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졸역)애버프리의 마녀 - 2장 지상 최강의 암말. 생지옥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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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ny_80627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6

IP : 220.80.***.23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4/16 18:32:09

http://todayhumor.com/?pony_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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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역)애버프리의 마녀 - 2장 지상 최강의 암말. 생지옥에 떨어지다.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4/1429176481eICwjfvWxtDb.png" width="800" height="1131" alt="252269.png" style="border:none;"></div> <div> </div> <div> 작가 코멘트 ; 선셋 쉬머, 셀레스티아의 수제자이자 차기 이퀘스트리아의 지도자, 모든 포니들의 질시에 찬 시선을 한 몸에 받던 포니에게 지금 최악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마생의 모든 게 송두리째 무너진 와중에 선셋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팬픽은 '선셋이 거울 너머의 세계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전제로 한 평행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div style="color:#333333;font-family:'돋움';"> </div> <div style="color:#333333;font-family:'돋움';"> </div> 전편 목차 제 1장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80503&s_no=80503&kind=search&search_table_name=pony&page=1&keyfield=subject&keyword=%EC%95%A0%EB%B2%84%ED%94%84%EB%A6%AC">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80503&s_no=80503&kind=search&search_table_name=pony&page=1&keyfield=subject&keyword=%EC%95%A0%EB%B2%84%ED%94%84%EB%A6%AC</a>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바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입수한 후 물 익사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기절했어도 천운으로 겨우 살아남았다는 거고, 나쁜 소식은 앞서 그 난리를 겪고 강물에서 빠져나와서 잔뜩 먹은 물을 토하면서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일어나려고 네 발로 땅을 디뎠다. 이런.. 앞서 말한 것보다 더 나쁜 소식이 있었다. 다리에 힘을 줌과 동시에 오른쪽 앞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또 한 번 기절할 뻔 한 것이다. 나는 내 오른쪽 앞다리를 살폈다. 심하게 엇나가고 뒤틀려 있고 잔뜩 부어있으며, 내 털 가닥들을 뚫고 선명히 보일 정도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내가 의사는 아니었지만, 이건 확실히 부러진 거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뼈가 막 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심하게 다친 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그 다리로 체중을 전혀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골절은 심했다. 그 말인즉슨 난 이제 세 다리로만 걷는 절름발이 신세고 앞으로의 이동에 심각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으으.. 이럴 거면 그냥 순순히 잡힐걸.."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순간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었다. 맞다. 추적자가 날 쫒고 있었었다. 이렇게 기절해 있었는데도 추적자들이 날 찾지 못한 건 기적이었다. 기교도 아닌 순전히 운빨로 추적자를 따돌리다니 입맛이 좀 썼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강둑을 벗어났다. 다리 불구 신세다보니 그렇게 빨리 걷지는 못했지만.. 뭐 최소한 주변 상황을 그나마 자세하게 살필 수 있었으니 등가교환인 셈 치자. 나는 어떤 숲 외각에 있는 것 같다. 바람직한 상황이다. 아무리 눈썰미 좋은 페가수스라도 내가 숲에 들어가 있으면 발각될 확률은 희박할 테니까. 게다가 숲에선 식량으로 쓸 풀들과 식수도 쉽게 구할 있- 또 한 번 극심한 통증이 부러진 다리를 타고 올라와 심하게 넘어질 뻔 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난 이런 고통을 별로 잘 참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냥.. 나 잡아가라 하고..... 가만 있을까?" 나는 또 혼잣말을 했다. 아픔이 좀 가신 것도 같았다. "여전히 나를 찾고 있을 테니.. 불을 피워서 신호를 보내면.." 그래서 그 다음엔 뭘 더 어쩌려구? 내 혼잣말은 내 나약한 생각과 같이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만약 그 요원들이 날 찾았다간 아마도 끌려가서 캔털롯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은 뒤 보고를 받고 온 셀레스티아에게 아둔하다느니 실망했다느니 지루한 설교를 귀에 박히도록 듣는 걸로 끝날게 뻔하다. 아니.. 이것도 너무 낙관적인 예상이다. 오히려 격리 병동 같은 곳에 엄중한 경비와 함께 수용된 이후 평생 바깥 공기는 못 쬐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살기는 싫었다. 그렇게 평생 고립된 체로 일말의 자기발전의 가능성도 없는 생을 사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편이 나았다. 나는 나무에 몸을 기댄 채로 눈썹 위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찌르는 고통과 막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와중에 오히려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저 충격을 받아 멍해져 있는걸 몰입하고 있는걸로 착각했었던가, 혹은 그냥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생 통틀어 이렇게 심하게 다쳐본 적은 없었다. 심하게 다쳐 본 적이라고 해 봤자 화염 마법 연습하다가 심하게 대였던 때 그 때 한번 뿐이고, 그것도 물집만 몇 개 잡혔을 뿐이었다. 다리가 이렇게 엉망으로 부러져본 적은 없었다. 나는 숲 속을 들여다보았다. 어둡고 끝이 없어보였다. 마치 포식자의 소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사냥감처럼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사냥감 신세로 말이다. 비록 그때는 자각이 별로 없었지만.... ------------------------------------------------------ "그래도 여기가 그나마 편안하겠는데...." 나는 몸을 숨기고 쉴만한 건조한 동굴 하나를 발견했고, 몸을 좀 덥히기 위해 그 안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몇 개를 새빨개질 때까지 마력으로 가열했다. 불을 피워 연기를 낼 수는 없었다. 이미 강둑부터 숲 안 까지 발굽자국을 어지럽게 남겨놨으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됐던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내리는 비가 내 실책을 지워줬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세차게 비가 내렸기에 비를 피할 곳을 황급히 찾게 되었고 그 때문에 들어가게 된 곳이 이 동굴이었다. 이미 강물에 거의 빠져 죽을 뻔 했다 살아날 뻔 했고, 거의 물에 젖은 개 꼴이었던 데다가, 지치고 심각하게 다치기까지 했으므로 나중에 무슨 중병을 얻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동굴 안에서 밖에 있는 숲을 살폈다. 나는 캔털롯 태생이었다. 잘 정돈된 정원에는 익숙했으나, 이렇게 제멋대로 난잡하게 자란 숲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몸을 숨기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장소란 것은 분명해보였다. 막 이 곳을 근거지로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쓸 것이며 어떤 일들을 할 것이냐 구상을 해 보고 있을 때...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 숲에 관한 뼈저린 교훈을 하나 얻게 되었다. 만약 어딘가에 편안한 쉼터가 있다면 그건 이미 임자가 있는 땅이라는 교훈이었다. 어쩐지 이 주변엔 작은 새 하나 다람쥐 하나 안 다닌다 싶었다. 왜냐면 최소한 그 동물들은 알아서 야수의 아가리로 들어가 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난 그 동물들보다 더 멍청한 행동을 한 거고. 동굴 안에 만티코어 한마리가 떡 하니 들어왔다, 실물을 보는 건 나도 이게 처음이었다. 내가 책의 삽화로 봤을 땐 그저 웃기게 생긴 커다란 고양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실물로 보니 한마디로 오금이 저려왔다. 게다가 난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말이다. 하지만 부상을 입었다고 완전 무방비 상태는 아니었다. 난 여전히 전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니콘이었고, 만티코어 따위가 날 막을 리는 없었다. 물론 이런 야생동물들을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이런 거 하나 내가 해결 못 할 리는 없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세 다리로 일어서 뜨겁게 달궈진 돌을 하나 마력으로 집어 들어 만티코어의 면상에 직방으로 투척했다. 그래. 그 정도면 누가 더 강력한지 주제 파악이 좀 되었겠지. 하지만 만티코어는 오히려 성난 포효를 내지르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녀석의 주둥이는 내가 던진 돌 때문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였지만 말이다. 절대로 내가 지닌 강력한 마력을 두려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런.. 땅상어 상대하는 방법을 만티코어 상대하는 법이랑 헷갈렸었나? 만티코어가 덮쳐오는 그 순간 나는 멍을 때리고 말았다. 이게 다 셀레스티아 때문이다. 셀레스티아는 내게 무섭거나 짜증나는 게 있어도 절대 성급하게 마력으로 날려버리면 안 된다고 가르쳤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망설여버리고 만 것이다. 어쨌든 이 만티코어는 나처럼 절대 남을 해치지 말라는 교육을 받지 않은 건 확실했다. 만티코어는 거대한 앞발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를 할퀴었고, 그 발톱에 내 가슴과 어께 쪽을 깊게 베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상처에선 출혈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픔이 생생하게 느껴진 걸로 볼 때 그래도 난 지금 당장 즉사하거나 기절할 정도까진 피를 흘리지 않았다는 거고. '뻔히 보이는 최악의 상황'은 어쨌든 난 지금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저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다시 나를 향해 돌진하는 만티코어에게 불화살 주문을 발사했다. 만티코어는 그 열기 때문에 잠시 몸을 뒤로 뺐다. "날 절대 쓰러트릴 수 없을걸!" 추위와 고통에 허덕이면서 난 토해내듯 외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선셋 쉬머야! 캔털롯 성을 반쯤 연소시켜버린 포니이자, 순순히 잡히느니 차라리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걸 택한 유니콘이라고! 또 중간 고사 때는 건방지게 구는 교수 하나를 고의로 사고로 위장해 날려버린 적도 있었지! 그런데 네깟 하찮은 짐승 따위가 날 어떻게 해 보겠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글쎄.. 만티코어는 내 장황한 연설을 반 푼도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한 호흡 돌리고 나는 순간이동으로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시전이 완료되기도 전 만티코어가 꼬리의 전갈 독침으로 내 둔부를 찔렀고, 그 때문에 그만 집중한 마력을 풀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뒷다리에 힘이 풀려 엎어진 걸로 보아 내 하반신이 만티코어의 독 때문에 마비된 것 같았다. 이제 움직일 수 있는 다리는 하나뿐이다. 상황 참 흥미롭게 돌아가는군... 더 최악이었던 게 뭐냐면, 만티코어는 먹잇감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괴물은 놀리듯 날 가볍게 날 할퀴기 시작했고, 나는 움직일 수 있는 한 다리로 발톱을 겨우 겨우 막아냈다. 갑자기 얼굴 쪽으로 발톱 질이 날아왔으므로 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실수로 부러진 다리로 땅을 딛는 바람에 아파서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두 가지의 뻔한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탈출. 그건 다리가 거의 안 움직였으므로 순간 이동밖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만티코어의 공격을 방어할 방법을 찾는 것. 지금껏 짧은 마생을 살면서 난 언제나 기존의 진부한 방법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는 방법을 택했고, 또 거기에 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개다가 순간이동 주문을 시전해봤자 금방 어디에 있는지 들통 날 테고, 보호막을 둘러봤자 몇 초간 시간벌기밖에는 안 될 것이다. 허나... 제 3안이 생각났다. 바로 괴물과 나 둘 다 화염구로 날려버리는 것. 물론 미친 소리 같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난 그동안 화염마법을 연습하면서 여러 번 말 그대로 호되게 데인 끝에 여러 착오를 거쳐 내게 걸어둔 영구적인 화염 보호 마법 덕에 거의 화염에는 면역이 되어있었다. 그래. 어디 네놈도 나와 같이 불이 안 통하는지 한 번 보자! "이거나 처먹엇!" 있는 힘을 다해서 외쳤다. 내 얼굴에 난 상처가 쓰라려왔다. 나는 모든 마력을 이 화염구 한 방에 담았다. 만티코어가 여간 민첩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직격으로 맞추려고 했다간 빗나갈 수도 있으므로, 난 최대 출력의 화염구를 나와 만티코어 사이의 땅에 내다 꽂았다. 화염 마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법이었다. 화염 마법을 배우면서 '힘'에 관해서 많은 걸 배우기도 했고 말이다. 원소엔 네 가지 속성이 있다. 땅, 불, 바람, 물. 그냥 기본만 놔두고 봤을 땐 불은 다른 세 원소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모래를 덮으면 불은 쉽게 꺼지고, 바람에 촛불은 허무하게 꺼지며, 물 한 양동이만 있어도 장작불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불에 충분한 마력을 집중하면 단단한 강철도 흐물흐물하게 녹일 수 있었고, 물도 펄펄 끓여 증기로 만들 수 있으며, 대기 중의 공기를 전부 흡수해 소각시킬 수도 있었다. 불의 힘을 다루는 방법을 진정으로 통달하려면 일단 주문의 마력을 자유자제로 통제하는 방법부터 통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화염술사들은 그 절반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하지만 난 내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강력한 힘으로 문제를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방법을 그나마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강력한 힘이 내 목숨을 구했다. 주문의 열기에 방 안의 습기는 모조리 증기로 변했고 질척질척한 땅은 다 말라버렸다. 만티코어는 절반쯤 산산 조각나 불길에 휩싸인 채로 동굴 저편의 벽으로 자기 파편들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나?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쓰러졌지만 여전히 살아있었다. 화염 면역이었으니까. 고의든 타의든 간에 어떤 걸 죽여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여전히 뒷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부러지지 않은 앞다리 하나도 지금 만티코어가 할퀴어서 말이 아닌 상황이다. 별 수 있나. 또 쓰러졌다. 지친다.. 최소한 지금은 따뜻하기라도 해서 다행이다. 아까 일어난 증기와 화염구 주문이 초토화한 자리에 남아있는 열기 때문에 무슨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눈앞이 점점 어두워져온다. 뒤쪽에서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난다. 만일 내게 기운이 약간이라도 남아있다면 '만티코어는 독자 행동을 선호한다.'고 야수 도감에 써놓은 야수학자에게 왜 책을 그딴 식으로 썼냐고 본마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욕설을 퍼부었겠지만 그럴 여력도 없었다.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쭉 뻗어버렸다. ------------------------------------------- 내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은 없었다. 무슨 동물에게 벌써 잡아먹히고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대신에 무슨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니.. 깨어나고 나서도 잠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얼떨떨했다. 곧 머리가 깨질 만큼 아파왔으므로 이건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처음엔 병원인가 싶었지만, 약간 생각해보니 병원 벽에 의식용 가면이 걸려 있지는 않을 터였다. 그리고 보통 병원엔 가마솥이나 수수께끼의 약병들이 놓여 있지는 않았다. 깔끔한 타일바닥이나 플라스틱 약통이라면 또 모를까.. "못 일어날 줄 알았었으나.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구나." 희한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려와 난 후다닥 몸을 일으켰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딱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얼룩말이 보였다. 놀라운걸.. "아.. 음.. 사우보나 사우시." 이건 전에 얼룩말 대사들을 만나기 전 셀레스티아가 귀중한 손님을 정중하게 대하는 방법을 배워두라고 가르쳐주었던 얼룩말 주술사에게 예를 표하는 인사말이었다. 평소 날 아는 포니들에겐 매우 의외였겠지만, 난 그 대사들에게 제대로 예의를 갖춰 주었다. 누구든 존경할 만한 가치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공손하게 대할 만할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는 그것만으론 눈에 차지 않는지 자질 있는 유니콘을 위한 학교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좀 친절하게 대해보라고 들들 볶아댔었다. 아니 그럼 그 녀석들이 제 숙제 하나 해결 못할 정도로 쓸모없고 저능한 게 어디 전부 내 탓이던가.. "고향 말을 들은 지도 오래되었지." 얼룩말은 웃으며 내게로 다가와 내 발쪽의 붕대가 잘 매여 있는지 확인해주었다. "좋구나. 우리 말 아는 이 있으니." "저.. 저를 구해주신 분이죠........ 고마워요." '고마워요' 라는 부분에서 내 말은 점점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신경 쓸 것 없다네. 젊은 포니여,' 얼룩말은 내 오른쪽 앞다리를 봐 주며 말했다. "더 나은 치료가 필요할 것인 저." "굳이 상기시켜줄 필요 없어요. 이미 잘 아니까." 나는 씁쓸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래쪽에 감각이 돌아온 걸 보니, 만티코어 독도 해독된 것 같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죠? 이퀘스트리아에 얼룩말 주술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는데." "난 부족과 멀리 떨어졌다네. 타지의 약초들을 바로알기 위해." 얼룩말은 주변의 채집한 약초들이 담겨 있는 병들을 가리켰다. "에버프리 숲에는 약초가 많네. 그 극의를 얻기 위해 공부중이네." "여기가 에버프리라구요? 진짜 에버프리에요? 어쩐지 만티코어가 마실 나오듯 튀어나오더니만.. 하필 떨어져도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떨어지다니.."' "물론 여기 괴물들은 난폭하지만, 자네는 쉽게 불로 물리치더만." 얼룩말은 자기 가마솥에서 어떤 갈색의 액체를 주전자로 퍼 올리더니 그걸 컵에 따라 나한테 주었다. 나는 그 액체의 냄새를 약간 맡아보았다. "이건.. 차에요?" 나는 흥미가 동해 물어보았다. "하.. 숲에 사는 마녀가 가마솥을 겨우 아침에 마실 차 끓이는데 쓰는 줄은 몰랐는데.." "가장 좋은데 가마솥을 쓰지 않는다. 그런 바보 세상에 어디 있겠나?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차였다. 물론 독이 들어가 있는지 염려가 아주 안 된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저 얼룩말이 날 죽일 거였으면 굳이 날 살려 놓고 다시 죽이는 수고를 감수할 리는 없지 않은가? 아까 당했던 일 때문에 괜히 의심만 더 늘었나보다. "소개를 안 했네요. 선셋 쉬머라고 해요.' "제코라가 이 얼룩말 이름이라네. 그대 보는 바대로 주술사라네.' "본의 아니게 폐 끼친 건 미안해요. 다시 걸을 수 있기만 하면 당장 나가드릴게요." 제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오른 다리 어긋났으니, 포니빌 병원 감이 좋을듯하리." "안 돼!" 난 빽 소리 질렀다. "절대 안 가요!" 나는 차를 내려놓고 끙 소리를 내며 드러누웠다. "마을로는 절대 안 가요. 누구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된단 말야.." 순간 나는 아차 싶어 제코라를 쳐다보았다. "아.. 오해 말아요. 범죄 저지르고 도피중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니까." 은마(恩馬에게 거짓말을 하자니 좀 마음에 걸렸지만, 뭐 절반정도는 사실이니까.. "그냥.. 좀.. 개마적인 사연이 있어서라고 할까요." "그럼 몸 나을때까지 여기에 있게. 발설하지 않을 테니 마음 푹놓게." 여전히 운율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제코라가 말했다. "정말.. 해주신 게 많은데.. 고마워요. 어떻게 갚아드려야지 좋을까요?" 제코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완쾌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게. 최고의 보상은 건강이라네." -------------------------------------------------------- 나는 제코라 덕분에 에버프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제코라는 내 상처를 치료해준건 물론, 숲 속에서 포니들이 먹을 수 있는 각종 풀과 식량, 열매들 또한 가르쳐주었는데 그건 아무리 나라도 접해볼 수 없었던 색다른 지식이었다. 운신을 할 정도로 회복되자, 제코라는 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직접 식량을 채집하는 법과 독초와 약초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독초 중엔 내가 섣불리 먹었다간 시체 파먹는 짐승도 내 시체를 외면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독초들도 있었다. 몸이 오래 걸어도 괜찮을 만큼 회복되자 나는 그 대가로 제코라가 에버프리 숲 깊은 곳 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제코라를 호위해주었다. 마주치는 모든 괴물들을 모조리 화염 마법으로 날려버리면서 말이다. ..사실 제코라는 언제나 그 호위를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내 앞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는 건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딱 좋았다. 내 이런 태도를 예전 수학 선생님은 별로 안 좋아했었다. 하긴, 눈앞의 수학 시험문제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는데 좋아할 리가 있나... 그런 성격 때문인지 난 복잡한 마법 이론이나 복잡한 수식 계산 쪽에는 생각보다 빠삭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삼각함수만 생각하면 지금도 골이 아파온다. 조금 여유가 생기자 문득 내 짐들이 생각이 나, 난 내가 메고 온 등자가방을 열어보았다. 운이 좋았다. 등자 가방은 방수 처리가 되어있었고, 내 책들은 물에 약간 젖는 거나 진흙 약간 묻는 것 정도는 끄떡없을 정도의 보존 마법이 걸려있었다. 내 얼마 안 되는 옷가지도 그와 비슷했고, 특히 내가 도망칠 때 걸쳤던 검은 우천용 망토는 에버프리의 변덕스런 날씨에 꽤 유용하게 쓰일 법 했다. 또한 이건 새로 난 흉터를 가리기에도 충분했다. 제코라가 지극정성으로 치료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만티코어가 할퀴고 간 상처는 내 몸에 지울 수 없는 흉터들을 깊게 남기고 말았다. 제코라가 내 그 상처가 얼마나 심각했으며, 내가 거의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난 너무 아찔해서 거의 발작적으로 몸을 벌벌벌 떨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쪽팔린 기억이지만.. ------------------------------------------------------------- "그럼 이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제코라가 문득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제코라와 함께 한지도 벌써 몇 주가 다 되어갔고, 내 상처는 거의 다 회복되었다. 뭐 거의는.. 어께 쪽의 깊게 파인 상처는 아직도 덜 아물었지만. "여기에서 앉아만 있을 셈인가?" "나도 잘 모르겠는걸.' 난 어께를 으쓱 하며 그냥 솔직히 말해버렸다. 어께가 좀 쓰려왔지만 무시했다. "글쎄.. 그동안 내게 갑자기 닥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만도 바빠서.. 그 이후엔 뭘 생각해둔게 없어서 말이지.. 애초에 내가 직면해 있는 문제에서 멀리 벗어난 이후에... 음.... 그 이후에 뭘 할지 구상을 해 볼 생각이었지만 말야." "그래. 멀리도 벗어났었지. 돌아가서 직면할 생각 없는지?" 제코라는 식사 준비용 작은 가마솥에서 오늘의 저녁 찬거리를 꺼냈다. 제코라는 나보다 더 요리를 잘 했다. 물론 나도 요리를 하는 방법 정도는 배웠지만, 그건 식재료를 거의 억 소리 나게 쌓아놓은 으리으리한 성 주방에서나 통할 방법이었고, 여기 깊은 숲 속에서 내가 요리랍시고 하는 것들은 원래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물렁물렁해진 덩어리들로 변해 버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요리 부분에서는 제코라가 확실히 나보다 더 낫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농담 마셔." 아까 제코라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내며 대꾸했다. "돌아가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인 저, 왜 자꾸 도망만 치려는 건가?" 전에 왜 내가 이 숲에 왔냐는 질문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아주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사실 제코라는 내가 자기 집에 머무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말벗이 생겨서 더 좋아했다면 좋아했었지. 나 또한 이런 식으로 친구... 아니, 그 비슷한 얼룩말을 두는 건 과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의외라고? 전에도 내가 말했었듯이, 난 존중할 만한 가치와 능력이 있는 포니들에겐 그래도 깍듯이 대해주는 편이었다. 제코라는 충분히 내 존중을 살 만할 가치가 있었다. 생명의 은마에 지금껏 맛있는 밥까지 먹여준 얼룩말을 존중 안 하면 또 누구를 존중한단 말인가? "글쎄... 그게 말이지.." 난 서둘러 할 말을 생각해냈다. "사실을 좀 말하자면, 여기 온 건 거의 내 실수 때문였어. 난 그다지 좋은 포니는 못 됐었거든.."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고, 제코라는 묵묵히 내가 다시 말을 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난 원래 셀레스티아 공주의 수제자로 한 8년간 그 밑에서 있었어. 내가 있었던 고아원을 마법으로 전소시킨 후로 셀레스티아에게 거둬져 그 밑에서 마력을 다루는 법 등등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지. 뭐 지금 와서 생각해도, 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던 것 같아. 쪼그맣던 망아지 시절에도 어지간한 유니콘 학교 교수보다는 더 강력했었으니까...."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시절이 좋았어. 셀레스티아는 나에게 있어선 어머니 같았으니까.."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눈물은 어느새 그렁그렁 내 눈가에 맺혀있었다. "셀레스티아도 나를 딸처럼 생각할거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내가 더 나이를 먹어갈수록, 셀레스티아가 오히려 내 앞길을 막을 뿐인 폐쇄적인 포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네만. 내 보기엔 셀레스티아는 공주님은 상당히 개방적인 분 같네만." "틀렸어! 셀레스티아는 그냥 자기가 뭘 생각하는지 가리는 데에 능숙한 것뿐이지. 난 알아. 평소에 짓고 다니는 그 우아한 표정이 순간이나마 벗겨지는 장면을 꽤 봤으니까." 그 중 한 순간은 나를 성에서 추방할 때였었지.. 나는 금이 간 천장을 올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셀레스티아가 내게 말하길.. 친구를 좀 사귀어보라더군. 자기는 남들과는 거리를 둔 채로 다른 포니들을 남 몰래 조종만 하면서 말이야! 매일 셀레스티아랑 함께 할 때마다 듣기 좋은 거짓말과 절반 정도의 진실만으로 다른 포니들을 자기 맘대로 조종하는걸 봐 왔어. 물론 포니들은 셀레스티아가 나름대로 자기에게 가르침을 내려준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이 뭔 줄 알아? 사실 셀레스티아는 주변 포니들을 체스판 위의 말처럼 생각하는 것뿐이야." 나는 몇 분간 말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 병이 약간 옮았던 것 같네. 다른 포니들을 보고서 '저 포니가 뭐 하는 포니일까' 생각하기보단 '저 포니는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을까?' 부터 따져보니까! 자식은 부모 하는 것 보고 법이라고들 하잖아. 셀레스티아가 무슨 고운 말로 포장하든 난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볼 수 있었어. 셀레스티아는 모든 포니들과 거리를 두고 뒤에서 교묘한 말로 다른 포니들을 조종하길 좋아하지. 진정한 친구? 웃겨서 정말.. 그런 포니가 진정한 친구 따위를 키울 리가 없지! 제코라. 이게 전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의 진면목이야," 내 분노가 마력에 투영되었는지 내가 염동력으로 들고 있는 금속제 수저가 그만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하며 머리의 열을 좀 식힌 후, 구부러진 숟가락을 나름 똑바로 펴 두려고 했지만, 발굽 잡이 부분의 구부러진 흔적은 영영 남을 것 같았다. "양어머니를 닮고 싶었었으나..." 제코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점 때문에 불화 있었나?" "그래. 그것도 꽤 곱게 말해준 편이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뿐만 아니라 셀레스티아는 나도 제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했어. 언젠가 셀레스티아가 하는 걸 보고 감이 딱 오더라. 절반짜리 교훈을 미끼처럼 매달아놓고는 나머지 교훈은 말해주지도 않고 날더러 알아서 찾아보라고 떠미는데, 난 거의 강제적으로 셀레스티아의 의뭉스러운 조작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어! 그래! 물론 많은 걸 배우긴 했지! 하지만 그건 셀레스티아 때문도 뭣도 아닌 순전히 내 동기! 내 욕망! 내 열정 덕분이었다고!"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곧 숲 속에 메아리가 칠 지경까지 이르렀다. "셀레스티아가 잘 하는 건.. 그저... 나에겐 아직도 배우고 볼 것이 많이 남았다고 일깨워주는 것뿐이었지.. 하!... 책 목차나 추천 도서 가이드 같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네.... 셀레스티아가 나한테 실제로 써먹을 만 한 걸 직접 가르쳐 준 건 처음 몇 년뿐이었어. 내가 혼자서 독자 연구를 하는걸 셀레스티아가 제지한 것은 딱 그 순간뿐이었지. 예를 들면 순간 이동 주문을 베울 때라던가.... 주문을 잘못 시전했다간 까딱 신체 부위 한 두개 정도 날아가는 것은 예삿일 정도로 위험한 주문이거든 그거.."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셀레스티아가 나한테 웬 독특한 마법이 걸린 거울 하나를 보여주더라. 근데 거기에서 뭐가 보였냐면... 왕관을 쓰고 날개가 돋아있는, 알리콘의 모습을 한 내 모습이 보였어.... 마치 셀레스티아의 친 딸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치만.. 그 다음에 바로 캐이댄스가 나타나서... 그래서...그래서...." 울음이 나올 것 같아 난 입술을 바짝 깨물었다. 제코라는 묵묵히 내가 다시 말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이쯤 되면 무슨 말이라도 덧붙일 만한데, 엄청난 인내심이다. 아니면 내가 독백을 진짜 흥미진진하게 잘 해서 방해할 생각을 안 하고 있던가.. 나중에 내가 악의 길로 들어가서 악당 수괴짓을 할 일이 만약에라도 있으면 꽤 유용할 능력일 게 틀림없었다. 내가 적측 첩보원을 아무리 허술한 함정에 빠트려놓아도, 내가 그 위에서 독백만 하면 넋을 놓고 듣다가 알아서 자멸해 줄 테니까.. 아니 왜? 나라고 베어러 본드를 위시한 고전 첩보물 팬질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나는 예전에도 그 책에 나온 그대로 따라 해서 날 쫒아오는 캔털롯의 경비들을 따돌린 적도 있었다. 픽션에서 나온 게 현실에서도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지. "셀레스티아는 생면부지의 캐이댄스를 덜컥 입양했고, 난 점점 절박해졌어. 그래서 그 때 내가 거울에서 봤던 게 무엇인지 틈만 나면 셀레스티아에게 질문했었지. 하지만 돌아온 말은 이것뿐이었어.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나 뭐라나... 아니 그럴 거면 애초에 그 거울은 왜 나한테 보여준 거래? 정 준비가 안 된 것 같으면 그냥 자기도 기다리면 될 걸 가지고!.."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4/1429176580OO5a1ivmMMQXZKOWtKiXM577S.png" width="196" height="287" alt="삽화1.pn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4/1429176581FSVoEFRxhTE6t2Ii6Som4RvQgLP6LBfQ.png" width="668" height="801" alt="삽화2.png" style="border:none;"></div> "어느 날 셀레스티아가 나한테 웬 독특한 마법이 걸린 거울 하나를 보여주더라. 근데 거기에서 뭐가 보였냐면... 왕관을 쓰고 날개가 돋아있는, 알리콘의 모습을 한 내 모습이 보였어.... 마치 셀레스티아의 친 딸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 때 내가 거울에서 봤던 게 무엇인지 틈만 나면 셀레스티아에게 질문했었지. 하지만 돌아온 말은 이것뿐이었어.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나 뭐라나... 아니 그럴 거면 애초에 그 거울은 왜 나한테 보여준 거래? 정 준비가 안 된 것 같으면 그냥 자기도 기다리면 될 걸 가지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그래서 이것도 또 나 혼자서 알아내야 하는 일종의 시험인가보다 했지.. 그래서 여러모로 정보를 긁어모아본 결과 흑마법 장서실을 뒤져봐야 된다는 결과가 도출되더군. 당연히 흑마법 장서실은 금지 구역이지만, 난 그때 셀레스티아의 수제자였잖아. 그냥 들어가 버렸어. 물론 아무리 나라도 셀레스티아의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셀레스티아에게 물어봐 봤자 그냥 '기다리라'고 한마디 할 게 뻔하지. 그래서 그냥 내 멋대로 들어가 버렸어. 마침 사서도 꾸벅 꾸벅 졸고 있더라고." "위험한 금서들을 보존한다..라.. 적당히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셀레스티아는 책을 함부로 없애면 안 된다는 주의였어. 스타스윌이 전에 셀레스티아에게 한 '책을 불사르시려고요? 아예 학자들까지 땅에 묻지 그러십니까?'라는 조언을 아주 가슴 깊이 받아들인 모양이었지." 나는 턱에 난 상처를 긁적거렸다. 제코라가 천천히 내 발굽을 당겨 상처를 못 긁게 했다. 새로 생긴 상처를 긁는 건 내 나쁜 습관이었다. 상처 아래가 가려웠던 탓에 어쩔 수가 없었지만. "어.. 미안.. 어쨌든 흑마법 장서실의 책들 중에서 필요하다 싶은 책은 몇 권 훔쳐봤었지. 도중에 흑마법 주문도 몇 개 있기에 외워 둔 게 몇 개 있어. 물론 위험하긴 했지만.. 난 새로운 주문을 배우는 걸 매우 좋아했고 말야." 제코라는 껄껄껄 웃기 시작했고, 나는 한 쪽 눈초리를 올렸다. 제코라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말했다. "자네 날 보고 마녀라고 했었었지만, 흑마법 쓰는 자네가 더 마녀같구만." "한 번도 쓴 적 없거든!" 나는 버럭 반론했다. "그냥 이론만 알고 있을 뿐이야." 물론 어떻게 쓰는지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 써볼 생각은 없었다. 이미 도망자 신세인데, 거기에 흑마법 오용 혐의까지 추가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서가 셀레스티아를 끌고 왔고.. 셀레스티아는 당연히 화가 나 있었지." 단순히 '화가 났다'라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스티아는 나를 달로 추방하거나 감옥에 집어넣지 않았다. '분노로 꼭지가 돌았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상황이로군.. "셀레스티아를 보자마자 난 막 소리를 질렀어. 누구든 강력한 포니는 알리콘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담긴 책을 들이대며 이게 뭐냐고 따졌었지. 거기에 담긴 주문은 나 혼자서 시전하기엔 버거운 주문이었고 주문을 성공시키려면 알리콘 술자가 필요했었어. 그리고 셀레스티아는 알리콘 이였으니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한테 일부로 숨겼던 거야. 그래서 난 다 필요 없으니 내게도 날개를 달라고 요구했지, 그랬더니 스승을 말에 불족종하고, 스승을 존중하지 않으며, 또 규칙을 어겼다면서 날 성 밖으로 내던져 버리더군.... 허......" "어찌나 힘차게 내던졌길래 이 나의 집까지 이르렀는지?" 제코라는 정체모를 씨앗들에게서 짜낸 기름에 잘 튀겨진 덩이줄기에 여러 식용 약초들과 양파 등을 먹음직스럽게 곁들인 요리를 가져오며 말했다. "아. 여기까지 온 건 거의 내 실수였었지. 웬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포니들 몇 기가 내 뒤를 따라붙더라고." 나쁜 기억이 떠올라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유는 나도 잘 몰라. 아마도 내가 성에 몰래 들어가 불이라도 싸지를까봐 포니를 붙인 건가? 아니면 쫓겨난 내가 그래도 잘 있는지 확인도 할 겸 해서 믿을 만한 포니들더러 날 도와주라고 보낸 건가? 자세한 건 모르겠어." 나는 덩이줄기 중 한 조각을 마력으로 집어 힘없이 씹었다. "진짜 이유가 뭐든 난 이제 신경 끄려고. 셀레스티아의 조작대로 따라가는 데에는 신물이 났으니까. 날 쓰레기 버리듯 내친 포니가 뭐가 아쉬워서 계속 날 엿보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정말... 어쨌든 그래서 난 나에게 따라붙은 포니들을 떨쳐냈어. 뭐 거의는... 내가 도시를 떠나려고 기차를 타는데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근데 갑자기 무지갯빛 섬광이 쫙 하고 퍼지고, 충격파랑 소음이 쩌렁쩌렁 울려퍼져 다들 넋이 나가 있을 때 그때 탈출할 방법이 딱 떠올랐지... 지금 생각해보면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고 잘 따져보면 오히려 멍청한 방법이었지만.. 모르겠다. 나도 그 때 넋이 약간 나갔었던 것도 같고,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차분히 생각할 여력도 없었던 것 같고, 전에 당한 일 때문에 성질도 나 있었고 막 그랬었거든." 나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알아? 기차가 강 위 다리를 달리고 있을 때 순간이동으로 기차 안을 탈출했어. 짜잔. 그 바람에 내 다리가 결딴이 났지.." 나는 눈에 딱 보일정도로 정도로 뒤틀어진 오른쪽 앞다리를 흔들어보였다. 아마도 뼈가 붙을 때 제대로 맞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코라가 당초에 나한테 경고한대로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 될 듯싶었다. "남편에게 매 맞고 도피중인 줄 알았었다만, 듣고 보니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구만." 나는 제코라의 농담에 콧방귀를 뀌면서 웃었다. "흥! 그럴만큼 간 큰 포니가 있었다면 진작 그슬린 고기조각 신세였겠지!" "쓰러진 숲의 짐승들처럼 말이지 하긴 자네 마법은 강하긴 하지" "뻔한 말을. 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유니콘이니라니까!" 나는 거만하게 고개를 높게 올렸다. 제코라는 그 모습을 보고 또 껄껄껄 웃었다. 나는 흥 소리를 내고 짐짓 삐진 척 저녁을 계속 먹었다. 내 인상이 구겨지는 걸 본 제코라는 더 큰 소리로 껄껄껄 웃었다. 아. 졌다 졌어 정말. 웃음이 터져 나와 나도 제코라와 함께 큰 소리로 웃었다. 셀레스티아가 날 쫒아낸 이후 처음으로 행복하단 생각이 드는 한 때였다. ============================================================ 지금 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소설 표지의 선셋 얼굴을 보면 햘퀸 흉터가 있습니다. 아마도 만티코어에게 당한 상처인듯. 제코라 이 망할......</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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