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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기뮤식의노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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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78309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3
    조회수 : 1110
    IP : 114.203.***.5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1/17 14:20:09
    http://todayhumor.com/?pony_78309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언제 빠진지도 모를..(꽈당)
    239865.png

    출처 : http://www.fimfiction.net/story/239865/1/you-didnt-know-that-you-fell/the-long-way-down



    작가 코멘트 : 아다지오의 우스꽝스러운 실수로, 에너지를 모을 기회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다른 두 사이렌들이 이걸 그냥 넘어갈 것 같진 않은데요..


    아래의 youtube 동영상과Tired Old Man님과의 개인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마도, '이퀘스트리아 걸즈 : 레인보우 락' 진행 이전을 배경으로 한 듯 한 사이렌 3인방 일상물입니다. 과격한 묘사가 별로 없이 그냥 명랑 소설틱한 분위기니 그냥 마음 편히 읽으셔도 될 겁니다.




    아 근데, 전개상 아다지오가 좀 많이 극딜을 당하오니, 아다지오 팬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









    집으로 들어온 대즐링 밴드의 리더, 아다지오 대즐은 뒤의 현관문을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꽝 닫았다.



    정말이지 최악의 밤 그 자체였다. 무대 위에서 자빠진 것은 물론 쪽팔렸거니와, 하필 아다지오가 센터로 나서는 부분에서 자빠졌다는 것에서 쪽팔림에 더 가산점이 붙었다. 너무 혼비백산한 나머지 아다지오는 관중들에게 걸어놓았던 현혹 마법의 제어를 허무하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 말인즉슨, 세 명의 사이렌들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정적인 감정 에너지를 포식할 얼마 안 되는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건 최악의 축에도 못 꼈다. 나머지 두 명의 바보들이 그 뒤에 한 일에 비한다면야..


    아다지오가 넘어진 직후, 소나타와 아리아가 그 쪽으로 걸어오더니, 글쎄 상황을 수습할 생각 따윈 않고 저들끼리 아다지오의 몰골을 보며 깔깔깔 웃어버리는 것이었다. 급하게 콘서트 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올 때 까지, 그들의 웃음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야.... 그거 진짜 멋졌다 야."



    아리아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아다지오의 신경을 긁었다. 아다지오는 날카로운 눈매로 아리아를 쏘아보며 항변했다.



    "그게 멋져?! 사고였잖아 사고!"


    "사고인데 멋졌다고 치지 뭐."



    아리아를 거들고 나선 건 소나타였다. 눈치 없게 끼어든 소나타를 아다지오는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그게 뭐가 멋지다는 거야!?"


    "지금 농담하는 거지?! 네가 아까 얼굴부터 넘어졌을 때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났는지 알아? 그게...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났더라니까? 근데 그게 뭐가 안 멋지단 거야?"



    소나타의 말에 아리아가 끼어들었다.



    "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네가 무대 바닥에 얼굴을 정통으로 처박는 소리가 아직까지도 내 머리에서 쩌렁쩌렁 울린다 야."



    아다지오는 씩씩거리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째서 이런 건 잊어버리지 않는 건지를 모르겠네. 너희들이 그 얄팍한 머리를 부딪쳤던 일들은 잘도 잊어버리면서 말이야. 혹시 그동안 너무 머리에 충격을 자주 받아서 기억력이 감퇴된 거 아냐?"



    아리아도 소파에 앉아 소파 왼쪽 가장자리에 발을 올리며 아다지오의 말에 응수했다.



    "야, 나도 소나타떄문에 골 아파서 이마를 탁 칠 때가 많고, 소나타는 정신줄만 놨다하면 얼굴부터 자빠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오늘 너처럼 그렇게 신화 급으로 충격적인 자빠짐은 어니였거든? 그 바람에 우리 걸 다 까먹었나보다."


    "닥쳐!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 바닥의 구멍에 걸려 넘어졌단 말야!"


    "구멍 없었는데?"



    소나타가 끼어들었다.



    "내가 공연 시작할 때 확인해봤어. 만날 걸려 넘어져서 이번에는 안 넘어지려고 신경 좀 썼거든."


    "들었냐? 소나타가 구멍 없었댄다. 하아... 하다못해 그 소나타도 조심을 하는데..."


    "입 닥쳐!"



    아다지오가 이를 박박 갈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때 왜 그냥 웃고만 있었던 거야? 그것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를 그냥 날려버렸잖아!"


    아리아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너 왜 책임을 떠넘기고 그래? 네가 얼굴부터 바닥에 늘씬하게 처박지만 않았으면 우리가 웃었겠어?"


    "무슨 헛소리야! 분명 얼굴 감싸고 넘어졌거든!"


    아리아가 아까보다 더 큰 썩은 미소를 지으며 아다지오의 이마를 가리켰다.


    "그럼 이마에 난 저 거대한 혹은 또 뭔데?"


    "뭐..뭣?!?!"



    아다지오는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다가 멈칫했다.... 아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오긴 했지만... 그건 저 두 바보들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 걸 거야.. 그러겠지?



    "혹 따윈 없..."



    손을 들어 쑤시는 곳을 확실히 쓰다듬어 보고나니 아다지오의 말은 쏙 들어가 버렸다.



    "내가 이마에 혹 많이 생겨봐서 알거든? 저건 진짜 빼박 정통으로 얼굴부터 넘어진 건데?"



    소나타가 명랑하게 아다지오의 속을 후볐다.



    "거...거짓말!"



    아다지오의 노기는 대번에 가라앉았다. 오로지 저 둘 앞에 지금 자신의 몰골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만 앞섰다.



    "아...아니지? 머리를 심하게 찧은 건 아니지? 그지?"


    "야 대지.. 혹 진짜 크거든? 안 느껴져?"


    "히히히 뇌사상태에 빠졌나부다. 안 느껴지는걸 보니."


    소나타가 히죽히죽 웃으며 맞장구를 쳤고,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너보다 더 심한 뇌사상태인가보네.."


    "그러게 말야!................... 잠깐, 야!!! 어휴.. 이,이 바보야!"


    아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소나타. 물론 네 유치한 험담을 내 현란한 이빨까기로 아닥시켜주는것도 물론 재밌긴 한데 말야. 이번엔 아다지오에게만 집중-"


    "거울!! 당장 거울 가져와!!!"



    아다지오가 째지는 소리로 외쳤고, 서로 아옹다옹하던 아리아와 소나타는 일제히 아다지오를 쳐다보았다.



    "아다지오. 네 방에 넘치는 게 거울이거든? 그냥-"


    "내가 가져올게!"


    아리아가 뭐라고 더 말하려던 찰나, 소나타가 쌩 하고 뛰어갔다.


    "그래... 저 얼간이에게 가져오라고 시키자 그냥.."






    아다지오의 무대 꽈당 사건 이후로 몇 초간 처음으로 정적이 흘렀다. 들리는 소리라곤 소나타가 힘차게 계단 위로 올라가는 소리 뿐이었다.


    정적을 먼저 깬 건 아리아였다.



    "대지. 그렇게 계속 손으로 이마 가리고 있을 거야? 그거 가지고 가려질까 설마.."


    "닥쳐!"


    아다지오가 막 성질을 내려던 찰나, 2층에서 소나타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아는 2층에 대고 외쳤다.



    "야 소나타! 뭐 때문에 이리 꾸물대고 있어?"


    "이 거울... 끙!... 진짜 커서!"


    소나타의 대답에 아리아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야 이 바보야! 그냥 작은 걸 가져오면 되잖아!"


    "아다지오 방에 작은 건 아예 없더라구! 그나마 이게 제일 작은 건데."


    아리아는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뭐... 맞는 말인 것 같네. 아다지오는 분명 자의식 쩌는 나르시스트니까 방을 커다란 거울로 도배하지 않았다간 방에서 10초도 못 버티고 자살하겠지."


    "아리아. 좀 닥쳐! 나 지금 바로 네 옆에 앉아있거든?!"


    "설마 내가 모르고 그랬을까.."


    아리아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마침내 소나타가 자기키를 훌쩍 넘는 전신거울을 아래쪽 거실에까지 끌고 왔다.



    "계단 내려오는 도중에 굴러 떨어지지도 않고 거울도 안 깨고 내려오다니.. 너 뭐 잘못 먹었냐?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걸."



    소나타가 거울을 내려놓고는 거울 한쪽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뭐? 그래서 아다지오보다 더 멋지게 넘어지기라도 하라고? 걔 그거 무지 싫어할걸? 알잖아. 대지 걔 자기보다 더 관심 받는 사람 있으면 무지 질투하는 거."


    "허, 그래 네 말 맞네. 만약 네가 그랬다간 자기가 더 관심 받겠다고 다음 무대에서 또 한 번 역대 급으로 자빠지고도 남을 얘지."



    아다지오는 이를 박박박 갈았다.



    "너희 둘 다! 자고있을때 목을 확 그어버릴줄 알아!"


    "진정 좀 해라 대지.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냐? 사소한 일이잖아."


    "아니~ 큰일이지롱~!"


    소나타가 끼어들자 아리아는 인상을 구겼다.


    "내 말은, 현실도피하지 말고 일단 네 이마부터 좀 보고, 얼음찜질부터 좀 하라는 이야기야. 자꾸 이렇게 흥분하고 지랄병을 하지 말고."


    "나 흥분 안 했거든!"


    "음... 저기.."


    소나타가 또 끼어들었다.


    "너 완전 흥분한 것 같거든.. 너 머리끝까지 화났을 때 말곤 저렇게 부들부들 안 떨잖아."



    아리아는 소나타와 눈빛을 교환한 후 아다지오를 쳐다보았다. 아다지오의 얼굴은 완전 상기된 채로,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거리고 있었고 혹을 집어넣어 없애기라도 할 작정인지 손으로 이마를 꾹 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아다지오는 서서히 이마에서 손을 때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이마를 바라보았다. 아다지오의 바램과는 정 반대로 크고 불그스름한 혹 하나가 이마에 떡하니 나 있었다.



    아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봤어? 그냥 몇 주만 얼음찜질좀 하면 사라질 혹이야."


    "우왕! 그럼 아다지오 이제 얼음여왕 되는 거야?"


    소나타의 말에 아리아는 히죽 웃었다.


    "헤, 방금꺼 괜찮았는데? 야 아다지오. 쿨하게좀 굴어. 뭐 이마에 얼음찜질을 해야 하니 안 그래도 쿨해지려나?"


    "풉.,..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나타가 갑자기 빵 웃음을 터트렸다.


    "너 좋아하는 3류 로멘틱 코미디 드라마 보라고 우리가 무려 TV도 양보해줄 테니까 기운 풀고. 물론 소나타랑 나랑 옆에서 열나게 놀려댈 테지만."


    "당연한 말씀!"


    "이렇게 보니 진짜 별 것 아니지? 그치 대지?"



    아다지오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과묵하게 거울의 자기 모습을 쳐다볼 뿐...



    "아다지오?"



    아리아가 약간 걱정되는 투로 물었다.


    갑자기 아다지오는 부엌으로 가더니 냉장고 냉동실을 벌컥 열었다.



    "아이스크림 내가 다 꺼내갈거야.. 방에 처박혀 영원히 안 나올 거니까 둘 다 그런 줄 알아."


    "야. 야. 아다지오. 너 지금 너무 과민반응하는거 아냐?"


    "맞아! 물론 거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널 보고 대판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리아와 소나타의 만류 아닌 만류에 아랑곳도 않고 아다지오는 두 팔 가득 아이스크림 통들을 껴안고 부엌을 나섰다.


    "그리고 아리아랑 나 말인데, 이 일 평생 안 잊을 거다? 펴엉~생. 우리는 영원히 살잖아! 영원히 안 잊어버릴 거라구!"


    아다지오는 무시로 일관한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라들이 다 망하고, 인간들의 문명이 다 사라져버릴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리아랑 나는 여전히 오늘 네가 자빠졌던 그 순간을-"


    '콰당!!!!!'


    "야. 쟤 들어갔다."



    아리아가 상황을 알려주자 소나타는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대지 쟤... 진짜 아이스크림 다 들고 간 거야?"


    "응. 완전 싹쓸이해가던데?"



    소나타는 한숨을 쉬곤 벽 한곳에 거울을 아무렇게나 기대두었다.



    "그럼 우리도 가보자."


    "뭣? 야 그냥 아다지오 혼자서 찌질대게 놔 둬. 신경써봤자 좋을 거 없다."


    아리아가 눈초리를 올리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소나타가 되레 큰 소리를 냈다.


    "달래러 가자는 거 아니야 이 바보야! 아이스크림 사러 나가자는 말이었다구!"


    "어...그래... 좋은 생각이네...답지않게스리..."


    아리아는 머뭇머뭇 자리에서 일어났다.




    +000000+






    사이렌들의 집 부엌, 외출에서 돌아온 아리아는 식탁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었다. 한 손에 들고 읽기 편하게끔 만화책을 약간 접어들고 읽고 있었고, 목이 텁텁할 때 언제라도 마실 수 있게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가 담긴 암청색의 컵을 앞에 두고서는 말이다.


    그 '산만한 헤어스타일'을 지닌 어떤 분이 멘붕에 빠졌을 때만큼이나, 아리아는 집 안에 정적이 흐르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사이렌들의 거처에서 정적이란 아예 드문 일이었다. 보통 한 명, 혹은 두 명 이상의 사이렌들이 노래를 부르던가, 아니면 서로 아웅다웅하던가 해서 소란스럽기 마련이었으니..


    아리아는 아다지오가 방에 들어가 안 나오고 있으니, 이런 정적을 더 오래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리아~!"


    완전 빗나간 예상이었지만..


    소나타가 와다다다 부엌으로 들어와선 신이 나다 못해 미친 강아지처럼 아리아 주변을 방방 뛰었다.



    "아~리아! 아~리아!"


    "이런 망할! 소나타! 저리 가! 훠이!"


    "이것좀 봐! 이 숟가락가지고 내가 신기한 것 보여줄게."


    아리아는 못 봐주겠다는 듯, 얼굴을 만화책으로 가려버렸다.


    "소나타. 가서 다른 놈이나 괴롭히라고."


    "봐봐! 봐봐!"


    잠시 후 부엌 안에 숟가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리아앙~ 왜 안 보는 거야앙!"


    "끙!"


    아리아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만화책을 내리고는 소나타를 쏘아보았다.


    "뭐?"


    그러자 소나타는 활짝 웃은 뒤 떨어진 숟가락을 주워다가 자기 코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숟가락은 허무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도대체 이 바보짓은 왜 하는 거야?"


    "으아. 이게 아닌데, 다시 한 번 해볼게."


    "아 좀 소나타! 그냥 좀 가라고!"


    소나타는 몸을 숙여 다시 숟가락을 집더니 다시 코에 숟가락을 올렸다. 아까와는 달리 숟가락은 제대로 코에 끼어있었다.


    "짜잔!"


    하는 동시에 숟가락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자알 한다. 그래 너 병신 해라."


    아리아는 다시 만화책을 얼굴 위로 올렸다.


    "이제 좀 가라."


    "저기이~ 아~리아."


    "아 소나타! 좀 닥치라고!"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소리 한번 들어볼래?"


    "그딴 걸 듣고 싶은 사이렌이 어디있-"


    "에엥ㅇ에에에에에-ㅇㅇㅇㅇ---에에엥ㅇㅇ엥에엥엥"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소리 한번 들어볼래?"


    "그딴 걸 듣고 싶은 사이렌이 어디있-"


    "에엥ㅇ에에에에에-ㅇㅇㅇㅇ---에에엥ㅇㅇ엥에엥엥"



    아리아는 책을 식탁에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만! 더는 못 참아! 아다지오를 당장 방에서 나오게 해야겠어! 그래야 네가 날 좀 덜 괴롭힐 거 아냐!"


    아리아가 씩씩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자 소나타는 찡그리며 그 뒤를 따랐다.


    "그치만.. 대지 걔는 지난밤부터 전혀 안 나오고 있는걸.. 지금은 거의 저녁 다 됐구.. 그동안 씻지도 않은 것 같은데 냄새 진짜 고약하지 않을까?"


    "걔 방에 화장실 따로 달려 있잖아. 기억 안 나?"


    "아 맞다! 그랬지! 차암 나도 정말, 아다지오랑 나만의 은밀한 재미를 보는 곳을 왜 잊어버렸을까?"


    아리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볼에 약간 홍조를 띄곤 소나타를 돌아보며 질문했다.


    "은밀한.. 재미를 보는 곳이라고?"


    "히히히 그래. 아다지오가 샤워할 때 나 가끔씩 거기에 몰래 숨어들어가거든."


    "...계속 해봐."


    "몰래 들어가선 샤워 커튼을 확 열어재끼고 부엌칼로 막 아다지오를 찌르는 시늉을 하는 거야. 이렇게 막 휙! 휙! 휙! 휙! 그럼 아다지오가 재밌어 죽어하더라니까."


    shower.jpg

    "몰래 들어가선 샤워 커튼을 확 열어재끼고 부엌칼로 막 아다지오를 찌르는 시늉을 하는 거야. 이렇게 막 휙! 휙! 휙! 휙! 그럼 아다지오가 재밌어 죽어하더라니까."

    (영화 '사이코'의 한 장면입니다.)



    아리아는 한숨을 푹 쉬곤 가던 길을 다시 갔다.


    "대지 걔가 가끔 홀랑 벗고 홀딱 젖은 채로 집안에서 널 쫒아다녔던게 바로 그거 때문이였구만.."


    "그렇지! 재밌지 않아?"


    방문 앞에 다다라 아리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름 재밌긴 하네. 그 점은 인정해주지."


    아리아는 방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저기 대지! 좀 나와 볼래? 이번엔 네가 소나타랑 놀아줄 차례거든?"


    "저리 가! 난 지금 볼품없단 말이야!"


    아다지오가 방 안에서 빽 소리 질렀다.


    "고작 이마에 혹 하나 생긴거가지고 왜 이래 진짜! 소나타를 좀 봐라. 시도때도없이 자빠지고 다리랑 얼굴이 상처투성이일 때가 허다하지만, 외모가지고 뭐라 하는 인간들은 없었잖아. 오히려 예쁘고 귀엽다고 좋아했지."


    "옳소! 그리고 사람 앞에서 넘어지는 걸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의 윤택.... 윤리.... 아니 윤활유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구!"


    "저 바보 말은 무시하고, 그러니까 내 말은.. 별 일 아니라니까 아다지오!"


    "이렇게 이마 정 중앙에 딱 나있는데 별 일 아니라니! 뭔 헛소리야!!!"


    "어이구... 야 대지!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그래? 누가 들으면 네 얼굴이 완벽 그 자체인줄 오해하겠다. 야."


    "내 얼굴은 완벽.....그 자체'였었'다구!"


    소나타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끼어들었다.


    "뭐... 내가 봐도 넌 꽤 예쁘긴 하지.. 근데 그런다고 얼굴에 잡티 하나 안 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유난이래 진짜?"


    "나! 얼굴에! 잡티! 따윈! 하나도! 안! 나거든!"


    아다지오가 쩌렁쩌렁하게 외쳤으나, 아리아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풉... 야. 야. 네가 암만 화장을 떡칠하고 다녀 봐라. 우리가 그걸 모를 줄 아나. 그리고 가린다고 잡티가 사라지기는 하냐? 아니잖아!"


    "내 말이!"


    소나타가 도의했다.


    "아 맞다! 전에 대지 코에 큰 뾰루지 하나 났던 거 기억나?"


    "헤. 그랬었지. 쳐다보거나 뾰루지의 '뾰'자만 꺼내도 화가 나서 지랄병을 하더니, 문득 방에 들어가 커다란 반창고 하나를 코에 붙이고 나왔던 그 때 말이지?"


    "히히! 응 맞아 맞아. 그 때 댄 핑계도 웃겼던 게, 자기 눈썹 정리하다가 코를 찔렀다고 했었단 말야? 나 참. 어떻게 눈썹 정리하다가 코를 찌를 수가 있어? 우길 걸 우겨야지."


    "그러게. 차라리 입가에 난 수염 깎다가 긁혔다고 하면 믿겠다."


    "우왕! 그럼 나도 깜빡 속아 넘어갔겠다! 대지 걔 수염도 났었지?"


    그 때 아다지오가 문 뒤에서 소리죽여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와 둘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야... 너 사람 달래는 거 진~~짜 못한다."


    소나타의 말이었다.


    "뭐..뭣?! 야! 네가 잡티 이야기만 안 했더라도 쟤는 나 덕분에 진작 나오고도 남았거든? 네가 바보짓해서 그런 걸 왜 나한테 다 떠넘기고 그래!"


    "저기요 아리아씨. 그런 댁이야말로 무의식적으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덴 일가견이 있는 분이시거든요? 아다지오를 거의 달랬다고? 핏. 퍽이나."


    아리아는 소나타를 노려보았다.


    "아 그러셔? 내가 해서 나오면 두고 보자!"


    아리아는 다시 아다지오의 방문을 돌아보며 외쳤다.


    "야 대지."


    "꺼이... 꺼이... 훌쩍.... 제발... 둘 다 나가서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날 좀 죽여줘! 아예 죽이라고! 이번엔 까다롭게 안 굴 테니까!"


    "저기.. 아다지오 들어봐.. 사실 난 네 머리가 진짜 산만하... 아니 진짜 멋지다고 전부터 생각해왔었거든.. 그러니까.. 나중에 내가 머리 한번 빗어줄게. 이번엔 무슨 물고기 잡는 그물에 걸린 것 같다고 불평 따윈 안 할 테니까.."


    "...."


    "그대로만 해.."


    소나타가 히죽 웃으며 재촉했다.


    "내가 네 머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아 이번엔 비꼬려는 거 아냐. 칭찬하는거라구.. 어쨌든.. 흠... '우와! 무슨 주황색 곰을 한 마리 때려잡아다가 자기 머리에 매달아놨나? 저런 무거워보이는 걸 맨날 달고 다니는데도 목통증을 한 번도 호소를 안 하다니, 역시 아다지오는 대단하네.'.... 라고 언제나 생각하거든?"


    "끅....잘....끅 하곸.....끅....있엌......"


    소나타는 입을 가리고 필사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막고 있었다.


    "무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몸무게 잴 때 그 머리 무개도 합쳐서 재는 거야? 그렇지! 분명 그럴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몸무게가 90키로나 나가냐? 아니.. 93이였던가.."


    "풉!"


    소나타가 못 참고 웃음을 약간 터트렸다.


    "아 좀 닥쳐봐! 지금 아다지오가 무슨 반응을 하는지 들으려고 하는 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헝! 흐헝! 허허허어어어어어어엉!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반응 딱 나왔네 나왔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나 사람 달래는 거 못하네 진짜..."


    "푸하하하핫... 아아.. 잠깐 눈물좀 닦고... 히히히히... 뭐 하고 있어? 계속 해봐. 열심히 하다보면 운 좋게 걸리는 게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아리아는 아다지오가 방 안에서 펑펑 우는 소리를 배경음악삼아 소나타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야. 그렇게 깐죽대지만 말고, 이제 네가 집적 해보지 그러냐?"


    "그런 말 할 줄 알았지! 가자! 타코 헛으로!"


    소나타는 명랑하게 계단을 내려갔고, 아리아는 툴툴대면서도 그 뒤를 따랐다.


    "타코가지고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 놀랍지도 않구만.."



    +00000+




    멕시코 패스트 푸드점에 갔다 오는 짧은 외출을 마치고 아다지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까지 다 쓰고서, 두 명의 사이렌은 다시 아다지오의 방 앞에 와 섰다.


    아리아는 소나타가 두 팔 가득 한 아름 안고 있는 타코를 보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보아하니 그 편지는 타코 포장지에 쓴 모양이었다.



    "잠깐 맞춰볼게.. 너 혹시 편지는 크레용으로 썼냐? 애도 아니고 진짜.."


    소나타는 자랑스럽게 타코를 싸고 있는 포장지를 들어보였다. 푸른색 잉크로 '기운 녜'라는 글씨가 삐툴하게 적혀져있었다.


    "아니! 물에 지워지는 매직으로 썼지! 전에 내가 크레용으로 입안을 예쁘게 색칠한 이후로 너희들 나한테 크레용 전혀 안 사주잖아."


    "끙.. 그 기억을 굳이 되살려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며칠간 더 악몽에 시달려야겠군."


    "천만의 말씀!"


    아리아는 소나타를 한번 쏘아봐주고는 소나타가 들고 있는 타코 꾸러미를 자세히 보았다.  "기운 녜"라는 글귀 외에도 각기 다른 색의 색깔로 각 타코 포장지에 "아기처럼 울지좀 마! 어휴!" "모두 다 격고 사는 일이야 근데 웨 이리 윤안을 떠러?" "너 혹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 안 징그러.(사실 좀 징그러)." 등의 문구가 난잡하게 적혀있었다.


    "이딴 걸로 아다지오를 지금 달래보겠다고?"


    "타코가지고 세상에 해결 안 되는 일은 없는걸!"


    "지금 네가 하는 짓을 보니 전혀 안 될 것 같단 말씀이지."


    소나타는 씨익 웃으며 아다지오의 방문 앞에 와 섰다.


    "잘 봐두시게. 신음을 좀 가져보게나 자매여."


    "잘 해 봐ㄹ... 아니, 신용이겠지 이 멍청아!"


    아리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새삼 이상한걸 깨닫고 딴죽을 걸었다.


    "그게 그거지! 바로 이 전문가가 하는 일을 눈 뜨고 잘 보기나 하라구!"


    소나타는 방문을 살짝 두드리곤 약간의 가성을 섞어 말을 꺼냈다.



    "아다~지오! 이제 그만 질질 좀 짜. 내가 그러지 마라고 맛있는 타코랑 편지까지 적어서 가져왔~다?"


    "저리 갓!"


    "실어, 네가 너무나도 걱정되는걸. 여기 아리아도 그런대."


    "난 아닌데.. 그냥 아다지오가 없으면 네가 날 하루죙일 귀찮게 할 것 같아서 그런 것뿐인데."


    소나타는 아리아를 무시하고 말을 계속했다.


    "아다지오! 아이스크림만 먹고는 못 살아! 내 말 믿어! 나도 아이스크림만 먹고 살려다가 배가 아파 그만둔 적 있어서 잘 알거든! 그러니 문 좀 열어봐! 나와서 타코 좀 먹어보란 말야!"


    "제발 좀 꺼져!"


    "헤, 저 말 들었냐?"


    아리아가 소나타를 돌아보며 빈정댔다.


    "아다지오 말 들어라. 당장 집에서 꺼진 다음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따위는 싹 잊어버리고 네 갈길 가라고. 너는 한 30분정도면 잊어버릴 테니 쉽겠네. 그거."


    "익~ 시끄러워! 남은 지금 아다지오를 나오게 하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구만."


    "그 거짓말 정말이야?"


    "둘 다! 당장 꺼져!" 찌질이든 징징이든 혼자서 하게 날 좀 내버려두라고!!"


    "아이고.. 그걸 그렇게 큰 소리로 하면 우리가 섭하지..."


    아리아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대며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나타는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근데 아다지오 진짜 안 나올 거야? 그럼 이 맛있는 타코는 어떻게 먹을 생각이야?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데."


    "널 위해 특별히? 웃겨... 그냥 아무 근처 타코집이나 가서 적당히 돈 주고 사온걸 가지고."


    "쉬잇..."


    소나타는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바람에 타코 몇 개가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졌다.


    "필요 없어! 꺼져!"


    아리아가 또 인상을 찌푸리며 빈정거렸다.


    "자알~한다. 네 계획에 아주 예상치 못한 '아다지오가 여전히 방에 틀어박혀 안 나옴'이라는 변수가 생겼구만. 그래서 그 맛있는 타코는 이제 어떻게 주냐?"


    "풉! 다 생각이 있지요!"


    소나타는 아래쪽 문틈으로 몸을 숙였다.


    "이 문틈 사이로 넣어주면 되지."


    아리아는 한쪽 눈을 치켜세웠다.


    "문틈 아래로? 소나타... 비율을 좀 생각해봐라. 이렇게 굵은 타코가 문틈 아래로 들어갈-"



    콰작!



    "-것 같냐....."


    소나타는 타코가 부서지든 말든 꾸준히 방 문틈에 타코를 쑤셔 박고 있었다.


    "아휴.. 아리아 너 진짜 멍청해!"



    아주 의외의 상대에게서 지적 수준을 무시당하는 말을 듣자, 경악과 분노가 아리아의 온 몸을 휘감았다. 아리아는 부들부들 떨면서 소나타를 내려 보았다.



    "방금 네가.... 날 멍청이라고 했어?!?!?!?!?"


    소나타는 고개를 끄덕이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이 된 타코를 계속 쑤셔 박았다.


    "그래. 방금 비율이니 어쩌구니 말을 했었지. 생각해봐봐. 그냥 타코만 주는데 그런 어려운 계산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해? 난 수학 따윈 믿지 않아!"



    아리아는 막막하여 천장만 쳐다보았다. 속에선 천불이 났지만 딱히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그저 한숨만 푹 쉬었다.


    "...도무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한 발상이라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구만.. 그래 네가 짱해라."


    소나타는 히히히 웃으며 다른 타코 하나를 또 문 아래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렇지? 나 좀 짱이지?"


    그 순간 아다지오의 경악에 찬 외침이 들렸다.


    "잠깐, 너 뭐하는... 소나타! 아..안 돼!"


    "돼!"


    아다지오가 만류를 하든 말든 소나타는 억척같이 타코를 밀어 넣었다.


    "아리아! 어떻게 좀 해봐!"


    "뭘 하라고? 소나타 도와서 타코를 문틈 아래에 집어넣으라고?"


    "날 좀 도와주란 말이야!"


    "아냐 대지.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소나타가 타코를 처넣는 걸 도와주는 편이 더 낫겠는걸. 빨리 나와. 더 이꼴 보기 싫으면. 타코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았다고."


    이제 소나타는 막 세 번째 타코를 쑤셔 넣으려던 참이었다.


    "하..항복! 아리아. 알았어. 나갈게. 나간다구. 그러니 제발 저 망할 타코녀좀 막아줘. 응?"


    "것 봐! 통할 거라고 했지?"


    "통한 거고 나발이고, 야. 타코녀. 아다지오 방문에 머리 찍고 싶지 않으면 빨랑 나와."


    소나타가 의기양양하게 말했고, 아다지오는 오만상을 지으며 소나타를 문에서 끌어냈다.


    아다지오는 문을 벌컥 열고 걸어 나왔다. 눈가에 칠한 마스카라는 번질대로 번져 턱까지 새까만 줄을 그리며 내려갔고, 거대한 곱슬머리는 전날보다 더 산발이 되어있었다. 아다지오는 이마에 난 혹을 가리고는 박살이 난 타코 위를 건너 걸어와 두 명의 사이렌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이제 기분 좀 나아졌냐?"


    "아니, 엉망진창이야!"


    아리아의 질문에 아다지오가 대답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서투르게 날 달랜답시고 하는 짓들을 가만히 받아주느니, 그냥 무대에서 넘어진 거랑, 그것 때문에 난 혹을 평범하게 놀림 받는 게 차라리 낫겠어!"


    "그래. 혼자 찌질대고 싶었는데 방해해서 정말 미안하다 아다지오."


    아리아는 씨익 웃으며 사과 아닌 사과를 건넸다. 아다지오는 뭐라 대꾸하려다가 그냥 눈살만 찌푸리곤 소나타를 돌아보았다.


    "네가 내 방문 앞 어지른 건 확실히 치우도록 해."


    "분부 받들겠습니다요. 대장!"


    소나타는 활짝 웃고는 타코의 잔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건 절대 먹지-"


    말이 무색하게, 타코 씹는 소리와 소나타의 흥에 겨운 콧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음~음~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다지오?"


    "관두자! 관둬!"


    아리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쌓인 분노를 비디오게임으로 푸는 건 어떨까? 무대 위 공개 꽈당녀 씨?"


    "하................................................................... 알았으니까 이제 그 건에 관해선 입 좀 다물-"


    "앗싸!"


    소나타가 타코의 변사체(?)에 대고 있던 입을 때고 벌떡 일어났다. 소스와 음식 쪼가리들이 난잡하게 입가에 붙어있었다.


    "잡티 투성이에, 머리는 산발에, 수염도 났고, 잘 자빠지는 우리 아다지오랑 같이 비디오 게임 한다! 신난다!"


    "진짜 좀 닥쳐줄래? 아주 잠깐만이라도 둘 다 닥쳐준다면 소원이 없겠거든."


    아다지오는 이를 마르고 닮도록 갈고 있었다.


    "그럼 내가 처음 찜!"


    아리아가 외치자마자 소나타는 미친 듯 한 스피드로 아리아 앞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질주했다.


    내가 먼저 가서 할거~다 뭐!"


    아리아도 허겁지겁 그 뒤를 쫒았다.


    "소나타! 너 컨트롤러에 침발라놓으면 가만 안 둘.. 엇! 비켜! 비키라고!"


    "너나 비켜!"


    아다지오는 해탈한 표정으로 두 명의 사이렌이 비좁은 계단을 어떻게든 서로를 재끼려고 밀고치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으아!"


    "끼야아아악!"


    곧 둘은 동시에 발을 헛디뎌 비명소리와 우당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층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이 재미있는 광경을 위층에서 오롯이 감상한 아다지오는 씨익 웃으며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린 체 계단에서 구른 둘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야야야야..."


    소나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삐져나왔다. 


    아리아와 소나타는 몸을 섞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아리아는 미간에 주름을 가득 잡고는 아다지오를 올려보았다.


    "한 마디도 하지마라 아다지오.."


    "누구, 저요?"


    아다지오는 그야말로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고고하게 바다를 누비는 사이렌에서 제 앞가림도 못 하는 발작증에 걸린 침팬지로 퇴화해버리는 바람에 계단 하나 제대로 못 내려가고 굴러 떨어졌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말라는 뜻이지? 잘 알아들었어."


    아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다지오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공개 망신을 당한 누구보다야 이 꼴이 더 나으니까 내가 참는다."


    "저렇게 저능한 뇌를 달고 다닐 바에야 차라리 공개망신 한번 당하고 말지!"


    아다지오가 질세라 말을 받았다.


    한편 소나타는 아리아 아래에 깔린 채로 부단히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아리아~아. 내려와~아! 네 옷에 달린 가시에 내 배를 좀 심하게 찔렸단 말이야~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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