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중계와 언론의 관심도는 야구에 집중이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프로야구는 평균 1만관중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람들, 특히 장년층은 영국 남자는 다 신사라는 관념을 가진 듯하다.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게다가 진짜 신사이기도 하고!) 굳이 ‘그런 고정 관념을 버리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믿고 있어서 나까지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일들도 종종 있다. 이럴 때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니면 내가 잉글랜드 신사에 관한 관념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도 그냥 ‘믿는 척’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한국은 야구의 나라다’라는 관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뉴스, 인터넷, 신문에서 자주 보게 된다. 정말 사실이라서 그럴까?
야구에 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야구가 얼마나 번성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와 사진을 접할 수 있다.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의 모습과 사람들이 플라스틱 막대를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이 나온다. ‘야구가 있어 즐겁다’는 팬들의 인터뷰도 빠지지 않는다.
TV는 야구가 대한민국의 중심 스포츠이고 최고의 인기 종목이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심어준다.
나처럼 순진한 사람(?)이 TV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야구의 나라이고 야구장은 꼭 가야만 하는 곳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바로 언론이 대중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축구는 승부조작과 같은 부정적인 일이 아니면 메인 뉴스에 올라오지 못하고, TV 중계도 정말 드물다. 내가 좀 피해 망상적인 태도를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TV 는 축구에 대해 알리거나 토론할 욕구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주에 나온 한 기사에서 이러한 통계를 접했다.
‘야구 시즌 개막 후 첫 92경기...평균 관중 1만 조금 넘어’
나는 ‘그럴 리가 없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처음 온 탈북자가 실제로 서울을 접하며 비슷한 반응을 내놓을 것 같다. 저 통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언론이 계속해서 심어주려 했던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언론이 이 정도로까지 전국적인 지원 사격을 하는데 평균 관중이 1만을 약간 넘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뉴스, TV, 모든 스포츠 채널이 다 야구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고개가 많이 갸우뚱해진다.
결국 평균 관중 수만 놓고 보면 K리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게다가 K리그는 지금 아주 좋은 시기도 아니다) 왜 야구는 계속 잘나가고 축구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K리그가 KBS, SBS, MBC로부터 매일 밤 저러한 지원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프로 축구는 어떠한 모습이 될까? 이 모든 언론과 네트워크가 힘을 합쳐 축구가 한국 프로스포츠의 대세라고 말한다면?
K리그의 전 경기가 중계되고 구단과 선수들을 취재하는 부수적 프로그램이 매주 만들어지면? 스폰서 역시 기쁜 마음에 더 큰 투자를 감행할 것이다.
K리그 클래식이 현재 프로야구와 같은 미디어의 지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진=연합뉴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K리그 클래식이 저러한 지원을 받으면 평균 관중이 만 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야구의 경기 숫자가 축구보다 훨씬 많아서 평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야구 언론이 대는 또 다른 핑계는 팀의 숫자가 홀수라서 관중 수가 낮다는 것이다. 라운드마다 한 팀이 쉬어야 하기 때문인데, 야구 분석가들은 팀이 경기를 며칠 이상 쉬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어 관중 수 감소와 연결이 된다고도 말한다.
야구에서 경기 숫자를 이야기하지만 축구는 팀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야구는 9개 구단이 활동하지만 축구는 프로리그에서 뛰는 팀만 22개다.
그 밖에도 추운 날씨 등의 변명이 나왔지만 축구 팬들에게도 날씨가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축구 시즌은 야구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해 겨울의 끝자락부터 게임이 진행된다.
야구 기사를 보니 ‘스타 선수의 해외 유출’이 관중 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야구가 그렇다면 축구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게 아닐까? 야구와는 달리 한국 선수가 진출할 수 있는 축구리그는 전 세계에 각지에 수십 개가 있다. 실제로 해외 무대로 나간 주요 선수의 비율은 상대가 안 되고, 축구는 선수를 지켜내기가 더욱 어렵다.
‘벚꽃놀이 철이다’ 이에 대해서는 뭐라고 언급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야구는 상업적 이점과 언론-인터넷-방송의 불균형한 지원에도 불구, 평균 1만이 약간 넘는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야구의 미래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으
로 추측한다. 특히 이제는 아이들이 야구보다 축구를 더 많이 하는 분위기가 그 배경이 될 수 있다.
대다수의 야구팀이 축구팀보다는 더 나은 환경과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래에 축구 저변이 더 확고해진 이후 K리그 구단들이 힘을 합칠 때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국이 갑자기 완전한 ‘축구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축구만 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은 야구의 나라’라는 잘못된 관념 (정확히 말하자면 거짓말)은 그만 되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 주범은 당연히 언론이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이러한 막대한 지원 속에서도 한국이 ‘야구의 나라’가 될 수 없다면 앞으로도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잘못된 관념과 거짓말이 사라져야 할 시간이다. |
- 존듀어든
- 축구 칼럼니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ESPN, 뉴욕타임즈, SI, MSN, 포포투 기고 
" ‘대한민국은 야구의 나라’라는 잘못된 관념 (정확히 말하자면 거짓말)은 그만 되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 주범은 당연히 언론이다. " 라는 말이 와닿네요
