "잠깐..잠깐만!" 큰 소리로 트와일라잇을 불러 세우며 선셋은 그 손목을 잡았습니다. 선셋보다 약간 키가 작은 소녀는 화들짝 놀라 선셋을 돌아보았지요. "저....." 용기를 내서 불러 세운 게 무색하게도, 선셋은 한 동안 입을 소리 없이 옹알거렸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되는 걸까요? 선셋의 속이 타들어가거나 말거나 트와일라잇의 눈은 다시금 희망으로 차올라 반짝거렸습니다. 그렇게 장장 30초간 선셋은 장승처럼 서 있었습니다. 이런.. 트와일라잇의 눈망울에 또 한 번 습기가 어리네요. ...........그렇게 장장 몇 분을 또 우두커니 서서 허비한 결과...... 이제 트와일라잇은 슬프다기보단 오히려 짜증이 난 눈초리였습니다. "타..타임!!" 마침내 선셋은 할 말을 생각해냈습니다. "저.. 저기 미안한데... 생각할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무..물론, 지금 딱 거절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다른 곳을 쳐다보았습니다. "답변은 실시간으로 들었으면 했는데.. 알겠어. 고백이 너무 갑작스러웠다는 사실 하나는 인정할게. 어쨌든 앞으로 24시간 00분 00초의 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너한테서 확실한 답변을 들었으면 좋겠어. 다음 날, 방과 후, 동일한 시각, 동일한 장소에서 다시 만나서 이 안건에 대해 상의하자. 그럼." "아-알았어. 내일 보자." 허겁지겁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트와일라잇의 뒤꽁무니를 보며, 선셋은 한숨을 푹 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었습니다. 트와일라잇에게 아직 실연의 상처를 주지는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선셋은 차원 너머 누군가의 조언이 급하게 필요했습니다. 무지막지한 어색함을 감수하더라도요. -------------------------------------------------------------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에게.' 이렇게 서두만 써 놓고 선셋은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턱을 괸 채로 팬만 까닥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조언을 구하려는 건데 뭐 이리 망설여지는 걸까요? 트와일라잇이라면 언제나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방에 틀어박히길 좋아하는 책벌레에게 연애 상담을 한다고요? 차라리 핑키 파이에게 입을 닫고 있는 법을 물어보는 게 낫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자니, 그것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문득 래리티에게 상담을 해 볼까도 했지만, 오히려 래리티의 과잉 반응으로 인해 일만 더 키울 수도 있고, 공연히 쓸 대 없는 옷만 몇 벌 더 생길 것 같아 선셋은 래리티에게 물어보는 건 관두기로 했습니다. 플러터샤이라면 혹시.... 아니.. 이것도 시원치 않겠군요. 선셋은 짜증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책상 위로 머리를 푹 박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왜 트와일라잇이 선셋에게 고백을 한 걸까요? 선셋은 그냥 친구 사이가 편하고 좋았었는데 말이죠... 아니.. 이건 좀 이기적인 생각이겠군요. 트와일라잇이 기껏 용기를 내서 자기가 좋다고 고백했는데 말이죠. 고백이야 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선셋은 용기를 내어 말해 준 트와일라잇의 용기에 보답해 좀 더 자신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개마적으로 토의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펜을 든다. 조금 설명하기 힘든 일이 있었거든. 그게-' 쩌렁쩌렁한 천둥소리와 함께 누군가 현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 선셋은 쓰던 것을 멈췄습니다. 영문을 몰라 선셋은 눈을 깜빡거렸습니다. 밖은 어두침침했고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거센 바람이 선셋의 방문 창가를 다그닥 다그닥 건드리며 불고 있었죠. 이런 날씨에 대체 누가 선셋의 집을 굳이 찾아온 것일까요? 선셋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선셋보다 살짝 작은 체구의 소녀가 몸을 벌벌벌 떨며 현관 앞에 서 있었습니다. "트와일라잇!" 뜨악한 표정으로 선셋이 외쳤습니다. "내일 이야기하기로 했잖아! 게다가 이런 날씨에 우산도 없이.. 너 미쳤어?" "아..하...아...안녕 선셋." 불쌍한 트와일라잇은 이까지 딱딱거리면서 떨고 있었습니다. "오-오랜만이다.. 그치?.. 들어가도 될까?" 선셋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소녀를 쳐다보았습니다. 안경도 없고, 머리를 빵머리로 묶지도 않았고, 비록 지금은 형편없이 젖어있긴 했지만 저 매우 범생이 냄새가 나는 블라우스랑 치마는 분명 가을 무도회 때랑 밴드 대전 때 본 그 옷이었었죠. 그렇다면- "트-트와일라잇 공주?!" 선셋의 동공이 넓어졌습니다. 입안은 순간 바짝 말랐지요. "그...그래.. 오랜만이네. 마침 너한테 편지를 쓰던 중이였는데... 근데 연락도 않고 이렇게 덜컥 찾아오다니..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어?... 아참. 내 정신 좀 봐라... 어서 들어와! 방바닥 젖는 건 신경 쓰지 말고."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고-고마워. 뭐 심각한 일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은 마. 그냥... 너무 오랫동안 안 보고 지낸 것 같아서 들렀어... 그리고.. 나 너한테 할 말 있다?" 트와일라잇은 벌벌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음... 좀 개마적으로 해야 되는 이야기라서..." "...이런 빗속을 뚫고서라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어떤?" "히히... 기왕 차원문을 통과했는데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첨에 우산 가져오기는 했는데 도중에 오다가 놓쳐버렸어. 본능적으로 마법으로 다시 집어 들려고 하다가 이 세계에선 마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아차 싶었지. 그리고 난 이 '손'이라는 걸 아직 잘 못 쓰는 바람에 떨어진 우산도 못 집겠더라구... 너는 이미 손쓰는 데엔 익숙해졌겠지만.." "그렇긴 하지... 이러다가 감기 들라. 샤워할래? 갈아입을 옷 내 줄게. 일단 몸부터 씻고 나서 그 다음에 이야기하자. 알았지?" "아..알았어. 고마워."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힐끗 보더니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선셋을 따라 욕실로 들어갔지요. 트와일라잇이 샤워를 하는 동안 선셋은 소파 위에 몸을 누이고는 손으로 머릿결을 매만지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뭘 어째야 되는 걸까요? 당장 교환일기로 트와일라잇에게 그 사실을 터놓는 것도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이제 얼굴을 대놓고 말해야 한다.라... ..그건 일단 제쳐두고, 트와일라잇이 이런 날씨에도 굳이 선셋을 보러 온 걸 볼 때, 이건 트와일라잇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물론 지금 선셋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트와일라잇의 친구로서 트와일라잇을 도와줄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기로 그렇게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 때, 트와일라잇이 선셋의 잠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선셋은 따뜻한 차와 과자를 내 왔죠.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따라 소파 위에 앉았습니다. "미안... 요새 통 시장을 안 봤더니 마땅히 내올만한 게 없네." "히히.. 괜찮아. 어차피 나는 막입이라서 차 마실 때 뭘 먹든 별 신경 안 쓰거든." 트와일라잇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을 계속했습니다. "...공주님에겐 내가 이런말 했다고 하지 말아줘..." 선셋은 활짝 웃었습니다. "그래... 고명하신 트와일라잇 공주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인 일로 납시었습니까?"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너무 격식 차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선셋... 우린 친구잖아.." "물론 그 점에는 변함이 없지." 선셋은 농담도 못하냐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습니다. "근데 말이지. 이 세계의 트와일라잇도 우리 여섯 명이랑 친구가 되는 바람에 말이야. 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마-맞다. 그랬었지. 걔는 좀 어떻게 지내? 트와일라잇이 손가락으로 찻잔 입대는 부분을 만지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갑자기 지금 자기가 당면한 문제가 떠오르는 바람에 선셋은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차를 마시느라 분주한 나머지 선셋의 변화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죠. "자.....잘 지내. 이제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했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뭐 내가 처음 학교 다닐 때 보다는 훨씬 잘 하고 있어." "그래? 잘됐다.." ...어쩌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트와일라잇 공주에게 이 세계의 트와일라잇이 지금 자신에게 연애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고백하는데 말이죠. 분명 트와일라잇 공주는 상황을 이해해주고 어쩌면 적절한 조언을- "선셋..... 그동안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게 한 가지 있어.. 내가 여기 온 것도 그걸 너한테 직접 말하기 위해서였구.." 트와일라잇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안절부절 무릎에 올린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라질!!!! 억장이 무너져가는 선셋을 앞에 두고 트와일라잇은 우물쭈물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 사이렌 사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 네가 진짜 많이 보고 싶더라.. 넌 진짜 좋은 친구야. 이미 내 일부나 다름없는걸.. 사실 처음에 너를 만나고, 일련의 사건을 걸쳐 너한테 조화의 원소를 투사하고 돌아갔을 땐.. 너랑 내가 과연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살짝 의심스러웠었어... 그것 때문에 그냥 여기의 다른 인간들에게 버려두고 온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 근데 다시 와서 네 모습을 보니까.. 진심으로 변한 네 모습이 진짜 멋져 보이고.. 과거 때문에 상처받는 네 모습이 애잔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그리고 일지를 통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서로 긴밀한 사이가 된 것도 같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랐는데 여러 모로 생각을 해 보니.... 미..미안.. 쓸데없는 소리가 너무 길었지? 내..내가 너무 긴장을 해서.." 선셋은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식은땀이 주르륵 선셋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진정해 트와일라잇.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네 말대로 우린... 음.... '친구'잖아. 그지? 응?" "아우!" '친구'에 묘한 강조를 주는 선셋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체 트와일라잇은 두 주먹을 꽉 쥐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나 왜 이리 어색한 거야 대체! 여기 오기 전까지 준비를 위해 책도 많이 보고, 인간의 생태에 대해 연구도 많이 했는데 왜 제대로 못하는 거냐고! 왜!.... 래리티랑 애플잭이랑 대쉬랑 핑키랑 플러터샤이에게 조언을 좀 구해봤는데 걔네들이 다 뭐래는 줄 알아? 그냥 가서 직설적으로 말하라고 하더라고!... 사실 플러터샤이는 말 안 하고 그냥 얼굴만 붉히고 말았지만...뭐.... 어..어쨌든 대충 비슷한 뜻이였을거야. 난 알아. 평소에 수줍음을 자주 타는 애다 보니- 으아아아 더 이상 못 참겠다! 선셋! 미안!!" "트와일라잇! 일단 진정- 읍?!" 선셋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선셋의 입은 트와일라잇의 입술로 완전히 틀어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몇 초간의 입술 박치기 후,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땠습니다. 트와일라잇의 눈은 반쯤 게슴츠레하게 감겨있었고 숨을 묘하게 헐떡거리고 있었죠. "나..너랑...사랑에 빠진 것 같아.. 선셋 쉬머.." 정신이 대략 멍한 와중에서도 선셋은 이 모든 게 래리티가 즐겨 보는 치정관계가 얽히고설킨 막장 드라마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건 분명 자기가 어디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보고 있는 환각이라는 현실 부정과 함께요. 그도 그럴게, 현실에서 이런 정신 나간 상황이 어디 이리 쉽게 일어납디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가혹한 법이죠. 어쩔 땐 허구보다도 더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어버버버버...." 과연 지성 넘치는 현명한 대답이로군요. 이게 바로 이퀘스트리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성마, 선셋 쉬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선셋은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이게 진짜인지 실감이 안 났었거든요. 하지만 이건 트와일라잇의 착각만 가속시키고 말았습니다. 웃는 걸 보니 선셋도 좋은가보다라고 멋대로 생각한 트와일라잇은 더욱 자신감이 붙어 두 번째 키스를 시도했지요. 그 때.. "트-트와일라잇! 잠깐만!" 드디어 약간 정신을 차린 선셋은 트와일라잇을 밀쳐냈습니다. "저..저기.. 난.." 근데 하필 급하게 잡은 곳이 트와일라잇의 가슴이었죠. "아읏!... 선셋... 거긴... 음... 나도 연구를 좀 해 봤는데.. 그곳이 인간 여성의 성감대라고 하더라구....맞는가 보네... 헤헤헤.."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더욱 붉히며 자신의 가슴을 쥐고 있는 선셋의 두 손을 움켜잡았습니다. 어라?어라?어라?어라?어라?이-이-이-이게 아닌데? 선셋은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고 트와일라잇에게서 멀찌감치 뒤로 물러났습니다. 트와일라잇도 두 눈을 크게 뜨더니 화들짝 뒤로 물러났습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요. "이런!... 선셋! 진짜 미안! 이러려던 게 아니라...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아냐! 이럴 때일수록 솔직해야지.. 방금 나 완전 100프로 진심이었어 선셋. 더 이상 못참겠다구!" 선셋은 먹이를 궁지로 몰아넣는 맹수의 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트와일라잇을 보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트와일라잇! 저기..저... 정신 좀 차리고 내 말 좀 들어봐. 나...." 그리고 또 한 번 선셋의 말문은 막히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되는 걸까요? 생각해보니까 아까와 비슷한 상황이군요. 그렇다면... ..아까 그 트와일라잇에게도 통했던 방법이었으니, 어쩌면 이 트와일라잇에게 통할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 응? 잠깐 내 생각이랑 너한테 할 말 좀 정리좀 해 보게. 대답은 내일 해 줄게. 그래도 괜찮지? 응?" 트와일라잇은 뭐라고 반박을 하려다가 눈을 딱 감고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그리고 소파 위의 방석을 꼭 껴안고 얼굴을 가리며 말했죠. "....... 미안.. 내가 네 입장도 생각 안 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굴었지... 명색이 한 나라의 공주이자, 이성과 논리, 마법을 대표하는 포니가 무슨 첫사랑에 빠진 망아지 수준으로 놀고 있으니..." 선셋은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급 시무룩해진 트와일라잇이 너무 안 돼 보였거든요. "괘....괜찮아! 괜찮아! 친구 사인데 뭘! 약간 감정적으로 굴 수도 있는 거지 ! 아~ 갑자기 무지 졸리네! 그럼 넌 여기 소파에서 자도록 해. 난 내 방 침대에서 잘 테니까! 만약 출출하면 냉장고에 음식 넣어뒀으니까 마음대로 꺼내먹도록 하고, 그럼잘자내일아침에보자!" 트와일라잇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선셋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제 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트와일라잇이 방에 몰래 들어올 구멍은 없는지 2~3번 재차 확인을 한 후 선셋은 침대로 올라가 베게에 얼굴을 완전히 묻어 버렸습니다. 분명 오늘은 평범한 하루가 될 터였거늘... 어쩌다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시추에이션에 빠지고 말아버린 것일까요? --------------------------------------------------------------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햇볕이 내리쬐는 상쾌한 아침. 선셋은 핏발 어린 불안한 눈으로 침실 손잡이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은 분명 아래층에서 선셋이 내려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겠지요.. 문제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괜스레 아침에 꾼 여러 가지 꿈 때문에 선셋의 마음은 더 혼잡했습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잠을 자고 나서도 뚜렷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죠. 만약 선셋에게 고백한 트와일라잇이 하나뿐이었다면 선셋은 자기가 별 생각이 없더라도 그냥 친구를 위한다 셈 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고백을 받아들여주고 완만하게 끝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두 명이나 열렬하게 구애를 해 오는 이런 상황에서는 선셋이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그 끝에 따라오는 건 남은 한 친구의 눈물과 절망뿐일게 뻔했죠. 하지만 근 몇 달간 친구 여럿을 사귀어오며 선셋은 깨달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일수록 친구들(물론 트와일라잇 1호,2호는 제외한)에게 의지하라는 거죠. 어쩌면 친구들이 묘안을 생각해낼수도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아래에 있는 트와일라잇을 피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선셋은 TV에서 본 대로 침대 시트를 여러 장 묶어 줄처럼 길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미친 짓이었습니다. 추락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구요. 하지만 선셋은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선셋은 침대 시트로 튼튼한 줄을 장롱에 매단 후, 그걸 타고 2층 창밖으로 내려와 꽁지가 빠지게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 "푸헷!...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일이라고 마냥 웃음이 나오지? 대쉬?" "진짜냐? 그것도 둘이나 꼬였다고? 아주 걸작이구만!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대쉬는 눈가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배가 째지게 웃고 있었습니다. 식탁을 마구 주먹으로 두드리면서 말이죠. 선셋은 탄성을 지르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식탁 위에 머리를 파묻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르 점심시간. 다행히 트와일라잇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천만 다행으로 핑키 파이도 없었습니다. 있었다간 오히려 선셋의 기분만 더 산만해질 테니까요.)정해둔 시간표가 약간 엇갈린 까닭에 오늘 트와일라잇은 여섯 명과는 점심을 다른 시간에 먹게 되었거든요. 그 덕분에 선셋은 트와일라잇 제외 나머지 4명의 친구들과 현 문제에 관해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래래티는 아직까지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대쉬를 인상을 확 쓰고 째려봐준 후 선셋을 돌아보며 등을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자기.. 약간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에 너무 우유부단하게 나간 게 화를 부른 것 같아. 처음부터 그 둘에게 나는 연애 상대로 여자는 싫다고 확실히 이야기를 했어야지." "사실 난 여자도 상관없긴 한데.." 선셋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니, 중요한 건 지금 내 취향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 걔네 둘에게 굳이 그런 걸로 괜히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고.." "지...진짜야 그거? 음.... 근데 너 있지... 전에 플래쉬랑 사귀지 않았어?" 플러터샤이가 얼굴을 붉히며 재차 질문을 던졌습니다. "샤이야. 성별 안 따지고 남, 여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애플잭이 스텟슨 모자를 식탁에 올려놓으며 끼어들었습니다. "모 사랑에 성별이 중요하나? 그나저나, 마. 선셋. 기양 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어떻겠노?" 선셋은 인상을 구겼습니다. "뭘 솔직하게 말해? 지금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누굴 골라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니까! 애들아. 나 좀 도와주라. 응?" "흠..." 래리티가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곰곰히 생각에 빠진 눈치였습니다.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건 잘 알겠어... 게다가 실연이라는 건 그냥 평범하게 당해도 엄청 충격적인 건데 평행 세계의 또 다른 자신 때문에 실연을 당한다는 건 정말이지... 으...... 둘의 성격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둘의 각자 다른 매력이 두드러져 보이는지라 네가 지금 선택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그냥 동전 한번 튕겨봐서 나오는 쪽의 트와일라잇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물론 로맨틱한 거랑은 완전 거리가 먼 방법이지만 말야.." "아...아니면 그... 그냥 다른 사귀는 사람 있다고 하거나...." 플러터샤이가 손가락을 안절부절 조몰락거리며 끼어들었습니다. "참 도움도 되겠다. 인마."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레인보우 대쉬가 불쑥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야. 야.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지금쯤 너를 배부른 투정이나 한다고 확 죽여 버리고도 남았을 거다. 썅.... 아, 뭐 어렵게 생각할 게 뭐 있어? 트와일라잇은 상당히 개방적인 얘 아니냐. 그냥 확 둘 다 동시에 사귀어 버려 걍. 왜? 좋~잖아? 3명이서.... 알지?" 플러터샤이의 얼굴이 타오르듯 빨개졌습니다. 식탁에 마주앉은 세 명의 소녀들은 일제히 대쉬를 쏘아보았지요. "하고마. 저 가스나는 야동을 너무 많이 쳐 봐가꼬 이제 현실도 야동으로 보이는갑네. 마! 이래서 일상생활 할 수나 있드나?" 애플잭이 자기 코를 두어 번 비비며 빈정거렸습니다. "아 뭐? 내가 아까 쎾쓰의 쎾 자라도 꺼냈었냐? 그나저나 애인 두 명 이상 사귀어도 괜찮은 법 있었잖아. 거....과자간 연애라던가..뭐라던가..." "과자간 연애가 아니라 다자간 연애겠지..." 래리티가 머릿결을 살랑 뒤로 넘기며 레인보우 대쉬의 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뭐.. 셋만 괜찮다면야 이것도 방법이긴 한데.. 셋 간의 의견조정도 썩 쉽지는 않을 테고.. 그리고 1:1연애가 여기에선 거의 보편적인 개념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눈총도 받을 테고.. 많이 어려울 텐데..." "니 어째 그 방면으로 많이 생각해 본 것 같구마.." "나한테도 별로 생소한 개념은 아닌데 그거.." 선셋이 한 쪽 뺨을 식탁에 완전히 괴고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면서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이퀘스트리아에서도 종종 그렇게 하고 다니는 포니들도 있었으니까. 그럼 난 어떠냐고?....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난 절대 두 명의 트와일라잇을 다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 걔네 둘과 나를 한 자리에 놔뒀다간 분명 큰 사단이 날 게 뻔하다고!"" "본나.. 선셋.." 애플잭이 텅텅 비운 자신의 급식 쟁반을 들며 말했습니다. "내 보기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끽해야 하나만 선택하든가, 둘 다 거절하던가, 어떻게든 셋 다 만족할만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 중 하난데, 그게 됐으믄 지금 이러곤 안 있었겠지.. 결국 어떤 사람은 상처받는 걸로 끝날 것 같은데.. 해도 어쩔 수 읎다. 모 그런 게 인생 아이가?" "그리고 어디로 도피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선셋은 이마를 식탁에 꽁 하고 내리치며 입을 열었습니다. "무슨 유랑 서커스단 같은 곳에 이력서라도 하나 쓸까봐.. 그럼 둘 다 볼 일은 아예 없을 거 아냐.." 이렇게 중얼거리는 선셋의 팔을 플러터샤이가 차분하게 감쌌습니다. "음... 선셋.. 네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우린 널 응원할게... 친구인걸.. 게다가 넌 언제나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애구..' 플러터샤이는 활짝 웃으며 말하다가 순간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재차 말을 이었습니다. "바..방금 서커스단 간다는 건 빼고... 떠나지 마.. 네가 무지 보고 싶을 테니까.." "자기. 모두 다 잘 될 테니 기운 내." 래리티가 팔짱을 기며 플러터샤이를 거들었습니다. "그치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 둬. 언제나 도망칠 수는 없다는 걸 말이야." 선셋은 한숨을 쉬며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하아...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마음을 정했어... 역시 오늘 내로 끝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어떻게든 말이죠. ------------------------------------------------------------- '도망치지 말자.' 플러터샤이와 레인보우 대쉬를 각각 옆에 데리고 걸어가며 선셋이 꾸준히 마음속으로 되내이는 말이었습니다. 트와일라잇과의 약속시간까지... 그러니까 방과 후까지 수업이 하나만 남았으니 약 한 시간가량 남짓 남았군요. 할 말을 준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 도망치지 말자...' '도망치지 말-' "아..안녕 선셋." 갑자기 안경잡이 트와일라잇이 사물함 앞에서 수줍게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선셋을 불러새웠습니다. 무언가 꺼낼 게 있었던 모양이죠. 선셋에게는 매우 안 됀 일이지만... "어...안녕!" 선셋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나..어... 저기... 가봐야겠다! 수업이-" 비척비척 물러나려던 선셋의 등을 레인보우 대쉬가 거세게 떠밀었습니다. 선셋은 허둥지둥 양 팔로 앞에 있는 사물함을 붙들고 자세를 바로잡았죠. 그 양 팔 사이에 트와일라잇이 갇혔다는 게 문제였지만... 어쩐지 모르게 선셋이 트와일라잇을 못 가게 사물함에 몰아넣고 막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심지어 두 사람의 얼굴마저도 가까웠습니다. 겨우 몇 센티미터 떨어져있었죠. "그럼 둘이서 재미 잘~ 봐라!" 대쉬는 그야말로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벽에 기대어 팝콘을 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옆에서 플러터샤이가 째려보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플러터샤이는 이 광경을 그냥 보고 있기가 쑥스러웠는지 잠시 쭈뼛쭈뼛 거리다가 복도 구석으로 들어가 고개만 살포시 내밀고 선셋과 트와일라잇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얼굴은 해질녘 하늘과도 같이 붉었습니다. 곧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혀로 싹 훑더니 수줍은 미소를 지었죠. "그래.. 그게 네 대답이구나.." 트와일라잇은 선셋 쉬머에게 깜찍하게 키스했습니다. 선셋 쉬머는 레인보우 대쉬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싶었습니다. "선셋! 다행이다! 여기 있었구나! 미안. 어젯밤 내가 너무 성급했지? 멋대로 키스부터 하고.." ...순간 선셋의 온 몸의 피가 마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셋은 뻣뻣하게 고개를 틀어 지금 자신을 이 자리까지 직접 쫓아온 피할 수 없는 파멸과 마주하였습니다. 소리가 들렸던 그 자리엔 트와일라잇 공주가 학교 복도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간신히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으니.... "사실 내가 말야.. 내가....내가......." 눈앞에 펼쳐지는 충격적인 광경에 트와일라잇은 그만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몇 분간... 이곳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만 같은 깊고 자욱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누구도 털끝 하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죠. 모두의 시선이 이곳에 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셋은 무슨 소리라도 나서 이 어색한 정적을 끝내주길 간절히 바랬지요. '찰칵!' "좋~구만!" 레인보우 대쉬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이 정적은 깨졌습니다. 대쉬는 선셋을 향해 얄밉게 눈을 찡긋해 보였죠. "너.... 방금 쟤랑 키스한 거야?!?!" 트와일라잇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선셋과 또 다른 자신이 입술을 맞대고 있는 장면을 보니 트와일라잇의 안구엔 절로 습기가 차올랐죠. "그.....그랬구나... 그래서 날 슬슬 피했었던 거였구나.." 선셋은 화들짝 뒤로 몸을 빼고 마음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을 행여나 늦을세라 긴박하게 외쳤습니다. "그..그런 게 아니야! 오해야!" ...래리티와 함께 막장 드라마를 시청했던 게 선셋에게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군요... 이건 뭐 아주 전형적인 불륜 들통 났을 때 대산데... "선셋." "선셋." 두 트와일라잇이 동시에 선셋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습니다. "쟤를 더 좋아한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줘... 내가 다 이해할게.." "쟤를 더 선호한다면, 본심을 확실히 말해 줘... 내가 다 이해할게.." "그..그게 아니라.." 선셋은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흔들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습니다. 두 트와일라잇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습니다. 그러더니 곧 서로의 연적을 오만상을 쓰고 째려보기 시작했지요. "듣자 하니... 너도 선셋이랑 키스했었다고?" 트와일라잇은 주먹을 불끈 쥐며 트와일라잇 공주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트와일라잇 공주는 고개를 젓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쪽에서 좀 일방적이긴 했지.. 미안하네. 둘이서 데이트하는데 멋대로 끼어들어서." "으윽!" 1등을 뺏겨서 분한 듯, 트와일라잇은 씩씩거리면서 빵머리를 다시 위로 묶었습니다. "그런 방법이 존재했었는데... 역시 첫 고백 때 기습 키스를 했어야 바람직했었나?" 선셋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두 손을 어깨위로 올리며 다시 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내가 다 설명할게..." ...여전히 흔한_막장_드라마_각본.txt로군요.. 망할.. 선셋은 진짜 이 쪽 방면에는 소질이 없나 봅니다. 트와일라잇 공주는 팔짱을 끼고 한 쪽 다리를 까딱거리면서 질문을 던졌죠. "잠깐만.... 솔직히 대답해 봐. 너희들 진짜 제대로 사귀고 있는 거 맞아? 안 맞아?" 트와일라잇은 이빨을 부득 갈며 대답했습니다. "나..나. 나도 몰라! 명백치가 않으니 그게 지금 문제지! 분명 난 작일 선셋에게 고백을 시도했고 금일 그 대답을 받기로 했어. 하지만 소위 그 공주인가 뭐라던가 하는 시대착오적 존재랑 교제하는 걸 더 우선시하는가 보다고 방금 전까지 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교제라니, 아직 시작도 안 했구먼 무슨!" 트와일라잇 공주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나도 선셋에게 고백했다가 선셋이 그만 내일 대답해준다고 하고 방 안으로 숨어버리고 오늘 아침 나 몰래 집을 나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대답도 못 들었는데!" "잠깐.. 그럼.." "그럼 우리..." 둘은 일제히 선셋을 시선이 날카롭다 못해 아예 관통될 기세로 쏘아보았습니다. 선셋은 목을 잔뜩 움츠리고 가죽자켓의 칼라를 바짝 올렸습니다. 혹시 도망칠 곳은 없나 선셋은 주변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구경꾼들이 빼곡히 몰려있는 걸 보니 탈출하는 것은 요원한 꿈인 듯싶었습니다. 어디선가 레인보우 대쉬가 소리를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트와일라잇 공주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 선셋의 앞으로 나와 박수를 짝 치며 말했습니다. "선셋. 이제 네 판단에 맡길게........ 나야 저년이야?" "트와일라잇......저......" "잠깐!" 트와일라잇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첫 고백을 한 것은 명백히 나인데, 우선권은 당연히 나한테 있지!" "하! 뭐? 고작 3시간 가지고?" 트와일라잇 공주가 이런 트와일라잇을 비웃으며 받아쳤습니다. "지금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가본데, 선택권은 지금 선셋에게 있지 너한테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런 걸로 따지자면 나랑 선셋은 알고지낸지 너보다 훨~~~~씬 오래됐거든? 똑같이 포니라는 동질감이 있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평소 우정을 나누는 방법은.. 후후.. 말 그대로 마법 그 자체다 이 말씀이지.." "아.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트와일라잇은 으르렁거리며 지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 등신 같은 마법책으로 서로 문자 좀 보내고 지냈다는 게 그렇게 유세를 떨 일인가? 휴대폰으로 손가락 몇 번 까딱하면 될 걸 가지고 일부로 번거로운 방법을 쓴다고 자랑하는 걸 보아하니 전자기기의 기술적 발달이 전무한 곳에서 자라난 기제류의 좁은 안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구나! 그리고 너! 처음에 나랑 선셋이 만났을 때 어땠는지 알아? 선셋에게 부딪혀서 넘어진 걸 선셋이 자상하게 부축해준 이후로 우린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 그렇게 서로 친구가 된 이후로 우린 서로 집에도 같이 가고, 잠옷 파티도 같이 하고, 공부도 같이 하고, 그리고 쌓아둔 책을 치울 때 선셋이 잠시 내 손을 쓰다듬어 준적도 있었어! 도출된 결론을 말해줄까? 우린 결국 애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거야!" 그..그랬던가요? 선셋이 처음부터 그렇게 노골적으로 트와일라잇을 대했던가요? 하지만 선셋이 되짚어보기로는 분명 트와일라잇을 다른 친구 이상으로 대우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이 지금 선셋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참 나! 너와는 달리 선셋과 나는 말이지! 비슷한 운명을 타고 난 운명의 상대라고!" 라고 외친 후 트와일라잇 공주가 연극조로 왼 손을 자기 심장 쪽에 놓고 다른 한 손을 반대 대각선 방향으로 쭉 펼치며 먼 산을 바라보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아! 똑같이 강력한 마력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똑같은 스승 아래에서 수학했으나, 그 무슨 운명의 장난으로 서로 상반된 길을 걷고 말았느뇨? 허나 우정의 힘의 구원 아래 황혼과 일몰은 하나가 되었으니, 복잡한 운명의 실타래여. 두 포니의 심장을 엮었구나! 태양의 공주도 황혼이 제 사랑을 취하러 가는 길을 축복하며 배웅했나니.. 이제 알겠지? 나랑 선셋은 한 운명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무슨 유치한 고등학교 망아지가 사랑 타랑하는 것과는 급수가 다르다고 급수가!" .........이건 뭐.... 셀레스티아가 선셋에게 복수하려고 지금 트와일라잇을 보낸 건가요? 손발이 오그라들어가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라고? 트와일라잇은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듯 눈동자를 불만스럽게 옆으로 굴리고 앞머리를 입김으로 불어 넘겼습니다. "아주 도작 수준으로 키스숏 시 구절을 대놓고 가져다 쓰셨구만.. 선셋이 저 수준 떨어지는 싸구려 멘트에 껌뻑 넘어가는 애는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가.." "그래서 뭐?"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붉히며 따졌습니다. "내 지성과 마법적 능력과 공주로써의 권위와 교양을 뽐내는 데 똑같이 권위 있는 작가의 작품을 인용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데? 키스숏은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문예가로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몸이라고...여기선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끽해야 3류 연애 외설물이나 쓰는 싸구려 작가가 그런 과도한 평가를 받다니 그 세상 수준 한번 참... 래리티 방에 그 작가 전집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두 트와일라잇은 이마를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고 으르렁거렸습니다. 마치 고깃덩어리를 앞에 두고 거품 물고 싸우는 굶주린 두 마리의 개와도 같았죠. 그리고 선셋은 지금 자기가 그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둘다 그만 좀 ㅎ-" "입닥쳐!!" "입닥쳐!!" 그리고 투 트와일라잇은 또 다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X2로 면박을 당한 선셋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힘없이 바닥에 쪼그려 앉았죠. "이보셔..." 트와일라잇 공주가 팔짱을 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선셋은 말이지.. 원래 이 세상에 있을 존재가 아냐. 너랑 있으면 안 된다는 것도 두 말하면 입 아프지.. 왜냐면 선셋은 포니거든. 나와 같이 이퀘스트리아에 있어야 순리에 맞는 거라고. 모를까봐 하는 말인데, 너랑 선셋은 연령대도 안 맞아. 나랑 선셋이 통과해 이 세상으로 올 때 쓴 거울의 작용으로 지금 인간의 10대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뿐이지, 나와 선셋은 사실 20대 중반이라고. 그러니까... 고딩 주제에 감히 어른들 연애하는데 낄 생각 하지 말고.. 들어가서 씻고 자라.. 응?.. 정 급하면 이 세상의 선셋이나 가서 찾아보던가." "다른 선셋 따윈 필요 없어! 난 이 선셋을 사랑한다고!" 트와일라잇이 트와일라잇 공주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뺏어가게 내버려 둘 줄 알고!?" 트와일라잇 공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습니다. "허!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던가." "자. 이제 둘다 그만!" 레인보우 대쉬가 두 트와일라잇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재밌어서 말리기 영 아깝긴 한데, 그래도 이제 그만 좀 하자. 둘 다 너무 열을 받-" "짝!!!!!' 트와일라잇이 트와일라잇 공주의 따귀를 걷어 올리는 소리가 온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레인보우 대쉬는 입을 떡 벌리며 잠시 굳어 있다가 마침내 선셋을 돌아보며 외쳤습니다. "야! 뭐라도 좀 해봐! 말려!" 트와일라잇 공주는 손자국이 빨갛게 남은 볼에 손을 가져다 문질렀습니다. 트와일라잇은 자기가 해 놓고도 믿을 수가 없었는지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황급히 말했죠. "세상에.. 내가 왜 이런 무익한 행동을.. 트와일라잇. 미안.. 그럴 의도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트와일라잇 공주는 손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는 트와일라잇의 따귀를 갈겨 주기 위해 번쩍 들었습니다. 선셋과 레인보우 대쉬가 급하게 달려들어 이런 트와일라잇 공주를 겨우 뜯어말렸죠. "놔! 안놔?!?" 트와일라잇 공주는 둘의 품 안에서 바둥바둥 거리며 앙칼진 소리를 질렀습니다. "눈깔을 확!.....아......."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트와일라잇 공주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셀레스티아시여..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우정에 관해서 공부했다는 포니가 다른 포니에게 보복을 할 생각이나 하다니... 트와일라잇... 미안.. 물론 난 너랑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넌 또 다른 나잖아.. 우리... 이러지 말자. 서로 친구로서 해결할 수도 있는 거잖아." 트와일라잇도 트와일라잇 공주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청바지 위로 올린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시작했죠. "그래. 애초에 그래야 됐었어. 저기... 내가 여기 캔털롯 고등학교로 전학 오기 전엔 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어.. 이제야 그 원인을 알아낸 것 같네.. 진심으로 사과할게.." 두 트와일라잇은 그렇게 서로를 포근히 껴안았습니다. 드디어 이 불화도 끝을 맺게 된 거지요. 선셋은 눈가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었습니다. 이제 상황이 좀 좋게 돌아가려나요? "그리면..." 트와일라잇이 포옹을 풀고 뿔태안경을 쓰윽 올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난 내가 아는 중 가장 지성적인 사람이야. 그리고 넌 나보다 더 신체적, 정신적 연령이 높을 테니 내가 아직 미경험한 것과 기타 다양한 관점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겠지. 그러니 우리 둘이 합심하면 쌍자간에 선셋을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도와 쾌락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거야. 분명히." 셀레스티아느님 씨바... 트와일라잇 공주는 살짝 찌푸리면서 턱을 한손으로 문질렀습니다. "뭐.. 지금껏 나도 여러 윤리학이나 철학 같은 걸 공부 왔다고 하지만, 너 또한 네 관점에서 알아낸 것들이 몇 가지 있겠지.. 그러니까 일단 이퀘스트리아의 윤리, 및 철학이랑 인간의 그것들을 비교대조해서 숫자로 치환해보면.. 그다음 남은 숫자 놀음 정도야 뭐 어렵지도 않겠지." 트와일라잇은 근처의 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드 마카 하나를 꺼내 칠판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셋과 우리 둘과 관련된 항목의 집단을 P, 상호간의 감정을 L, 순수 행복도 총합을 H로 두고 도표를 짜보면..." 선셋은 계속 사물함에 머리를 쿵쾅쿵쾅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레인보우 대쉬가 진심으로 동정한다는 표정으로 선셋의 어께를 살짝 주물러주었지요. "..괜찮냐?" 레인보우 대쉬의 목소리는 평소보단 아주 약간 부드러웠습니다. "이게 괜찮아 보여 지금?" 선셋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죠. "몇 달치 웃을걸 여기서 다 몰아서 웃는 것 같구만... 물론 마냥 웃기엔 좀 거시기한 상황인 건 잘 알지만... 그래..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은 해놨고?" "해놨어.. 근데.." 선셋은 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하며 두 트와일라잇이 들어가 있는 교실을 힘없이 보았습니다. 칠판은 벌써 반 이상 빼곡히 차 있었죠. "재들이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한들 들어줄 것 같진 않지만..." "음..." 잠자코 보고 있던 플러터샤이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말했습니다. "음...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어디서 본 거긴 한데.... 조금 단호하게 나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요새 유튜브 동영상 강의로 보고 있는 게 좀 있거든. 강사 이름이 아이언 윌 이라던가... 거기서... '사랑이 맞지 않다고? 당장 그만 두라고!' 라고 하더라구......" 선셋은 여전히 찡그린 표정으로 플러터샤이를 보았습니다. 그 때 선셋의 어께를 건드리는 누군가가 있었죠. "여. 안녕 선셋." 플래쉬 센트리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서 있었습니다. "저... 듣기로는 여기에 트와일라잇이 두 명이나 왔다고 하던데... 혹시 괜찮으면 트와일라잇들에게 이야기 좀 잘..........." 선셋은 공기가 꽁꽁 얼 정도로 싸늘한 시선으로 플래쉬를 노려보았습니다. 플래쉬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주춤주춤 선셋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곧 또 어떤 사람이 선셋의 어께를 두드렸죠. "자. 이것 좀 봐줘!" "자. 이것 좀 봐줘!" 두 트와일라잇이 선셋에게 클립보드 하나를 내밀며 동시에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이게 뭐야?" 선셋은 받은 클립보드에 끼여진 종이를 읽어보았습니다... 무슨 시간표 비슷한 것 같군요.. "아직 초안이라서 보기 좀 난해할 텐데, 곧 말끔하게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줄 테니, 일단 저 종이는 참고만 해. 아. 설명을 안 했군. 이건 계획표야." 트와일라잇이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계획표?....무슨...." 트와일라잇 공주가 씩 웃으며 트와일라잇의 말을 이었죠. "다자간 연애. 즉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하고 넘어갈게. 폴리아모리는 사랑 같은 감각적 공유를 개마 대 개마로 한정하는 게 아닌 집단 내의 다수와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함으로써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는 일종의 공공 주의적 철학이라고 볼 수 있어. 이퀘스트리아는 물론 이 세상에도 똑같은 내용의 개념이 있고, 이 계획표는 폴리아모리 정신에 충실히 입각해 만들어진 계획표지." "니들 진짜 제정신이야?!" "계획표에 의거해 월, 수, 금은 이퀘스트리아에서 트와일라잇 공주와 보내면 되고... 흠..." 트와일라잇은 클립보드에 연필을 두드리며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목, 금, 토는 여기서 나랑 보내면 돼. 토, 일은 셋이서 단체 모임이 있는 날이고." 레인보우 대쉬는 또 한 번 격한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선셋은 계획표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죠. "잠깐! 이런 걸 날더러 진짜 다 감당하라는 이야기야?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일주일마다 한 번씩 이퀘스트리아랑 여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연애만 하는 기계가 되라는 소리냐고 지금!" 트와일라잇 공주는 어께를 으쓱했습니다. "음.. 하고 싶은 거라면.. 특이 성적 취향을 말하는 거지? 그건 조정이 좀 필요할... 어..." 트와일라잇 공주는 잠시 트와일라잇을 돌아보며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잠시 헛기침을 했습니다. "서로의 성적 취향에 맞추어 살짝 일정을 재조정할 필요는 있겠네. 하지만 우린 모두 뛰어난 지성을 갖춘 교양 있는 성마, 성인들인걸. 그런 사소한 것 정도야 금방 조정할 수 있을 거야." "이게 최선의 방책인 것 같네. 선셋." 트와일라잇이 선셋의 팔에 달라붙으며 말했습니다. "난 전적으로 이 계획에 찬성하는 바야. 은근히 기대도 되고 말이지." "난 널 믿어 선셋." 트와일라잇 공주가 선셋의 다른 쪽 팔에 이하 동문 이하 동문. "그냥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면 별 탈 없는 일인걸. 우리 셋이서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선셋은 양 팔의 트와일라잇을 각각 쳐다보았습니다. 뛰어난 지성을 갖춘 교양 있는 성마, 성인이라... 어스포니에게 뿔 돋아나는 소리였죠. 선셋은 절실한 눈초리로 친구 둘을 쳐다보았습니다. 대쉬는 어께만 으쓱할 뿐 끼어들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플러터샤이도 선셋을 외면중이였죠. 결국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겠군요... 선셋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싫어." 바로 처음부터 했어야 할 말 한마디를 이제야 하고 만 거죠. 두 트와일라잇은 잠시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다가 선셋에게 물었습니다. "뭐?" "싫다고 했어." 선셋은 앞으로 걸어가며 팔을 흔들어 둘을 때어냈습니다. "난 너희 둘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없다고. 미안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야. 그리고 이런 정신 나간 2:1연애를 할 정도로 난 그렇게 쳐 돌지는 않았고." "일정..때문이야 혹시? 그렇담 조정도 가능한데.." "혹시 저 트와일라잇이랑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나랑 잠깐만 있어준대도 난 만족할 테니까.." 선셋은 이빨을 벅벅 갈며 말을 이었습니다. "에라! 말들을 통 못 알아먹는군! 내가 직접 눈앞에서 보여 줘야 속이 시원하겠어?! 분명 후회할 일이 하나 이상 생길 것 같지만.. 아 몰라! 일단 저지르고 보자!" "뭐..뭐야? 뭘 하려고?" 선셋은 멀찌감치 에서 숨어 있는 플러터샤이한테로 성큼성큼 다가가 대뜸 플러터샤이의 허리를 부여잡고 뒤로 눕힌 다음 찐한 입맞춤을 시작했습니다. 으음.. 복도에 모인 사람들 중 누가 제일 깜놀했는지 도통 가늠하기 힘들군요... 선셋 생각으론 아마도 플러터샤이가 제일 놀란 게 아닌가 싶었죠. "야.." 샤이의 입술에서 입을 대며 선셋이 말했습니다. "오늘 시간 있어? 학교 뒤에서 언니랑 즐겁게 한번 놀아 볼까?" 플러터샤이의 두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희둥그래졌습니다. 얼굴은 지금 선셋의 머리색만큼이나 새빨갰지요. 샤이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데려가 주세요.." "자. 너희 둘. 봤지?" 선셋은 자기 팔에 힘없이 몸을 기대고 있는 플러터샤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어이쿠! 이거, 플러터샤이랑 데이트나 좀 하고 와야겠는걸! 미안하다 둘다. 난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 말이지." 이런 말을 남기고 선셋은 플러터샤이의 어께를 팔로 휘감고 당당하게 복도를 걸어 나갔습니다. 두 명의 트와일라잇을 뒤에 남겨둔 채로요. "미안.. 플러터샤이.." 선셋이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습니다. "쟤들을 단념시키려면 이런 쇼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안 내키면 그냥 안 따라와도 돼.." 하지만 플러터샤이가 좀 이상했습니다. 자기 팔을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꼭 잡더니, 저러다 숨 넘어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거친 숨을 헐떡거리다가 선셋을 독점욕 가득 넘치는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보는거 아니겠습니까? "괜찮아.. 오히려 더 좋았으니까.." ------------------------------------------------------- "이런 남근 같은...." 플러터샤이와 함께 멀찌감치 사라지는 선셋을 보며 트와일라잇이 안타깝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트와일라잇 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을 받았죠.. "하아... 너무 밀어붙였나..." "그럴지도.."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둘은 망부석처럼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몰려든 인파가 구경거리가 끝나 다 해산된 후에도 말이지요. "......혹시... 생각 있으면... 우리 집에서 오늘밤 어때?" "...콜." ============================================================================= 포니 트와일라잇은 설명충 모드가 아닌 이상 어려운 말은 거의 안 쓰는 걸로 대사를 처리한 반면, 인간 트와일라잇은 사회성 별로 없는 수재(그러니까 평소에도 남들이 잘 못 알아먹을 어려운 말 섞어 쓰는 그런 타입의 사람)로 대사 컨셉을 잡았습니다. 그 나이 먹도록 친구를 6명밖에 못 사귀었으니까 어쩐지 그 편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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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06/21 21:28:25 121.167.***.214 아직민간인 62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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