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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기뮤식의노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3-27
    방문 : 6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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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79518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10
    조회수 : 946
    IP : 110.9.***.23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3/01 23:44:36
    http://todayhumor.com/?pony_79518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내면의 섬광을 찾아서 - 제 1장
    239908_r.jpg

    내면의 섬광을 찾아서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239908/finding-the-spark-within



    작가의 말 : 선셋 쉬머는 과거의 자기 행동을 다 뉘우쳤지만, 아직 죗값을 다 치르지는 못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선셋을 싫어했고, 틈만 나면 선셋의 잊고 싶은 과거에 대해 수군거리기 일쑤였죠. 이런 엉망진창인 학교생활 중에 선셋은 자신을 믿어줄 의지할만한 친구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핑키 파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잠옷 파티에 오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만.. 선셋은 약간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나 그 다섯이 '어울리는'방법을 듣고 나니 살짝 부담감도 들었었던 거지요. 물론 선셋은 친구를 진심으로 사귀고 싶었습니다만... 그... 농밀한 관계를 맺는 것 까지도 과연 괜찮을는지요..


    덧 : 이퀘걸 1 편과 2편 사이의 트와일라잇이 이퀘스트리아로 돌아간 직후의 시간대가 배경입니다. 메인 식스 태그를 붙여놓았지만 트와일라잇은 이 팬픽에 등장하지 않으니 유의해주세요.




    제 1장



    공사장 인부가 무너진 벽에 널빤지를 대고 망치질을 하는 '땅 땅 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사다리 위쪽에 쌓아놓은 널빤지를 다 쓰자 인부는 조심스레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인부는 햇빛 아래에서 노동으로 인해 송골송골 이마 위에 맺힌 땀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 때, 여리여리한 소녀의 손이 인부에게 물병 하나를 건넸다. 인부는 팔이 뻗어진 곳을 보았다. 밝은 분홍색 머릿결을 가진 소녀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인부 앞에 서 있었다.


    "고맙구나 플러터샤이."


    인부는 소녀에게 감사하고는 병의 물을 곧장 들이켰다. 소녀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학교 외곽에서 학교를 수리중인 다른 공사장 인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리가 거의 다 끝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캔털롯 고등학교 입구 중앙에 뻥 하고 뚫린 구멍은 여전히 제 존재감을 과시 중이었다. 그 사건 때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은 혹시 학교 정문으로 소형 비행기라도 추락했나 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을 따름이었지만,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부터 학교 교사, 관리자들은 그 구멍이 생긴 이유를 아주 잘 알고들 있었다.


    선셋 쉬머 때문이었다. 우정을 멀리 하고 자기도 채 이해하지도 못한 강대한 마력이 담긴 왕관을 독차지하려고 들었던 소녀 때문이었다. 결국 그걸 손에 넣어 그 왕관을 썼을 때, 선셋의 가슴속의 악감정이 왕관의 마력과 상호 작용하여 선셋을 광기와 어둠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결국 악마처럼 변해버린 선셋은 학교 정문을 말 그대로 날려버렸으며, 이윽고 학생들의 정신을 조종해 한때 그녀가 거주했었지만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배신하고 져버린 차원을 침공하려 들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채 실행되기도 전에, 우정으로 뭉친 여섯 명의 소녀, 선셋보다도 더 강대한 힘을 가진 여섯 명의 소녀들에 의해 그 계획은 완전히 파탄 났다. 우정의 마력은 선셋의 뒤틀린 마음에 빛처럼 내리쬐었고, 선셋의 가슴에 가득 차있던 어둠도 그와 동시에 거둬졌다. 


    그 때, 선셋은 완전 무력해졌다. 편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거니와, 거대한 구덩이에 쓰러져 자비만을 구걸해야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선셋을 어둠에서 빼내 준 여섯 명의 소녀는 아량을 베풀어 주었다. 누구든 개심할 기회는 있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사건 이후로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선셋이 박살 내 버린 게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거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학생 식당은 예전과 같이 붐벼서 활력이 넘치게 되었고, 학생들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식사를 하면서 일상의 평범한 잡담들 정도나 나누고 있었다. 바야흐로 모든 게 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 학생 식당 어느 곳에 새로운 가판대 하나가 생겼다. '벽돌 값 모금을 위해 과자 팔아욧!' 라는 형형색색의 간판이 달린 가판대였다. 거기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각종 컵케이크, 쿠키, 브라우니, 사탕 등등의 과자들이 진열되어있었고, 그 가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저런 게 현실에 과연 존재할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곱슬곱슬한 핑크색 머릿결을 지닌 소녀였다. 소녀는 무료하게 코와 입 사이에 연필을 하나 끼우고는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나 하고 있었다. '한 5분간만 자리를 비웠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누군가가 가판대 앞으로 와, 소녀는 화들짝 백일몽에서 깨어났다. 소녀는 손님을 보자마자 활짝 미소를 지었고 그 바람에 연필은 가판대 위에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


    "기금 모금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 아! 너구나 선셋!"


    소녀는 건너편의 붉은색, 노란색 조합의 머리카락의 학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핑키 파이."


    선셋은 가판대 위의 쟁반들에 담긴 여러 가지 과자들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게 다 뭐야?"


    "전에 셀레스티아 교장 선생님이 학교 수리하느라 예산이 좀 많이 삭감될 것 같다고 한 거 기억나지?"


    전에 선셋이 부순 것을 수리하느라 막대한 학교 기금을 소비한 까닭에,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캔털롯 고교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본인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까닭에, 선셋은 죄책감으로 가슴이 아려왔다.


    "그 문제로 케이크 부부께 도와주실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글쎄... 세상에! 완전 두 팔 걷고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거 있지? 팔아서 학교 자금에 보탬이 될 과자들을 일주일동안 쭉~ 굽고 계신다니까? 이게 잘 팔리기만 한다면 공사장 아저씨들 일당 주는 건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이나 현장 학습 같은 것도 취소 안 되고 꾸준히 열릴 수 있겠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선셋은 입고 있던 재킷에서 부스럭 부스럭 돈 몇 장을 꺼내 핑키에게 건넸다.


    "우왕! 진~~~짜 고마워 선셋! 너 진짜 좋은 일 한 거야!"


    핑키가 돈을 받으며 이런 말을 해 주긴 했지만, 선셋은 자기가 정말 좋은 일을 한 건지 그다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결국엔 자기가 벌인 일을 자기가 수습하는 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선셋은 핑키 파이의 덕담 정도는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뭐 줄까? 쿠키 줄까 쿠키?"


    핑키 파이는 왼손으로 쿠키를 집더니 한손가락으로 그걸 빙글빙글 돌렸다.


    "아니, 아니, 컵케익도 괜찮겠다! 컵케익!"


    라고 말하며 핑키는 컵케익을 하나 집어 들더니, 한 쪽 팔에서 다른 쪽 팔로 데구르르 굴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아냐! 아냐! 혹시 브라우니 어때 브라우니?"


    ..라면서 핑키는 사각형의 초콜릿 과자를 어디에선가 꺼내들었는데, 흡사 마술 같았다.


    "어... 다.... 맛있어 보이네.."


    앞서 설명한 간식들을 용하게도 하나도 안 떨어트리고 죄다 들고 있는 모습을 선셋은 혼이 빠진 듯 쳐다보았다.


    "그치? 맛있겠지? 케이크 씨 부부가 만드는 과자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의 것들만 가리고 가려서 뽑아온 거거든! 자 여기 컵케익 하나 먹어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핑키는 왼쪽 어깨를 기울여 선셋 쪽으로 컵케익을 흘려보내주었다. 허겁지겁 컵케익을 잡은 선셋은 잠시 그 과자를 살펴보았다. 이 컵케익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싶었다.


    선셋은 마침내 컵케익을 한 입 먹어보았다. 예상대로, 달콤한 프로스팅에 부드럽고 촉촉한 빵까지... 죄책감으로 아린 가슴도 이 컵케익 덕분에 약간은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으음..."


    선셋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진짜 맛있다."


    "그치? 이렇게 좋은 걸 계속 냄새만 맡고 못 먹고 있으니 나도 배고파 죽겠다니까..."


    핑키는 아까 굴러 떨어진 연필을 다시 코 밑에 올리고 약간 쀼루퉁하게 불평을 했다.


    "그치만 먹을 수는 없지! 엄연히 돈 받고 파는 상품들인걸. 맘대로 막 집어먹었다간 못 쓴다구. 그만한 돈도 없구."


    갑자기 무슨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 듯, 핑키는 '허억!'하는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연필은 또 가판대 위로 굴러 떨어졌다.


    "저기 선셋,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나 학생식당에서 잠깐 밥 좀 먹고 올 테니까, 그 동안 여기 좀 봐주라. 응?"


    "그..그래.."


    갑자기 받은 부탁이라, 선셋은 컵케익을 꿀꺽 삼키고는 엉겁결에 승낙해버렸다.


    "앗싸! 그럼 10분 안에 후딱 돌아올게. 나 때문에 점심도 굶고 그러면 안 되니까. 자 여기 모금통."


    핑키는 반짝이 스티커가 사방에 덕지덕지 붙은 양철 통 하나를 꺼내 선셋에게 열어보였다. 여러 학생들이 지불한 돈이 거기에 담겨있었다. 비록 꽉 차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셋은 핑키가 오늘 하루에 벌써 꽤 많은 양을 팔아치웠음을 알 수 있었다.


    "잠깐.. 근데... 진짜 이걸 날 믿고 맡기는 거야?"


    선셋은 어안이 벙벙하여 핑키에게 질문을 하였다.


    "당연하지 바보야! 안 그럴 이유가 뭐가 있다구!"


    "그... 내가 학교에서... 욕을 많이 먹을 짓을 했는데도?"


    선셋은 자기 양 손가락을 서로 두드리며 초조하게 되물었다.


    "알기야 알지. 근데 다 옛날 일인걸!"


    핑키가 가판대 의자에서 불쑥 튀어나와 선셋 앞에 서며 말했다.


    "너는 더 이상 그럴 애가 아니란 걸 믿기에 이러는 거야! 그때 있잖아. 우리가 막 마법 광선 같은걸 쏴서 네가 막막 정상으로 돌아와서 구덩이에서 기어 나올 때 있잖아. 그때 네가 구슬피 우는 그 모습을 보니까... 아우~~~~진짜!"


    핑키는 절반쯤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구부리고는 양 손목으로 양 빰을 연신 두드렸다.


    "그때 '아! 얘는 더 이상 그럴 얘가 아니다.' 라는 감이 딱 오더라니까? 날 믿어. 내 감 진짜 잘 맞아!"


    선셋은 가볍게 웃었다.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가 어렸다.


    "넌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보증할게. 그냥 여기 앉아서 10분만 봐주면 돼. 그 때 돌아올게. 알았지?"




    선셋은 손을 흔들어 핑키를 배웅하고는 가판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모금함을 원래 있었던 자리-그러니까 가판대 아래쪽에-내려다놓았다. 연신 심호흡을 했지만, 여전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분명 핑키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날 그 일이 있었던 후로, 선셋은 자신의 과오를 고치기 위해 힘든 노력도 마다않고 있었던 것이다. 선셋은 그 날 이후로 자신의 마생과 인생을 아주 심각한 태도로 돌아보았다. 사실, 전에 학교를 제 손아귀에 쥐고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었던 때에도 삶의 참된 행복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애먼 사람에게 괜스레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는 데에서 무슨 행복이 있을 수가 있으랴. 권력에 대한 집착이 그녀의 혜안을 가로막아버린 게 틀림없었다.


    선셋이 구원을 받은 이후로, 선셋은 새 사람이 되기로 굳은 마음을 먹었다.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자기가 도와줄 일은 없는지 앞장서서 나섰다. 교직원들 및 학교 관계자들은 온 성심을 다해 사무실간 문서 및 비품 전달 일을 하는 선셋을 보고 비교적 빠르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교직원들이 해주는 칭찬들은 선셋을 더욱 고양시켰고, 노력에 대한 인정과 용서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기분도 더 뿌듯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핑키 파이가 마련해준 일을 잘 해냄으로써, 학생들에게 용서와 인정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흥에 겨워, 선셋은 박자를 맞춰 고개를 양 옆으로 살랑 살랑 흔들었다. 자선 행사에 돈을 모금할 학생들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몇 분이 지났건만,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고개를 흔드는 것도 지친 선셋은 이제는 한 손으로 턱을 완전히 괴고 있었다.


    곁눈으로 학생 식당 쪽을 살짝 보니, 선셋의 오른쪽 맨 끝에 있는 식탁에 핑키 파이를 제외한 예의 그 5인방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 넷은 지금 선셋을 뻘쭘하게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 넷을 제대로 쳐다 볼 용기가 안 나는 지금의 선셋처럼.


    하지만 그래도, 선샛은 그 얘들이 그 자리에 있어줘서 한결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곧 핑키 파이가 점심을 듬뿍 담은 쟁반 하나를 들고 그 넷과 합류했고, 그나마 좀 익숙한 사람이 보여서인지 선셋은 그 다섯을 쳐다볼 용기가 조금이나마 나는 것 같았다. 네 명의 시선은 곧바로 핑키에게로 쏠렸고, 핑키 파이는 그런 얘들에게 선셋이 왜 저 가판대에 자기 대신 앉아 있는지 뭐라 뭐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핑키는 선셋 쪽을 돌아보며 힘차게 한 손을 흔들었고, 다른 넷도 살짝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손을 흔들어주긴 했다. 자신의 노력이 그 대가를 받은 것 같아 선셋은 더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선셋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 다섯을 행해 손을 어색하게 흔들어주었다.


    "...너 여기서 뭐하냐?"


    한 남학생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선셋은 화들짝 놀라 다섯 명을 보고 있던 시선을 거두고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오렌지색  V넥 셔츠를 입은 브롤리 비츠라는 남학생이 선셋을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째려보고 있었다.


    "어.. 안녕 브롤리!"


    선셋은 될 수 있는 대로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브롤리를 맞았다. 


    "이게 핑키 파이가 근처 빵집의 협찬을 받아서 하는 자선행산데, 수익금은 캔털롯 고교 수리비용으로 쓰일 거래. 꼭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박살낸 것들 고치는데 쓴다고? 허..."


    선셋은 입을 앙다물었다. 아까 지은 미소를 간신히 유지하면서 말이다. 꼭 그딴 식으로 말해야겠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선셋은 그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그래.. 내가 박살낸 거.."


    "그러게 그런 짓을 왜 했어?.. 그래도 쿠키 하나 정도는 팔아 준다 내가..."


    선셋은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고는 냅킨에 쿠키 하나를 싸 브롤리에게 내밀었다.


    "도움... 고마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브롤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휑하게 가버렸다. 선셋은 받은 돈을 모금함 안에 넣어두었다.





    아까 그 거레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선셋은 가늠할 수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었다. 아까 들은 말이 지금도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네가 박살낸 것들 고치는데 쓴다고?'


    확실히 무례한 태도이긴 했다. 최근 한 달 동안 바르게 살려고 여러모로 노력했고 심지어 무단횡단 한번 안 할 정도로 행동을 조심했는데,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진해 나선 걸 뻔히 봐놓고서도 그 태도는 다 뭐란 말인가? 더 이상 과거 타락했을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고의로 상처를 주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셋은 과거의 자신이 한 짓에 비해선 이 정도는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자신이 다른 학생들을 악착같이 괴롭히고 하인처럼 부려먹었던 탓에 약간의 선행으로는 매울 수 없는 깊은 골이 선셋과 학생들 사이에 파이게 된 것이다. 특히나 그들은 선셋이 악마로 변해 학교를 부수고 다니는 것까지 생생히 보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과거의 자신의 자아에 걸맞은, 남의 좋은 꼴은 절대로 못 보는 추악하고 무시무시한 악마로 변한 걸 말이다.




    정면을 보고 있을 자신감마저 사라져, 선셋은 가판대 탁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짝 마른 컵케익 프로스팅이 탁자 위에 늘씬 늘러 붙어 있었기에, 선셋 그걸 손가락으로 맥없이 닦았다.


    '그래. 난 아까 브롤리에게 그런 말을 들어도 싸. 난 용서 따위 애초에 받을 자격도 없었으니까.. 얼마나 학교 비품을 옮기든, 학교 바닥을 닦고 쓸어내든, 학교 기금 모음 행사를 하던 간에 내가 벌인 끔찍한 일들은 다 지울 수가 없겠지..'


    선셋은 하염없이 탁자에 묻은 프로스팅을 닦아내고 있었다. 두 눈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먹고 왔어!"


    선셋의 바로 앞쪽에서 핑키의 목소리가 불쑥 터져 나와, 선셋은 핑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었던지라, 제대로 핑키 파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정말 이 학교 급식 진짜 맛있지 않니? 그치? 특히 스미스 할머니가 만드는 애플파이..... 어라? 너 울어?"


    핑키 파이의 뒷말엔 평소대로의 활기찬 기운이 약간 사라져 있었다.


    "어?!"


    선셋은 코를 훌쩍이며 핑키의 말에 황급히 답했다.


    "아..아냐! 안 울었어."


    선셋은 손으로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었다. 눈앞이 약간 맑아진 기분이었다.


    "오늘 습도 진짜 높은 것 같다.. 그치?"


    핑키는 잠시 선셋을 살폈다. 그리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핑키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내가 다시 여기 볼 테니까, 넌 이제 저기 애플잭네랑 점심 같이 먹는 게 어때?"


    핑키는 자기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여 보이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지..진짜? 쟤들이랑 같이 앉으라고?"


    "그렇취! 좋은 애들인걸. 네가 끼면 더 좋아할 거야."


    핑키와 저 쪽의 네 명을 동시에 돌아보며, 선셋은 이게 과연 좋은 생각인지 손으로 따져보았다. 물론 저 넷을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었고 서로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아직 선셋은 저들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으며, 그건 저 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핑키 파이는 선셋이 제 친구들과 어울려주길 아주 바라고 있는 눈치였고, 선셋도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기에게 다정하게 대해준 소녀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고마워 핑키."


    "뭘 이런 걸 가지구!"


    핑키와 자리를 바꾸면서, 선셋은 핑키가 자신의 어께를 꾹 주물러 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힘내라는 격려였다. 핑키는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는 듯, 선셋에게 활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선셋도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미소였다.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 선셋은 식당 저편의 네 명의 소녀들에게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도 그 네 명의 식탁에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점점 더 옅어졌다. 그 소녀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차마 힘들었다.


    한때 선셋은 잘 나갔었다. 물론 여러 가지 더러운 수작을 쓰긴 했지만, 잘 나갔었다는 건 부정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넷-저편의 핑키 파이까지 합쳐서 다섯-과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선셋이 쌓아올린 부질없는 명망들은 다 무너져 선셋의 위치와 함께 땅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지 오래였다. 이런 선셋과 지금 말을 섞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무거운 생각이 들어, 선셋은 속이 끓는 듯 아파왔다. 


    어쨌든 선셋은 그 넷에게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했다. 입이 잘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안녕 모두들.."


    선셋이 쭈뼛쭈뼛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 선셋. 니도 잘 지냈나?"


    애플잭이 친근함과 구수함이 물씬 묻어나는 남부 사투리로 화답했다.


    "음....반가워 선셋....."


    래리티의 옆에 앉아있는 플러터샤이가 얼굴을 자기 머릿결로 가리면서 수줍게 인사했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색한 사람이 비단 자기 뿐만은 아닌 것 같아서, 선셋은 약간 안도감이 들었다.


    '샤이 쟤 수줍어할 때는 진짜 귀엽던데.'


    선셋이 반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던 찰나, 레인보우 대쉬와 래리티도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래..."


    레인보우 대쉬가 쟁반 위의 음식을 휘적거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요새....어... 잘 사냐?"


    "잘 살고 있어."


    선셋이 빠르게 대답했다.


    "잘 됐네...."


    갑자기 래리티가 헛기침소리를 내기에 대쉬는 그 쪽을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제일가는 패셔니스타가 레인보우 대쉬를 나무라듯 째려보고 있었다. 레인보우 대쉬는 '아니, 내가 뭘! 그럼 이 상황에서 대체 더 어떤 말을 하라고.' 라는 의미를 담아 어께를 살짝 으쓱거렸다.


    "니 밥 안 묵을끼가?"


    선셋이 아무 음식도 가져오지 않은 걸 보고 애플잭이 퍼뜩 물었다.


    "됐어. 배도 안 고프고.."


    "이해해. 학교 급식의 칼로리 량만 본다면 보통 사람의 하루 기초 대사량을 훨씬 뛰어넘기는 하지."


    래리티는 캐서롤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애플잭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애플잭은 버럭 짜증을 내면서도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지방질이나 탄소화물을 섭취해봤자 몸매 관리에는 도움 될 일이 하등 없긴 하지만, 그래도 도중에 쓰러져 실려 가는 것보다는 뭐라도 먹는 게 낫지 않겠어?"


    래리티는 가든 샐러드를 포크로 떠서 한 입 먹고는 또 한 줌 떠 선셋에게 건네며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먹어도 괜찮겠어? 자기?"


    "말 했잖-! ... 어흠.. 어흠.."


    버릇대로 큰 소리를 내려다가, 래리티의 눈살이 구겨지는 걸 빨리 포착한 덕에, 선셋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아냐 괜찮아... 진짜 별로 배 안 고픈걸.."


    래리티는 포크로 찍어 올린 가든 샐러드를 뻘쭘하게 자기 입에 넣었다.


    그 다음으로 끼어든 것은 레인보우 대쉬였다.


    "야! 어... 핑키 말 들어보니까 네가 핑키 대신 기금 모금 행사용 빵을 팔아줬다면서?"


    드디어 선셋에게 말 붙일 거리가 하나 생각나서 대쉬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그냥 쿠키 하나 팔았을 뿐인데 뭘..."


    선셋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뭐야.. 야! 나보다 하나나 더 많이 팔았구만!"


    "대쉬야.. 마.. 니가 핑키 도와준 적이나 있었드나? 솔직히 핑키 말고는 저 일 하고 있는 사람도 읎었다 아이가.."


    애플잭이 사실을 말하자, 레인보우 대쉬는 이마를 한 손으로 탁 쳤다.


    "아오~ 넌 왜 끼어들어서 찬물을 끼얹고 지랄이야! 내 말은! 그러니까, 별로 못 팔았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전혀 없다 이거지!"


    더 이상 대화를 할 여력도 선셋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저 다섯이 선셋을 잘 대해주려고 하는 것은 고마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색함밖에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선셋이 그랬던 것처럼, 저 다섯은 이제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들이었다. 예전, 어둠에 찌든 선셋을 정화하고 새 출발할 기회를 준 것도 저 아이들이였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쟤네들이 유명해지고, 그리고 선셋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할지라도, 선셋 주변을 둘러싼 전교생의 적대적인 시선을 거두기에는 아직도 한없이 영향력이 약했다.


    마침 주변에서 분에 찬 속닥거림이 들어와, 선셋은 그 곳으로 귀를 기울여보았다.



    "쟤들 왜 선셋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래? 비위들도 좋아 정말.."


    "혹시 선셋이 세뇌시킨 거 아닐까?"


    "몰라.. 난 선셋 쟤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어.“


    "교장선생님은 뭐하냐? 선셋 당장 퇴학 안 시키고.."


    "좀비 신세를 벗어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쉿! 야! 또 그러려고 들 수도 있으니까, 그냥 닥치고 있어!"




    "저.. 선셋.. 괜찮아?"


    플러터샤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선셋은 상념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어..엉?..어...왜?"


    "니.. 온몸을 사시나무 맹키로 떨고 있구마.. 니 어디 아프나?"


    애플잭이 질문했다.


    "아. 아. 아. 아. 아니.. 아니야!"


    선셋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면서 애플잭의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가...가야겠다."


    선셋은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그 네 명은 선셋을 아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고마워.."


    "...뭐가?"


    대쉬가 질문했다.


    '날 구해줘서. 나 같은 거 대신 학교에서 제일가는 학생들이 되어 줘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나한테도 삶의 가치가 있다는 걸 일깨워 주려고... 최소한 노력 정도는 해 줘서..'



    하고 싶은 말을 뒤로 하고, 선셋 쉬머는 어께가 약간 들썩거릴 정도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너희랑 앉아 있게 해 준거."


    무슨 말인지 확 와 닿지 않아, 네 명의 소녀는 선셋이 저 만치 걸어갈 때까지 서로의 얼굴들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선셋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터덜터덜 학생식당을 나섰다.




    ----





    지금은 수업시간 이였으므로, 캔털롯 고교의 복도는 학생들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곧, 타일 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깼다. 플러터샤이가 자기 아랫배를 부여잡고 급하게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녹색 사물함으로 가득 찬 통로들을 지나며 플러터샤이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바로 여자 화장실이었다.


    점심시간 전, 더운 날씨에 공사장 인부에게 물을 나누어주면서 자기도 너무 더웠던 나머지 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마신게 그 화근이었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금방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오줌보를 부여잡고 하릴없이 몸만 배배 꼬고 있다가,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손을 들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두들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다행히 두들 선생님은 인정 많은 선생님으로,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이 수업 중 교실을 떠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별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덜컥 문을 열고는 플러터샤이는 푸른 색 화장실 칸막이 아래쪽을 세세히 살폈다. 누가 또 화장실에 들어와 있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화장실은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있는 것 같아서 플러터샤이는 안심했다.


    '이대로라면 내가 혹시 무슨 이상한소리를 내더라도 다른 여자애들이 날 놀리지 못하겠지.'


    샤이는 볼일을 볼 때 근처에 누군가가 있으면 집중을 잘 못 하는 스타일이었다.


    플러터샤이는 제일 첫 번째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휴지를 두어 장 찢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변기 커버에 앉아 연분홍색 속옷을 발목까지 내린 후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런데...


    샤이가 급한 용무를 막 해결하려던 찰나, 갑자기 작은 소리가 들려 나오려는 게 쑥 들어가 버렸다. 


    화장실에 누군가가 또 한명 있었다. 애써서 틀어막으려고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오는 흐느끼는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플러터샤이의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어렸을 적에 자기도 자기보다 더 크고 못된 여자애들에게 낯을 가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괴롭힘을 당해 이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양 팔에 고개를 파묻고 남 몰래 울어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방광의 압력이 위험수치에까지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샤이는 지금 당장 저기서 서럽게 울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될 듯 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샤이는 다시 속옷을 주섬주섬 올려 입고, 조용히 화장실 칸막이 문을 열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끔 발끝으로만 걸으며, 샤이는 소리의 진원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몰라도, 자기 말고 누군가가 더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흐느끼는 소리가 줄어들 기세도, 멎을 기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리는 맨 끝의 장애인 전용 칸에서 나는 것 같았다. 샤이는 살포시 그 문에 귀를 대 보았다. 예상대로 흐느끼는 소리는 바로 그 안에서 나고 있었다.


    물론 샤이는 그 안의 사람과 물의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울고 있나 알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샤이는 약간만 문을 열어 누구인지만 살짝 보기로 작정했다.


    샤이는 마침 그 사람이 볼일을 보고 있지 말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냥 엿보기만 하는 것도 충분히 부끄러운데, 상대의 반나신까지 보게 된다면... 샤이는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간신히 안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문을 열자, 그 곳엔 오늘 점심 경에 봤던 빨강, 노랑 조합의 머리색을 가진 소녀가 얼굴을 두 팔에 파묻고 한껏 웅크린 채로 울고 있었다. 선셋 쉬머였다. 선셋은 온 몸을 떨면서 훌쩍이기까지 하면서 소리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두 다리를 변기 시트 위에 올려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까닭에, 아까 샤이가 미처 못 보고 지나간 듯 했다.


    선셋은 어께를 들썩거리면서 구슬프게 흐느끼고 있었고, 샤이는 그 와중에 선셋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울먹거림과 간간히 나오는 기침 때문에 발음을 영 알아먹을 수 없었지만, 대략 '바보''최악''악마'같은 건 그나마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선셋 쉬머는 당당히 학교 복도를 누비며 자기보다 열등하다 여긴 학생들에겐 가차 없이 면박을 주었으며, 그나마 좀 쓸모가 있다고 여긴 학생들을 다그치며 부려먹었었다. 분명 재학 중인 학생이지만, 거의 교내의 여왕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손짓만 까딱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권세가 하늘을 찔렀었다.


    하지만 이젠... 선셋은 화장실에서 몸을 움츠리고 울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힘을 다 잃어버린 채로, 옆에서 달래줄 친구 하나 없는 채로 혼자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오직 플러터샤이만 이런 초라한 광경을 마음 아프게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 있다고 알려볼까.' 플러터샤이는 생각했지만, 역시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선셋을 내버려두고 지금 있었던 일은 못 본 체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저런 상황에 처해있는 얘를 못 본 체 하고 지나갈 수도 없는걸.. 오히려 저런 얘한테야말로 작은 친절이 절실히 필요한데..' 


    플러터샤이의 이성은 연신 플러터샤이를 말렸으나, 샤이는 이번엔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홀로 울고 있는 선셋에게 다가가보기로 한 것이다.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샤이는 화장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선셋은 몸을 떠는 걸 멈추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보았다. 진짜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헛것을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저어.. 선셋.. 저기-"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셋은 변기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화장이 눈물에 다 녹에 볼의 꼴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아랑곳 않고, 선셋은 이빨을 부득 갈며 핏줄 서린 눈으로 플러터샤이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너! 뭣 때문에 온 거야!"


    선셋이 쩌렁쩌렁 고함을 치는 바람에 플러터샤이는 그만 겁에 질려 '히익' 소리를 내며 떡 벌려진 입을 두 손으로 막고는 그만 뒤로 주저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선셋의 표정은 금방 누그러졌다.


    "프..플러터샤이! 아니..아니.. 이게 아닌데.. 미안! 난 절대 이러려고 한 게 아니라.."


    선셋은 두 손을 한대 모아 애원하며 말했다.


    "제발! 날 무서워하지 말아 줘! 소리 지르려던 게 아니었어! 그냥.. 그냥.. 좀 놀라서 그랬을 뿐이야! 정말 미안!"


    선셋이 용서를 빌자 아까 먹었던 겁이 살짝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샤이는 놀란 채로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셋의 눈에서 새로 생긴 눈물방울들이 선셋의 볼을 타고 흘렀다. 선셋의 입도 오들오들 떨리는 것 같았다.


    "괘..괜찮아 선셋."


    플러터샤이가 간신히 진정하려고 하면서 더듬더듬 말했다.


    "나..나도 알아 네가 일부로 그런 게 아니-"


    "더 이상..."


    선셋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외쳤다.


    "더 이상 이렇게 살긴 싫어! 싫다고!!"


    이 외침을 끝으로 선셋은 두 눈을 가리고 화장실을 후다닥 나가버렸다.





    플러터샤이는 선셋이 몹시 안쓰러웠다. 당장 선셋을 쫓아가 달래주고, 지금 겪는 일은 별 일 아닐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잊고 있었던 배설의 욕구가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실 아까 선셋이 플러터샤이에게 대뜸 겁을 줬을 때 터져 나올 뻔도 했고 말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샤이는 아까 선셋이 튀어나왔던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거의 찢어버릴 기세로 속옷을 내린 다음 변기 위에 앉았다.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며, 샤이는 겨우 볼 일을 마쳤다.



    ====================================================================



    으어.. 겨우 끝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되는 타이밍이라, 여유시간 한번 우라지게 적네요.


    그래도 약속은 지켰습니다. 다만 번역 퀄이 약간 들쭉날쭉한데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 3화가 본(포간) 내용이니, 그때까지 달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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