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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ㅈㅇㄷ 당원게시판
거울 나라의 심블리
어렸을 적 놀이동산에 가면 꼭 들리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이킹 같은 스릴도, 귀신의 집 같은 공포도, 후룸라이드 같은 시원함도 없지만 어린 아이들에겐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 곳이었지요. 아직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절, 그 곳에 들어가면 다양한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떨 땐 키다리 홀쭉이가, 어떨 땐 난쟁이 통통이가. 갑자기 왼쪽 오른쪽의 구별이 없어지고, 재밌어 깔깔거리다 보면 손잡고 있던 엄마가 등 뒤에서 괴물처럼 툭! 튀어나와 놀라서 소리치곤 했습니다. 동심이 살아있던 시절, 거울의 집은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마술쇼처럼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거울의 집은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운 곳입니다. 단순히 거울들을 여러 개 배치하고, 때로는 바닥을 기울여 함정을 만들어 놓지요. 그 트릭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지만, 다 큰 어른들에겐 추억을 되살리기도 버거워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하는 놀이기구지요. 그래도 갑자기 인기가 없단 이유로 거울의 집을 헐어버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 몹시 섭섭할 겁니다. 과거의 추억만으로도, 그 즐거움만으로도 놀이공원 한 켠의 먼지 낀 거울의 집은 있을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제 방에는 아주 작은 손거울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그 거울도 잘 안 봅니다. 씻고 나서 화장실에 있는 큰 거울을 보고 정돈하고 나면 볼 이유가 없으니까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쓸데없이 많은 거울이 필요할 이윤 그다지 없습니다. 만약 온 집안에 거울이 가득한 인테리어로 꾸민 뒤 한 달만 가둬둔다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몹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추억의 놀이기구가 아니라 광기에 가득 찬 고문실로 느껴질 겁니다.
사람이 거울을 볼 땐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샤워를 하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한번 보고, 화장을 하던 피부를 가꾸던 한번 보고, 용변을 본 뒤 손 씻고 슬쩍 머리를 손질하며 한번 보고, 짜장면 먹은 뒤 입가에 묻었는지 한번 보고.. 이러한 용건을 본 뒤의 거울은 우리와 별 관계 없는 유리벽에 불과한 것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광인이 달려와서 억지로 거울을 들이민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까요? 도를 알고 계시냐는 말도 짜증나는데, 뜬금없이 거울을 보라고 강요받는다면요. 그저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에게 거울을 봐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졌을 때, 당신은 그 미치광이를 피해 집으로 달아날 겁니다.
그런데, 급하게 도어락을 열고 들어간 우리 집이 온통 거울이야. 바닥부터 천장까지, 수십개의 눈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어. 근데 그게 당신의 얼굴이라면, 졸도하고도 남으실 겁니다.
요 근래 최악의 유행어를 하나 꼽자면, 전 단 일초의 고민도 없이 미러링을 꼽을 겁니다. 전 배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향은 할 수 있죠. 개인의 신념이 바뀐다는데, 그 힘든 결정을 한 사람에 대해 박수를 쳐줄지언정 욕설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뜬금없는 배신, 이유 없는 배신만큼은 제대로 된 사람이면 할 만한 것이 아닐 겁니다. 진보정당에 들어온 뒤로 모두의 인권을 위해,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정의당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 연대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등을 찌릅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그 배신의 이유는 다름아닌 미러링이라는 행위라고 합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논평으로 말미암아 이 당에 균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진설계 되지 않은 이 작은 당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셈입니다. 중국 15억 인구가 한꺼번에 책상에서 점프하면 지진이 일어난다고들 하는데, 문예위의 몇 명이 점프 한번 했다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잔해 속에서 다시 일어나고자 바닥에 손을 짚은 사람들은 아픔을 느끼고 손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 유리 파편은 이 당에 숨겨져 있던 진실입니다. 노란 벽지로 도배되어 몰랐던, 거울로 된 벽이 무너져서 생긴 거울의 파편이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당의 거울들은 무엇일까요?
전 약자입니다. 모두와 함께 연대하고 싸우기 위해 이 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당은 저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메갈리아의 페미니즘도 이해해 줄 만 하다고. 언제부터 페미니즘이 태어날 때 결정된 성을 가지고 가치를 정하는 분파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을 믿었습니다. 저런 헛소리를 근거로 한 혐오주의 집단으로부터 날 보호해주리라고. 거울을 들고 달려오는 메갈리아와 문예위의 대표자들로부터 당원들을 지켜주리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이 당이야말로 거울의 집이었습니다. 그저 태어날 때 남자란 이유만으로 혐오되어야 한다는 정신병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집안에 전신거울 한두 개는 있을 수 있다 생각하고 옆을 돌아보자, 온 집안에 거울이 가득 찬 걸 보게 되었습니다.
정의당은 정부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에 대한 정책들에 대하여 거센 비판을 해온 정당이었습니다. 오늘 있었다던 높으신 분들의 회의에서도 노회찬 원내대표가 정부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위원회의 ‘일부’가 여군을 성노예로 그린 만화를 그린 사람을 리트윗하고 그 의견을 널리 알렸을 때, 이 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그 잘못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표명했나요? 한국군 여자 성노예를 그려낸 뒤, 이를 리트윗하여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하여 알리고자 하는 미러링의 일환이기라도 했나요? 도대체 왜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던 건가요? 그러고서도 정부의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뻔뻔하게 비판할 마음이 들긴 들던가요?
이 당엔 계파가 여럿이 있다고들 합디다.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게 인천연합이 있고,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폐족이라 부르는 참여계가 있다 카데요. 유시민 당원이 방송과 작품으로 고군분투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긴 하나, 실제론 당의 높으신 분들 중에는 올라가지 못하신 듯 합니다. 정의당은 오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는 집단에 대해 비판하길 주저했고, 결국 회의 결과에서도 그들에 대한 단절 선언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 중에도 참여계를 자처하시는 분이 계셨다면야, 그리고 그 분의 마음 한 켠에 노통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다면야 그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텐데.. 일베에 대한 미러링의 일환으로 노통이 짖밟히고 으깨져도 참여계가 함께하는 정의당이 별 목소리 내지 못하는 건 도대체 어떤 이유인가요?
정의당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언론 개입에 비판적인 정당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미러링이었을까요, 한 언론사의 기사에 대하여 ‘이 점이 잘못되었다’, ‘이 점에서 오해가 있다’가 아닌 ‘거 내가 도와달랬는데 이러기요? 댁들 출입 금지야’라고 협박을 했다데요. 그런데 그 변명이라는 것이 ‘금지가 아니고 그만큼 무서움을.. 어흥!하고 줬다는 거지 거..’ 정도의 뻔뻔함이었다데요. 아…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아니긴 하니까, 그 방식만 미러링으로 빌려온 것이었나요? ‘국회의원’이 언론에 개입한 것이 문제지, 정당 차원에서 언론을 차별하고 협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던 건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미러링은, 이 당의 여성 리더인 심상정 상임대표가 이 나라의 여성 리더를 미러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통, 불통! 그렇게 현 정권 수장의 불통을 비판해온 정의당의 여성 리더께서 이제 당원들을 상대로 불통의 끝을 보이고 계신 겁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들에 대해선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을 환대하는 들러리들만 만나신 대통령님처럼, 당원들이 대표에게 논란에 답변할 의무를 요구할 때 그저 팬클럽을 만나는 데 전념하셨지요. 그리고, 오늘도 결국 당원들이 가장 절실하게 답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핸 일언반구도 없이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당의 팬클럽을 ‘심크러쉬’라고 지으신 모양입니다만, 제 눈엔 그저 당신은 ‘심근혜씨’로 보일 뿐입니다. 당신의 그 미러링은 당원을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대선에서 정치인 심상정이 얻고자 하는 이익을 위한 것인가요? 당원은 결국 깔아놓고 들어가는 한 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가요?
정의당은 거울 나라였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노동자를 위한 구호와 독재자를 비판하는 삐라로 감추어진, 소수자에 대한 보호와 약자에 대한 배려로 감추어진 거울들로 가득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당의 문화예술위원회가 일으킨 지진으로 당이 무너지자, 그 파편들이 이제서야 쏟아져 당원들에게 박혀 아픔을 주고 있는 겁니다.
전 이 미치광이 거울의 집에 모든 희망을 잃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이란 것조차 기만이라는 걸 알게 되니, 그 모든 구호의 진의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대신 남의 모습만을 비추는 거울처럼, 당신들 정의당의 정치인들도 그저 국민들의 욕구만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이제는 기쁩니다. 좌절했기 때문에 기쁩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몇 년 전의 유행어처럼, 마음이 한결 가볍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목적이 있을 때만 거울을 바라볼 것입니다. 미러링이라는 이름의 폭력과 혐오, 그에대한 강요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할 것입니다. 어떤 혐오주의자들이 거울을 볼 것을 강요하면 그들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고, 당신네 정의당 정치인들이 희망으로 포장한 거울의 집으로 내 가족들을 꾀어갈 때 단호하게 노래할 것입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있는 <자버워키>라는 시를 말입니다.
‘정의당을 조심하세요, 여러분!
물어뜯는 이빨을, 잡아가기 위한 손톱을!
기만하는 정치인을 조심하세요, 그리고 피하세요.
저 진보를 가장한 혐오주의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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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이볼만한 글이라..
다른분들도 보시라고 올려봅니다.
원래 전체펌을 잘 안하고.. 일부만 퍼오고 직접 들어가서 보세요. 라고 하는 편인데..
이건 중간에 짜르기엔 너무 감동적이라.. ;;;
욕먹는대도 전체펌 해왔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