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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니 모습이 이렇게 변해있었다.
>어쩔래?
4chan의 포니 변신 스레드는 전에 번역한 '태양이 내려준 선물' 팬픽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이 포니로 변했을 때 일어날 법한 해프닝과 포니로 변한 이후의 자신에 관한 자아성찰, 혹은 자아붕괴, 아직도 남아있는 인간성에 대한 갈등, 기타 포니로 변했을때 일어날 모든 가능성을 다루는 스레드입니다.
뭐 잡설은 그만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럼 재밌게 보세요 ^^
*이 사이트는 일단 전연령 사이트이기 때문에, 성적 묘사의 농도가 심한 부분은 일단 걸러내고 올렸습니다. 무삭제판은 알아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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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
귀가했다. 진심 젠장맞도록 더운 날씨였다.
때는 한 여름이다. 열대야다. 안 그래도 난 더운거라면 딱 질색을 하는 성격인데, 땀이 나고 가려운 후덥지근한 이 와중에도 안에서 더위를 가시게 할 방법도 딱히 없으므로 더 짜증만 났다.
에어컨을 키려고 해도 전기세가 아까워 못 킨다. 그냥 휴대용 선풍기를 켜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음만 하염없이 음미하고 있을 뿐이다.. 나 참...
가방을 소파 아무데나 휙 던져 두고, 냉장고를 열었다. 음료수 한 캔이랑 과자 한 봉다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뒀다. 오늘의 캠퍼스 라이프는 여타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지루하기만 한 일과였고, 오늘 주간 알바는 또 더럽게 힘들어서 사람 진을 쫙 빼놓을 정도였고, 밤중에는 또 할일 없이 잉여하게 누워있고.. 아무렇게나 축 늘어져 누운 채로 노트북으로 겨우 손을 뻗어 전원을 켰다.
평소에 습관을 들였던 대로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잘 다니는 사이트에 글이 새로 리젠되어있는지가 주요 확인 요소다. 4chan 쪽을 확인해봤다. 이 잉여새끼들이 뻘글만 쌀 뿐 재미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빠르게 관뒀다. 이 곳에서 잉여짓하는 미쿡놈들이 날 좀 웃겨줘야 아무래도 살 맛이 더 나겠는데도 말이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 뒤로 뒹구르르 누웠다. 헤드폰을 벗을 생각도 안 한채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게임이나 할까?.. 에라.. 그것도 귀찮다....
문득 인생에 대한 회한이 찾아온다. 그렇다. 문득 요새 맨날 같은 일만 챗바퀴 돌듯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가고, 알바 하고, 씨발 한두시간 쯤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딸 치고 자고... 완전히 회색빛 인생이라서 내 성격도 이리 암울해지나 싶다.
일단 내 꿈인 컨셉 아티스트직을 맡으려면 대학을 졸업해야 되는데 대학 등록금은 더럽게 비싸고, 거지소굴이나 다름없는 아파트 집세 내는 데 드는 돈이 싸냐 하면 또 아니고.. 이렇게 금전적으로도 쪼들리는데 만사에 의욕마져도 안 생겨 여가시간에 뭘 할 기운조차도 안 난다.
음료수 캔을 다 비우고 거한 트림을 뱉어냈다. 아무렇게내 캔을 구긴 후 쓰래기통에 던졌다.
빗나갔다..
아오.. 내 인생 왜 이래 진짜!! 나는 누워서 아둥바둥거리며 짜증 섞인 괴성을 질러댔다. 내가 깔고 있는 침대 메트리스도 내 인생마냥 삐걱거린다.
갑자기 폰에 진동이 왔다. 보니까 내 친구 닉이 문자를 보낸거였다.
"여 무짜! 금요일날 올꺼여?" (*Muzza는 영,호주권의 이름 Murray의 애칭. 참고로 이 팬픽 쓴 사람은 호주사람임)
"그래야겄다.. 존나게 놀아야 기분이 좀 풀릴랑가.. 제니도 온대냐?"
"온대니까? 너 씨발 매너없게 추리닝 입고 오지 마라 ㅋ 아주 광란의 밤을 지내보자고"
"좆까 씨발아 ㅋ, 그때 보자."
폰을 내려두고 또 한번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난 그런 부류의 파티에는 별로 끼기 싫었다. 귀청떨어지는 음악에, 꽐라들에, 약에,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병신들까지.. 완전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제니가 온다고 하니까 가는 거다. 걔는 매력적인 타는 듯한 붉은 머리에, 똑똑하기까지 하고, 슴가는 또...... 내가 본(야동 배우나 연예인들을 제외한)중에서도 매우 큰 끝내주는 여자였다.
약간 통통하긴 했지만 비만 정도는 아니고, 그냥 보기 귀여울 정도로 좋았다. 딱 봤을때부터 점을 찍어두고는 있었지만, 희한하게 썸을 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런 난장판 파티에서 말을 붙이는 건 별로 로맨틱한 접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말을 일단 붙여놓으면 다음번에는 좀 덜 어색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갑자기 skype 폰 채팅 신호음이 울려 생각에서 깨어났다. 부재중으로 설정해 놨는데 어떤 놈이 메세지를 보낸 건지, 그리고 skype쪽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아예 없는데도 말이다.
보니까 '변성'이라는 사람이 보낸 대화 요구 메시지다.
대체 누구야? 스팀 친구 중 휴대폰 메세지까지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고, 아까도 말했듯 내 친구 중 skype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손을 잠시 입으로 가져다 댄 후 약간 생각을 좀 하다가 채팅창을 열어 보았다. 소개문 비슷한 게 적혀져 있었다.
"머레이 그리피스 귀하, 곧 수송 작업이 시작될 것이니 귀하의 주거지를 떠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지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변성 주식회사' 백
뭐야, 이 수수께기같은 문장은? 약간 소름끼치기까지 한 메세지였다. 오늘은 금요일도 아니고 밤에 집을 나갈 생각따윈 없지만, 그래도 이 메시지를 보니 괜히 불안해졌다. 생각해보라 당신의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내일 당신을 찾아간다는데 소름이 안 끼칠 사람이 있을까? 여튼 지랄맞도록 소름끼치는 메세지였다.
대화 수락 버튼을 누르고 그 놈에게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그 '변성'이라는 놈은 오프라인 상태였다.
"뭐여.. 그럼 못 물어보는 건감?"
혼자서 중얼거린 후 노트북을 끄고 다시 원래 있던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시간이 몇신지 궁금해 시계를 보았다. 12시 54분이다....
이런 썅!! 집에 온게 7시고 온 뒤에 인터넷 서핑좀 한게 다인데 벌써 1시가 다됐네?
시간을 보니까 갑자기 잠이 밀려오길래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뭐가 뭔진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뭐 심각하게 생각할 꺼리는 아닌 듯 싶었다. 그냥 누군가의 장난질일 게 분명하니 마음 둘 것 없다-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서도 내심 불안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그냥 잠을 자기로 했다.
옷을 다 벗고 침대에 대짜로 누웠다. 다리 아래로 침대 시트가 감겨오는게 느껴진다. 오늘같은 날씨에 뭘 더 깔고 자기엔 너무 더운 날씨지만 희한하게도 죽도록 피곤해서 그랬나 별 불편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대로 곪아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꿈을 꿨다. 지독하게 이상하고 고통스러운 꿈이였다. 기묘한 소리랑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변조된 음성의 대화들이랑... 그리고... 말(馬)? 말 비슷한 걸 본 것 같은데.. 어쨌든 상식적으로 이해가 돼지 않는 꿈이였고, 실질적으로 아프다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꿈이었다. 무슨 종류의 고통인지 설명하기는 불가능 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래도 꿈에서 깰 생각도 하지 않은체 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시야가 오묘하게 뒤틀어지는 걸 느끼며, 곧 나의 무의식마저도 무저갱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일어났다. 약간의 두통끼가 드는 건 덤이었다. 사실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욱씬욱씬한 통증 말고도 본능적으로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몸이 좀...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뼈 마디 하나하나가 다 다른 곳으로 옮겨간 기분이 들었다. 손 발이 말 그대로 오그라든 기분이 들어 펴지질 않는다..
갑자기 눈이 확 뜨였다. 혼란스러웠다. 누가 나를 납치해서 못 도망가도록 뼈라도 부러트려놨나?
이렇게 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더 희한한게 있었는데 온 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러운 담요로 둘러쌓인 것 같고, 그것도 꽉 껴서 갑갑한 기분이 아닌 원래부터 몸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현기증이 난다.....그만... 더 이상 그것에 관해서 신경을 쓰면 아주 돌아버릴 것 같아 신경을 끊기로 했다.
그 대신 또 뭐가 변했는지 상황 판단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몸이 벌벌 떨려왔다. 원래 내가 살던 방이 아닌데?! 물론 똑같은 침실이긴 침실이지만, 내 방 벽지는 연보라색이 아닐 뿐더러, 가구도 이렇게 많지 않았다!
어두워서 이정도밖에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왼쪽 머리맡에 등이 하나 있는 것 같다. 그걸 한번 켜 봐야겠다.
등을 키려고 갖은 애를 다 썼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평소처럼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다친것마냥 아프지는 않았고 어쨌든 움직일 수는 있었길래 누가 내 뼈를 다 부러트려놨다는 가설은 틀린 셈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손가락이랑 발가락을 왜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리고 왜 아까부터 계속 내 몸 자체에 이질감이 드는 것일까?
몸만 계속 꿈틀거리다가 결국 어떻게 오른팔이 등에 닿아 스위치를 키려고 팔을 뻗었는데.....
세상에....
내 팔이...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는.... 완전히 뭉특한 모양새의 실루엣이다....
그리고 평소에 구부려지지 않는 방향으로 팔이 구부려진다....
'세상에.. 내 몸에 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지만, 일단 경악은 접어두고 불을 켜기 위해서 등의 커다란 버튼으로 팔을 가져다 댔다. 갑자기 방 안이 확 밝아져서 눈을 찡그렸다. 익숙해질까지 벽을 보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보는 게 어쩐지 두려워졌다.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후,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인간의 형태가 아니였다. 그 점은 뻔했다. 왜냐면 내 몸은 밝은 분홍색 털에 쌓여 있었고, 목은 너무 길어졌고, 발은 아주 몽툭해졌으니까!! 정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더 내 몸은 더 괴이하게 변해 있었다.
약 20년평생을 통틀어봐도 지금 내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한 생명체는 본 적이 없었다. 다시 한번 몸을 돌아보았다. 팔은 다리와 비슷하게 변했고, 끝부분은 원형인게 아무래도 발굽 비슷한 것 같다. 털로 뒤덮혔다는게 좀 다르지만.. 나는.... 핑크빛 털을 뒤집어쓴 발굽달린 괴물 비슷한 걸로 변한 것 같다...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돌아보니.. 파란색 꼬리로... 바로 내 몸에 달린 꼬리였다...내 몸이.. 완전.. 외계인처럼..변해버렸다!!
실로 비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나는 여자애들처럼 비명을 질렀다. 사내놈이 비명을 지르다니 쪽이 팔릴 노릇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비명을 안 지를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아무리 여자애들처럼 비명을 질렀다지만. 이건 너무 여자 목소리 같다.... 또 한번 혼란스러움과 현기증이 올라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손이었던 내 앞발을 들어 몸에 난 털을 계속 긁어냈다. 벗겨내려는 것이다. 원래 나한테 나 있던 것이 아니니까, 벗겨내야 한다.. 갖은 애를 다 썼지만 그저 아프기만 할 뿐, 털은 아직도 수북하게 나 있었다. 포기하고 팔을 내렸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침대맡에 머리를 묻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내 예전 목소리보다 몇 악센트 더 높은 목소리였고, 그 점 때문에 더욱 더 슬펐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졌기에?
갑자기 덜컥 하고 방문이 열렸다. 화들짝 놀라 침대 아래로 내려가 숨었다. 이런 모습은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괴물을 누가 보면 실험용으로 실려 갈 것이 뻔할 테니!
..하지만 들어온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갈색 털가죽의 말 비슷한 생명체였다. 흰색 갈기와 꼬리를 달고 있었고.. 이마에 난건... 설마... 뿔이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 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코랄 팔레트 씨.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남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목소리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저 말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알려준 적도 없는데...
....고개를 흔들고 다시 생각했다. 대체 왜 나는 '코랄'이라는 내 이름에 무언가 위화감 같은걸 느끼는 것일까? 나는 내 약 20평생을 '코랄 팔레트'라는 이름으로 지냈는데, 왜 이렇게 낯선 이름을 듣는 것 같지?
잠깐.. 이거 이상해.. 코랄 팔레트라는 이름은 보통 사람이 쓰는 이름은 아니다. 전에 엄마도 날 이런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으니, 이건 절대 내 이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 이름을 떠올려보자니.. 코랄 팔레트라는 것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씨발.. 내 진짜 이름이 왜 기억 안 나는거야?!!
나는 나를 찾아온 의문의 방문객에게 다시 시선을 집중했다. 화가 나 머리에 피가 쏠렸다. 저 말이랑 내 몸이 비슷한 걸 보니 아마 저 놈이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거야! 뒷발로 확 걷어차불기전에 말해!!"
절규하듯 성질을 부렸다.... 갑자기 뭔가 기묘한 기분이 들어 입을 내 앞발굽으로 막았다.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다! 아까침도 분명 이상한 점은 얼핏 느꼈지만, 그저 아주 긴장해서 목소리가 가늘어졌거니 라고 간신히 생각하며 넘어갔는데... 그런게 아니다.. 그런게 아니었다.. 목소리마저 더 높고 부드러운,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목소리도 그렇지만.. 왜 내가 '뒷발로 걷어 찬다'라는 말을 한 걸까?
"뒷발..뒷발로..걷어..차..
웅얼거리며 내가 한 말을 다시 해 보았다. 무언가 해서는 안될 욕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뒷발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다니.. 내 이름뿐만 아니라 내가 알던 어휘마저도 갑자기 변해버린 건가?
"팔레트 양, 진정하시죠. 그런 심한 말을 할 것 까지야 없지 않습니까?"
여전히 사무적인 태도를 잃지 않은 채로 갈색 털가죽의 말이 말을 이었다.
거사가 끝났다. 서로 침대에 같은 침대에 등을 대고 있다. 나는 이글의 강인한 앞발에 내 몸을 맡긴체로 누워 있었다.
"음.. 더 기분 좋게 해 줄 수도 있었는데, 내가 아직 좀 부족하네.. 미안해다 코랄.."
사실, 아직 약간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했다. 더 욕심을 부릴 것은 없었다. 그이의 볼에 빠르게 쪽 하고 키스했다.
"으음, 아냐 자기야. 좋았는데 뭘.."
이글을 '자기'라고 부르니까 기분이 묘했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뿌듯한 기분이랄까, 하긴 이제 이글은 내 것이고, 나는 이글의 것이 되었으니까..
그이가 나를 더 꼭 껴안는다. 그리고 약간 생각에 잠긴 투로 나한테 질문했다.
"정말.. 이제 괜찮겠어? 나랑 같이 평생을 살아도?"
나는 괜한 소리를 한다는 듯 그이의 얼굴에 내 앞발을 올리며 말했다.
"으응.. 여기에 내 의지와는 상관도 없이 끌려왔다지만.. 이제 더는 신경 안 쓸거야.. 솔직히 그 전에 내가 어땠는지도 지금은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뭘.. 만약 내가 마법때문에 세뇌가 되어서 그런다고 해도, 그래도 괜찮아. 이보다 행복할 일이 전에는 없었으니까. 자기는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숫말이고, 난 자기랑 같이 평생을 함께 살 거야!"
이것이 지금의 나였다. 나는 이글 아이와 평생을 함께 보내길 간절히 바랬다. 내 앞에 펼쳐진 미래는 한없이 밝기만 했다. 아아.. 너무 행복해서 아찔하기까지 하다..
안심이 되었는지, 이글은 약간 풀어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선 내 갈기를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그럼 사랑해 코랄!"
"나도 사랑해 이글!"
후일담
입에 붓을 물고는 캔버스를 색칠하다가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 다음 무엇을 그릴까 고심하다가, 고층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이 내 마음을 스쳤다.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보았던 호주 멜버른 시의 정경이다. 오로지 단편적인 기억들만 남았을 뿐이지만, 미술 작업을 하는덴 그정도로도 충분했다.
많은 비평가들은 내 작품들을 두고 "구성미를 겸비한 상상속 도시의 풍경이 뛰어나다. 화가의 창의력이 인상깊다"라는 호평을 내렸다. 맘에 쏙 드는 비평이다. 그 덕분에 그림값으로 돈은 앞으로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벌린다.
그리고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생각보다 쉬워서 놀랐다. 나의 '큐티 마크'는 팔레트 위에 분홍색과 파랑색 물감이 칠해져있는 모양새였다. 내가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징표였다. 그리고 내 이름과도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잠시 붓을 놓았다. 남편이었다. 경비병 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어쩜 이리 멋져보일수가 없다. 잠시 물통을 아래에 내려 놓고 환한 미소로 그이를 맞았다.
다가와서 그이를 한껏 껴안았다. 그이도 나를 힘껏 안아주었다.
"출근하려구?"
볼가에 살짝 키스를 하면서 내가 물었다. 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오늘 교대시간이 조금 일찍 잡혔거든, 4시경에나 퇴근할거야."
다시 그이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출근 전까지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었던 것이다. 살짝 몸을 뺀 후 그이가 싱긋 웃는다.
"난 말이지. 진짜 전 캔털롯을 통틀어 가장 운이 좋은 놈인 것 같아. 자기도 내 맘 알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옆에 있는 어떤 포니랑 결혼해서 운이 좋다고 하는 거지? 그렇지?"
나는 나를 자연스럽게 '포니'라고 지칭한다. 별로 어색할 것도 없는 일이다. 나는 원래 포니 아닌가..
그이가 활짝 웃는다. 작별하기 전에 한번 더 볼에 입을 맞춰준다.
"아참, 실버 스크립트좀 깨워주라. 곧 학교 가야 되니까. 그놈이 아빠 말을 통 안 듣더라.."
"내가 깨울께, 그럼 잘 갔다 와? 몸 조심히 보내고.."
"아니, 자기가 더 조심해. 아참! 일 하느라 너무 무리하진 말구. 알았지?"
다시 한번 자상하게 웃은 후 이글은 집을 나선다. 경쾌한 발굽 소리를 뒤로 한 채 그이는 직장으로 떠났다.
잠시 흐뭇한 한숨을 쉬었다. 정말 난 운이 좋은 암말이야. 화목한 가족에, 아늑한 집에, 정말 이게 현실인지 발굽으로 내 머리를 한번 쳐 보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나날이었다.
잠시 캔버스를 뒤로 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빨간 털가죽의 페가수스 암망아지가 식탁 위에서 우유 부운 시리얼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나를 쳐다보더니..
"좋은 아~침 엄마!!"
하고선 나한테 갑자기 와락 달려들었다. 날갯짓을 하는 바람에 더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선 내 목을 힘껏 껴않는다.
"아앗!"
목에 체중이 실려 나는 약간 비틀거렸다. 나는 방긋 웃으며 그 아이를 목에서 때어냈다.
"이런! 조심해야지 라스베리! 엄마는 네 동생을 몸에 품고 있어서 말이지, 갑자기 달려들면 안 돼요. 너도 잘 알지? 응?"
나는 조심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라스베리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두배로 더 안아줘야 돼겠네요!"
애들은 참..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여운 대답이다.
"그럼 슬슬 준비해야지. 학교갈 시간이잖니."
딸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친구들과 뭘 할건지 조잘대면서,
흐뭇하게 웃으면서 딸이 싸그리 비운 그릇을 싱크대에 집어 넣었다. 설거지는 조금 있다가 해도 될 것이다. 거실을 가로질러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노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 세상에, 이게 다 뭐람. 방 안에 펼쳐져있는 난장판을 밟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창가에 나 있는 블라인드를 올렸다. 햇볕을 좀 쬐도록 말이다.
짜증을 내는 듯한 소리가 이불 아래에서 들려온다. 이불을 들춰냈다. 그러고도 안 일어나고 배기겠어..
"일어나렴 실버, 엄마가 한번 말 할때 들어."
다시금 짜증 섞인 푸념이 이어졌다. 그러더니 아들은 다시 고개를 축 내리고 침대 시트로 자기의 머리를 가린다. 앞주둥이가 침대 시트를 뚫고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치워버렸다. 다시 짜증섞인 푸념, 나는 웃으면서 활기차게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러지 말고 순순히 8시까지 학교 가는게 좋을텐데? 또 늦으면 큰일나요!"
그러고 나선 방문을 나섰다. 어짜피 아들이 곧 일어날 거라는 건 아니까, 선생님에게 아들이 지각했을 때 엄하게 꾸중하라고 말을 저번주부터 해 왔으니 아들도 따끔한 맛을 보기 싫으면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아이들까지 학교로 보내고 나면,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끝낸 다음, 못 그린 그림을 마저 완성해야겠다.
갑자기 내 안의 아기가 발로 내 배를 살짝 찼다. 기분 좋은 신호였다.
아아.. 이보다 완벽한 삶은 더 이상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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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결국 행복하게 살긴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아주 찝찝한 엔딩입니다. 어떻게 보면 원래 자신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누군가의 필요로 인해 본성이 변해버린 샘이니까요.. 뭐 컨셉 아티스트라는 인생(아니 이제 마생이지만)의 목적을 이루긴 했지만..
여러분이 만약 저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떤 반응을 취하게 될까요? 원래 자기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변해버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현실과 타협하고 말 건가요? 아니면 어떻게든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건가요?
그리고 갑자기 반대 성별이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저는 고자되기 하면 허망감을 못 이겨 자살할 것 같습니다.
제가 흥미 유발용의 팬픽에 너무 쓸대없이 진중한 의문을 품는 것 같군요. 그냥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쓸대없는 설명 그 1 :작중 화자가 꿈꿨던 컨셉 아티스트는 이런 걸 그리는 사람들입니다.
게임같은 걸 만드는 데 참고가 되어야 하므로, 그림을 아주 디테일있게 그려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쓸대없는 설명 그 2: 미쿡 쪽에서는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타 영어권 국가의 악센트에 페티쉬를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본문의 이글이 '올 님 홀스트레일리아 포니네요'라고 좋아하는 내용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의 화자의 억양은 대충 다음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성일 때
두 캐릭터 다 영어판 기준으로는 호주 억양이지요.
그래서 번역할때 화자의 대사를 다 사투리로 처리하려다가 사랑고백씬에서 너무 깰까봐 도중에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