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돌이를 품에 안고부터 그 전까지는 예사로 보고 넘기던 길 위의 동물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후 9개월 째 매일매일 동네 길냥이들의 저녁식사를 책임지고 있어요. 동네에 길멍이는 없는데, 길냥이는 꽤 보여서...
매일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동네주민들의 눈을 피해서 으슥한 몇몇 장소에 냥이사료와 물을 준비해 준다. 다음 날 새벽 6시 경 동네주민들의 눈을 피해서 길냥이 밥&물그릇을 회수한다. 냥이 식사 자리를 정리한다. 길냥이들과 개인적 친분을 가지지 않는다. 쓰다듬 등의 신체접촉 금지. 길냥이들의 인간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 이 원칙을 지키며 매일 길냥이 저녁급식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카오스? 고등어 무늬라고 하나요? 털색이 여러가지 섞인 작은 길냥이 한 마리가 너무너무 맘을 아프게 하네요.
9개월 밥을 준 다른 길냥이들은, 이제 저를 알아보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데, 얘는 처음부터 저를 보고 냥냥냥~ 배까지 까 보이고 제가 밥을 주러 갈 때 마다 급식장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다른 길냥이들은 제가 밥 주는 시각을 알아도 그 장소에서 대기하진 않거든요. 제가 밥을 주고 돌아서면 그제야 밥그릇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고등어 녀석은 유달리 제게 친근감을 나타내더니만, 오늘 새벽에 급식장소를 치우고 돌아오는 길에 저를 계속 따리나서더라고요. 데려가달라는 듯이.
맘이야 녀석을 답싹 모셔오고 싶은데... 제가 키우는 진도믹스견 진돌이는 절대 고양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에요. 밤산책을 나갈 때마다 길냥이들을 보면, 사냥본능이 깨어난 듯이 이빨 갈면서 뛰어들거든요.
... 혹여 대구 서구 비산동&내당동 거주민들 중 길냥이에게 호의적인 분... 카오스 혹은 고등어 쯤으로 보이는 갈색, 회색, 검은색 삼색 섞인 여냥이 한 마리 거두어 주실 분이 있으신가요?
아마 이 녀석은 길에서 오래 못 버틸 듯 해요. 다른 길냥이보다 상대적으로 몸집도 작아서, 먹이경쟁에서도 늘 밀리고...
이 녀석을 거두시겠다는 분이 나서주신다면, 제가 녀석을 잘 잡아서(?) 기본 병원 진료 후 작은 사료와 간식 정도는 안겨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