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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기뮤식의노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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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80503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10
    조회수 : 1205
    IP : 110.9.***.23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4/11 18:26:23
    http://todayhumor.com/?pony_80503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애버프리의 마녀 - 1장. 언제나 선택권은 있으나..
    252269.png


    작가 코멘트 ; 선셋 쉬머, 셀레스티아의 수제자이자 차기 이퀘스트리아의 지도자, 모든 포니들의 질시에 찬 시선을 한 몸에 받던 포니에게 지금 최악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마생의 모든 게 송두리째 무너진 와중에 선셋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팬픽은 '선셋이 거울 너머의 세계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전제로 한 평행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252269/the-witch-of-the-everfree



    일마칭 선셋 시점의 팬픽입니다. 작업 도중 간간히 하던 걸 이제야 끝냈네요.


    그것 외에 개요는 전부 작가 코멘트에 적혀져 있으니 쓸대없이 더 설명을 달 필요는 없겠죠.

    ===========================================================




    "선셋 쉬머! 이 시간부로 너의 수제자 자격을 박탈하고, 공주를 알현할 자격 또한 박탈한다! 이 일을 뉘우치지 않는 한 절대 사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는 퇴학이다! 내 자비를 베풀어 캔털롯에는 머물어도 좋으나, 캔털롯 왕성 안에는 출입을 금하노라!"



    순간 내 심장이 철렁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전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니콘을, 그동안 제출된 온갖 고난이도의 시험을 당당히 최고 학력으로 통과한 포니를 감히 이렇게 헌 편자 버리듯 내쳐?


    눈물이 나려는걸 애써 참고 나는 셀레스티아를 노려보았다. 우리 사이엔 흑마법과 금단의 지식들이 기록된 흑마법서 한 권만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제가 뉘우칠 게 뭐가 있다고 그러죠? 이건 오로지 스승님이 제가 응당 누려야 할 권력을 아니꼬워하셔서 그러신 것뿐인데!"


    나는 모든 분노를 담아 내뱉듯 말했다.


    ''더 잔소리할거 남으셨나요? 네?"


    너 따윈 이젠 겁 안 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는 있는 자신감 없는 허세를 다 쥐어짰다. 셀레스티아가 이렇게 열 받은걸 보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심지어 내가 화염마법을 연습하다가 성 절반을 태워먹었을 때도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었는데..


    "더 이상 긴말 않겠다!"


    셀레스티아의 성급한 판단을 돌려볼 말을 채 생각해내기도 전에 추상같은 호령이 이어졌다.


    "경비병! 끌고 나가라!"


    이제 그냥 내 발로 나간다고 해도 못 믿겠다 이거군...


    "지금 큰 실수를 하신 거에요. 후회하실 겁니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난 뒤로 돌아섰고, 내 양 옆으로 경비병들이 달려와 나를 포위했다. 셀레스티아가 내 뒤에 대고 뭐라고 말 하긴 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그저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내 발굽만 보았다.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삽화.png



    "지금 큰 실수를 하신 거에요. 후회하실 겁니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난 뒤로 돌아섰고, 내 양 옆으로 경비병들이 달려와 나를 포위했다. 셀레스티아가 내 뒤에 대고 뭐라고 말 하긴 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그저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내 발굽만 보았다.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분명 난 이정도로는 끄떡없을 강인한 포니였을 텐데.. 방을 나가 셀레스티아의 시야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경비가 그런 나를 일으켜주었다. 


    고아원을 떠나 셀레스티아의 문하에 들어간 지 몇 년 이후 처음으로 공황감이 나를 감쌌다. 마치 물에 잠겨 익사하는 것 같이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난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어 죽을 것만 같았다. 마치 셀레스티아가 속칭 '못난 제자'에게 저주를 걸어 그 자리에서 확 죽여 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일이 어긋날 때를 대비해 난 미리 계획을 하나 짜 두었다. 나를 끌고 나가는 경비를 단번에 제압하고 전에 눈 여겨 봐 두었던 거울 저편의 세계로 도망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보같이 계속 겁에 질려 있었던 바람에, 그 계획을 채 실행도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끌려 나가게 되었다.


    경비 중 한 기(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모르는 포니가 보면 경비병들은 죄다 모습이 똑같아 보였으니까)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 나를 위해 어께를 받쳐주었다. 경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셀레스티아가 나를 어서 쫒아내라고 명령을 내린 마당에 그 정도도 그들 입장에서는 내게 과잉 친절을 베풀어준 거나 다름없었다.


    "잠깐. 나..."


    나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목이 잠겨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경비는 내가 말을 다시 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었다.


    "잠깐.. 내 짐좀 챙겨 나올 게 있어..."


    개미 기어가는 듯한 소리였지만 이게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한계였다. 그것도 거의 억지로 낸 거였다.


    "네 소지품들은 나중에 우리가 네 거처로 보내주겠다."


    경비는 단호하게 말했고, 나는 덜컥 화가 났다. 하지만 화를 내 봤자 별 도리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래서 더 어쩌려고? 고작 책 몇 권이랑 옷가지 몇 벌좀 더 챙기려고 지금 경비와 싸우겠다고? 멍청한 행동이다.


    그리고 난 멍청함과는 거리가 먼 포니다. 나는 선셋 쉬머다. 전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제일 강력한 유니콘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감옥에 들어갈 순 없다. 일단 지금은 감정적으로 굴기 보단 한걸음 물러나 일단 진정을 좀 한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짜야 한다. 셀레스티아와의 대면 이후로 자제력을 아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난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곤 경비가 날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간신히 아무것도 아닌 척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고맙게도 경비들은 날 무슨 죄수처럼 취급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날 보고 수군거리는 포니는 한 기도 없었다.


    그렇다. 저 경비들은 그저 맡은 바 직무에 충실했을 뿐, 내가 쓸데없이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저 경비들은 저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법 존중해주지 않았던가? 그게 내가 원래 받아야 할 대접이라는 건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셀레스티아에게 나중에 복수를 하려면 일단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을 테니까...






    이제 난 성 밖으로 쫓겨났다. 경비병들은 나를 몰아내고 나서도 내가 다시 못 들어가게 문 앞을 굳건히 막고 있었다.


    그리고 난.. 막상 생각해보니 어디 갈 곳이 없었다.


    집도 없었고, 가족도 없었다. 의지할만한 친구도 없었다. 이게 유일하게 내가 왜 셀레스티아의 말대로 친구를 사귀어두지 않았던가 하고 잠깐이나마 후회한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에는 제법 유용했을 텐데 말이다. 만약 셀레스티아가 의도적으로 교훈을 주려는 의도로 이 상황을 써먹은 거였다면... 그래. 꽤 효과가 있었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나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이대로 설설 기며 용서를 빌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내 앞길을 먼저 가로막은건 셀레스티아였다. 그저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권력만 내세워 남의 앞길만 막는 게 셀레스티아의 18번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공포심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분노하자. 분노를 행동의 연료로 삼자. 공포와 후회에 젖어봤자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때때론 분노가 한 포니의 삶의 원동력이자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거니까.




    "일단 '멋쟁이 유니콘'이라는 여관에서 머물 거야."


    나는 경비에게 내 행선지를 말해주었다. 멋쟁이 유니콘은 방도 깨끗하고 방값도 싼 여관으로, 셀레스티아가 그냥 방구석에 틀어박혀 공부하겠다는 나를 기어이 데리고 성 밖으로 외출할 때 간간히 들르는 곳이었다. 거기서도 결국 내 얼굴은 책에 박혀있었고. 셀레스티아의 주둥이는 케이크에 처박혀있었다. 셀레스티아는 풍성한 디저트 메뉴 때문에 그곳을 자주 들르고는 했었다.


    "내 물건들은 거기로 보내줘."


    경비병들은 고개를 끄덕하더니 그중 한 기의 경비병이 성 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마도 내 짐을 챙기러 들어갔겠지. 돌아서 거리 쪽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머릿속을 아예 비워버리고 아무 생각도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또 다시 공황감이 위험 수위까지 몰려왔다.



    이래선 안 된다... 자제심을 찾아야 한다... 그래... 다 괜찮을 것이다. 암 괜찮고말고. 나는 누구보다 강한 포니다. 그러니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



    또 다시 공황감에 완전히 사로잡히기 전에 난 겨우 방 하나를 잡아 그 안으로 들어왔다. 일종의 사소한 승리였다.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가련하게 질질 짜는 걸로 끝난 상처뿐인 승리였지만.. 나는 전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유니콘의 울음보를 끝끝내 터트리고 말았다.. 허...



    내 삶은 이제 끝났다. 셀레스티아가 나를 쫒아냈으니 공주가 될 리는 없고, 내 학업도 끝났으며, 의지할 포니도, 돌아갈 곳도, 하나도 없었다.


    아참. 돈도 없었다. 내일 아침 여관 주인과의 대화가 매우 흥미진진해지겠군...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1분만요!"


    문 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나는 미친 듯이 눈물을 닦고 뒤의 문을 열었다. 경비병이 내 등자 가방을 매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경비병은 묵묵히 그걸 나한테 넘겼다.


    나는 등자 가방을 살짝 그 안을 힐끗 쳐다보고 다시 가방을 닫았다.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다. 지금껏 성 내에서는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빌려 쓰고 돌려주면 됐기 때문에 내 소유의 물건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도 많든 적든 간에 지금은 소중한 내 밑천 이였으므로, 나중에 살펴보긴 해야 할 것 같았다.


    "...고마워.."


    나는 경비의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경비는 절도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휑하니 가버렸다. 


    나는 가방을 침대 위에 던져두고 내일 아침 살펴보기로 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으므로 휴식이 절실했다. 내가 다시 또렷한 정신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까진.. 그래.. 뭐... 자 둬야겠다.


    나는 딱딱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이불도 덮지 않은 채로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기상하기 전,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은 다 까먹고 행복하게 반쯤 수면상태로 오늘은 뭘 할까 하고 생각했더랬다.


    ...차라리 까먹고 있던 게 나았지.... 결국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떠올리곤 베개에 머리를 묻고 몇 시간 또 질질 짜는 걸로 소중한 아침 시간을 낭비했다.


    최소한 이젠 상쾌해졌다. 이젠 완전 괜찮다. 진짜로.


    나는 옆에 있던 가방을 열어 바닥에 쏟아보았다. 처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건 제법 두둑하게 비트가 담긴 자루 하나였다. 이건 유용하겠어. 방값을 못 내서 접시닦이 하는 신세는 면할 수 있겠군.


    대충 양을 어림짐작해보니... 이거 가지고 얼마나 버틸는지는 미지수였다. 이걸 어떻게 아껴 쓸 건지 궁리를 좀 해봐야겠다. 성에 있을 땐 그래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그 다음엔 우천용 검은색 망토랑 딱 한번 입었던 드레스, 선물 받은 양말 한 켤레. 그리고 책들이 있었는데 그건 태반이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이었다. 물론 이제 와서 반납할 생각 따윈 절대 없었다. 그리고 양장 중앙에 내 큐티마크가 양각된 일지... 셀레스티아의 방에도 비슷한 책이 한 권 있는데, 내가 이 일지에 글씨를 쓰면 자동적으로 


    셀레스티아의 책에도 글씨가 써지게끔 마법 부여가 되어있었다.


    물론 이제 나와 셀레스티아는 절연했으니 이 일지는 이제 쓸모가 없다. 아마도 이건 셀레스티아가 나한테 과거 내가 얻었던 교훈들을 다시 살펴보고 반성하라는 뜻으로 보냈거나, 혹은 우리 관계는 아예 끝났고 네 물건도 꼴도 보기 싫다는 사실을 굳이 또 한 번 통지하려고 보낸 걸 거다.


    나는 책을 방 한가운데 탁 내팽개쳤다. 복잡한 마법 부여가 된 물품을 이런 식으로 험하게 취급해서는 안 돼지만, 최소한 기분은 풀렸으니 그걸로 됐다.


    더 이상 가방엔 남아있는게 없었다. 아까도 말했듯 어차피 빌려 쓰면 됐으니 나는 물질적인 것에는 별로 관심을 안 뒀다. 마법이야말로 진정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는 진정한 보상이요 기술이었다. 내가 얼마나 강력하고 또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다른 포니들에게 어필할 유일한 지식이 바로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밥을 떠먹여주는 건 아니군.. 어쩐다? 취직을 해야 하나? 전에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리고 난 아직 법적으로 성마도 아니었다.


    나는 한숨좀 돌릴 겸, 성의 화려한 첨탑들이 보이는 창밖을 보았다.


    ..바로 커텐을 닫아 버렸다. 성 창문 하나하나마다 왠지 나를 째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역시 캔털롯을 떠나야 하나? 셀레스티아가 내가 가는 길목마다 대기하며 내게 꾸중을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건 절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운 나쁘게 마주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고 난 더 이상 셀레스티아는 꼴도 보기 싫었다. 만약 셀레스티아를 어찌어찌 피해가더라도 캔털롯의 주민들은 모두 셀레스티아에 대한 이야기로 수다들을 떨었고, 그 화제 중엔 최근 셀레스티아에게 버림받은 수제자에 대한 이야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다른 포니들에게 유명하긴 했다. 나보다 못한 내 예전 학교 학생들과 캔털롯 주민들이 어떻게 내가 퇴학당했는지 제 멋대로 쑥덕거리는 걸 꾹 참고 듣느니.. 그래 그냥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좋겠다. 모든 포니들이 나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곳으로 아예 떠나야겠다.


    나는 책을 펴 이퀘스트리아 전국 전도를 펼쳐보았다. 계획을 짜볼 시간이었다.


    -----------------------------------------------------------


    분명 나 같은 천재는 이런 역경을 쉽게 훌훌 털고 나올 거라고 다들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껏 역경을 겪어 본 적도 없으니 어떻게 해쳐나올지도 몰랐던 것이다. 보통 내 만물에 대한 해결책은 내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강력한 마력으로 때려 부수고(주로 화염 마법으로)지나가는 것이지만, 이번엔 뭘 때려 부순다 한들 돈이 생길 것 같진 않았다.


    ..사실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긴 하다. 강력한 마력이랑 화염 마법을 노상강도질에 쓰면 돈을 제법 만질 수야 있겠으나 난 아직 그 정도까지 전락하지는 않았다.


    스치듯 '경비대에 입대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 봤다. 지금 내 능력을 가지고 먹을 거랑 잠자리를 구할 수 있는 아마도 제일 쉬운 일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경비대에 들어가면 도로 셀레스티아의 얼굴을 볼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건 진짜 죽어도 싫었다. 그 이후로 셀레스티아의 낯짝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 나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셀레스티아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안 따르고 의심을 품었다고 쓰레기 버리듯 날 버렸다.


    버림받기 전, 셀레스티아는 나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난 내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셀레스티아가 나가는 날 도로 붙잡지 않아서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순수하게 그 망할 위선자의 갈기에 불을 싸지르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확신치 못했다.



    갑자기 내 뱃속에서 화가 난 만티코어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안 먹은 지 벌써... 음.. 어제 흑마법 장서실에 들어가기 전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나왔고, 흑마법 장서실에서 나왔을 땐 뭘 먹을 기분도 아니었으니 거의 하루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꼬박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거다. 셀레스티아 생각 때문에 계속 헛구역질에 시달리면서 위장은 텅텅 비고,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해야 된다니.. 내 신세 참 끝내주네 진짜..


    배를 곪고 있는 상황에서는 뭘 해도 안 되는 법이다. 게다가 이미 감정적으로 매우 우울하고 화가 나 있는데 거기에 배고프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 받은 돈으로 방세를 내고 요기를 좀 하러 여관을 나섰다. 멋쟁이 유니콘 여관은 괜찮은 여관이긴 했으나 음식 값은 비싸기가 그지없었다. 돈을 최대한으로 아껴야 했으므로 다른 곳에서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나는 몸을 움직일 때 더 좋은 생각을 내는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캔털롯은 셀레스티아의 도시다. 거리 어디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어진 왕성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고, 경비병들이 사방 군데 쫙 깔린 그런 도시였다. 갑자기 캔털롯 시의 포니들이 나를 알아보고 왜 퇴학당했는지 물어보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물론 지금은 쫓겨난 지 얼마 안 되서 그 소식을 아는 포니는 드물겠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유명 포니였던 만큼 셀레스티아와의 절연이 오늘 아침 신문 1면에 났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냥 내 생각이든, 혹은 진짜였든 간에 길가의 모든 포니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내가 잘 나가던 시절 나는 다른 포니들의 질시에 가득한 시선을 은근슬쩍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 포니들이 나를 멸시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막막해져왔다. 나는 후미진 골목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여전히 심장은 가슴을 찢고 나올 정도로 요란하게 고동쳤다. 




    으..... 완전 바보짓에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고 해도 그렇게 빠르게 퍼질 리는 없는데.. 나는 진정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다. 마침 길가의 난잡하게 널린 쓰레기통들을 보고 헛구역질이 나왔던 터라 다행히 그런 편집증적 망상에서 빠르게 깨어날 수 있었다.


    "저기, 괜찮아?"


    어떤 포니가 뒤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그 바람에 깜짝 놀라 거의 자빠질 뻔했다. 푸른색 , 붉은색 조합의 갈기를 가진 흰색 유니콘이 날 뚱하니 보고 있었다. 분명 자질 있는 유니콘을 위한 학교에서 보았던 애 중 하나다. 이름은 진작 까먹었지만..


    "괘..괜찮아."


    침을 튀기며 황급하게 말했다. 입맛이 아려올 정도로 쓰디썼다. 


    그 유니콘은 그런 나를 보고 더 걱정이 되었는지 가까이 다가왔다.


    "대체 왜 이래? 진짜 괜찮아? 셀레스티아 공주님에게 말씀드릴-"


    "괜찮다고 했지!"


    기세 좋게 소리는 질렀지만, 다리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였다. 그 바람에 뒤에 놓여있던 애꿎은 쓰레기통만 뒤로 넘어트렸다.


    "말귀를 못 알아먹어?! 저리 갓! 저리 가라고!!"


    그리고 걔 앞에서 등을 돌리고 도망치고 말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난생 처음으로 어떤 일 앞에서 제대로 뻗대보지도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것도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것도 뭣도 아닌, 그저 내 안부를 묻는 포니 앞에서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그 유니콘은 벌써 멀찌감치 떨어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제야 난 멈추고 숨을 잠시 골랐다.


    "자알...한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간 마법 오발사고로 캔털롯 반 정도는 태워먹겠는걸.."


    평소대로라면 내가 그럴 리는 절대 없다. 셀레스티아가 내게 최초로 가르쳐 준 것 중 하나가 내 최대 한계의 마력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방법이었고, 지금도 그 방법을 잠자면서도 달달 외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정할 때도 그런 일이 안 일어나리란 장담은 할 수 없었다. 특히나 나같이 강력한 마력을 재능으로 가진 유니콘이라면 까딱 정신줄 한번 놓아버렸다간 큰일이 나고 만다.


    심호흡을 몇 번하고 나서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는 카페가 근처에 있었다. 아마도 배를 좀 채우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다 싶어 나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모든 게 다 괜찮아보였다. 카페엔 손님들도 별로 없었다. 노란 갈기의 파란 유니콘과, 약간 튄다 싶을 정도로 밝은 노란색, 녹색, 빨강색 조합의 갈기와 흰색 털가죽을 가진 페가수스뿐이었다. 난 그 둘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아니면 기다리는 일행분이라도 있으신지?"


    불쑥 웨이트리스의 말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거의 발작 수준으로 뒷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나마 탁자 때문에 가려져서 망정이었지, 안 그랬다면 또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저기... 저..'


    나는 급하게 메뉴를 살폈다.


    "데이지 꽃 샌드위치랑 건초 후라이로 주세요."


    제일 싼 메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입에도 안 맞는 귀리죽을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음료는.. 그냥 찬물 한 컵 갖다 주시고.." 


    주문을 받은 웨이터리스는 계산대로 걸어갔고, 읽을 책도 없이, 수다를 떨 포니도 없이 나는 무료하게 음식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혼자 생각에 빠져있었고, 당연히 그 중 좋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내 보장된 미래는 이제 완전히 끝장났고, 도무지 어떻게 재기를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전혀 구상이 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셀레스티아와 함께 이퀘스트리아의 최고 통치자가 돼야 했었다. 중간에 캐이댄스가 끼어들어 내 계획에 약간 차질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알리콘만 됐었다면..


    아니. 끝난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셀레스티아가 한 일을 되짚어보면 내가 셀레스티아를 고분고분 따랐더라도 날개를 돋아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했다. 캐이댄스는  어디 깡촌 구석에서 무슨 마녀를 하나 무찌르고 와서는 우리 앞에 나타났고, 셀레스티아는 눈이 뒤집힐 정도로 좋아하더니 덜컥 캐이댄스를 왕가에 입양해버렸다.  내가 불타는 고아원에서 나온 뒤 제자로 몇 년을 같이 살아왔는데 셀레스티아와 나는 겨우 스승과 제자 사이였고, 캐이댄스는 갑자기 툭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좋아라  수양딸을 삼아버렸다. 애초에 날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뭘 더 바랐던 걸까?


    구체적인 계획을 짜 보려고 종이에 생각나는 걸 적어보려고 하려다가 갑자기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바람에 바로 그만 뒀다. 그 샌드위치는 전에 봤던 그 어떤 샌드위치보다 더 먹음직럽게 보였다. 나는 게걸스럽게 샌드위치를 씹어 넘기기 시작했다.


    무슨 맛인지 기억에도 안 남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난 음식을 말끔히 비워버렸다. 배가 차자 자신감도 차오르는 것 같았다.


    계획 따위 필요할쏘냐. 난 선셋 쉬머다. 전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니콘이다. 계획 따윈 제 목표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는 나약한 포니들이나 하는 거다. 하지만 난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뭐든지!


    일단 캔털롯에서 빠르게 벗어나야겠다. 셀레스티아는 날 버렸다. 그래. 나도 더 이상 그 그림자에서 살 생각은 없다. 설령 나중에 셀레스티아가 돌아와 달라고 네 발굽이 다 닮도록 빈다고 해도 돌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비트를 몇 개 탁자에 놓고 카페 문을 나섰다. 이 도시에선 더 이상 하룻밤도 묵지 않을 것이다. 어디로 갈 지 아직 정해두지도 않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결정을 내렸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처참하게 실패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질 수만 있으면 좀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돌아가서 바로 짐을 싸고 처음으로 오는 기차를 타고 캔털롯을 떠나야겠다. 어디로 가든 여기보다는 나을 테니 별 상관없을 것이다.


    ----------------------------------------------------



    카페에서 멋쟁이 유니콘 여관까지는 꽤 먼 길이었다. 새로 생긴 용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니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날 괴롭혔다. 빠른 속도로 걸었으므로 내 목덜미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바보 같은 망상이야.. 게다가 포니들이 날 쫒아오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그럴 수도.. 셀레스티아는 한 나라의 지도자였고, 나라에 돌아가는 모든 일들을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첩자들도 꽤 두고 있었다. 혹시 날 감시하라고 포니들을 보냈나? 내가 복수심에 불타서 어디 성에 방화라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하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내 성격만 따서 생각해본다면 그런 일을 벌이고도 남을 것 같긴 했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성에 불을 지르고 싶긴 했지만...


    그래 아마도 나중에 날 더 엄하게 처벌할 구실을 찾기 위해 나한테 첩자를 붙여놓은 것일 수도 있다. 전에는 그래도 스승제자간의 의리가 약간은 남아있었으니 순순히 보내줬지만 내가 무슨 사고를 또 저지르면.... 몇 년이 지난 후 난 아마 포니들이 보는 이야기책에서 '공주님을 화나게 한 바람에 결국 캔털롯 공원에서 석상이 되어 외롭게 서있게 되었답니다. 벗이 되어주는 건 오로지 선셋의 석상에 둥지를 튼 비둘기 뿐이었죠.'식의 결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석상 신세로 생을 마감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아니.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저 단순한 피해망상이다. 첩자들이 날 감시할 리가..


    나는 멋쟁이 유니콘의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 내가 나갈 때도 방이 저런 모습이었나? 내가 책을 이런 식으로 나뒀던가? 누가 진짜 들어갔다 나온 건가?..하긴... 여관 종업원이 들어와서 청소를 하고 나갔을 수도 있는 거고, 자기가 들어갔다 나온 흔적을 뻔히 남기고 갈 정도로 멍청한 첩자는 아무리 셀레스티아도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내 물건에 마법 탐지 주문을 걸어보았다. 처음 감지된 건 내 일지였으나, 세밀하게 확인해 본 결과 전과 같은 정밀한 마법 부여가 변함없이 되어있으므로 그건 일단 내버려두었다.


    그 다음으로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장서 보존을 위한 피해 방지 주문과 반납 지연 시 도서관 사서에게 신호를 주는 연체 방지 주문이 걸려있었다. 그러므로 이것도 이상 없었다.


    그리고 내 등자 가방……. 추적 주문이 걸려 있었다.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주문이 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오히려 더 편집증적으로 굴 걸..


    내가 가진 돈들에도 다 추적 주문이 걸려있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 필수적인 물건 두 가지 다 추적 주문이 걸려있었다.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여태껏 그저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넘겼었는데 진짜로 감시를 당하고 있었을 줄이야.


    난 돈과 가방에 걸린 주문을 해제해버렸다. 뻔히 주문을 건 시전자에게 신호가 갈 테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럼 저쪽이 예측 주문으로 날 추적할 게 뻔하지만, 그걸  피하는 방법도 꽤 알고 있으므로 이번엔 그걸 써 볼 차례였다.


    나는 검은 색 우천용 망토를 제외한 모든 걸 다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 망토를 입어도 눈에 아예 안 띄는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모습을 감추는 시늉이라도 지금은 절실히 필요하다. 감지 무효화 주문으로 약간 정도는 추적자를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몰래 1층으로 내려와 여관 홀을 살폈다.


    노란색 갈기의 파란 유니콘과 현란한 갈기의 흰색 페가수스.... 아까 카페에서 봤던 둘과 똑같은 녀석들이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알아챘다는 사실을 저쪽도 알아챘을 것이다. 나는 황급히 뒤로 돌아 주방 쪽으로 뛰어들었다. 요리사가 뭐라 뭐라 소리쳤지만, 당연히 난 그걸 얌전히 들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빨리 기차역으로 가야 한다. 그게 험준한 산을 타지 않고 캔털롯을 나올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달리고 있는 채로 고개를 돌려 나를 쫒고 있는 두 기의 포니들을 보았다. 아직은 내가 한참 앞서고 있었지만, 그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았다. 평소 난 독서나 주문 연습에만 열중했었고 운동은 게을리 했었으니까.


    독서나 주문 연습 중에선 후자를 더 좋아했었다. 난 무언가를 직접 하면서 배우는 게 더 좋았으니까. 아무리 전에 화염 마법 연습을 하다가 여러 집 홀랑 태워먹을 뻔한 적이 있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직접 하면서 배우는 걸 좋아하고 또 내가 아무리 명석한 포니라고 할지라도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요원 둘을 체력적으로 따돌리는 법을 그 자리에서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곧 내 체력은 바닥날 테니 그 전에 저 둘을 어떻게든 교란시켜야 한다. 


    나는 골목 쪽으로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내 뿔에 마력을 집중했다. 아무리 나라고 한들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유지할 수는 없었고, 감지 무효화 주문은 어떻게든 유지를 해야 됐으므로 지금 거는 주문은 겨우 몇 초 동안만 효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문 시전을 끝마치고 일부러 거리 근처에 있는 암말 하나에게 부딪혔다. 암말은 나한테 욕설을 퍼부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난 그 암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건 주문은 거울 환영 주문으로 시전자와 대상자 하나의 모습을 일정시간 동안 바꾸는 주문이었다. 곧 풀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추적자들의 눈을 잠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대로 뒤에서 실랑이하는 소리가 돌려왔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난 근처의 꽃집으로 들어갔다. 태연한 척 하며 나는 곁눈으로 내 추적자들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10초를 샌 후에 가계 뒷문으로 나갔다. 그리고 일부로 빙빙 돌아 기차역으로 향했다. 서두를 것 없었다. 오히려 서두르다가는 추적자들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까.


    여전히 저 추적자들이 왜 나를 쫒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악의 가정은 저들은 셀레스티아의 명을 받고 내가 잘못을 저지르길 기다리고 있었다가 저지르기만 하면 즉결 처분, 혹은 지하 감옥에 넣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자들이란 거였다.

    최선의 가정은 그래도 천애고아 신세가 된 날 불쌍히 여긴 셀레스티아가 날 비밀리에 도와줄 포니들을 보내주었다는 거다. 아까 가방에 담겨 있었던 두둑한 돈들처럼 말이다.


    둘 중 진실이 무엇이든지, 난 셀레스티아가 자꾸 내 상황을 엿보려고 하는 게 과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셀레스티아가 날 학생 자리에서 내쳤다면, 나 또한 셀레스티아를 내 마생에서 내칠 것이다.


    ------------------------------------------------------------


    "발티메어로. 한 장." 


    나는 뒤를 살피며 역무원에게 표 값을 내밀었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내가 바라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로 망토까지 벗어두고 있었다. 그래. 이 표를 사는 장면을 똑똑히 봐 두라지. 나는 표를 받아 역 플랫폼 쪽으로 걸어갔다. 이 마파(馬波)안에 있으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따라오기도 힘들 거다.


    자. 이제 변수까지 고려를 해 볼 시간이었다. 


    일단 그냥 발티메어행 기차에 타 그냥 목적지까지 가는 것. 이런 마파를 뚫고 추적자들이 기차에 있는 나를 붙잡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다른 기차를 타버리거나, 혹은 발티메어에 도착하기 전 앞의 다른 역에서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내게 다른 미행이 붙었다면 그 때 쉽게 알아낼 수 있겠지.


    발티메어행 기차는 10분후에 출발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기차 하나가 서 있었는데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소규모 깡촌으로 가는 열차였다. 이게 더 안전해보였다. 아니 오히려 더 낫겠군.. 그 열차는 지금 막 출발 중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열차에 오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날 따르는 군중들의 모습을 보는 건 꽤 재밌는 일이였다.


    그리고 난 뿔에 마력을 집중해 옆에 있는 열차를 목표로 순간 이동 주문을 시전해, 기차의 승무원실 뒤쪽의 안전한 곳에 착지했다. 그걸 본 포니들이 깜짝 놀라 허둥지둥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하긴 그 정도로 마법에 재능이 있는 포니를 맨날 보는 것도 아닐 테니..


    "잘 있거라 캔털롯.."


    나는 한숨을 쉬며 객실 문을 열었다. 객실은 거의 반 정도밖에 안 차 있었다. 하긴 포니빌은 관광객들에게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니긴 하지... 나는 다른 포니들이 날 귀찮게 굴지 않을 만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갑자기 내가 열고 들어온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경비병 갑옷을 입은 포니가 들어왔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경비병이 들어올 이유라고 해봐야 딱 한 가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내가 등을 돌려 옆 객실로 나가려는 순간.


    "선셋 쉬머 양. 따라와주시길 바랍니다."


    경비는 느릿느릿하지만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겐 안 돼지."


    말을 하자마자 난 순간 이동 주문을 또 한 번 시전해 옆 객실로 이동했다. 거기의 있는 포니들도 내가 갑자기 나타난 게 어지간히 놀라운 모양이었다. 


    나는 내 마력을 집중해 경비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내가 저 경비 하나 못 감당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할 시간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죄다 겁에 질린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화염 마법을 써서는 안 되겠다. 만약 여기서 잡히면 공원의 석상 신세가 될 거라고 치더라도, 나 하나 탈출하자고 여기 있는 모든 포니들을 희생시킬 정도로 난 아직 그렇게 마음을 모질게 먹지는 않았다.


    "선셋 양. 진정하시고 이야기 좀 해요."


    돌아보니 그 푸른색 유니콘과 페가수스가 있었다. 이렇게 나한테 따라붙은 포니들이 많은 걸 보아하니 내 계획은 그렇게 별로 치밀한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냥 멀리서 감시하라는 명령만 받았지만, 일이 틀어지고 말았군요. 들어봐요. 우리는 그게-"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 유니콘의 말을 잘라버렸다.


    "네가 누구 밑에서 일하든, 공주가 내가 딱해서 포니를 보내줬든, 혹은 사고를 칠까봐 감시를 붙여 놨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줄 알아?! 절대 너 따윈... 아니 셀레스티아가 직접 왔어도.. 절대로 원하는 대로 해 주진 않겠어! 애초에 날 내쫒은 것도 셀레스티아였으니까 이젠 나 원하는 대로 할 거야! 내 삶의 주인은 이제 나-"


    "저기! 조용히 협조좀 합시다. 네?"


    옆의 페가수스 암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선셋 양이 문제 일으키기 전에 알아서 막으라고 위에서 그럽디다. 자 이제 도망칠 곳도 없으니 얌전히 따라오시죠. 피차 피곤한 일 만들지 말고."


    난 거의 포기할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충격파와 함께 무지갯빛 섬광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그 소음에 퍼뜩 난 정신을 차렸다.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하나 생각난 것이다.


    "언제나 선택권은 있기 마련이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만 한다면!"


    나는 뿔에 마력을 집중했다. 끔찍할 정도로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었고, 저 녀석들이 가장 예측 못할 방법이기도 했다.


    난 그대로 달리는 기차 밖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마침 기차는 까마득하게 아래에 있는 물살이 매서운 강 위의 다리를 건너고 있던 중이였고, 그 말인즉슨 곧 있으면 난 저 급류 위에 처박히게 된다는 말이었다.


    강에 떨어지기 전 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날 쫒던 추적자들이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진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



    눈치빠르신 분들은 진작 눈치 채셨겠지만, 도입부의 선셋과 셀레스티아가 말싸움하는 장면은 2013년 연간 코믹스에 나온 '선셋 쉬머의 몰락'부분에서 대화 부분을 그대로 복붙한 겁니다.


    거기에 선셋의 심리묘사만 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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