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한 포니 번역)고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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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ny_79139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7

IP : 114.203.***.5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2/17 12: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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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한 포니 번역)고기의 맛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4143741SbFJufFcBbZMRR8YBvf.png" width="250" height="304" alt="225295_r.pn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고기의 맛 작가 코멘트 : 어느 날 레인보우 대쉬는 선셋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샐러드나 과일 같은 것만 먹고 고기는 일절 먹지 않는다는 거였죠. 그래서 대쉬는 다음 날 점심때 전 조랑말인 자신의 친구에게 고기를 먹여보기로 작정했답니다. 그 날 뭐가 나올지는 꿈에도 모른채로 말이죠. 이퀘스트리아 걸즈 세계를 배경으로 한 단편 팬픽입니다. 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www.fimfiction.net/story/225295/a-taste-of-meat" target="_blank">http://www.fimfiction.net/story/225295/a-taste-of-meat</a> 전에 번역했던 이 팬픽(<a target="_blank" href="http://kysslave.tistory.com/632" target="_blank">http://kysslave.tistory.com/632</a>)의 선셋 쉬머 판입니다. 그때는 트와일라잇이 주연이였죠. 조랑말이 인간의 식문화를 겪어보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팬픽입니다. ============================================== 선셋은 학생 식당 대기열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속이 무지 불편했죠. 초조하게 오늘 메뉴판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뭐 사실 학생 식당 밥맛에 속이 불편해지는 게 어느 세상이나 다 보편적인 증상 아니겠습니까? 이퀘스트리아 학생 식당이라고 다를 것도 없었지요. 그 때 선셋이 한창 콧대가 높았던 시절, 주변 동급생들의 불평 불만 따윈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시절에도, '왕립 자질 있는 유니콘을 위한 학교'의 학생 식당에 관한 악소문들은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거기 있는 아이스버그 샐러드를 먹고 해마다 15기 가량의 망아지가 양호실 신세를 지게 됐다든지,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깜짝 선물'이 실은 악몽야 때 나이트메어 문도 안 먹고 버려서 짬시킨 과자들을 아득 바득 긁어다가 재활용시킨 거라는 악평들 뿐이었지요. 사실 선셋은 유니콘 학교 학식 따윈 먹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의 촉망 받는 수제자였던 덕에 같이 피크닉이다, 공식 행사 접견이다 해서 셀레스티아를 졸졸 따라다녔던지라 이퀘스트리아에서 으뜸가는 음식들만 먹고 다녔었거든요. 하지만 여기 이 차원으로 넘어가 캔털롯 고등학교에 재학하게 되면서 선셋은 뼈저린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녀의 동급생들이 불평했던 걸 이제서야 실감하게 된 거죠. 그건 바로 동서고금, 심지어 차원을 막론하고 급식실 밥은 맛이 없었다는 겁니다. 어쨌든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선셋은 쟁반 하나를 들고 급식 줄을 섰습니다. 스미스 할머니가 배식하고 있는 음식을 빤히 쳐다보면서요. 여타 다른 화요일과 마찬가지로 거기엔... 고기. 오로지 고기들뿐이었습니다. 선셋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팍 내쉬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딴 일을 하기로 했었던가..' 때는 아주 평범한 캔털롯 고교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웬 못 보던 희한한 보라색 애가 와서 손도 안 쓰고 입으로 사과를 먹지도 않았고, 세 명의 전학생들이 갑툭튀해서 식당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분노조절장애로 만들지도 않는, 그리고 UFO가 불시착하지도 않은 그런 여느 때랑 다름없는 평범한 나날이었다는 겁니다. 선셋과 그 친구들은 점심을 먹으며 체육 수업 이후 다가올 화학수업에 대비해 차분하게 멘탈을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선셋은 제일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찐 시절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차례를 양보하느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벌써 식사를 절반 정도 마치고 있었습니다만... 음... 핑키 파이는 예외였습니다. 식욕이 왕성한 애라 벌써 음식을 다 먹어 치우고 접시까지 쓱쓱 핥고 있네요. 래리티와 애플잭은 이제서야 온 친구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서로 피넛 버터 젤리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먹고 있는 게 마치 다람쥐와도 같았습니다. 플러터샤이는 앞서 그 둘보다 더 반가운 태도로 선셋을 맞았습니다. 사각으로 썰린 수박을 숟가락으로 막 집어 먹으려던 찰나였었죠. 핑키 파이도 선셋이 온 걸 알아차리기는 했을 것 같으나, 세 컵째 마신 소다의 카페인과 당분이 이제서야 약발을 듣는 보양인지 의식이 인간이나 포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까지 승천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는 아주 곱게 말하자면 그렇단 거고, 결국 뽕 맞은 것처럼 혀를 꺼내 물고 몸을 아래위로 격하게 발작을 일으키며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대망의 레인보우 대쉬. 학교에서 제일가는 운동선수이자 전(前)선셋과 버금과는 쩌는 자의식을 가진 소녀는 미트볼 들어간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포크로 둘둘 말고 있었습니다. 선셋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나 대쉬는 선셋 따윈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선셋이 가져온 음식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을 뿐이었죠. "너.. 또 샐러드냐?" 의외의 질문에 선셋은 잠시 멍하게 자기 음식이 담긴 쟁반을 내려 보았습니다. 아까침 배식 받은 그대로 각종 양상추와, 토마토와, 양파와, 크루통이 담긴 샐러드였고, 그것 외에는 물 한 컵과 냅킨에 쌓인 식기구들 뿐이었죠. 선셋은 약간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대쉬를 다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어..그런데?" "너 어제도 샐러드만 먹고 있더라?" "...그랬지... 샐러드 많이 먹었지. 그래.." "그리고 타코 튜스데이때도 채식주의자용 타코만 먹고, 또 일주일 전에는 채식주의자용 퀴치*를 먹고 심지어 밖에서 샌드위치 사 먹을 때 고기 쪼가리 든 건 입에도 안 대더만." 레인보우 대쉬는 미트볼을 포크로 찍어들어 서서히 입으로 가져가 씹으면서 말했습니다. "너, 너무 풀만 뜯고 사는 거 아니냐?" "저... 대쉬야... 선셋 쟤 채식 주의자잖아.. 잘 알면서.." 플러터샤이가 변호하고 나섰습니다 만.. 저 작은 목소리가 남들에게 들리기나 하려는지 모르겠군요. 선셋은 한숨을 푹 쉬며 이마를 한 손으로 쓸어내렸습니다. "그래. 나 음식 가린다. 이퀘스트리아에 있을 때도 채식주의자였고, 여기 와서도 채식주의자로 살 작정이라고. 근데 딴지를 거는 이유가 대체 뭐야?" 대쉬가 고개를 비스듬히 틀며 말했습니다. "호오... 그럼 고기는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 소리?" 래리티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적당한 과장법 수사가 생각이 안 날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대쉬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레인보우 대쉬! 그 무슨 무례한 소리니? 선셋이 먹는 것은 선셋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구!" "그래서 내가 이러는 거 아니냐." 레인보우 대쉬가 두 팔을 식탁위에 올려 두 손으로 자기 이마를 괴고 말했습니다. "쟤도 트와일라잇처럼 이퀘스트리아에서는 포니였는데 여기 와서 인간이 된 케이스잖냐. 인간과 포니는 먹는 게 다르지. 그리고 쟤는 지금 인간이고. 솔까 쟤가 여기 와서 건초 뜯는 모습 본 적 있냐? 없잖아." "야!" 선셋이 발끈 소리를 질렀습니다. 실은 딱 한번 뜯어본 적이 있긴 있었지요..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4143807dbBKAdyaGCokxuDGoZ.png" width="427" height="420" alt="삽화1.png" style="border:none;"></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쟤도 트와일라잇처럼 이퀘스트리아에서는 포니였는데 여기 와서 인간이 된 케이스잖냐. 인간과 포니는 먹는 게 다르지. 그리고 쟤는 지금 인간이고. 솔까 쟤가 여기 와서 건초 뜯는 모습 본 적 있냐? 없잖아." <div> "야!" 선셋이 발끈 소리를 질렀습니다. 실은 딱 한번 뜯어본 적이 있긴 있었지요.. 그림 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uotapo.deviantart.com/art/HAY-FEVER-448611858" target="_blank">http://uotapo.deviantart.com/art/HAY-FEVER-448611858</a> "그래서 짐 이러는 기가?" 애플잭이 끼어들었습니다. "따른 세상에서 온 조랑말이라꼬 여그서 지 먹을 꺼리 정할 권리도 읎는 줄 아나 이 가스나야? 글고, 다른 채식주의자 학생들은 다 몬데? 선셋 말고도 억수로 많이 있다 아이가. 금마들에게도 다 '니 채식 와하노?' 라고 따지고 들 참이가?" 레인보우 대쉬는 한숨을 푹 쉬며 한 손을 내리고는 머리의 무게 중심을 다른 쪽 손으로 옮기며 대답했습니다. "야. 내가 선셋을 괜히 괴롭히려고 이러는 건 절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고 반박하려고 했으나, 대쉬의 다음 말이 더 빨랐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고기랑 채소 둘 다 먹어보고 채식을 하기로 결심을 하는 거, 그건 괜찮다 이거야. 인정해. 근데 선셋은 다들 여물이랑 사과나 씹는 곳에서 와서 고기 한번 안 먹어보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잖아. 그게 좋은지 나쁜지 겪어보지도 않고." 냅킨에 감긴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며, 선셋은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것 말고도 너 나한테 지금 쌓인 게 있어서 그러지 지금? 그게 아니라면 굳이 내 채식주의 식습관에 유감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레인보우 대쉬는 날카로운 시선에 흠칫 뒤로 물러나, 멋쩍게 팔짱을 끼고는 바닥에 난 얼룩자국을 내려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눈을 깔았다 이겁니다. "저...전에 피자집에다가 피자 주문할 때, 처음엔 바비큐 피자 주문하려가 네가 고기를 안 먹는대서 양파, 버섯만 잔뜩 들어간 걸로 바꾼 거 기억 안나?"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햄버거집 갈려고 했는데도 거기 샐러드 바가 없다는 이유로 못 갔고.." 또 한 번 끄덕 "그리고 차타고 해수욕장 갈 때도 그랬다. 도살장 쪽으로 도로 타면 뻔히 5시간 더 절약될 걸 가지고, 네가 거길 못 버텨해서 결국 뺑 돌아간 건 또 어떻고?" 선셋은 짜증 섞인 신음 소리를 뱉으며 식탁을 두 손으로 내려치곤 레인보우 대쉬를 정면으로 노려보았습니다. "그래. 잘 알았어. 너희들이 내 식습관 때문에 부득이하게 피해를 보는 건 진심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나 진짜 고기 먹기 싫다고! 부탁인데 그냥 인정좀 해 주라. 응?" 애플잭과 래리티는 인정한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플러터샤이는 돌발 상황에 깜짝 놀라 입안에 있는 수박씨를 풉 하고 뱉어버리게 되었지만, 어쨌든 늦게나마 동의를 표시하긴 했습니다. 핑키는.... 멍한 눈빛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걸 보아할 때, 아까 먹은 게 아직도 약효가 덜 끝난 모양이군요. 그럼 이제 레인보우 대쉬만 남았는데... "....너 고기 못 먹는 거.. 설마 쫄려서 그러는 거 아니냐?" 캬! 역시 헛소리하는 방면으로는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과연 대쉬. "쪼...쫄려?" 예상외의 황당한 지적에 선셋은 평정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4143820fqmtaHO9O.png" width="626" height="386" alt="삽화2.png" style="border:none;"></div> "....너 고기 못 먹는 거.. 설마 쫄려서 그러는 거 아니냐?" "쪼...쫄려?" 예상외의 황당한 지적에 선셋은 평정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야! 하나도 안 쫄리거든? 그냥 고기가 먹기 싫-" "그럼 증명해보시던가." 어쨌든 기세는 대쉬에게로 넘어가버렸고, 대쉬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내일 샌드위치, 파스타 등등 아무거나 고기 들어간 것 하나 정해서 우리 앞에서 직접 먹어보라고. 먹으면? 진짜 내가 인정해준다. 못 먹으면? 그때부터 넌 새로운 걸 해보지도 않고 쫄려서 관둔 쫄보인거고."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궤변이야!" 래리티가 옆에서 외쳤습니다. "선셋 쉬머가 왜 그걸 굳이 증명해보여야 하는 건데?! 그리고 너-" 레인보우 대쉬는 손을 들어 래리티를 제지했습니다. "어허! 제 3자는 빠져. 이건 나랑 저기 저 베이컨 머리녀랑의 문제니까. 그래.. 어쩔꺼냐? 이제." ------------------------------------- '그래 선셋 쉬머. 참 장하다 장해. 그놈의 쫀심이 뭐라고 대체-" "니 고르기는 할 끼가?" 눈앞에 닥친 가혹한 현실이 사정없이 죽빵을 갈기는 바람에, 선셋은 과거 회상에서 깨어났습니다. 왜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수락했는지 이유를 채 되짚어보기도 전에 배식을 받을 차례가 돌아온 거지요. 스미스 할머니는 애플잭의...어... 몇 대조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애플잭의 친할머니로 대략 정신을 놓고 있었던 선셋을 배식구 창 너머에서 살짝 짜증난 눈초리로 흘겨보고 있었습니다. "아..안녕하세요.. 헤헤.." 별 일 없다는 것처럼... 이라지만 진짜 별 일 있어 보이는 뻣뻣한 태도로 선셋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솔직히 선셋도 지금 자기가 제대로 인사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었을 겁니다. "죄송해요 제가 좀...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 선셋은 스미스 할머니에게 음식 담을 그릇을 건네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일단 완두콩 조금 주시고요." 스미스 할머니는 기름이 자글자글한 완두콩 무더기를 대충 한 국자 푹 퍼서 선셋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옥수수 조금이랑.." 윗 내레이션이랑 이하동문 옥수수 이하동문 이하동문 "그리고....고기....조금이요....." 윗 내레이션이랑 이하...... 뭣? 스미스 할머니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습니다. "내가 늙어서 헛게 들리나. 니 방금 괴기를 달라 칸기가?" 선셋의 양볼이 미칠 듯이 새빨개졌습니다. 벌써부터 주변의 싸한 시선과 선셋을 두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분명 저거 선셋이 스미스 할머니 놀리는 거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했습니다. 캔털롯 고교의 학생들이 몇 년 동안 선셋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선셋 쉬머에 관해서 확실히 아는 건 못해도 2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 : 선셋은 나쁜 여자다(이건 요새 선셋이 성질이 좀 많이 죽은 뒤로는 평가가 좀 엇갈립니다만.) 둘 : 선셋은 골수 채식주의자다. 고기는 입에도 안 댄다. 근데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건강에도 나쁜 고기를 먹으려 드는 걸까요? 갑자기 빨리 죽고 싶어 환장이라도 했나? 말 못할 사정이 있는 전 조랑말은 할 말이 생각이 안 나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습니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요량으로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고만 있었죠. 그런데, 평소에 친구들끼리 같이 앉는 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선셋을 보며 승리의 미소를 거만하게 떡 짓고 있는 레인보우 대쉬가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셋의 두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습니다. 어찌나 세게 힘을 줬던지 두 손에 핏기가 싹 가실 정도였지요. '쟤가 좋아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 끓어오르는 분노로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선셋은 다시 스미스 할머니를 보며 말했습니다. "네. 한 번 쯤은 먹어보려고요." 순간 모든 의혹이(표면상으로나마)풀리자, 학생 식당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헉'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식당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플래쉬 센트리와 그 밴드원들은 죄다 깜놀해 일제히 숟가락을 식당 바닥으로 놓쳐버렸으며, 창문 저 편에 있는 트릭시는 갑자기 오한이 와서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태반인 자연보호 동아리 애들도 의외의 배신 행각에 죄다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흡사 쟤네들 원래 연극부였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연출이었죠. 아, 진짜 기절했으니 연출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겠군요. 여러 가지 일로 잔뼈가 굵은 스미스 할머니조차도 거의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필경 전 학교 일짱이 갑자기 고기를 먹겠다고 나서는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신 거겠죠. "하..하모.. 글믄.. 모 주까? 미트볼 스파게티? 아니믄 기양 간 고기?... 아니믄..." 선셋은 부들부들 떨며 음식 하나를 지목했습니다. 요리책에서 풀드 포크라고 하는 고기찜 요리랑 제법 비슷해 보이는 음식이었죠.</div> <div> </div> <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4143843MZohQQQZMIJrGUHLWrzFxSiNwfatC.jpg" width="800" height="533" alt="삽화3.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div> </div> <div> 선셋은 부들부들 떨며 음식 하나를 지목했습니다. 요리책에서 풀드 포크라고 하는 고기찜 요리랑 제법 비슷해 보이는 음식이었죠. "저거요... 너무 많이 떠주진 마시구요." '레인보우가 이기게 둘 순 없지.' 선셋은 이를 앙다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새파랗게 질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기 배식용 국자로 소스 범벅이 되어있는 정체불명의 고기를 퍼서 선셋의 그릇에 올렸습니다. 선셋은 인상을 구겼습니다. 채소만 산더미처럼 담겨있는 그릇에 기름진 바비큐소스가 질 질질 흐르는 걸 보면서요. 아 정말, 레인보우 대쉬의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 이런 걸 기어이 먹게 되는군요. "그...그럼 잘 묵으라." 스미스 할머니가 음식을 담아 준 그릇을 쟁반 위에 올리고, 선셋은 조용히 친구들이 앉아있는 식탁으로 걸어왔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도 슬금슬금 자기 식사를 다시 하기 시작했지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이 약간 거둬지자 선셋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앞으로 전교생들이 오늘 선셋이 고기를 먹었단 사실에 대해 뒤에서 꽤 쑥덕거리겠지만, 그래도 전에 악마로 변했을 때만큼 오래는 쑥덕거리지는 않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레인보우 대쉬는 선셋이 다가오자 씨익 웃으며 식탁 의자를 자리에서 빼 준 후, 정중하게 앉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습니다. 전 조랑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뒤, 냅킨에서 숟가락, 포크를 꺼낸 다음 물을 한 모금 마셨습니다. 다른 네 명은 자기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묵묵하게 이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5분가량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선셋은 고기를 한 점도 먹지 못했죠. 레인보우 대쉬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정적을 깼습니다. "너 먹기는 할 거냐?" 대번에 애플잭이 레인보우를 맹렬히 쏘아보아서, 대쉬는 애플잭의 눈치를 보느라 선셋에게 더 참견하지 못했습니다. 선셋은 입모양으로나마 조그맣게 '고마워.'라는 말을 해 주고 다시 그 문제의 음식을 보았습니다. 기름기 자글자글한 고기가 선셋이 예쁘게 먹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무슨 고기지?" 래리티는 모르겠다는 듯 어께를 으쓱했습니다. 래리티의 접시에도 햄 샌드위치가 담겨있었습니다만, 그거랑 같은 고기가 아니란 것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글쎄, 애매한걸. 나도 이런 걸 생전 학생 식당에서는 처음 보는데. 메뉴에도 없구.. 저기 애플잭. 너희 할머니가 학생식당 주방 총 책임자시잖아. 그치? 이 음식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신 거 없어?" "글쎄다. 할매가 말하길 오늘 원래 스테이크를 할라꼬 캤는데 전에 학교 정문이 박살나가가 급식 예산이 대폭 줄었다고 카더라." 라면서 애플잭이 그 장본마인 선셋을 쳐다보았습니다. 선셋은 자리에 더 축 늘어져 사과의 말을 웅얼웅얼 전했습니다. "쨌든, 더 싼 걸로 메뉴 바꾼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럼 지금 내가 먹으려고 하는 게 원래 먹어야 됐던 것의 더 싸구려 대체품이라는 거지?... 어휴.. 듣기만 해도 속이 아주 편해지는 기분이군..." "야. 야. 걱정 붙들어 매고, 한번 먹어 봐." 레인보우 대쉬의 말이었습니다. "뭐... 학생 식당 밥맛이 다른 데랑 비교하면 무진장 수준 떨어진다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말야. 저번 주 핑키가 학생 식당 케이크가지고 난동을 부렸던 거 기억나지?" "암! 그래야지~!" 핑키가 불쑥 소리 질렀습니다. "그 케이크 수준이 아주 최악의 범법 행위 수준이었다구! 아주, 학교 급식 이따위로 만들 생각 하는 사람들은 죄다 깜빵을 보내야 한다니까! 정말이지, 양질의 당분을 섭취하지 못하게 해 놓고서 어떻게 미래의 선진 리더들을 양성해낸다는 말을 이리 뻔뻔스럽게 할 수가... 우와 풍선!!" 저 멀리서 날아가는 임자 잃은 풍선을 봄과 동시에, 핑키 파이의 정신줄도, 대화 요점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뭐 어쨌든.." 대쉬가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먹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이거야. 만약 완전 싫어한다 치더라도 해본 게 또 어디냐?" "그래. 어련하시겠어." 선셋의 말엔 점점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일단 선셋은 포크로 고기를 찍어보았습니다. 약간 질겼지만 포크가 안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포크를 들어보자 육즙과 소스가 자유를 찾아 포크를 타고 니글니글하게 흘러내렸습니다. 일단 고기는 다 익은 것 같았습니다. 요리책에서처럼 붉은 색을 띄고 있지 않았다는 게 좀 맘에 걸렸죠. 선셋은 고기의 냄새를 맡아보았습니다. 소스 냄새를 제하면 약간 누린내가 났으나, 상했거나 식중독균에 오염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선셋은 소스를 핥아보았습니다. 살짝 짠 맛이 났으나 뭐랄까.. 꽤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군요. 식은땀을 질질 흘리며+몸을 보들보들 떨며+침을 꿀꺽 삼키며, 선셋은 드디어 고기를 한 점 입에 딱 물고는 포크를 입에서 땠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씹어도 보고, 입안에서 이리 저리 굴려도 보았습니다. 어떤 맛인지 정확히 음미하기 위해서였죠. 여러 해 동안 셀레스티아 휘하에서 수학하였다고 하나, 그 맛이 어떤 맛인지는 그 어떤 문헌과 교육을 기억에서 뒤져봐도 묘사를 잘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분명 무슨 맛이 있긴 있는데 그 동안 먹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맛이었죠. 심지어 이퀘스트리아에서 먹었던 각종 산해진미 중에서도 이거 비슷한 맛은 없었습니다. 근데 그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분명 맘에 드는 맛이었습니다. 아니, 아주 기막힌 맛이었습니다! 선셋은 다른 한 조각을 삼키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거 진짜 끝내주는걸! 식감하며, 소스며, 전부 다!" 레인보우 대쉬가 그것 보라는 듯 히죽 웃었습니다. "그치? 쩔지? 이정도가 고작 학교 급식이라고! 헤헤.. 쫌만 있어봐라. 진정한 고기 맛을 보여줄 테니! 햄버거랑, 치킨이랑, 생선이랑, 소어크림이랑 머스터드를 잔뜩 쳐 바른 그 뭐냐....." 한창 레인보우 대쉬가 신이 나서 떠드는 광경을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은 짜증 반, 즐거움 반을 섞어 보고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선셋이 즐겁게 음식을 먹고 있었으니까요. 레인보우 대쉬가 우쭐하게 구는 건 꽤 거슬렸지만, 그래도 고기가 맛있다는 것 하나는 대쉬의 말이 옮았습니다. '이러면 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군. 뭐 별로 나쁜 것도 아니네 뭐..' "그래. 좀 맛있드나?" 스미스 할머니의 말에 모두 할머니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습니다. 호호백발의 조리사 할머니는 예고도 없이 불쑥 여섯 명의 친구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할매요!" 애플잭이 가족애가 듬뿍 담긴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를 맞았지요. "평소대로 완전 맛있던데예, 글고 선셋 야도 엄청 맛나게 묵고있심더." "거 다행이구마." 선셋은 마침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조각을 말끔히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도 되나? 니가 첨에 괴기 달라고 캤을 때 난 니가 날 놀리는 줄 알았드랬다. 통 괴기 안 묵던 아가 오늘은 몬 일이지? 하고 말이다." "그동안 딱히 먹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나저나 무슨 고기에요 이거? 소고기? 돼지고기?" 선셋은 물어보며 물 한 모금을 들이켰고, 할머니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습니다. "그런 거 아이다. 예산이 빠듯해서 쫌 싼 고기를 썼다카이. 니들 말괴기 묵어봤나? 이기 말괴기라고 카는 킨데.." 갑작스런 엄청난 사실에 선셋의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순간 선셋은 입가에 머금은 물을 풉하고 뱉어버렸습니다. 그만 들고 있던 컵도 놓쳐버려 플라스틱 컵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선셋은 못 믿겠다는 듯 그릇을 쳐다보았습니다. 고기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야 아까 자기가 다 먹어버렸으니까요.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습니다. 낯빛도 급격히 안 좋아졌지요. 잔혹한(?) 현실의 농간에 홀린 듯, 선셋의 두 눈은 깜깜해졌습니다. 사실 선셋이 먹은 고기는 아주 작은 양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셋의 위장에 격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때문에 아까 분명 엄청 맛있게 먹었던 이국적인 음식이, 이제는 위액의 시큼한 향취를 풍기며 다시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으니.... 나머지 다섯 명의 친구들은 깜작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아까 그 말고기가 있었던 자리와, 그걸 또 맛있게 먹었던 전 조랑말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습니다. "마..마...말고기라고요?!" 플러터샤이가 가냘프게 소리 질렀습니다. "학생들 다 묵일라믄 별 도리가 있나? 내도 선셋 쟈에게 말해줄라 캤는데 쟈가 워낙 서둘러서 가삐는 바람에.." 애플잭이 화가 나 펄펄 뛰며 외쳤습니다. "할매요! 말도 안하고 덜컥 말괴기를 쓰믄 어쩌잔 겁니꺼! 와 나 미치긋내! 원재료 표시 의무화도 모릅니꺼!" "떼끼놈! 괴기는 결국 괴기 아이가!" 할머니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다시 배식대로 돌아가며 투덜거렸습니다. "하여간 요새 젊은 아들은 배때지들이 불렀구마. 나 어릴적만해도 말괴기도 읎어서 목 묵었거늘.." "왜...왜.. 그런 걸.. 왜 말고기 같은 걸 먹는 거에요... 왜..." 플러터샤이가 결국 훌쩍훌쩍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지금까지 말 보다 더 많이 도살당한 돼지와 소와 닭이 들으면 콧방귀도 안 뀔 소리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일단 넘어갑시다. 친구가 우울한 건 결코 못 보아 넘기는 핑키 파이가 이를 즉각 감지하고 플러터샤이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애플잭과 래리티도 거기에 가담했지요. 친구들의 우정 어린 포옹 아래 플러터샤이의 흐느낌도 약간 잦아들었습니다. 한편 매우 불편한 입장이 된 레인보우 대쉬는, 뻘쭘하게 구토 직전인 선셋을 돌아보았습니다. "어..그게.. 솔직히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고... 무슨 돼지고기려니 했었지... 어쨌든 먹어 봤고, 맛있었으니까.. 된 거지 그럼?" 선셋은 서서히 고개를 틀어 대쉬를 보았습니다. 극심한 멘붕 상태에 빠졌어도 대쉬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사실은 뻔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레인보우 대쉬가 없었더라면.. 레인보우 대쉬만 없었더라면.. '식마종이 될 일도 없었을 텐데..' 선셋의 배가 격하게 요동쳤습니다. 이윽고 선셋은 이 음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말 생생하게 대쉬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레인보우 대쉬의 옷에 오바이트를 쏟는 걸로 말이지요. ---------------------------------------------- 레인보우 대쉬가 양호실을 찾는 데에는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아까침 선셋이 자기가 먹었던 모든 걸 대쉬의 옷에 게워내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체육복을 입고 있었죠. 양호선생님 레드하트는 아무 말 없이 선셋 쉬머가 누워있는 건너편 방을 가리켰습니다. 선셋 쉬머의 머리맡에는 비록 지금은 비어있긴 하지만, 공기 중의 시큼한 냄새를 맡아보면 용도는 뻔해 보이는 플라스틱 양동이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침대 맡에는 플라스틱 의자도 있었는데 교실에서 흔히 쓰는 의자와 비슷한 의자로, 칸막이 같은 것 하나 없이 바로 누워있는 친구 곁에 놓여있었죠. 더 부담스럽겠군요 이거. "쟤 좀 어때요 선생님?" "맥박은 정상이고 열도 가라앉았어." 레드하트는 매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습니다. "토 안 나오는 약을 처방해주긴 했는데, 어쨌든 지금 당장 수업 들어가는 건 무리일 것 같네." "저.. 선셋이랑 이야기좀 해도 될까요?" 양호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별 기대는 하지 마. 쟤 기금 약효 때문에 졸려서 정신이 좀 몽롱할 테니까. 밖에 나가있을테니까 필요하면 불러." 레드하트 양호선생님이 나가고 나셔야 비로소 대쉬는 선셋에게 다가갔습니다. 대쉬는 의자를 약간 뒤로 끌었습니다. 금속 의자다리가 바닥에 끌리는 거슬리는 소리가 났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습니다. 대쉬는 안 불편할 정도로 의자에 앉아 선셋 곁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저기.. 선셋..." 반가운 인사 대신 선셋의 짜증 섞인 신음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저리 가." "어.. 다른 애들이 다 니 걱정하더라. 뭐 물론 걔네들은 네가 정확히 뭣 때문에 이러는지는 모르고, 그냥 네가 무슨 음식을 첨 먹어봐서 갑자기 속이 뒤집혔나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니까 그런 일이 종종 있긴 하거든?" "제발 나가." "아. 하하하하.. 그리고 보니까 옛날 생각나네.." 레인보우 대쉬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해줘야 좋은 걸까요? "생각해보니까 10살 생일 때 이후로 토 뒤집어쓴 적은 또 처음이네. 그 땐 내가 어떤 놈 배에 너무 강렬한 한 방을 먹인 나머지 그만-" "너는 이게 웃기지 지금?" 선셋이 가시 돋친 어조로 말했습니다. "내 동족을 억지로 먹게 해놓고는 지금 그렇게 웃음이 나와?" "네..네 동족? 야..." 대쉬는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양 무릎을 꼭 부여잡고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포니지, 그냥 말은 아니잖냐. 플러터샤이에게 물어 봐라. 포니랑 그냥 말이 얼마나 다른지 한 100가지는 찝어서 말을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너는 다른 세상에서 온 똑똑하고 마법까지 부리는 말이지만, 여기에 사는 말은 생각도 말도 뭣도 못 하는 그냥 짐승이라구." 선셋이 마침내 등을 돌려 대쉬와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눈은 대쉬가 아닌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가 아직 뭘 잘 모르는 모양인가 본데, 난 포니들과, 소들과, 양들과, 심지어 말들까지 이성과 언어능력을 갖춘 세계에서 왔어. 나는 젖소들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시민운동 단체의 후원자였고, 얼룩말 대사와 점심 만찬을 같이한 적도 있었지. 그곳의 돼지들은 비록 말은 못 하지만, 신문에 이퀘스트리아는 황금 금화 통화보단 종이 통화를 쓰는 게 경제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투고문을 쓸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세계라고. 그거 알아? 너희들이 돼지나 소고기를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향에 있던 그 선량한 시민들을 너희들이 무턱대고 잡아먹는 모습이 연상돼서 미칠 것 같다는 거.." "그..그럼 왜 지금껏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어?" "그랬다간 너희들이 나랑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것 같아서 그랬지. .." 선셋은 뒤쪽 플라스틱 양동이 쪽으로 고개를 파묻었습니다. "만약 그런 말을 했다가 내가 별 희한한 소리를 한다고 싫어할까봐 무서워서 말 하지도 못했어... 전에는 친구 없이 지냈고, 친구를 사귀어보려고 하지도 않았지. 하지만 친구가 생기고 나니까 어떤 줄 알아? 너희들이랑 사이가 벌어지는 상상만 해도 참을 수 없이 가슴이 아파온다고." 선셋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입안에서 시큼한 위액의 냄새가 희미하게 났지요. "그래.. 결국 대쉬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던 세계랑 이 세계는 아주 본질적으로 다른걸... 하물며 이퀘스트리아의 닭과 여기의 닭을 비교해봐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데.. 그치만.... 나와 똑같은 기제류의 살을 먹었는걸.... 비록 다른 세상의 기제류였다지만......나랑 아주 비슷하게 생긴 존재를.... 그것도... 아주 맛있게...... 난....." 선셋은 몸을 떨고는 기침을 한 번 했습니다. "물론 말도 안 돼는 소리란 거 나도 알아.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아마 넌 이런 내 기분을 이해 못 하겠지." "......맞아." 선셋은 레인보우 대쉬를 돌아보았습니다. 대쉬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죠. 감정 이입이 아주 절실히 된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 대쉬의 목소리는 아주 울먹울먹 갈라져 있었습니다. "포니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고, 전에 채식주의자랑 친구한 적도 없었어. 그 플러터샤이조차도 페퍼로니나 해산물 같은 건 잘 먹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채식주의자인 너랑 어울려다니는 거 솔직히.. 좀 귀찮은 일도 없잖아 있더라. 그래서 대뜸 네 식성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야. 이러면 좀 덜 귀찮을까 하고..." 대쉬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져, 거의 무릎에 닿을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너한테 고기를 먹여보려고 한 거고.. 네가 좋아했을 땐 나도 무지 기뻤다? 근데 그게 말고기라는 소릴 들고.. 그리고 네가 토를 하고 나서 쓰러져서 거의 죽을 것처럼 실려 나갔을 땐.. 그 짧은 시간동안 진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선셋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플러터샤이가 널 째려봤구나. 그렇지?" 대쉬는 여전히 무서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으으.. 걔가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진심으로 째려볼 때엔 진짜 시간이 느리게 간다니까. 특히나 애플잭이 내 멱살을 잡고 뜯어버릴 기세로 흔들어댈 때엔 더더욱.. 어쨌든... 진심으로 미안하다. 내가 진짜 나쁜 년이었지. 네가 채식을 하겠다는데 내 맘에 안 든다고 멋대로 참견질하는게 아니었어. 물론 너랑 같이 다니면 밥 먹는데 여러 가지 변경점이 생기기야 하겠지만... 소중한 친구를 잃느니 차라리 햄버거를 하나 덜 먹고 말지." 레인보우 대쉬는 고개를 들어 선셋을 본 후, 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 이런 못난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어?" 선셋은 여전히 말이 없었습니다. 거부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레인보우 대쉬는 한숨을 푹 쉬고는 양호실을 나서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때.. "레인보우.. 괜찮아.." 레인보우 대쉬는 그 후로 한동안 굳어있었습니다. 선셋은 그런 레인보우를 향해 살짝 웃어주었습니다. 비록 입가에 묻은 구토물의 얼룩 때문에 좀 깨 보이긴 했지만, 선셋은 그래도 따뜻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물론 무지 기분 나쁜 경험이었고, 여전히 너에게 매우 열 받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직접 사과하러 왔고 서로 잘 이야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나도 내 진정한 심정을 말하기 무섭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내 과실도 약간 있지 뭐." 대쉬는 씨익 웃으며 뒷머리를 벅벅 긁었습니다. "그렇지. 네가 막연히 싫다고 하는 대신 그 이유를 처음부터 이야기해줬다면, 나도 이해하고 넘어갔을 거야. 그러니까 그.. 썅년짓 하기 전에. 그치?"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비록 선셋의 웃음소리는 복통 때문에 약간 고통에 찬 웃음소리였지만요. "그래.. 이제 다 풀린 거지 그럼?" 선셋은 더 활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쁜 징조군요 이거. "그럴 리가 있나! 너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까 저녁은 네가 사. 피자로. 좋지?" 레인보우 대쉬는 머리에서 손을 내려 의자 등받이 쪽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좋~지! 친구들 다 불러서?" "당연하지." 그 순간 선셋의 미소가 싹 사라졌습니다. 호러 영화의 살인마에게서나 볼 법한 그야말로 살벌하기 짝이 없는 표정만이 남았지요.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다음 주까지, 저녁때 피자를 사도록 해. 돈은 네가 다 내는 거야." 대쉬의 두 입이 떡 하고 벌어졌습니다. "뭐..뭣?" "거기에 추가로, 포니와 이세계의 말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세밀히 조사해서 나한테 레포트 제출해. 플러터샤이에게 도움 받을 생각 따윈 일절 하지 마." "어우 야..." 레인보우 대쉬는 한숨을 팍 쉬며 두 주먹을 말아 쥐었습니다. 하지만 잘못한 게 있는데 별 수 있나요? "....그래.. 한다! 해! 우정의 이름하에 내가 해주고 만다! 어우...." "좋아.. 그럼 이 식마종은... 이제.. 이만 졸려서... 아함.." 아까침 먹은 약의 약효 탓인지, 선셋은 말하는 도중 그만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레인보우 대쉬는 이런 선셋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한번 씨익 웃어주고는 잠에 빠진 친구를 두고 양호실을 나갔습니다. 졸지에 선셋에게 피자셔틀질로 삥을 뜯기게 돼서 얄팍해질 자기 지갑에 대하 약간 툴툴대기는 했지만 서두요. '대쉬에게 다 뻥이었다고 말해줘야겠다.. 물론 며칠 뒤에... 레인보우 대쉬를 펄펄 끓는 물에 산채로 집어넣는 꿈을 더 이상 안 꾸게 될 정도로 원한이 풀릴 때까지는 말이지만..'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선셋은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 깊은 숙면에 빠져들었습니다. <div style="color:#333333;font-family:'돋움';"> </div> ========================================================================== 자. 한다고 했던 것 했습니다. 다음엔 무엇을 해 볼까..</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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